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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4 14:14

나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머리속이 복잡하기에 몸이라도 편히 놔두고 싶어서랄까? 운동하리라 매일 결심해도 그저 결심만으로 끝나고 난다. 그런데 병이 나버렸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아니 내가 과연 움직이고는 있는지 몸을 사용하여 현재형으로 확인하고픈 욕망이 생겨버렸다. 물집이 생기고, 온 몸이 쑤시더라도 까미노를 따라 '순례'의 길을 걸어가면 내가 '더' 살아있을 것 같다. 지금 내 관심과 힘을 요구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몇달 떠났다 오면 더 행복해질 것 같다.  삶이 정리가 될 것 같다. 가능하다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 <나의 산티아고>가 가지고 온 부작용이다.

이  책은 '툭하면 넘어지면서도 오래 걷기와 등산을 좋아하는' 저자가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산티아고까지의 800킬로미터의 '카미노'를 34일간 걸어가며 만났던 사람들과 생각들의 기록이다. 출발하기 전 가졌던 '왜'라는 의문, 순례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걱정, 까미노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준 뜻하지 않은 도움들, 서서히 '무정형의 공동체에 합류'하는 과정, 한 방향을 가고 있기에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그 모든 나날을 통해 보게되는 자신에 대한 고백.

아름다운 '살아있음'의 기록 때문인가. 책을 읽으며 까미노 근처에 가보지도 않은 내가 여행을 같이하는 느낌을 받았다. 서서히 바뀌어 가는 애런의 모습에 흐믓해하고, 다른 이를 탓하기보다 아름다움을 택한 일마즈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수호천사' 같이 푸근한 조와 조지가 보기 좋았고, '예슨을 눈 앞에 두고도 별로 산 것 같지 않다'는 신디가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빌어주었다. 남동생의 사진을 뭍고 혼자 걸어가는 장면에서는 나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다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진실된 마음을 담은 스토리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

무엇보다 마음을 움직인 것은 '산티아고'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닌 '카미노' 위의 현재로서의 삶이다. '산티아고의 순례자'가 아닌 '카미노의 순례자'가 되는 것이다. 순례를 마친다 하더라도 '지금의 나 자신으로부터 얼마나 달라지겠느냐'마는 그래도 한번 '과정을 사는 삶'을 살아 보고 싶다. '무엇을' 하는 것에서 떠나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집중하고 싶다. '사소한 일에도 금방 감동할' 수 있도록 까미노를 걸으며 '죽은 감각을 깨우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순례자들에게는 '카미노를 떠난 뒤부터, 마법의 주문이 풀려버린 뒤부터 진짜 순례'가 시작되듯이 카미노에 가지 못함을 두고 두고 한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카미노는 아니더라도 나는 지금 나의 길을 가고 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내가 지나온,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길이 내 '순례'의 길이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상상으로 내가 아는 길의 선물을 더 이상 망칠'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 가는 길에 충실해야지. 어느날 카미노를 걸으며 지금 걸어가는 이 길을 회상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만약 가게 된다면 가족들을 다 데리고 가고 싶다. 아이들이 안된다면 아내와 둘 만이라도 가고 싶다.

이 책은 내 블로그 생활의 열매 같다. 블로그 이웃분인 산나님이 쓰신 책이다. 평소 느꼈던 것이지만 산나님은 글을 너무 잘 쓰신다. 책을 받고 앞부분 세 페이지를 읽고는 읽고 있던 책들을 끝내기 위해 억지로 덮었다. 다시 책을 펼쳤을 때는 마치기까지 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역시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참으로 고마운 분이 이 책을 선물해 주셨다. 얼굴 한번 보지 못했지만, 친구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통하는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 이웃이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하나의 커다란 길이라면, 온라인이라도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느끼는 연대감이 '카미노 순례자'들간의 그것보다 못하리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같은 방향으로, 서로 위하며 나아간다면 결국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리적인 만남은 없더라도 생각하면 푸근한 사람들을 알게되어 참 기분이 좋다. 그들이 바로 가상의 카미노 위에서 만나는 가상의 동반자들이라고 한다면 나 혼자 너무 앞서나가는 걸까? ^^


BlogIcon inuit | 2009.06.24 22:4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역시 재미나게 읽으셨군요. ^^

