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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8. 22. 01:00
80년의 오월 어느날... 잠결에 일어난 나는 누나와 어머니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광주는 아주 피바다래... 사람들이 죽고 아주 눈 뜨고 못 봐준데..." 죽어서도 "공산당이 싫어요"하고 외쳤던 이승복의 용기를 부러워하던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이게 바로 유언비어구나...

그로부터 4년후 고등학생이였던 나는 어느 책에서 광주사태에 대한 글을 보았습니다. 제 기억으로 그 책은 조갑제가 쓴 "민중은 없다"라는 책이였습니다. 아이러니하지요? 그래서 한참동안 조갑제는 저에게 민주언론인으로 기억되었습니다.

자세하지는 않았지만 그 책에 광주사태의 전말이 나왔었고, 광주 사람들이 빨갱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제 친구는 열변을 토하면서 이야기하더군요. "왜 한국 사람들은 정부가 하는 말을 못 믿는거지?" "이러니까 유언비어가 없어지지 않는거야"

그리고 86년 대학에 들어가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보았습니다. 소위 "넘어 넘어"로 불리우던 당시 대학생들의 필독서였지요. 그리고 알았습니다. 광주가 무엇이였는지. 그리고 정권을 위해서 자신의 동족에게 총을 겨누었던 그 자가 나라의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것을요. 믿겨지지 않았지만 그것은 이 나라의 처참한 현실이였습니다. 그 현실은 저 같은 주변인조차도 마음 한구석에 고난 받는 사람들에 대한 짓누르는 부담을 안고 살아가게 만들었습니다. 때때로 나가서 돌도 던지게 하구요.

그리고 2007년... 광주의 그 날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20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였습니다. 그만큼 세상이 변한 것이겠지요.

저는 이 영화가 고맙습니다. 이 영화는 시대의 아픔을 눈 앞에 보여주며, 그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 이런 일이 있었음을 광주에 대해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젊은 세대들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저 하루 하루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며 살아가는 저에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그 사건을 기억만 하는 것으로, 그저 역사적 사실로 인식하는 것만으로 끝내서는 안되겠지요. 그 아픔이 왜 일어났는지, 사람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강자의 폭력에 의해 약자들의 행복이 어떻게 부서질 수 있는지 알아야합니다.

지금 세상은 확실히 80년과는 다릅니다. 눈에 보이는 폭력은 더 이상 없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살기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때와는 다른 모양의 폭력이 존재하는 것 같거든요. 아마도 가장 큰 것은 자본을 통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그 힘은 지금도 80년 5월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을, 그보다 더 비참하게 만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랜드의 자본논리에 밀려나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아줌마들, 돈을 벌기 위해 오늘도 하루에 여러명의 남자들을 상대해야하는 여자들, 대리를 마치고 택시비 아까워 걸어서 집에 돌아가는 나약한 가장들...

힘이 있는 사람이 사람에 대한 귀중함을 모르고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 할 때 한없이 악해질 수 있다는 것을 "화려한 휴가"는, 아니 역사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두가 웃는 가운데 "신애" 혼자만 굳어 있는 마지막 장면... 그것은 살아있음이 오히려 죽음보다 못할 수도 있는 지금도 약자라는 이름으로 고통받은 우리 주위의 이웃의 모습일 수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