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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 해당되는 글 2건
2009.01.18 03:54
#1.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변화의 속도를 이야기한다. 분야별 변화속도가 다를 때 생기는 충돌을 이야기하며 각 분야별로 변화의 속도를 매겼다. 미국을 기준으로 하고, '부'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보았다는 가정을 잊지 않는다면 곰곰히 생각해볼만한 주제다.

100마일 - 가장 빨리 움직이는 비즈니스 세계가 100마일로 기준이다.
90마일 - 그 다음으로 바짝 붙어 움직이는 것은 의외로 시민단체이다. 시민단체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진다.
60마일 - 약간 거리를 띄고 가족이 있다. 동성결혼, 노년결혼등 가족의 형태는 한세대 전과 확연히 다르다.
30마일 - 비즈니스 세계에 비해 노동조합은 천천히 움직인다. 조합원의 비율에 따라 영향력도 줄어든다.
25마일 - 정부 관료조직과 규제 기관들은 코끼리처럼 버티고 자리를 지킨다. 복지부동이다.
10마일 - 학교. 움직이지 않는 학교를 현상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4000억원이 투입된다.
5마일 - 국제적 조직들은 더 느리다. UN을 비롯 반세기가 넘은 조직들이 변화없이 운영된다.
3마일 - 미국 정치 시스템은 30년대 대공황 시절 변화가 있은 후 변화없이 계속 유지되었다.
1마일 - 남이야 움직이든 제자리를 단단히 지키는 것은 바로 법이다. 예를 들어 은행법은 60년이 되었다.

#2.

이 글을 읽으며 한국 사회를 생각했다. 겉에서 본 한국은 어떨까? 미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50마일의 정부 - 한국 정부는 빨리 움직인다. 갈수록 더 빨라지는듯 하다. 문제는 기어가 전진이 아니라 후진에 놓여져있다는 거다. 미네르바 체포 같은 기본원칙에 대한 건 말할 가치조차 없고, 최소한 국민이 '살려 달라' 외쳐대던 경제라도 잘 했으면 하는데 그것조차 답이 안보인다. 50조를 투입해서 한다는 녹색뉴딜은 결국 '시멘트'다. 기껏 한다는게 '땅파자는 거냐'라는 비판이 싫었는지 얼마전에는 '그린IT'에 5400억을 쓴다고 한다. 첨단을 이야기하며 IT를 들먹이는게 일단 15년은 늦은건데, 안을 들여다 보니 더 가관이다. 신기술 개발 없이 남의 기술 가져다가 가공좀 하고, 오래된 장비 바꾸어 전기값이나 절약해보자는 거다. (장비 교체시 연줄맺기 성공한 납품업체가 가져가는 눈먼 돈이 절약되는 전기값의 백배는 될거다.) 어찌 발상이 이렇게 유치할까? 미국이 에너지에 의지해 경제를 살리려고 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전부터 있었고, 예상대로 오바마는 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다. 그게 답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따라하는 것도 제대로 못한다. 진중권의 말처럼 군복이 녹색이라고 군대가 환경단체가 되는게 아니다.

속도 층적 불가의 대중 - 이전 글에 "최근 한국대선은 윤리나 사회정의가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대중적 합의"라는 표현을 썼다. 이명박이 악이고 상대방은 선이라서가 아니다. 윤리나 정의가 쟁점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 대중은 한나라당에도 힘을 실어줬다. 희안한 것은 부유계층의 사람들이 명박을 지지한 것이야 이해가 가지만, 상대적 박탈은 더 커질 사람들조차 명박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명박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거라고 정말 믿는 것 같았다. '대중은 지혜로운가?'라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최소한 한국 대중은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광우병 같은, 중요하지만 전략적으로 모든 걸 다 걸 문제는 아니라 생각되는, 문제에 있는 힘 다 빼고 결국 '문화제'로 끝내버리는 모습에 실망감은 더 켜졌다. 사람들은 스스로 진보한다 생각하는데 겉에서 보기에는 '글쎄올시다'이다.

