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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고양이'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08.09 00:06
2003년 여름이었습니다. 가족들을 한국에 보내놓고 두달 가까이 혼자 지낸 적이 있었지요. '그와 그녀의 만남'을 이때 썼습니다. 그런데 그때 쓴 글이 더 있습니다 ^^

'옥탑방 고양이'라는 드라마를 기억하시나요? 혼자 있음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우연히 시작했는데 이틀 합쳐 네시간 미만의 수면으로 버티며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ㅡ.ㅡ

드라마가 끝나고 재미삼아 끄적인 글을 시청자게시판에 올렸습니다. 어떤 분이 그걸 보고 다음에 있는 카페에 저를 초대해주었습니다. 지금은 닉네임도 잊어버렸지만, 옥고의 다음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있게 써주시던 분이 이미 글을 연재하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그 곳에 외전이라는 형태로 몇개의 글을 썼습니다. 원작의 허술한 부분을 짜맞추는 것이 꽤 재미가 있더군요. 이 글은 정은이 공항에서 경민이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던 순간부터 시작합니다. 싸우고 헤어진 정은이 어떻게 경민을 계속 잊지 않을 수 있었을까에 대한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달아보고 싶었습니다.

옥고 매니아가 아니라면 중간에 이해가 안가는 장면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좀 유치하긴 합니다 ^^;; 그래도 이 글을 쓸 때는 참 즐거웠습니다. 흩어진 실타래를 여기저기 연결하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깨달았던 계기도 되었구요.

====================

##### 1. 공항

동준을 따라 걸어가는 정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아 뒤를 몇번 돌아다 본다...

동준: 정은씨. 왜 그래요? 뭐 두고 왔어요?

정은: (동준에게) 저 실장님... 아까 혹시...

동준: 예? 아까 뭐요?

정은: 아니예요... 누가 제 이름을 부른 것 같아서요...

동준: 저는 못 들었는데요... 다시 한번 가볼까요?

정은: ... 아니예요. 제가 잘못 들었을 거예요. (마음을 다잡으며) 실장님. 이러다 늦겠어요. 어서 가죠...

앞서서 걸어가는 정은이... 경민 생각이 나지만... 잊어버릴려고 애쓰며 그냥 말없이 걸어간다... 아직도 정은을 찾아다니는 경민의 모습이 오버랩... 외로워 보이는 정은의 뒷모습을 보며 말없이 따라가는 동준


##### 2. 비행기 안

정은 창가에 앉아 있고, 동준 옆에 앉아 있다. 아무 말 없이 창 밖만 쳐다보는 정은. 스튜어디스가 다가 와서 마실 것을 권한다.

동준: 정은씨. 마실 거 한잔 하세요.

정은: (웃음을 되찾고..) 예. 감사합니다... 야 남정은 출세했네요. 비행기도 다 타보고. 저 비행기 안에 처음 들어와 보거든요. (웃으면서 여기저기 구경을 한다.) 비행기가 이렇게 생겼구나.

동준: 마음 편하게 있어요... 한참 가야돼요... 아마 나중엔 지겨울걸요?

정은: 네 알았어요. (웃음)

기분 좋아하는 정은을 보며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동준... 비행기 출발한다는 기장의 방송이 있고... 비행기 서서히 움직인다...

정은: 실장님. 이제 비행기 출발하나봐요.

동준: 그런가보죠. 한동안 못 볼텐데 창 밖으로 한국의 모습 실컷 보세요...

정은: (웃으며) 네 실장님...

정은. 창문으로 고개 돌리고 ... 이제 한국을 떠나고 경민과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침울해진다. 바깥 경치를 보다가... 멀리 보이는 건물에 난간에 기대어 하늘을 쳐다보는 경민을 본다.

정은: (경민인 것 같아...) 경민? (멀어서 확실하지 않다...)

비행기 이륙하고... 이제 보이지도 않는 건물이지만 그 방향에서 눈을 때지 못하는 정은.

정은: (계속 창문쪽으로 향하고) 경민아... 미안해. (회상 장면: 마지막 회 까페에서 정은에게 가지 말라고 하는 경민의 모습) ... 정말 미안해 경민아.

동준: ... (정은이 우는 것을 알지만 모르는 척 잡지를 꺼내서 보기 시작)

비행기 이제 완전히 이륙해서 하늘로 사라진다.


##### 3. 비행기 안

수면시간... 어두운 상태에서 정은 울다가 잠든 모습... 동준 그런 정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흘러 내린 이불을 덮어주고...


##### 4. 아직 비행기 안

식사 시간... 아무 말 없이 식사를 하는 두 사람

정은: 죄송해요 실장님. 아까는 제가...

동준: ... 아니예요. 제 앞에서는 정은씨 감정 숨기실 필요 없다고 그랬잖아요. 마음 가는데로 하라구.

정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죄송해요 실장님... 제가 처음으로 한국을 떠난다고 하니까 마음이 들떴나봐요.

동준: 또 죄송... 아니 뭘 그렇게 죄송할게 많아요? (놀리며)

정은: (웃음) 하... 또 그랬네요... 버릇인가 보죠 뭐...

한시간 있으면 내린다는 기장의 방송이 있다...

동준: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지겹지 않았어요?

정은: 아니요? 지겹긴요. 전 재미있던데요? 오랜만에 편안히 생각도 할 수 있고... 가만히 있으면 맛있는 음식 가져다 주고...

동준: 정은씨는 모든 일을 다 긍정적으로 봐서 참 마음에 들어요. 그거 쉬운거 아닌데...

정은: (웃음) 그런가요? 왠 일이예요. 실장님이 칭찬도 다하고...

동준: (웃는 정은의 모습을 보며 따라 웃고)


##### 5. 영국 공항 앞

정은 동준과 함께... 이제는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 모든 것을 신기한 듯 구경한다.

동준: 정은씨 어때요. 외국에 나온 느낌이.

정은: 모든게 신기해요... 이렇게 외국인을 많이 보는 거는 영화 볼 때나 있는 일인데... 꼭 제가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아요.

동준: 그렇죠? 저도 처음에 외국 나올 때 그런 느낌 받았어요.

정은: 실장님두요... 헤 전 제가 촌스러워서 그런 줄 알았는데...

동준: 아니예요... 처음에는 다 그렇게 느낄 걸요.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근데 며칠 지나면 금방 익숙해져요.

정은: 정말 딴 세상에 온 것 같아요. 꿈꾸는 것 같기도 하고...

동준: 맞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힘들면 외국에 나가고 싶어하나 봐요... 전에 일은 잊고 새로 시작하고 싶어서...
정은: (동준 방금 말에 뭔가 느낀듯... 화제를 바꾸는 정은) 실장님... 이제 뭐 해야 돼요? 숙소엔 어떻게 가죠?

