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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7 04:32
음악 이야기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요즘 음악에 마음과 정성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 대해 쓰고 싶은 글도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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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의 세번째 오디오 시스템을 소개합니다. 음악(만)을 위해, 그리고 소리를 위해 구입한 것으로는 처음이기에 어떤 의미에서 첫 오디오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첫 오디오 시스템은 인켈이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과외해서 번 돈으로 첫 오디오를 장만했지요. 테잎덱, 프리, 파워, 튜너까지 한통에 들어간 일체형이었습니다. 이퀄라이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 안나지만 단순한 것을 선호하는 제 성격으로 봐서 없었을 겁니다. 단순해야 고장도 덜나고 소리도 좋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턴테이블은 따로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부족한 시스템이었지만, 그래도 두평 남짓한 제 방을 꽤나 풍성한 소리로 채워주었습니다. 그때가 음악을 가장 즐겼던 때였던 같습니다.

결혼하고 이사를 다니면서 그 시스템은 늙어갔습니다. 기억도 못하는 어느 순간 첫 오디오는 버려졌고, 음악에 대한 관심도 같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오게 되었지요. 삼년 동안 아파트 생활을 하다가 집을 장만했습니다. 거실 하나 달랑 있던 아파트와 달리, 주택에는 리빙룸과, 다이닝룸, 페밀리룸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아담한 사이즈의 리빙룸을 보면서 음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마침 AV가 유행하기 시작하던 때라, 열심히 조사를 한 후에 가격대비 성능비가 좋다는 캠브리지 사운드웤스의 5.1 채널 스피커 시스템을 구입했습니다. 우퍼와 다섯개의 스피커, 온쿄 리시버가 같이 왔습니다. 선을 사다가 길게 연결해 서라운드 스피커를 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음악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음악을 즐기기에 부족함도 없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아직도 AV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몇년 살다가 집을 바꾸었습니다. 가장 큰 지름이지요 ^^ 음악감상을 하기에 참 좋을 전보다 더 아늑한 리빙룸이 생겼습니다. 그곳에 10년 넘게 보관하기만 했던 LP들의 소리를 내줄 시스템을 갖추고 싶더군요. 아니 그건 고등학교 시절 음악동아에서 봤던 쿼드나 보즈 같은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고가의) 장비들을 보면서 '언제가는'이라 생각했던 어릴 적의 바램이 더 이상 숨어있을 수만은 없다고 투정부리는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3주 가까운 검색과 조사 끝에, 그리고 두시간씩 운전해가며 발품을 판 끝에 지금의 시스템을 갖추었습니다. 아직 CDP를 구하지 않아 휴대용 CDP를 연결해서 듣고 있지만, 그래도 음악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스피커는 미라지의 M-7si라는 모델입니다. 이 회사의 바이폴라(bi-polar)라인중 가장 작은 제품입니다. 바이폴라란 소리가 앞으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뒤로도 나온다는 겁니다. 보스 901처럼 앞뒤에 스피커가 달려있는데, 미라지의 경우는 앞부분에 조금 더 힘을 줍니다. 이 스피커는 공간을 조금 필요로 합니다. 뒷부분에 1미터 정도 공간을 주니 소리가 꽤 좋습니다. 주로 듣는 음악이 솔로나 소편성의 현악기인데, 밤늦게 소파에 앉아 방안 가득 울려주는 소리를 듣다 보면 참 행복합니다. 다른 소리도 좋지만 첼로의 울림을 매력적으로 들려줍니다.