절대값 30마일의 개신교 -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개신교는 30마일 정도로 빨리 달리고 있다. 어쩌면 더 빠를 수도 있다. 최신 마케팅 기법을 첨단의 엔테테인먼트에 섞어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부에 대한 집착과 날로 고도화되는 경영기법은 왠만한 회사 못지 않다. 사람들에게 성공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면에서 사회에 대한 공헌도도 높다. 하지만 종교라는 면,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라는 빛과 소금의 사명에서 보면 개신교도 후진이다. 한국 개신교는 조엘 오스틴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3.

명박이 48.7%의 득표율로 당선되었을 때 솔직히 나는 한국사회에 환멸을 느꼈다. 먹고살기 힘들고 세상 모든 것이 경제논리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물며 국민이 요청한 지상과제인 '경제'마저도 해결못하는 그를 아직도 지지하는 대중을 보면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인터넷을 보면야 명박이 아직도 대통령인게 신기하지만, 그가 아직도 수구리지 않고 제 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도데체 아직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4.

인터넷 이야기가 나온 김에 블로그스피어에 대해 말하고 싶다. 나도 블로거지만 내가 보기에 블로그스피어는 '시속 200마일의 빠른 속도를 내지만 사회적 영향력은 전혀 없는 집단'이다. 사회에 미치는 파장도 적거니와 목소리도 제각각이다. 각자 200마일로 달려대지만, 혹은 그렇다고 착각은 하지만, 총합으로 보면 한쪽 귀퉁이에서 꼬물대는 것뿐이다. 사회적 영향력면에서는 미안하지만 정지다. (개인의 영역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자신을 투사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키보드 워리어는 '키보드' 워리어일 뿐이다. 블로그를 통한 의견개진이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실인식이 부족한 과다한 의미부여는 곤란하다는 거다.

#5.

세상은 변한다. 하지만 변한다고 꼭 성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BlogIcon Crete | 2009.01.18 06:1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늘은 글이 조금은 어둡군요. 블로그 글쓰기도 기복이 있기 마련이죠. 이명박을 찍고 심지어 지금도 한나라당과 이명박을 지지하는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 있으니 비관하기 십상이지만, 반면에 DJ와 노무현(물론 그들이 지고지순의 영웅이란 뜻은 아닙니다)을 대통령으로 만든 이들 중 일부도 그들일테니... 또 기회가 오면 우리나라 민중들의 모습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한 10년 쯤 뒤에는?
BlogIcon 쉐아르 | 2009.01.18 22:08 신고 | PERMALINK | EDIT/DEL
네. 대선 이후 가급적 정치나 사회적인 글은 안쓰려 했습니다만, 책을 읽다 현재 한국 사회와 미국 사회를 비교하면서 답답함이 커졌습니다.

사회는 발전하겠지요. 갈수록 다양해지고, 의식도 성장할테구요. 그런데 그 영향력에 비해 지도자 한명의 영향력이 너무 크네요. 사회를 십년 정도는 뒤로 백하게 만들었으니까요.
BlogIcon JNine | 2009.01.18 16:2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대부분 동감입니다. 뭐...블로그가 대중화(?)된 것이 많이 봐줘야 6~7년...일반의 관심을 모은 것은 2~3년...매체로서의 역사 대비 영향력으로 따지면 나름 선전했다고 봅니다만^-^ 그리고 기어 후진;;;;;; OTL
BlogIcon 쉐아르 | 2009.01.18 22:11 신고 | PERMALINK | EDIT/DEL
맞습니다. 블로거가 잘못한 것은 없지요. 다만 구조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포탈이 인터넷 언로를 장악하고 있는 한 그 한계는 쉽게 극복되지는 않을 겁니다.

말씀대로 기어후진의 영향이 너무 커요 ㅡ.ㅡ
BlogIcon 파사현정권 | 2009.01.18 19:22 | PERMALINK | EDIT/DEL | REPLY
[가짜대통령 이명박 사형 결정 전문] 미ㄴㅔ르바? : 官error안봐??