동준: 기다려 봐요. 회사에서 누가 나올거예요... 저도 아직 여기서는 운전하기가 뭐해서요. 사람이 나오기로 했어요.

정은: 왜요? 여기서는 운전 안하세요?

동준: 여기는 차가 왼쪽 차선으로 가잖아요. 저도 여기서 운전하는 거는 익숙하지 않아요.

정은: 아 참 그렇지. 깜박 했네요... 영국이랑 일본은 방향이 반대죠?

동준: (놀리며) 정은씨가 왠 일이예요? 전 정은씨는 그 정도 상식을 줄줄 꿰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정은씨도 상식 좀 더 늘려야겠네요... 그래야 좋은 광고를 만들죠.

정은: (힐겨보며) 실장님~ 지금 저한테 복수하시는 거죠...

동준: 알았어요... 하... 미안. 미안...

정은: 실장님. 두고 봐요~~ ... 근데 실장님 운전 안하면 우리 어디 놀러가지도 못하겠네요?

동준: 왜요... 놀러가고 싶으세요? 우린 일 하러 온건데 (또 농담)

정은: 당연하죠. 처음으로 외국 나온 건데 일만 하다 가면 억울하잖아요... (시무룩)

동준: 걱정말아요... 여기도 전철, 버스 다 있어요. 저 여기 친구도 있구요. 또 지내다 보면 여기 운전하는 것도 익숙해 지겠지요.

정은: 맞아. 실장님 여기 친구 있다는 것 기억나네요... 우리 실장님은 국제적이시니까...

동준: 어 저기 회사 사람 왔나봐요... 우리 가죠.

정은: 예 실장님...

두 사람 차를 타고 숙소로 출발


##### 6. 숙소.

조금은 어두운 복도. 정은과 동준의 방은 바로 옆에 붙어 있다.

동준: 여기가 제 방이구요. 바로 옆에 여기가 정은씨 방이예요.

정은: 잘 됐네요... 저녁 때 같이 밥도 해먹고 할 수 있겠네요.

동준: 왜요... 음식 해먹을려구요?

정은: 그럼요. 굳이 나가서 사 먹을 필요 있나요. 여기 요리도 할 수 있다면서요. 근데 음식 재료는 어떻게 사나? 실장님의 샤브샤브도 먹고 싶은데...

동준: 여기서도 왠만한 건 다 살 수 있어요... 하여간 정은씨는 참 알뜰해요.

정은: 알뜰한 것 빼면 저한테 뭐 볼게 있나요... (웃음)

동준: 알았어요. 그러면 방에 들어가서 짐 풀고 좀 쉬고 있어요. 저 회사에 전화 좀 하고 어디 저녁 먹으러 가죠...

정은: 예 그럼 이따가 뵈요. (각자 방에 들어간다...)


##### 7. 정은방

방에는 침대. 책상. 티비 등이 놓여있다. 가방은 내려놓은 정은... 침대에 걸터 앉아 방안을 구경하는데. 방안에 혼자 있다는 것에 쓸쓸함을 느끼는 정은. 자기가 내려놓은 가방에 눈길이 멎는다.

경민: (회상 장면) 나 진짜, 짐을 하도 풀었다 쌌다 하니까 이제 아주 도가 텃어요... 이거 싸는데 5분도 안 걸렸어... 쌀 때 마다 기록갱신이야...

정은: (눈에 눈물 고이며... 하지만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야 남정은 너 바보같이 왜 이래... 경민이 같은 거 이제 잊어버리자고 했잖아... 왜 잊어버리지 못해... 왜... (끝내 터뜨리는 울음) 이제 그만 잊어버려... 이제 그만...

비어있는 방에서 계속 울고 있는 정은... 옥탑방 안에 혼자 앉아 있는 경민의 장면이 오버랩된다.


##### 8. 식당

오늘도 역시 ^^;;; 동준과 정은은 같이 식사를 하고 있다... 정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난 기분 좋은 표정...

동준: 여기 음식 어때요. 제가 좋아하는 식당인데요..

정은: 예 맛있네요.

동준: 여기 분위기가 참 좋지요... 전에 한번 와보고 꼭 한번 다시 와보고 싶었어요.

정은: 그래요? 그럼 소원 풀으셨네요...

동준: 소원이요? 글쎄요... 소원이 풀린건지 모르겠어요...

정은: 왜요? 다시 오셨으면 된 것 아닌가요?

동준: 꼭 한번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한번 와 보고 싶었어요... 정은씨랑 왔으니까 원대로 되긴 됐는데... 어째 더 마음이 허전해지는 건 왜죠?

정은: (조금 놀람) 실장님...

동준: 미안해요. 저... 정은씨한테 부담 주기 싫어서... 이런 이야기 안할려구 했는데. 어떻게 해버렸네요.

정은: 실장님... 그런 건 아니구요...

동준: 저 정은씨 마음 편하지 않다는 알아요... 아직 경민씨 생각한다는 것두요... 하지만... 가끔은 고개를 돌려서 정은씨를 바라보는 제가 있다는 것도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한참 동안 말을 못하는 두 사람...

정은: 실장님... 제 마음이 아직 정리가 안되서요...

동준: (정은의 말을 끊으며) 미안해요... 제가 괜히 좋던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네요... 우리 이러지 말고 나가죠? 여기 밤거리가 분위기가 아주 좋아요...

정은: 예... (따라 일어서는 정은)


##### 9. 밤거리

밤거리를 걷는 동준, 정은

동준: 정은씨 아까는 미안했어요. 안 그래도 정은씨 여러가지로 복잡할텐데... 괜히 더 부담을 준 것 같네요.

정은: ... 저 실장님. 저 실장님한테 맨날 죄송해요... 항상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동준: 그냥 죄송한 감정 뿐인가요? (전보다 적극적인 동준)

정은: 예?

동준: 아... 아니예요 됐어요. 정은씨. 아까 제가 한 말 잊어버리세요.

정은: ... 실장님

동준: 제가 한 말 신경쓰지 말고... 그냥 전처럼 편하게 지내요.

정은: ... 실장님은 참 바다 같으세요. 다 품어주는...

동준: 바다요... 바다라... 듣기 좋네요. 제가 정말 바다 같았으면 좋겠어요... 정은씨 다 품어줄 수 있게.

말없이 몇 발자욱 걷고.

정은: 실장님. 저 떠나오기 전에 아빠한테 약속 했어요. 저 딴 생각 안하고 열심히 공부만 하겠다구요.

동준: 그래요...

정은: 저... 그래서 이제 경민이 생각도 안할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동준: ... 그게 쉽지는 않을텐데요.