턴테이블은 파이오니어 PL-512라는 모델입니다. 슈어의 카트리지가 부착되어있다는 말에 이베이에서 $52에 구입한 녀석이지요. 고급 모델은 아니지만, 꽤나 똘똘한 소리를 내주는 녀석입니다. 커버에 간 금을 강력 접착제로 붙여주었는데 그 모습까지 볼수록 정이 갑니다 ^^

역광이라 앰프가 잘 안보이네요 ㅡ.ㅡ



프리앰프는 Superphon이라는 곳에서 만든 Revelation Basic이라는 모델입니다. 포노와 두개의 AUX를 지원하는 셀렉터, 좌우 볼륨 두개, 테이프 모니터, Mute 이렇게만 달려있습니다. 파워스위치도 없어서 파워선 중간에 스위치를 만들어 달았습니다 ^^ 이 프리를 선택한 이유는 그 단순함과 투박함 때문입니다. 자작한 것같은 볼품없는 케이스와 페이스 플레이트. 밸런스와 볼륨이 아닌, 두개의 볼륨이라는 독특함. 달라보이는 그 모습이 좋았습니다.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리뷰들의 영향도 받았지요. 몇백 가는 프리 부럽지 않다고 하더군요 ^^

파워앰프는 카버(Carver)의 M-1.5t입니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에는 회사가 문을 닫은지 꽤 되었음에도 동호회 사이트가 운영되는, 열성팬을 꽤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M-1.5t는 채널당 350와트를 가진 힘이 좋은 녀석입니다. 디자인은 정말 단순합니다. 하다못해 파워스위치도 없어서, 이번에도 파워선 중간에 스위치를 만들어 달았습니다.

카버 앰프를 디자인한 밥 카버(Bob Carver)는 독특한 사람입니다. 70년대일겁니다. 제품의 내부를 보지 않고도 어떤 앰프든 소리를 재현해 낼수 있다고 공개 도전을 했지요. 오디오 잡지 두군데에서 도전을 받아들여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리고 두번다 48시간내에 소리를 재현해내는데 성공합니다. (소리의 특성을 재현해냈다고 해야겠지요) 그 중 대상이 되는 앰프중 하나가 진공관이었는데, 그 때 사용한 회로를 기반으로 만든 모델 중 하나가 1.5t입니다. 마지막에 붙은 t는 진공관스러운(tube-like)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재밌는 것은 밥이 수리점을 차렸다는 겁니다. 어느 모델이든지 카버 앰프는 $180이라는 균일 가격으로 새것처럼 만들어준답니다. (미국에서는 정말 저렴한 가격입니다 ㅡ.ㅡ) 밥이 요즘 새로운 앰프를 디자인하던데... 수리점 아직 하고 있을 때 제 앰프도 보내서 오버홀 좀 해야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의 세번째 오디오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추가로 CDP겸 사용할 CD레코더를 물색중입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안나오지만, 앞에 있는 테이블에는 그동안 숨한번 못쉬었던 LP들이 잔뜩 싸여져 있습니다 ^^ 한장 한장 들으며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사진을 찍으며 카메라를 바꿔본 경험상, 어떤 분야든 바꿈질의 충동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이 얼마나 갈지 말할 수 없습니다만... 그래도 당분간 변화가 없을 거라는 건 장담합니다. 제게는 더이상 부족함이 없는 소리를 들려주고 있으니까요 ^^



다인아빠 | 2009.04.17 09: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디오쪽으로는 문외한이라..^^
하나하나 직접 꾸며가시는 재미가 쏠쏠하시겠어요.
요즘 글이 뜸한 이유 중 하나가 이거였겠군요.
BlogIcon 쉐아르 | 2009.04.22 02:00 신고 | PERMALINK | EDIT/DEL
안녕하세요. 이것 저것 맞추어보고 바꾸어 보기도 하고 그런 재미가 있지요. 그러다 보면 시간이나 돈이 들어가는게 문제이긴 하지만요.