[百姓有過 在여一人]<論ㅓ ㅛ曰>

대통령 스스로가 법을 존중하고 준수하지 않는다면,
다른 공직자는 물론,
국민 누구에게도 법의 준수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관습헌법? 대통령(노무현) 탄핵 결정 전문> / 가짜대통령 이명박 사형 결정 전문!
/ 관습헌법사항 한 줄조차 몰라서~? 미네르바에게 무슨 법의 준수를 요구하겠답시고??

의법, 무효대통령! 위헌대통령! 위법대통령! 불법대통령! 사기대통령! 대통령직장물대통령! 사이비대통령! 비합법대통령! 부적법대통령! 가짜대통령! 이명박을 사형으로 처단하라!~@!!
dead line(2009.02.09.)day
[명령章!] 이명박을 사형으로 처단하라!~!!.hwp / 이명박 운명 : 대한민국 대운
대역죄인대통령 치하의 국민들은 다 죄인~!!
BlogIcon 쉐아르 | 2009.01.18 22:13 신고 | PERMALINK | EDIT/DEL
표현하시는 방법이 굉장히 독특하십니다. 사이트에 가보니 제가 이해력이 떨어지는지 상당부분은 읽지도 못하겠더라구요.

이명박이 잘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사형감은 아니라 생각하는데요 ^^
BlogIcon 레이먼 | 2009.01.18 19:51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쉐아르님 잘 읽었습니다. 솔직히 저의 가슴에 충격의 주파수가 전달되네요. 또한 안도의 한숨도 내쉬고 있습니다. 인연의 끈에는 생각하는 바가 같을 때 지속되는 것이죠.
BlogIcon 쉐아르 | 2009.01.18 22:15 신고 | PERMALINK | EDIT/DEL
어떠한 충격이었는지 궁금하네요 ^^ 네. 인연의 끈에는 생각하는 바가 같을 때 더 잘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BlogIcon 소중한시간 | 2009.01.18 21:02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쉐아르님의 글 깊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답답히지만.. 조금씩이라도 달라지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파이팅!!
BlogIcon 쉐아르 | 2009.01.18 22:18 신고 | PERMALINK | EDIT/DEL
결국 한사람 한사람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으로' 유일한 일이기 때문 아닐까요?
BlogIcon 후크 선장 | 2009.01.18 22:06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잘 읽었습니다. 우린..뭘 하면 되는걸까요? 남은 시간들이 걱정입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1.18 22:17 신고 | PERMALINK | EDIT/DEL
이런 생각할 때마다 스티븐 코비의 관심의 원 vs. 영향력의 원이 생각납니다. 관심의 원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을 때는 영향력의 원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요. 결국 사회에 대한 관심은 지속하되 영향력의 원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방법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영향력의 원을 넓히던가요.

저도 남은 시간이 걱정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도요.
수동추천 | 2009.01.19 08:3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 글을 추천합니다. 파이어폭스에선 추천 버튼이 안 눌러지네요. 분명히 누른 적 없는데 눌렀다고 우깁니다. 생 사람 잡는 게 요즘 유행인지.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 바깥 쪽 사람들이 왜 아직도 이명박을 지지하는가 하는 데 대해서, 제가 해본 추측은 이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래도 혹시나 경제를 덜컥 살려놓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도 물론 있겠지만, 대안 부재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이명박 대신 누구에게 맡기면 미덥겠는가?'라는 질문에 모든 사람들이 답이 없다고 결론 내린 거죠. 더욱이 그 대척점에 있는 모든 집단(야당, 재야 정치인, 시민사회단체, 학생운동권, 진보지식인 등 모두)이 심각한 불신과 적의의 대상이 되어버렸다는 점이 또 문제겠고요.