정은: 알아요... 하지만 저 여기있는 동안 정말 열심히 할 거예요. 딴 생각 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할 거예요.

동준: 그래요. 정은씨는 잘 해낼 거예요. 나 정은씨 믿어요.

정은: 고마와요. 실장님. 그래서 이야기인데요. 실장님도 경민이 이야기 제 앞에서 안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뭐 일부러 하실리야 없지만 혹시라두요.

동준: 알았어요. 정은씨 결심이 참 무섭네요... 그래요. 열심히 해요. 저 정은씨한테 직장 상사로서 기대가 커요...

정은: 네. 실장님. 저 정말 열심히 할 거예요.


##### 10, 숙소

동준: 이제 내일부터 본격적인 연수의 시작이예요... 정은씨 이제 내일부터 힘들어질테니까 오늘 푹 쉬어요...

정은: 네 실장님도요...

동준: 그리고 내일 아침 7시에 밑에서 보죠. 어디가서 아침이라도 먹고 회사 가아죠.

정은: 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 11. 정은방

불을 켜고 문에 서서 비어있는 방안을 쳐다보는 정은. 결심과는 달리 계속 경민이 생각나고. 자리에 털석 주저앉아... 눈물 흘리는 정은...


##### 12. 정은방 베란다

베란다에서 바깥 경치를 보며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정은...

정은: 그래... 여기까지 왔으니까... 딴 생각 하지말고 열심히 하자... 너 이렇게 바보처럼 굴려고 경민이 떠난 것 아니잖아...

말은 그렇게 하지만... 계속 눈물 흘리고 있는 정은... 이때 동준도 바람을 쐬러 옆의 베란다로 나오고... 동준과 얼굴 마주친 정은 얼굴 돌리며 방으로 들어간다. 상황을 짐작한 동준... 씁슬한 표정으로 베란다에 그대로 서서 경치를 보고 있다...


##### 13. 여기 저기

공부하는 정은의 모습... 동준과 식사하면서 즐겁게 웃는 모습... 길거리에서 동준과 걸어가는 모습...

동준: 정은씨. 여기온지 세달밖에 안됐는데 참 빨리 적응을 잘 하네요.

정은: 그럼요... 이젠 영화보는 것 같지도 않구요. 외국인들 만나도 '하이' 정도는 할 수 있어요... (웃음)

동준: 참 대단해요. 정은씨는. (웃음) 우리 이번 주말에는 어디 놀러갈까요?

정은: 정말요? 좋죠. 우리 이번에는 좀 멀리 가죠. 맨날 이 근처만 봤잖아요...

즐겁게 웃는 정은... 하지만... 정은과 동준 옆으로 다정하게 토닥거리며 지나가는 커플... 그 커플을 쳐다보는 정은이의 표정이 좀 침울해진다. 이를 쓸쓸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동준...


##### 14. 정은방

정은 책상에 앉아 한국에 전화를 걸고 있다.

정은: 엄마? 저예요 정은이... 잘 계시죠?

순덕: 아유. 얘는 전화 좀 자주 하고 그래라... 넌 엄마 아버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지도 않니?

정은: 안 궁금하긴요... 궁금하죠. 국제전화다 보니 자주 못하는 거죠... 알았어요. 자주 걸게요...

순덕: 어떻게 너는 잘 지내니? 밥은 잘 챙겨먹고?

정은: 네. 그럼요. 이제 여기 생활에 많이 적응되었어요.

순덕: 그래야지... 얘 그 실장은 잘 있니? 너 실장이랑 잘 지내는 거지?

정은: 실장님이야 잘 있지요... 엄마 넘겨짚지 마세요... 저 여기 공부하러 온 거예요...

순덕: 그야 알지... 하지만 난 너랑 그 실장이랑 잘 되었으면 좋겠다...

정은: 저희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요.

순덕: 그런 사이 아니긴... 사귀겠다고 인사까지 와 놓구서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그런 일 없더라도 그렇지 이것아... 몇년 동안 둘이서 객지에서 같이 지내면 없던 정도 생기겠다... 너 그 실장이 그렇게 잘해주는데 딴 생각하지 말고 너두 잘해... 알았어?

정은: 엄마는... 제발 그만 하세요.

순덕: 으이그... 알았어... 내 더 말 안하마.

정은: (긴장된 목소리) 근데 엄마 혹시 저한테 연락 온 것 없었어요? 누가 찾아온다던가...

순덕: 없었는데... 왜 너 경민이라도 찾아왔을까봐 그러지.

정은: 아니요. 제가 걔를 왜요... 올 때 고등학교 친구들한테 연락을 다 못하고 와서 그렇죠...

순덕: 너 맘 내가 모를줄 알어? 경민이고 너 친구고... 너 찾아온 사람도 없고 전화한 사람도 없어... 너 찾지도 않는 경민이는 그만 잊어버리고 그 실장한테나 잘 하라니까...

정은: (오히려 짜증을 내며) 엄만 내가 경민이 언제 찾았다고 그래요... 알았어요. 나중에 또 전화할께요...

전화끊는 정은. 약간은 어두운 방안이 오늘 따라 굉장히 쓸쓸해 보인다... 한참 생각하던 정은 책상 서랍에서 반지함을 꺼내 그 안에 있는 경민의 커플링을 쳐다본다...

정은: 경민이 이 나쁜 놈아... 바보 같은 놈... 그지... 날라리... 야 이경민... 이 바보야...  나 찾고 싶지도 않아? 나 여기 있는데... 여기와서 너 생각 잊은 적 한 번도 없는데... 넌 나를 찾지도 않는거니? 벌써 포기한 거야? 벌써 날 잊은거냐구... (끝내 눈물을 흘리는 정은)


##### 15. 길거리 카페

카페에서 동준과 정은 차를 마시고 있다.

동준: 정은씨. 한국 음식 먹고 싶지 않아요?

정은: 당연하죠. 왜요? 한국 식당 가시게요.

동준: 아니요... 식당 음식 말고 집에서 만든 한국 음식 먹으러 가게요...

정은: 정말요? 와 신나라? 어딘데요?

동준: 이번 주말에 제 친구가 집으로 초대를 했어요. 기억나죠... 친구들끼리 결혼했다는...

정은: 예... 그... 실장님이 좋아했다는...

동준: 예 맞아요... 괜찮아요. 다 지난 일인데요... 둘 다 좋은 친구들이예요.

정은: 그래요... 잘 됐네요. 저 실장님이 좋아하셨다는 그 분 어떤 분인지 한번 보고 싶었어요.

동준: 훗... 왜요? 왜 보고 싶었는데요?

정은: ... 그거야. 그냥 궁금해서 그렇죠... 왜요? 궁금해 하면 안되나요?

