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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16. 11:03

중학생 시절 '갈매기의 꿈'이라는 소설에 심취하였습니다. 조나단 리빙스턴이라는 이름을 가진 갈매기의 이야기지요.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다른 갈매기와는 달리 조나단은 더 높은 수준의 비행을 추구합니다. 결국 갈매기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존재가 됩니다. 이 소설의 한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 자신은] 아직 쓰여지지 않은 숫자가 한계를 갖지 않듯이 완전히 무한한 것이"라는 문장입니다. '아직 쓰여지지 않은 숫자'라는 말이 주는 매혹은 제 성장기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노스트라다무스에 심취했습니다. 97년 7의 달에 공포의 대왕이 온다는 예언을 했죠.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왕족이 신분 차이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합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왕에게 간청하고, 결국 그 사랑을 이루어 냅니다. "나는 운명을 바꿨다"고 말하는 그에게 노스트라다무스는 말합니다. "모든 것은 운명이다.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다." 운명을 바꾼 것처럼 보이는 그 상황이 애초에 '운명'이었다는 것이지요. 극단적 운명론입니다. 

쓰여지지 않은 숫자처럼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낙관론. 애를 써도 이루어질 수 없을 거라는 극단적 운명론. 미래를 바라보는 제 시각은 그렇게 극에서 극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참이 지났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인생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것 같습니다. 

큰 범위에서의 운명은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제 아내를 만난 건 '운명적 사랑'입니다 ^^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것. 운명이겠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됩니다. 이 나이에 세계적인 바이얼리스트의 꿈을 품고 하루에 열네 시간씩 연습한다고 이루어질까요? 사람마다 정해진 한계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한계 내에서 세세한 것은 개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제 첫 직업은 프로그램 개발자였습니다. 개발자의 처음 몇 년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십 년 후에는 아직도 주어진 코딩만 하는 사람도 있고, 기술의 흐름을 주도하는 비저너리도 있습니다. (치킨집 주인도 나오겠지요.) 편차가 크지만 같은 출발점에서 도달할 수 있는 자리들입니다. 

앞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각이라 할까요? 이제 태어난 아이는 150도 정도 넓은 각도를 본다면, 초등학교 졸업할 때는 90도, 대학교 졸업할 때는 45도 정도로 시야는 좁아집니다. 50이 눈 앞인 저는 한 5도 정도 볼 수 있을까요. 많은 것이 정해졌습니다. 모험을 할 여유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5도 밖에 안 되는 시야지만 왼쪽 끝과 오른쪽 끝을 선택하고 꾸준히 나아갈 때 십 년 후에 도착하는 곳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미래는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또 미래는 내 뜻과 상관없이 선택당하는 것도 아닙니다. 미래는 주어진 한계 내에서 빚어가는 것입니다. 변호사로 인생의 세 번째 라운드를 시작한지 2년이 되어갑니다. 십 년 후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는 저는 모릅니다. 거역할 수 없는 운명도 작용하겠지만, 제가 선택하고 꾸준히 저를 드라이브 해가는 그 방향이 큰 변화를 만들 겁니다. 

간절히 우주의 도움을 원한다고 모두가 꿈에 그리는 그런 인생을 살진 못합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많은 것들이 결정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빚어낼 인생의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주어진 재료로 어떤 미래를 만들어 낼지는 어떻게 빚어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매일 내리는 크고 작은 선택들. 그 선택들로 미래는 빚어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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