시쳇말로 '믿을 놈 하나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는 10년 전통의 한나라당과 그 이해집단만 기여를 한 게 아니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지금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자욱한 안개 속으로 사회 전체가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1.19 15:03 신고 | PERMALINK | EDIT/DEL
"생사람 잡는게 요즘 유행인지"에 많이 웃었습니다 ^^

맞는 말씀입니다. 이명박을 선택했는 사람들이 잘못했다 할 수만은 없겠지요. 저도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 잘했다 생각하지는 않으니까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기존 정권에 대해 불신하게 만들었고, 또 잘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이명박을 선택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김우재님 우려대로 이러다 무엇하나 걸려서 경제가 조금이라도 좋아진다는 느낌이 들면 어쩌죠? 그럼 역시 이명박이야 이러지 않을까요?
BlogIcon 맑은독백 | 2009.01.19 10:42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동물농장을 읽고 잠시 생각하다.. 쉐아르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현정권은 분명 우리 스스로 만든 덫인데..
그 돌파구가 희미하다는게 전 많이 답답하더라구요..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 사람들하며..
우스개 소리로 아는 형님과.. 지금의 상황이 달라지려면...
지금 사람들이 빨리 늙어 죽어야한다는 말까지 했네요 :)
물론 웃자고 한 소리지만.. 씁쓸함이 머리 속에서 감돌더라구요..

이명박 대통령되고.. 한국 뜰까란 무모한(?) 생각까지 들었습니다만...
그래도..포기하긴.. 아직 이르다 생각합니다..
분명.. 돌파구의 실마리가 보일겁니다.란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
BlogIcon 쉐아르 | 2009.01.19 15:22 신고 | PERMALINK | EDIT/DEL
거시적으로 본다면 언젠가는 사회는 발전할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의 한국이 오년 십년 잘못한다고 후진국으로 떨어질만큼 무능력하다고 생각되진 않으니까요.

지도자가 잘못하면 아무래도 힘들겠지만, 또 어찌 보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전처럼 크지는 않은듯 합니다. 결국 내 스스로 잘 해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귀결되네요. 그만큼 이명박에게는 답이 없다라는 생각도 들구요 ㅡ.ㅡ
BlogIcon 이승환 | 2009.01.20 15:2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명문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회를 떠나 제 입장부터 생각해 보게 됩니다. 속도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영향력을 넓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하겠습니다 ^^
BlogIcon 쉐아르 | 2009.01.20 21:19 신고 | PERMALINK | EDIT/DEL
명문이라 말해주시니 고맙긴 한데... 두고 두고 볼 수 있는 주제의 글이었다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 쓴 저도 다시 읽고 싶지 않은 글이니까요.

세상은 참 빨리 변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요? 아무 생각없이 살다가 그냥 쓸려가는 것 아닌지요.
BlogIcon 송선생 | 2009.01.21 10:07 | PERMALINK | EDIT/DEL | REPLY
김우재님 블로그를 통해 늦게 쉐아르님 블로그를 알게 되었고 이런 좋은 글도 읽게 되어 너무 좋습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1.21 17:19 신고 | PERMALINK | EDIT/DEL
안녕하세요. 블로그를 보니 마케팅 쪽에 일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 글을 좋게 봐주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위에서 적었듯이 주제가 좋은 거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BlogIcon Tasha | 2009.01.21 23: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마음이 무거워져요.
이런 내용을 대하게 되면요.
하지만 희망의 끈은 굳게 부여잡고 있어야겠죠.
여야 정치인들의 행태도 맘에 들지 않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의 사고가 보다 선진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BlogIcon 쉐아르 | 2009.01.22 22:35 신고 | PERMALINK | EDIT/DEL
이 글을 적고 나서... 용산의 참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음에도 반성은 커녕, 책임전가에 급급한 정부를 봅니다. 사람이 얼마나 어리석어질 수 있을까 궁금하게 만들더군요.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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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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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브룩스. 이 영화는 케빈 코스트너와 데미 무어. 전성기에서 꽤 벗어나 있지만, 아직도 관객 동원력을 어느 정도 갖춘 두 배우를 내세운 2007년 여름을 겨냥한 블록버스터다.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살인중독자인 '브룩스', 그를 잡기 위해 애를 조금 쓰는 '트레이시'. 브룩스의 살인장면을 목격하고 살인에 동참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스미스', 그리고 '마샬'이라 불리우는 브룩스의 다른 인격, 그렇게 네 사람이 영화를 이끌고 있다.