그런데 요즘 글이 뜸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ㅡ.ㅡ 일이 좀 많아요 ㅜ.ㅜ
BlogIcon CeeKay | 2009.04.17 16: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 또한 오디오쪽으로는 문외한이라...
학교 다닐 때 멋진 오디오와 벽면 가득 LP로 채워진 친구나 선배 방을 보면 책으로 가득찬 선배 방보다 더 멋져 보이고 부러웠었는데 쉐아르님은 책과 음악을 함께 하시니 제일 부럽네요. ^^
BlogIcon 쉐아르 | 2009.04.22 02:05 신고 | PERMALINK | EDIT/DEL
ㅎㅎ 감사합니다. 근데 책과 음악 둘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차라리 한가지라도 깊이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
BlogIcon iMac | 2009.04.18 13:33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보기만해도 고즈넉하고 푸근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정말 좋으시겠습니다. 턴테이블 사진도 멋지게 잘 찍으셨는걸요~ ^^
BlogIcon 쉐아르 | 2009.04.22 02:09 신고 | PERMALINK | EDIT/DEL
감사합니다. iMac님 시스템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요... 이제는 음악을 들을려고 합니다. 자주 들러서 가르침 받겠습니다 ^^

턴테이블 사진은... 제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합니다. 요즘은 많이 안찍지만요.
BlogIcon mepay | 2009.04.18 18:4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악기에 빠져 한달 일한 봉급 전체를 투자하기도 했었는데.. 음악에 취미를 갖는건 의외로
돈이 많이 듭니다.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

언제 초대해주시면 한번 방문해 보고 싶은 멋진 방 입니다. ^^
BlogIcon 쉐아르 | 2009.04.22 02:11 신고 | PERMALINK | EDIT/DEL
와... 어떤 악기를 하셨는지 모르지만 대단히 좋아하셨나 보네요. 전 아직까지 그렇게 빠져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잔잔히 즐길려구요.

초대는 언제든지요. 저희 집에서 네시간 거리 안에만 오신다면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 정말요... ^^
BlogIcon brandon419 | 2009.04.19 22:2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멋지네요. 저도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소리에 대한 욕심은 없는 편이라 그저 mp3 로도 만족하고 있어요. 그치만 이 글을 보니까 좋은 장비를 갖추고 저렇게 아늑한 공간에서 정말로 음악을 감상(?)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네요.^^
BlogIcon 쉐아르 | 2009.04.22 02:27 신고 | PERMALINK | EDIT/DEL
오디오나 소리에 대한 욕심은 사실 음악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소리가 좋으면 플러스이긴 하지만 음악을 즐기기위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니까요. 좋은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듯이요. 이렇게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다 욕심이죠 뭐...
BlogIcon 후크 선장 | 2009.04.20 21:0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오디오 시스템보다 집을 넓혀 가시는 모습이 더 부럽습니다. 왠지 심즈의 현실화같아서요. 옆팀에 오디오 코덱팀이 있는데, 무지하게 비싼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있더군요. 그렇지만 쉐아르님네 리빙룸이 더 멋져보입니다. (게다가 스피커도 더 크군요....)
BlogIcon 쉐아르 | 2009.04.22 03:26 신고 | PERMALINK | EDIT/DEL
ㅎㅎ 엘윙님은 집에 더 관심이 가시나 보네요 ^^

제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은 사실 비싼 거는 아닙니다. 게다가 중고로 샀기에 많이 들지는 않았지요. 스피커가 크다고 비싸지도 않구요 ^^ 엘윙님 회사에 놀러가서 그 좋은 시스템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
BlogIcon 맑은독백 | 2009.04.21 17:4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AV쪽은 잘은 모릅니다만..
저도 언젠가는.. 꼭 가고 싶은 길입니다 ^^