동준: 아니요... 전 정은씨가 나한테 관심이 더 생겼나해서 그렇죠... 하하... 농담이에요.

정은: (말못하고 머뭇)

동준: 그런데 그 집 가서 제가 좋아했었다는 내색하지 마세요. 그 친구들은 그런 거 모르거든요.

정은: 정말요? 여자분도 몰라요? 그럼 완전히 해바라기 사랑이셨네요?

동준: '해바라기 사랑'이요? (피식 웃고...) 뭐 그런 셈이죠... 그저 바라보기만 했으니까...

정은: (그런 동준이 조금은 애처로운듯) ... 실장님 꼭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요.

동준: 고마워요 ... 근데 그 말 꼭 듣기 좋은 말은 아니군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정은씨가 그런 말 하는 건...

정은: (갑자기 당황) 아니 저는 그런 게 아니라요...

동준: .. 괜찮아요... 원래 전 해바라기 사랑만 하는가 보죠 뭐... 그래도 정은씨는 내 마음 아니까 그 전보다는 많이 발전된 거네요. 그거면 됐어요

억지로 웃음을 띄우는 동준. 동준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정은...


##### 16. 동준 친구의 집

동준과 정은 선물 가방을 들고 벨을 누른다... 문이 열리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재원 (동준 친구): 야~ 유 동준... 이게 도데체 얼마만이냐?

동준: 그래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재원: 그럼 나야 잘 지내지... 자식 영국에 온지 몇달이나 됐으면서 이제야 오냐... 맨날 연락해도 바쁘다는 소리만 하구... 여기 이 분이 너가 말한 정은씨 맞지?

정은: 네... 안녕하세요. 남정은이라고 합니다...

재원: 안녕하세요... 한재원입니다. 동준이 이 친구가 얼마나 이야기를 많이 하던지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정은: 예? 실장님이요? (동준 쳐다보며) 실장님 저 흉보신 거 아니죠?

재원: 흉이라뇨... 예쁘고 착하고 일 잘하고... 하여간 온갖 좋다는 말은 다 갖다 붙이던데요...

정은: 아유 실장님은 도데체 무슨 말을 하신거예요? (투정)

동준: 이 친구가 이야기 했잖아요... 예쁘고 착하고 일 잘하고... (웃음)

정은: 어휴... 실장님도 참...

재원: (두사람 모습을 보며 흐믓) 동준아. 식사 조금 있으면 되니까 조금만 기다려... 정은씨도 일단 여기 소파에 앉으세요... (부엌을 보며) 진수씨 동준이랑 정은씨 왔어...

진수: 예 저 나가요...

진수 부엌에서 나오고... 정은, 진수와 얼굴이 마주칠 때 약간 굳어지는 동준의 얼굴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조금 어색해지는데...

##### 17. 동준 친구 집

동준/정은, 재원/진수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한다.

진수: 저 차린건 없지만... 맛있게 드세요

정은: 차린게 없다니요. 여기 해물탕에 갈비에... 잡채... 샐러드... 게다가 해물파전까지... 와!! 이거 다 직접 만드신거예요?

진수: 재원씨가 좀 도와줬어요. 제가 해물 직접 만지는 걸 잘 못하거든요.

동준: 아니 너희 마지막에 만났을 때만 해도... 맨날 라면만 끓여먹더니... 어쩌다 요리 한다는 게 김치찌개였구. 그리고 재원이 너 음식할 줄 아는 거 아무것도 없었잖아... 몇년 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나?

진수: 에이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나 그때 김치 담그는 것도 알았고 또 볶음밥, 잡채 이런 거 가끔 하고 그랬어...

동준: 그래? 근데 왜 난 기억나는게 김치찌개랑 라면 밖에 없냐?

진수: 그거야 너가 기억력이 안좋으니까 그렇지... 나 너 왔을 때 볶음밥도 해주고 그랬어.

재원: 그만들 해라. 오랜만에 만나서. 그리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진수 너 처음에는 음식이 좀... 그렇긴 했지...

진수: 야! 한재원. 너 지금 손님 앞에서... (삐짐) 야 넌 그럼 먹지마

정은: (티격대는 세 사람이 정답게 보인다) ... 저 저기요... 근데 세 분 싸우는 거 밥먹고 나중에 하시면 안 될까요? 맛있는 거 앞에 두고 참기가 힘든데요...

재원: 아참 그렇죠. 야야 너희들 문제는 밥 먹고 나중에 해결해... 일단 먹자구.

정은: 근데 세 분 다 참 다정하신 것 같아요. 오랜 친구 분들이신가 봐요.

동준: 뭐. 그런 셈이죠. 뭐 학교 다닐 때는 삼총사라는 소리까지 들었으니까.

정은: 어머. 그래요? 전 그 정돈 줄 몰랐어요 (정은 해물탕 한번 떠 먹고...) 와!!! 이 맛 정말 환상인데요? 식당 차리셔도 되겠어요.

재원: (웃음) 여기 살다보면 다 그렇게 되요. 음식 값이 비싸니까 바깥에서 안 먹고 집으로 사람을 부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집으로 사람 초대해놓고 음식 사다가 놀 수는 없으니까 하나씩 해보게 되구. 그러다 이렇게 솜씨가 늘었나 봐요.

정은: 너무 행복하시겠어요. 음식 잘하는 부인 두셔서...

진수: 어유 너무 그러시지 마세요. 사실 요리는 동준이가 제일 잘 했어요. 전 먹는 거만 잘 먹죠...

정은: 실장님 요리 잘하시는 건 저도 알아요. 특히 샤브샤브는 예술이더라구요.

진수: 어 동준이 샤브샤브 드셔보셨어요? 그거 아무한테나 안해주는데... 이거 두분 그냥 회사 동료 사이 맞아요? (놀리며) 좀 수상한데...

재원: (역시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 맞아. 정은씨 이야기 할 때는 신나서 떠드는게 뭔가 있는 것 같아...

동준: 야 야.. 그만 좀 해. 밥 좀 먹자...

세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기분 좋기도 하면서 조금 쓸쓸하기도 한 정은.


##### 18. 동준 친구 집 계속

식사 후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네 사람

정은: 오늘 정말 너무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진수: 뭘요... 전 맛있게 먹어주니까 고맙던데요?

동준: 정은씨. 여기 진수씨랑 친하게 지내세요... 처음에는 쌀쌀맞아 보여도 좀 친해지면 잘해주거든요. 혹시 제가 일 있어서 어디 가거나 할 때 도와줄 수도 있고.

진수: 야... 쌀쌀맞긴 내가 뭘 쌀쌀맞냐? (정은 보고 웃으며) 그래요. 정은씨. 여기서 저 무뚝뚝한 동준이랑만 지내면 너무 답답할 거예요. 전화도 좀 하고 또 주말에는 우리 집에 놀러 오고 그러세요.