'이중인격'은 오래전부터 창작의 중요한 소재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이야기는 누구나 아는 고전이고, 이외에도 수많은 이중인격자가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미스터 브룩스는 이중인격자를 다룬 영화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고난 느낌은 참 불편했다. 이유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권선징악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밑에는 영화에 반영되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이 깔려있다.

*** 이 밑으로 영화에 대한 자세한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지만, 나중에 볼 의향이 있는 분이라면 영화를 보고 다시 오시기를 권합니다 ^^;;

영화 줄거리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올해의 인물로 뽑힌 사업가 브룩스에게 몇년간 억누르고 있었던 살인충동(마샬로 형상화되는)이 찾아온다. 그 욕구를 억누르지 못한 브룩스는 한 커플을 찾아가 그들을 살해한다. 이를 수사하기위해 형사 트레이시가 투입되고, 그녀의 탐문수사 대상의 하나가 스미스다. 스미스는 커플의 정사를 훔쳐보다 브룩스를 목격하였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고 오히려 브룩스의 살인에 자신을 동참시켜주길 요구한다. 한편 브룩스는 자신의 딸이 학교에서 친구를 살인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살인중독이 딸에게 넘어간 것이다. 브룩스는 딸의 학교에 찾아가 다른 사람을 살인함으로 딸에 대한 경찰의 의심을 돌려버린다. 브룩스는 스미스와 함께 살인의 대상을 찾다가, 트레이시를 성가시게 하는 전남편과 그와 바람난 여자 변호사를 선택하고 살해한다. 그 살인을 끝으로 스미스 손에 생을 마감하겠다고 하던 브룩스는 오히려 스미스를 죽여 묻어버림으로 살인의 혐의를 스미스에게 씌우고 자신은 안전하게 숨어버린다.

1. 범'죄'가 아니라 중독?

절대적인 가치를 배제하고 모든 것을 개인적인 선호로 돌리는 것이 현대 사회의 흐름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글을 올리려고 한다.) 그래서인가? 영화속 브룩스의 연쇄살인은 악이 아닌 것 같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중독, 혹은 아직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나쁜 취미의 하나라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를 위해 영화 속에는 많은 장치들이 등장한다.

> 브룩스 자신도 괴로워 한다?
영화 초반에 브룩스는 마샬에게 살인을 하지 않겠다고 저항한다. 하지만 곧 유혹에 넘어간다. 딸이 살인욕구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괴로워 한다. 그리고 딸을 위해 살인을 한다. 스미스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결국 스미스에게 자신의 죄를 뒤집어 씌운다. 딸에게 죽임을 당하는 꿈을 보여주면서 브룩스의 고통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가? 그가 괴로워 하니 이해해 달라는 것인가?

> 살인을 하는 것은 마샬의 유혹 때문이지 브룩스의 잘못은 아니다?
살인을 하도록 유혹하는 마샬은 처음부터 끝까지 타인으로 등장을 한다. 브룩스는 마샬의 유혹에 넘어가는 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마샬이 문제지 브룩스는 책임이 없다. 브룩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가 좋아서 스미스를 죽인게 아냐. 다만 내가 중독되었기 때문이야."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이런 항변을 할 때가 있다. "너희 같이 편하게 사는 놈들이 내 괴로운 상황을 알기나 해?" 동정은 할 수 있다. 어떤 경우 이해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죽일만 하니까 죽인 거라니까?
살해된 인물중에 얼굴을 한번이라도 보인 자들은 다 조금씩 문제가 있다. 거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트레이시의 남편은 그 재산을 뜯어내기 위해 정부인 변호사와 같이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한다. 스미스는 범죄를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않고 살인에 동참한다. 브룩스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트레이시에 의해 죽임당한 두명은 탈옥 후에 트레이시를 위협하던 존재다. 처음에 브룩스에게 죽은 커플도 주위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창문을 열어놓고 그 짓을 한 괘씸죄(?)가 있다.