세세한 품목이전에 부러움이 앞서네요.. :)
BlogIcon 쉐아르 | 2009.04.22 03:50 신고 | PERMALINK | EDIT/DEL
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적당히 하자는게 제 생각입니다. 너무 빠지면 여기도 바닥이 없는 곳이라서요 ^^
LoveOK | 2009.05.05 16: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우연히 실용오디오에 실린 글을 보게 되었고, 블로그에도 들어가서 글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는 못 보았지만, 여러가지가 저에게 와 닿았습니다. 실은 미국에 사신다기에 혹시 오디오에 대해 좋은 경험이나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하여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참 저는 LA근처 오렌지 카운티에 살고 잇으며, 79 학번 입니다. 학창시절 무지 좋아하던 오디오를 (당시엔 주로 팝과 가요) 30대 초반 미국에 나와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별로 가까이 하질 못 했습니다. 미국에 오자 마자 크렐에 탄노이로 시스템을 마련 햇지만, 젊은 시절 처럼 열정적으로 음악을 듣진 못 햇습니다. 작년에 저희 회사에 새로 들어온 직원이 불을 지펴서, 지금은 다시금 음악을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그 직원과 얘기를 나누려니 그동안의 오디오에 대한 것을 업데이트하게 되고, 여기 저기 인터넷을 들락 거리고, 황준씨의 책도 몇권 (3권) 사서 보고, 그러다 보니 갖고 싶은 기기도 생기고, ebay, audiogon을 기웃 거리게 되었습니다. 그러기를 수 개월 하다 보니, 실은 그 직원 보다 더 나은 정도가 되었습니다. (제 생각으로) 음악을 좋아 하는지, 소리를 좋아 하는지는 모르지만, 암튼 사무실에도 기기를 갖추고, 집에는 무려 앰프 4 세트, 스피커가 3조나 되 버렸습니다. 이른바 명기라는 것을 눈독 들이고 있다가, ebay나 audiogon에 나오면... 이제 거의 중독이 되엇습니다. 출근하면 이베이부터 들여다 보고, 사는게 있으니, 팔게도 되고.
몇달의 방황에 이제 종착역을 찾아야 할 까 합니다. 암튼 동부에 사신다니 조금은 아쉽네요. 참 저도 사진 좋아 합니다. 자주 출사는 못 하지만, 아끼던 필카가 이베이에서 헐값에 거래 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에 필름을 끼워 아직도 24장을 다 채우질 못 했네요. 물론 렌즈를 같이 쓸 수 있다기에 디카를 같은 메이커로 질렀지만. 필름의 정성과 기다리는 설레임없이 마구 찍어 대는 디카는 영 재미가 없네요.
쓰다 보니 횡설수설 말이 많아 졌네여. 그럼 좋은 글 기대 합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5.07 05:41 신고 | PERMALINK | EDIT/DEL
감사합니다. 앰프 4세트, 스피커 3조 게다가 다시 시작을 크렐에 탄노이로 하셨다니... 엄청난 재력가이신 것 같습니다 ^^

저도 한동안 ebay, audiogon, craigslist를 하루에도 몇번씩 열어보고 어디 괜찮고 싼 물건 없나 뒤지고 다녔습니다. 이제는 정리하는 단계이구요. LP를 어떻게 디지탈로 바꿀까 한참 고민을 했었습니다. CD-Recorder와 PC를 이용한 두가지 방법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게 결정되면 당분간 업그레이드는 안할 생각입니다 ^^

사진도 좋아하신다니 정말 가까운데 계셨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오렌지카운티에 누나가 살아서 가끔 가볼 일이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서부는 어떤 때는 오히려 한국보다도 먼 것 같습니다.

필름에 관심이 있으시면 www.voigtclub.com에 한번 들어가 보세요. 다른 사람들이 찍은 필름 사진들을 보다 보면 의욕이 막 생길 수도 있거든요 ^^

좋은 글 기대하신다니... 열심히 써야겠습니다. 블로그가 없으신가 보네요. 혹시 초대장 필요하시면 이야기해주세요 ^^
BlogIcon 시크릿페이퍼 | 2009.05.19 09:57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정도 시스템이면 누가 와도 반하겠는걸요 +_+
부럽습니다 ~~
BlogIcon 쉐아르 | 2009.05.20 14:03 신고 | PERMALINK | EDIT/DEL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나름대로 고심해서 선택한 것들입니다...만 벌써 바꿈질의 충동이 있다지요. 장비병은 정말 불치병입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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