정은: 감사합니다... 그리고 말 놓으세요. 제가 한참 어린데요. 그리고 언니라고 불러도 되나요? 제가 맏이라 언니가 있었으면 했거든요... 그래도 되죠?

진수: 와 정은씨 성격 너무 좋네요... 나도 정은씨 같은 동생 만나서 기분 좋네요... 우리 뭐가 맞나 봐요? 오늘 처음 봤는데 말도 잘 통하고...

정은: 에이 언니 말 놓으라니까요.

진수: 그래요? 그럼 그래 볼까 (웃음. 정은 따라서 웃고)

(두 사람을 기분 좋은 표정으로 바라보던 재원... 일어나며)

재원: 아... 밥을 너무 많이 먹었나? 좀 답답~하네. 진수야 나 좀 바람 좀 쐬고 올께... 정은씨 그럼 이야기 하고 계세요... 동준아... 너도 같이 갈래 (둘이서 나간다)

진수: 으이그... 또 담배 피러가지? 그 놈의 담배 좀 끊으면 안돼? 손님까지 와 있는데.

재원: 담배는 누가 담배를 핀다 그래... 난 그냥 동준이랑 바람 좀 쐴려구 그러지

(동준과 재원 베란다로 나간다...)

진수: (투덜) 아니 그걸 왜 그렇게 못 끊지? 저 추운 베란다에서 벌벌 떨면서도 꼭 담배를 피워야 되나?

정은: 언니 담배 냄새 싫어하시나 봐요?

진수: 당연히 싫지... 그렇게 싫다구 해도 전에는 꼭 집안에서 피워댔어. 지금이야 애 때문에 얌전히 나가서 피는 거지.

정은: 어머 언니 애기 있으세요?

진수: (흐뭇) 음 얼마전에 알았어... 나이에 비해 좀 늦었지? 어때 이제 좀 배가 나오지 않았나?

정은: 모르겠는데요? 와 그러고 보니 언니 정말 날씬하네요... 예쁘고...

진수: 무슨? 그런 이야기 하면 아줌마 놀리는 거지. 정은이야 말로 정말 예쁜데 뭘. 게다가 상냥하지 성격좋지... 동준이가 여자 보는 눈은 있네.

정은: 아유... 뭘요... 부끄럽게

진수: 근데 둘이 정말... 아무 사이 아니야? 동준이가 바라보는 표정이 심상치 않던데?

정은: 저... 솔직히 아무 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쩔쩔 매며) 저 좀 설명할려면 복잡한데요... 지금은 그냥 편하게 지내는 사이예요.

진수: 그래? 그 말 들으니까 더 궁금한데? ... 이거 나중에 개인 면담 한번 해야겠는걸?

정은: (말바꾸며) 근데 언니 실장님 잘 아시나 봐요?

진수: 동준이가 아까 말했잖아 삼총사라고. 학교 다닐 때 맨날 붙어 다녔거든. 동준이랑 남편이랑 나랑... 정말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지...

정은: 그랬구나...

진수: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동준이 꽉 잡아... 아마 세상에 동준이만큼 괜찮은 남자 없을거야... 모르지. 나도 남편 아니였다면 동준이 짝이 되어 있었을지도...

정은: 잡긴 누굴 잡아요? 근데 언니 실장님 좋아했나 봐요.

진수: 글쎄. 좋아했다기보다. 동준이가 이해심이 많잖아... 남의 말 잘 들어주고... 그거야 같이 지내 봤으니 잘 알겠지... 그래서 오히려 남편보다 동준이랑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아. 동준이랑 더 말이 잘 통할 때도 있고. 나랑 재원이랑 싸우고 나면 항상 동준이가 중간에서 화해시켜 주곤 했지...

정은: (진수의 말을 이해한다는 듯이) 맞아요. 실장님 그러시고두 남았을 거예요.

(이때 베란다에 나갔던 동준과 재원 들어온다.)

재원: 아니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다정히 하고 있었어?

진수: 무슨 말이긴... 아줌마가 할 이야기가 남편 흉말고 더 있어? (웃음) 그러는 남자들은 무슨 이야기 했는데...

재원: 다 알려고 하지마. 남자들한테도 말못할 이야기들이 있다고... (웃음)

동준: 재원이한테 들었어. 이제 곧 애기 엄마 된다면서? 축하해...

진수: 고마워. 그런데 나 축하하는 것 보다도 너도 그만 고르고 장가가... 세상에 노총각만큼 처량해 보이는게 없어.

재원: 노총각도 노총각 나름이지... 동준이는 아직도 멋있는데 왜... (웃음)

세 사람의 대화를 웃으면서 듣고 있는 정은.


##### 19. 동준 친구 집 앞

동준: 오늘 너희 덕분에 즐거웠다. 나중에 또 보자...

정은: 예 정말 오늘 잘 먹고 잘 놀다 갑니다.

진수: 정은 동생. 나중에 꼭 전화해... 우리 이 재미없는 남자들 빼고 한번 놀러 가자고.

재원: 관둬... 착한 정은씨 물들이지 말고 (웃음) ... 근데 차로 바래다 준다는데 왜 꼭 전철을 타고 갈려고 그래.

진수: 으이그 눈치없긴... 분위기 좋은 밤길 두사람이서 데이트 좀 하겠다는데 왜 낄려구 그래.

서로 얼굴만 쳐다보는 동준과 정은...

동준: 나 간다. 잘 있어라. 또 연락할게...

재원/진수: 그래 잘 가라. 자주 전화해.


##### 20. 밤거리

정은: 두 사람 사는 모습 너무 행복해 보여요.

동준: 그러네요. (조금은 쓸쓸한 억양)

정은: 근데 실장님... 저 아까 많이 놀랬어요.

동준: 뭘요?

정은: 실장님 연기 잘하시데요. 진수 언니 보고 처음에는 좀 놀라는 것 같더니... 그 다음부터는 참 자연스럽게 대하시더라구요.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듯이.

동준: 그랬나요? 아 그거야. 습관이 되서 그렇죠. 연기 아니예요. 처음에는 좀 힘들었지만... 계속 그렇게 지내니까 이젠 자연스러워요. 그리고 또 이제는 아무 감정도 없는데요 뭐... 근데 왠 일로 그런데에 그렇게 관심이 많아요?

정은: 예!! 아니 전 그냥... (오히려 큰 소리) 뭐 전 그런거 관심가지면 안돼요? 실장님이 좋아했었다는데 왜 관심이 안 가요?

동준: (웃음) 전 그냥 물어본건데 뭘 그리 과민반응을 하고 그래요?

정은: 제가 무슨 과민반응을 했다고 그러세요? 실장님도 참...