이렇듯 살해당한 자들의 흠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심정적인 동의를 요구한다. 브룩스가 완전한 악인은 아니다. 죽일만한 놈들이니 죽은 거다. 정말 그런가? 그들은 그렇다 치고, 그외의 사람들은 어떤가? 딸에게 살해당한 친구. 덩달아 죽임을 당한 딸 학교의 또 다른 피해자. 그리고 브룩스에 의해 죽어갔던 수많은 사람들. 이름조차 밝혀지지 않은 그들 모두 죽음을 당할 정도로 문제가 있던 사람들인가? 영화는 그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같은 영화 코드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등장한다. '한니발'에서 자신의 뇌를 먹게 되는 수사관 크렌들러를 예로 들어보자. 그도 참 얄미운 모습으로 나오긴 한다. 그에 비하면 여자를 해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손목을 자르는 한니발이 멋있어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누가 더 악인인가?

> 형사나 범인이나 다 거기서 거기다?
브룩스의 대척점에 있어야할 트레이시는 전형적인 형사가 아니다. 트레이시는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았다. 재산과 미모까지 갖춘 트레이시가 형사 생활을 계속하는 이유가 뭘까? 책임감? 사회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소망? 아니다. 그저 자신이 원해서다. 자신이 잡고 싶은 사람을 잡고 싶은 욕구. 트레이시와 마지막 통화를 나누며 브룩스는 서로 동질감을 느낀다. 형사나 살인범이나 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고 영화는 은연중 이야기를 한다.

> 그래도 브룩스는 최소한 기도라도 하잖아. 그러니 이해해줘라?
영화 중에 브룩스는 기도를 한다. "하나님.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을 주시옵소서. 바꿀 수 있는 것은 변화시키는 용기를, 그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옵소서" 궁금하다. 만약 바꿀 수 없는 것이 살인중독이라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영화는 이야기하는 걸까?

2. 영화는 그냥 영화로 봐야하는 것인가?

영화는 단순히 영화로서 끝이 아니라 사회를 반영한다. 권선징악의 평면적 구도가 아니면 문제작이라 불리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옛날 일이다. 선이 승리하지 않는 영화는 널려 있다. 그 변화가 세상의 흐름을 대변하는듯 해서 영화를 보며 불편했다.

현실 속에서 선이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모두가 그건 알고 있다. 그래도 전에는 선이 승리하는 세상을 희망했던 것 같다. 이전 세대의 창작물을 보면 그렇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선이 항상 승리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또한 중요하다. 현실인식이 없이는 더 좋아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거기서 더 나아가고 있다. 이제는 선과 악의 경계가 없다 말하고 있다. 개인의 선택이 옳고 그름의 자리를 대신하고 들어섰다.

세상 어디든 그렇게 변하고 있다. 최근의 대선은 어떤가? 나는 최근의 한국대선은 윤리나 사회정의가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대중적 합의라고 해석한다. 정동영이나 신당이 정의라서가 아니다. 이명박이 악이기 때문이 아니다. 정치적 해석이나, 이후 벌어질 일들은 차치하고라도, 윤리나 청렴이 선택의 기준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경제가, 개인적 평안이 사회정의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부정직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가난한 사람들이 돈없어 치료를 못받는 사회가 되더라도 나와 내 가족 잘먹고 잘 사는게 최고다. 내 자식 특목고 보내서, 좋은 대학 보낼 수 있으면 까짓 부정 좀 저지르고, 거짓말 좀 한게 뭐가 문제냐.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나는 놈 있나.

