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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 11. 30. 23:50
헬라어에는 시간을 뜻하는 두개의 단어가 있습니다.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입니다.

크로노스는 자연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말합니다. 해가 뜨고 해가 지면 하루가 지나고,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한바퀴 돌고 나면 일년이 지나갑니다. 지나간 인류의 역사도 크로노스의 시간입니다. 나니아 연대기에서 쓰인 연대기라는 말의 크로니클(Chronicle)이 크로노스에서 유래되었지요.

크로노스의 시간에 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최근에 회사일이 너무 정신없이 돌아가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인도에 도착하고 포스팅을 한 이후에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와있구요. 3주의 시간은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 버렸습니다.

그렇게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카이로스입니다. 카이로스는 특정한 시간을 말합니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간이고,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이루는 시간입니다. 크로노스가 타자의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나의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3주 많은 일이 있었네요. 사명감에 불타 두세시간씩 자면서 밥까지 굶어가며 일을 하기도 한 반면, 조직의 최고 책임자를 비롯 주위의 가깝다 생각했던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모두 거두어 들여야 하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면 즐거운 카이로스의 시간도 있었고, 돌아보기 싫은 카이로스의 시간도 있습니다.

미카엘 엔데는 모모에서 '진정한 시간은 시계로 잴 수 없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크로노스와는 다르지요.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크로노스가 될 수도 있고 카이로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근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 너무 쉽습니다. 모든 시간이 내 하기 나름인 것처럼 되어버리지요. 그런데 실제 그렇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나에게 기억하기 싫은 카이로스의 시간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mariner님이 트랙백을 남겨주셨든 내 시간의 의미를 내가 정의하지 않는다면 남이 그 의미를 정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방법은 그 의미를 내가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다시 일곱가지 습관의 첫번째로 돌아가는군요.

크로노스의 시간은 누가 뭐래도 흘러갑니다.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리고 그 의미를 내가 부여하는 것. 그것이 진정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아가는 방법일 것입니다. 24시간을 흘려 버리는 것이 아니라 24시간을 붙잡는 것. 누구나 원하는 것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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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이승환 | 2008.12.01 12:21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음... 왠지 부럽습니다. 요즘 매일 11시 넘어 일어나는 카이로스 제로의 삶인지라 ㅜ_ㅜ
BlogIcon 쉐아르 | 2008.12.01 16:54 신고 | PERMALINK | EDIT/DEL
이거... 제가 이 상황에서 '부러워요' 하면 안될 분위기인가요? ^^;;
BlogIcon mariner | 2008.12.01 20:16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제글을 언급해주시니 부끄럽습니다. ㅜㅜ
토요일과 월급날만 바라보고 지내니 돌이켜보면 올해 크로노스 시간의 시침이 정말 빨리 돌았던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프랭클린 ceo플래너를 다시 구입했습니다. 일곱가지 습관도 올해가 가기전에 다시 읽어볼 생각이구요. 말씀대로 진정 카이로스의 시간, 24시간을 붙잡아야 겠어요.!
BlogIcon 쉐아르 | 2008.12.02 15:29 신고 | PERMALINK | EDIT/DEL
맞아요. 어느새 올해의 마지막 달이 되어 버렸습니다 ㅡ.ㅡ

남은 시간만이라도 의미있게 지내고자 애를 쓰고 있는데, 결과는 올 한해를 다 보내봐야 알 수 있겠지요. 그러고 보니 저도 내년을 위한 속지를 구입해야될 때가 되었네요. 요즘은 아웃룩과 블랙베리로 일정및 태스크 관리를 하다보니 일별/주별로 되어 있는 속지는 필요없기에 내년에는 그냥 노트용으로 사용할 속지만 채워볼까 합니다.
BlogIcon 엘윙 | 2008.12.03 21:1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지요. 뭐가 됐든 흘러간다는 점에서 -_ㅜ
아악! 저는 내년에 드디어!! 서른이 됩니다. 전철에서 그냥 보내는 시간, 버스기다리면서 보내는 시간..멍하게 앉아있는 시간들이 아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8.12.05 15:30 신고 | PERMALINK | EDIT/DEL
맞아요. 어찌되었든 시간은 흘러가지요. 그게 좋을 때도 있지만, 안좋을 때가 더 많은 듯 합니다.

내년에 서른이 되신다구요? 에게... 겨우 서른이시네요 ^^;; ㅎㅎ 스물에서 서른, 서른에서 마흔 그렇게 넘어갈 때 갑자가 시간이 팍 가는 느낌이 들지요.

엘윙님은 시간을 참 알차게 보내실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아까운 시간 잘 쓰면서 살자구요 ^^
BlogIcon brandon419 | 2008.12.11 06:07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처음 두 시간 개념의 차이를 알게 됐을 때 마치 대단한 진리를 알게 된 것처럼 들떴었는데, 앞으로는 다시금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처럼 설쳐 댔는데 역시 시간(?)이 또 지나자 망각하며 살게 되더군요. 관성과 습성과 타성을 이겨내려면 끊임없이 나가서 무릎꿇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에요, 적어도 제게는요...
BlogIcon 쉐아르 | 2008.12.14 01:18 신고 | PERMALINK | EDIT/DEL
그러게요. 저도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맘에 다가오는게 참 컸습니다. 그런데 긴장을 늦추기만 하면 바로 크로노스의 삶을 살게 되더군요. 참 인간의 힘으로 안되는게 많습니다.
BlogIcon Read&Lead | 2008.12.11 09:4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쉐아르님의 글을 읽으면서 큰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누리는 크로노스적인 수명은 그야말로 물리적인 수치에 불과한 것이고, 제가 무엇인가에 주목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카이로스적인 시간이 결국 저의 실질적인 수명이고 제가 이 세상에 기여하는 가치의 합이라는...

귀한 글 정말 감사합니다. ^^
BlogIcon 쉐아르 | 2008.12.14 01:21 신고 | PERMALINK | EDIT/DEL
buckshot님이 정리를 참 잘 해주셨네요 ^^

불교에서 그랬나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쉴 숨의 갯수는 정해졌다구요. 그 숨 하나하나를 어떤 의미로 쉬느냐가 결국 삶의 질을 결정한다 생각합니다. 에구... 이 글을 쓰면서 벌써 백번은 쉬었을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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