자기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 같은 정은을 보고 좋아하는 실장.


##### 21. 숙소

동준: 잘 쉬어요... 내일은 회사 안가니까 오랜만에 늦잠도 자구요...

정은: (웃음) 정말 그래야겠어요. 이번 주는 좀 힘든 주였거든요... 그래두 오늘 맛있는 거 많이 먹어서 다시 힘이 났어요.

동준: 다행이네요. 그럼 잘 자요.

각자 방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 22. 동준방

소파에 앉아서 아까 재원과 나누었던 대화를 생각한다.

재원: 그래. 너는 정은씨랑은 어떤 사이냐?

동준: 무슨 사이긴...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야.

재원: 자식... 난 뭐 눈치도 없는 줄 아냐? 그리고 너 누구 좋아하면 그거 얼굴에 다 써놓고 다녀. 그걸 알아?

동준; ...

재원: 동준아. 한가지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말 한다고 기분 나빠하지 말고... 너 정은씨 좋아하면 이번엔 진수한테 했던 것처럼 하지 마라....

동준: ... 너 ... 알고 있었어?

재원: 그걸 말이라고 하냐. 세상에 유동준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리고 말 했잖아. 넌 얼굴에 써놓고 다닌다고.

동준: 미안하다... 걱정마. 나 이제 진수에겐 아무 감정이 없다. 이젠 그냥 좋은 친구일 뿐이야.

재원: 미안하긴... 오히려 내가 고맙지. 너가 내색하지 않고 계속 친구로 남아준 게 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래서 너가 진수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면서도 모른체 한 거구... 너가 진수 좋다고 나섰으면... 우리가 친구로 남아있었겠어? 나도 진수를 포기하진 않았을테구. 그럼 결국 둘 중의 하나는 떨어져 나갔겠지.

동준: ... 그거야. 진수가 너를 더 좋아했으니까 그렇지...

재원: 진수에 대해서야 너한테 고맙지만... 너 정은씨한테는 그러지 마라. 너가 그랬잖아. 사랑한다면 그걸 지켜야 한다고... 말만 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가라구...

동준: 근데 그게 말처럼 되는게 아니더라. 사람 마음 맘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회상장면 끝나고... 전화를 걸려고 망설이는 동준... 들었던 전화기를 내려 놓는다. 어두운 방안에서 생각하는 동준...


##### 23. 정은방

정은도 비어있는 방에서 혼자서 생각을 하고 있다. 아까 진수를 만났을 때 멈칫했던 동준의 얼굴이 생각나고... 그런 생각이 난다는 것에 당황한 정은. 동전 지갑 속에 넣어둔 경민의 커플링을 꺼내서 본다... 한참 바라보던 정은. 다시 커플링을 동전지갑 안에 넣고...


##### 24. 아침 식당

왠지 어색한 두 사람. 말없이 차를 마시며 신문을 보고 있다.

동준: ... 정은씨. 오늘 쉬는 날인데 어디 놀러가지 않을래요? 오랜만에 날씨도 괜찮은데

정은: (왠지 내키지 않는다) 오늘요? 저 ... 다음에 가면 안 될까요? 저는 오늘 그냥 제 방에서 쉬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주 너무 힘들었거든요.

동준: (실망) 그래요? 그럼 뭐 할 수 없죠. 뭐 그럼 오늘은 각자 쉬다가 저녁 때 식사나 하러 갑시다.

정은: 네. 실장님은 뭐하실 꺼예요?

동준: 글쎄요. 뭐 생각해 놓은 건 없는데. 나도 숙소에서 밀린 잠이나 잘까 해요.

정은: 네 (편않지 않은 웃음)


##### 25. 동준방/정은방

(** 왜 그거 있죠? 화면 나누어서 두 장소 동시에 보여주는 것...)

동준.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고... 정은 뭔가 초조한듯 방에서 왔다 갔다... 옆방에 동준이 있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 동준 방을 가끔 가다 쳐다본다.


##### 26. 식당

영국온 첫날 갔었던 그 식당.

동준: (식사를 마치며) 어때요? 오늘 쉬니까 좀 피로가 풀렸나요?

정은: 예. 많이 좋아졌어요.

동준: 다행이네요.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정은: 아니예요... 연수와서 계속 영어공부만 할 수 없잖아요. 빨리 정식 연수 들어갈 수 있게 열심히 해야죠.

동준: 하여간. 정은씨 욕심은 알아줘야 되요.

정은: 저요... 랭귀지 코스 빨리 끝내구요. 연수 예정보다 빨리 시작하면 한국에 돌아가는 것도 빨라질 수 있나요?

동준: 왜요? 한국에 빨리 돌아가고 싶으세요?

정은: 예... 좀. 그냥 부모님이랑 정우랑 보고 싶기도 하고 친구들도 보고 싶고...

동준: 그것 뿐인가요? (마음 상함) 그럼 중간에 한국 한번 다녀오지 그래요? 내가 회사에 한번 이야기 해 볼게요.

정은: (심각해지는 정은) 아니예요.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저 한국 들어갔다가 다시 나올 자신 없어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동준. 조금은 기분이 상해서 원래 하려던 말보다 다른 말이 튀어나오고)

동준: 이제는 정리가 좀 된 줄 알았는데 아니였나요?

정은: (모르는 척) 무슨 정리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두 사람...)

동준: ... 우리 어디 술이나 한 잔 하러 갈래요?

정은: 술이요? ...

동준: 그래요. 술이요. 오래간만에 서로 고민 상담 좀 하자구요...

정은: 좋아요. 근데 고민 상담은 소주를 마셔야 되는데...

동준: 그래요? 그럼 가는 길에 사가지고 숙소에서 먹죠 뭐... 먼저 들어가요. 제가 술 사가지고 갈게요.

정은: 그럼 제가 음식 좀 준비해 놓을게요. 제 방으로 오세요.


##### 27. 가게

술을 사고 돈을 내는 동준... 오늘은 꼭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고...


##### 28. 정은방

정은과 동준 술을 마시고 있다... 아무 말이 없는 두 사람.

동준: 정은씨 오늘 따라 우울해 보이네요... 고민 있으면 이야기 해보세요... 오늘 고민 상담해주기로 했잖아요...

정은: (좀 짜증이 난듯이) 실장님. 실장님은 제가 무슨 일로 이러는지 모르세요?

동준: ...

정은: (화를 내며) 제가 경민이 때문에 이런다는 거 뻔히 아시잖아요. 경민이 못 잊어서 괴로워 한다는 거... 실장님은 화도 안나세요? 왜 실장님은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기만 하세요?

동준: (할말 없음) ...

정은: 제가 요즈음 왜 힘든지 아세요? 제가 무얼 두려워 하는지 아세요?