옳고 그름의 기준이 달라지니, 죄의식이니 양심이니 하는 말도 별볼일 없어진다. 돈 많이 못버는 억울함은 있어도, 세금 떼어먹는 것에 대한 가책은 없다. 초등생 친딸을 성폭행하더라도 들키지만 않는다면 그게 본인한테는 '선'인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누가 미스터 브룩스를 악이라 말할 수 있을까? 브룩스의 아내는 마치 지금의 세상을 보는 것 같다. 브룩스는 성공한 사업가다. 엄청나게 좋은 집에서 산다. 딸을 위해 멀리 날아가 살인까지 할 정도로 딸을 끔찍하게 사랑한다. 자신의 범죄를 완전히 감출 정도로 머리도 좋다. 그거면 다 된거다. 편안한 침대에서 따뜻하게 잘 수만 있으면 밤중에 몰래 나가 무슨 짓을 하고 오든 나는 계속 잠만 잘거다. (실제로 그녀는 밤중에 몰래 들어오는 남편에게 한번도 어디 갔다 왔는지 물어보질 않는다.) 완전한 불감증이다.

미스터 브룩스를 그냥 영화로 볼 수 없었던 것은 그 속의 세상이나 현실이나 별로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나친 비약인가? 영화야 그 속성상 몇배로 증폭하긴 했으나, 가는 방향은 별반 다르지 않다. 나에게는 세상이나 영화나 모두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 같다.

뭐가 선이고 뭐가 악이냐? 세상에 옳고 그름은 없는 거다. 내 한몸 등따시고 배부르면 그게 옳은 거고 그게 정의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절대적 기준이 없는 그곳으로 부지런히 달려가는 세상이 이런 영화를 만드는 것 같아 나는 이 영화가 참 불편하다.


BlogIcon brandon | 2008.01.12 16: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낮에 글을 읽고 댓글을 달다가 그냥 나갔어요. 약속시간이 늦어서...
쉐아르님의 생각에 저도 많이 동감을 합니다. 점점 가치와 기준이 모호해지는 세상이 되가는 것 같아요. 포스트 모더니즘 이라는 알량한 단어 하나가 예술계를 넘어서 온 사회와 문화를 뒤덮는 하나의 현상처럼 되가고 있구요. 이데올로기가 무너지고 국가간 국경간 경계도 무너지고 언어와 인종의 차이도 점점 무뎌져가고 시간적 공간적 한계도 점점 줄어들다 보니까 세상 돌아가는게 점점 더 많이 자극적이 되가는 것 같네요. 개인이기주의가 이제는 집단과 민족과 결탁해서 나의 선이라는 대명제하에서 남의 불행을 깔아뭉개고 있고,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 소수의 희생을 당연시하고, 우리의 정의를 위해서 다른 나라와 전쟁도 불사하는 그리고 그런것들이 점점 당연시 여겨지는 세태가 된 것이죠. 봉사든 선교든 어떻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시간과 물질을 들여 갔는데도 전국적으로 매도되는 세상, 거짓말과 수많은 불법에도 불구하고 과반수에 가까운 역대 최고의 득표로 대통령이 되는 세상, 유일하게 가치를 내세운 후보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이상주의자로 치부되는 세상, 물론 그 후보진영의 오만과 독선으로 비쳐진 정치력에도 문제는 있었지만서도요...
세태를 보면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가르쳐야할지 난감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다는 현실이 초라할 때가 더 많네요...
BlogIcon 쉐아르 | 2008.01.13 02:07 신고 | PERMALINK | EDIT/DEL
정말 동감합니다. 큰 아이가 바이올린 콩쿨에 나가기로 되어있었는데 연습도 못하고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참가를 포기했습니다. 선생님이 연습 불충분은 이유가 안된다고 하자 핑계를 대면서 어디 가야한다고 했나 봅니다. 거짓말을 한거죠.

아이를 야단치며 "정직은 최상의 방책"이니 언제나 정직하라고 가르쳤습니다. 거짓말을 하면 그건 꼭 돌아오게 되어있다고 말입니다. 나름 제 삶에서 체험한 진리라 아이에게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그럼에도 세상이 꼭 그렇게 돌아가는 것은 아닌 것이 문제지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줄 것인가... 현실만 바라보면 난감합니다. 그래도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 이야기해주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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