말씀처럼 카미노는 현실에도 있다고 봅니다.
서로 돕고 이해하고 이야기나누며 가는 온라인 순례.. 참 와닿는 표현입니다.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6.25 01:05 신고 | PERMALINK | EDIT/DEL
네. inuit님 덕분에 정말 재미있게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

어디에나 카미노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길을 어떤 마음으로 가느냐가 중요하겠지요. 저도 같은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
BlogIcon 유정식 | 2009.06.25 00:06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산나님의 이야기도 절절했는데, 쉐아르님의 서평 또한 가슴 절절합니다.
저도 그 책 때문에 산티아고에 가고픈 '부작용'에 시달렸지요. ^^
꼭 한번 가보고 싶군요.
저도 쉐아르님과 온라인 순례를 함께 하는 동무인가요? ^^
BlogIcon 쉐아르 | 2009.06.25 01:07 신고 | PERMALINK | EDIT/DEL
절절했나요? ^^ 책을 내려놓자 마자 서평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받은 느낌이 사그러지지 않도록이요. 그래서 그런가 봅니다.

네. 저도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어디든 오래 걸어가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하는 이 길이니 걸어가기에는 안성마춤일듯 합니다.

유정식님도 동반자이시지요 ^^ 항상 좋은 가르침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BlogIcon 맑은독백 | 2009.06.25 10:4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쉐아르님도 읽으셨군요...
전 큐에 쌓아두곤 아직 읽질 못했습니다.
쉐아르님 서평 읽고, priority를 조정해야겠습니다...
안그래도 요즘 여행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는데.. 불난집에 기름을 부우셨어요..

잘 읽고 설레이는 맘으로 떠납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6.25 12:45 신고 | PERMALINK | EDIT/DEL
순위를 조금 높이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 깊지만 또 쉽게 읽힙니다. 금방 읽으실 겁니다.

저는 집을 떠나 있는 시간이 많이 있었기에 여행에 대한 갈망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카미노는 가보고 싶습니다.
BlogIcon brandon419 | 2009.06.25 22:03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산티아고... 얼마전 읽은 책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었는데... 저도 한번 꼭 읽어보고 싶네요.
온라인상에서의 만남에 대해서는 사실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6.30 03:55 신고 | PERMALINK | EDIT/DEL
한번 읽어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온라인상에서의 만남도 경우마다 틀린 것 같습니다. 물론 오프라인의 만남이 아예 없다면 분명 한계가 있겠지만요...
BlogIcon ring | 2009.06.26 04: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해 주신것 감사 드립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6.30 04:00 신고 | PERMALINK | EDIT/DEL
이 책은 별 다섯개로도 사실 부족합니다 ^^
BlogIcon sanna | 2009.06.27 00:2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쉐아르님 리뷰를 읽으니 가슴이 뻐근해지네요. 너무나 황공하고 고맙습니다.
온라인 순례...저도 공감합니다.
이렇게 온라인으로 만난 낯선 분들이 친숙한 길벗처럼 느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감사합니다.
저도 쉐아르님 책 리뷰를 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ㅎㅎ
BlogIcon 쉐아르 | 2009.06.30 04:02 신고 | PERMALINK | EDIT/DEL
산나님 책에 누가 되지 않았나 걱정이 됩니다. 좋은 책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원래는 산나님에 대해 표현할 때 좀더 친숙한 표현을 썼는데, 음... 그건 저혼자 생각같기도 해서 그냥 이웃이라는 건조한 표현을 썼습니다. (저 원래 소심남 ㅡ.ㅡ)

음... 제 책은 나오더라도 안보여드릴겁니다. 너무 비교되잖아요 ㅡ.ㅡ
BlogIcon 토댁 | 2009.06.29 16:2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쉐아르님^^ 토댁입니다.

아직 옆에 끼고 있는 산나님 책입니다.
약 10여 페이지 남았나 봅니다.
얼마남지 않으니 잭장 덮기가 아까워서 일까요, 진도를 못 나가고 있답니다.
그래도 오늘은 마기박을 남기지 샆습니다.^^

꼭 한 편의 책을 더 읽는 기분입니다.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저도 글 좀 잘 써보고 싶어집니다요...^^;;
BlogIcon 쉐아르 | 2009.06.30 04:19 신고 | PERMALINK | EDIT/DEL
안녕하세요. 책장 덮기가 아까워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으면서도 또 중간에 멈추기도 힘든 책이지요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미 글 잘 쓰시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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