동준: ...

정은: (울먹이며) 저 실장님 좋아하게 될까 봐 겁이나요...

동준: (뜻 밖의 말에 놀라며) 정은씨...

정은: 실장님이랑 더 가까와 질까봐... 실장님을 사랑하게 될까 봐 두렵다구요...

동준: (정은의 말을 아직 이해 못한든)

정은: (** 정은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정은의 대사를 따로 나누어 놨습니다.)

저 사실 처음에 경민이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경민이 생각만 하면 미안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하고...

동준: 알아요... 정은씨 힘들어 한 거...

정은: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감정도 무디어 지더라구요... 울지 않고 잠드는 날도 늘어나고...
그 동안 실장님이 저한테 얼마나 의지가 되어주셨는 줄 몰라요...
아침에 일어나면 같이 식사를 하고... 저녁에도 같이 식사를 하고... 주말에는 같이 놀러 다니고...
저 경민이랑 지낸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실장님이랑 보냈어요...

어떤 때는 경민이 생각보다 실장님 생각을 더 많이 하는 저를 보고 깜짝 놀랠 때도 있어요...
지금은 실장님 얼굴 떠올리는게 경민이 얼굴 기억하는거보다 더 쉬워요...

동준: 정은씨...

정은:

저 실장님 친구분들 사는 모습 보고 너무 부러웠어요.
나도 저렇게 좋은 사람 만나서 서로 아끼며 살아야지...
실장님이 나를 그렇게 아끼고 도와주는데...
실장님 곁에 있다면 나도 저렇게 포근한 가정을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

근데요... 근데요...

(울음)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내가 실장님을 좋아할 수도 있겠구나...
내가 유동준이라는 사람의 부인이 될 수도 있겠구나...

...

그래서... 이경민과 남정은은 그렇게 아무 사이도 아닌 관계로 끝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 ... (흐느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요...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어요...

...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경민이 때문에 그렇게 아파했는데...
경민이 다시는 안 보겠다고 가지말라는 거 뿌리치고 여기까지 왔는데...
왜 경민이 생각만 하면 왜 이렇게 외로운지, 왜 이렇게 걔가 보고 싶은지...

...

저 이런 말씀 실장님한테 하는 거 실장님 마음 아프게 한다는 것 알아요.
제가 실장님한테 나쁜 짓 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저 이렇게 경민이와 끝낼 수는 없어요...

(정은 계속 울고 있고... 동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 29. 동준방

소파에 앉아서 혼자 외로이 있는 동준... (불쌍해... -_-;;;)

정은: (목소리만. 울음 섞인 목소리) 실장님... 죄송해요. 저 한국 좀 다녀올게요. 저 연수를 관둬야 된다면 관둘게요... 저한테 이 연수가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 알아요... 하지만 이렇게 있다가 정말 저에게 소중한 것을 놓질 것만 같아요.

정은: (목소리만. 침착해진 목소리) 실장님. 저 경민이 다시 한번 만나기 전에는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아요... 경민이를 완전히 잊어버릴 수도... 실장님 마음을 받아들일 수도 없을 것 같아요. 저 이대로 경민이와 헤어지면 아마 평생을 후회하면서 살 거예요.

계속 앉아 있는 동준...


##### 30. 동준/정은

각자 힘들어 하는 동준과 정은의 모습... 경민의 커플링을 보며 고민하는 정은의 모습... 식사도 따로 하고 어쩌다 숙소 복도에서 만나도 대화 없이 각자 방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 31. 길거리 카페

동준과 정은 오랜만에 같이 식사 중... 둘다 말이 없다.

정은: (억지로 말을 꺼내며) 실장님. 지난번에 제가 말한 거요...

동준: (정은의 말과는 상관없다는듯한 억양으로) 정은씨. 저 어제 회사에 전화했습니다. 정은씨 집안에 일이 있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일주일 동안 한국에 다녀올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다음주 월요일에 좌석이 있더군요... 일주일 남았으니까 서둘러 준비하세요.

정은: (의외의 결과에 놀라며) 실장님...

동준: 대신 일주일 만입니다. 일주일후면 다시 복귀해야 됩니다...

정은: 실장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동준: (목소리가 조금 떨린다) ... 아마 이게 제가 정은씨한테 해 줄수 있는 마지막 배려일 것 같네요.

정은: (놀라며) 예? 그게 무슨...

동준: (머뭇거린다. 그러다 결국 말을 꺼낸다.) 정은씨 제가 진수 만났을 때 참 자연스러웠다고 했었죠? 지금은 진수 앞에서 아무 일이 없이 행동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예요. 오랫동안 그렇게 행동해 왔고, 또 지금은 진수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쉬웠던 것은 아니였어요.

정은: ...

동준: 처음에는 참 힘들었어요.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고 그냥 아무 일이 없는듯이 자연스럽게 대하는 것. 제가 그랬죠... 제 친구를 좋아하는 줄 알면서도 제 감정을 없애기가 쉽지 않았다고... 두 사람이 결혼하는 그 날에도 저는 속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겉으로는 두 사람을 축하하면서두요...

정은: (울먹이며) 실장님...

동준: 저 정은씨 앞에서 다시 그렇게 행동할 자신 없습니다... 다시 제 감정 숨기며 아픔을 감당할 자신이 더 이상 없습니다. 그래서... (머뭇) 저 떠나겠습니다.

정은: (놀람) 실장님.

동준: 어디로 갈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은씨 한국 갖다 오면 아마 저는 없을 겁니다.

눈물 흘리며 동준을 바라보는 정은... 복잡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동준: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 줄 압니다. 하지만 저도 정은씨한테 지금 이 이야기를 안하면 평생 후회하며 살 것 같아서요... 저 전에 그 식당에 일부러 가자고 한 건 정은씨에게 청혼할려고 간 것이었습니다.

정은: ...

동준: 전 정은씨 상처가 많이 치료된 것 같고... 또 우리 사이가 전보다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은씨도 저한테 더 많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고... 그런데 그건 저만의 착각이였던 것 같네요.

정은: ...

동준: 저 먼저 올라갈게요... 나중에 천천히 와요... 그리고 내일 아침은 각자 해결하기로 하죠...

정은: (일어서 돌아서는 동준을 향해) 실장님! 조금만 더 계시면 안돼요?

동준: (멈추어선다)

정은: 실장님. 가지 마세요... 죄송해요.... 근데 저 실장님까지 가 버리면 저는 어떻게 할 지 모르겠어요. (또 울며...)

동준: (냉정해진 동준) 제가 있어서 정은씨 마음의 빈자리가 채워진다면 ... 저 계속 정은씨 곁에 있을 겁니다. 하지만 ... 그 빈자리는 제가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 제가 있을 자리가 아닌 곳에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동준... 가 버리고 남은 정은... 너무 힘들어 하고...


##### 32. 정은

정은방... 동준과 경민의 얼굴을 떠 올리며... 고민하는 정은.


##### 33. 정은방.

전화하는 정은.

정은: 진수 언니? 언니 저한테 시간 좀 내 줄 수 있어요? ... (씁슬한 웃음) 예... 개인 면담 좀 할려구요...


##### 34. 식당.

정은과 진수 차를 마시고 있다.

진수: 후... 그런 일이 있었었구나... 너랑 경민이라는 친구... 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네...

정은: ...

진수: 두 사람 다 상대방을 끔찍히 생각한 것 같은데... 왜 그렇게 티격태격 한거야?

정은: 모르겠어요. 이상하게 우리는 만나기만 하면 싸우게 되요. 일도 자꾸 꼬이구요.

진수: 정말 ... 애들도 아니고.

정은: 맞아요... 둘 다 어렸나봐요. 경민이도 어렸고 저도 어렸고... 전에는 경민이 때문에 제가 많이 아파했다고 생각했어요... 다 경민이 탓이라고 생각한거죠... 하지만 이제 보면 저도 잘한 것 만은 아니예요... 제가 경민이를 조금 더 이해하고 받아줬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텐데...

진수: 상대방을 정말 사랑하면 쉽게 받아줄 수 있는 것도 오히려 더 못 받아주게 되고 그러는 거야.

정은: 그런가요? ... 언니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네요.

진수: 근데... 동준이랑은 어떻게 할 거야?

정은: 글쎄요... 저 때문에 실장님이 떠나는 건 정말 싫어요...

진수: 정은이 참 행복한 고민이네... 그렇게 멋있는 두 사람이 다 정은이를 좋다고 하니... (침울한 정은의 표정을 보고) ... 미안... 농담이야... 농담. 그게 행복한 고민이 될 수가 없다는 거 나도 잘 알지...

정은: 진수 언니. 실장님이 언니 좋아한 거 알고는 계셨어요?

진수: 글쎄... 훗... 나 그렇게 무딘 여자 아니야. 친한 친구가 나에 대한 감정이 바꼈다는 것도 모르면 말이 안되지...

정은: 근데 왜 언니는 지금 남편을 택하셨어요? 언니가 그랬잖아요? 실장님이랑 더 이야기가 잘 통했다고 ...

진수: 정말 몰라서 물어?

정은: 네?

진수: 정은이는 왜 동준이 말고 경민이를 선택하려고 하지?

정은: 저 경민이 선택했다고 말한 적 없는데요...

진수: 내 생각에 정은이는 이미 마음을 정한 것 같은데? 누구를 선택할 지....

정은: ...

진수: 그리고 나를 보자고 한 건 스스로에게 옳은 선택을 하고 있다고 확신을 주기위해서 만나자고 한 거 아니야? 어때 내 말이 맞지?

정은: ... 언니 말이 맞아요.

진수: 나 동준이 친구로서 정말 좋아해... 동준이랑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하지만 사랑은 그것과는 다른 감정인 것 같아... 재원씨 어떤 때는 웬수 같지만... 그 사람 없으면 마음이 너무 허전해...

정은: 저도 그 마음 이해해요.

진수: 마음이 시키는 데로 해... 가슴에 묻어 둔 사랑은 평생 가는 거야... 그거 시간 지난다고 지워지지 않아.

정은: 알았어요... 언니 고마와요...

진수: 그래... 정말 한국에 갈거야?

정은: 모르겠어요... 막상 한국에 갈려니 자신이 없어요. 제 마음의 앙금이 아직 사라진 것 같지도 않고... 경민이 만나면 또 다시 싸우게 될까봐 걱정이고... 딴 생각 안하고 정말 공부만 하겠다고 아버지한테 약속드리고 왔는데... 아버지 실망시켜 드리는 것도 마음이 아프구요.

진수: 뭐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보고 싶으면 보러 가면 되는 거 아니야?

정은: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네요...


#### 35. 고민하는 정은

한국에 가야할 지 고민하는 정은... 실장 생각 때문에도 걱정이 많고...


##### 36. 고민하는 동준

고민하는 동준. 먼 발치에서 혼자 카페에 앉아있는 정은을 쳐다보며... 정은의 힘들어 하는 모습에 같이 아파한다...


##### 37. 길거리 카페

혼자 앉아 있는 정은에게 동준 다가온다...

동준: (마치 아무일이 없었다는 듯) 정은씨... 한국 갈 준비 잘 되가요?

정은: (갑작스런 동준의 변화에 놀라며) 어... 실장님. 여기 왠 일이세요?

동준: 왠 일이긴요? 그냥 정은씨 어떤가 걱정되서 왔죠...

정은: (놀람) 실장님...

동준: 제가 그랬잖아요... 제대로 하는 거 없고, 사고만 치고, 내 마음 받아주지 않는데도... 자꾸 걱정 되고 생각이 나는 걸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다구요.

정은: (울먹이며) 실장님...

동준: 걱정하지 말고 갖다 와요. 내 신경쓰지 말구요... 가서 경민씨랑 만나서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와요.

정은: 저 다녀오면 실장님은 안 계실거잖아요...

동준: 아니요. 있을게요... 저 그냥 전이랑 똑같아요.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잘 지내는 거 힘들 줄 알았는데 ... 이미 한번 해봐서 그런지 어렵지 않네요... (미소... 하지만 슬프기도)

정은: 실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말을 잊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동준: 이런 말하면 서운할 지 몰라도... 이번엔 제 자리를 빨리 찾을려고 해요...

정은: ?

동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 정은씨 경민씨 떠날 수 없을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정은씨에 대한 감정 계속 간직하는 것도 옳은게 아닌 것 같구요.

정은: ...

동준: 정은씨에 대한 마음 정리할려고 생각하니까... 정은씨에게서 좋은 직장 동료... 아니 좋은 친구의 모습을 발견했어요.

정은: 저한테서요?

동준: 그래요. 정은씨한테 연인이 되지는 못하지만 좋은 친구로는 남고 싶어요... 모르겠어요... 나중에는 또 어떻게 마음이 변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지금은 그런 마음이 드네요...

정은: 실장님... 정말 고마와요... 실장님 정말..

동준: 바다 같다고 할려고 그러죠? 그래요. 정말 바다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정은: (기뻐서 웃지만 눈물도 나고...) 정말 다행이예요... 실장님 못 보게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어요.

동준: (놀리며) 정은씨 너무 욕심 많은 거 아니예요? 경민씨 하나로 만족 못하나 보죠?

정은: 실장님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전 실장님이 좋아서 그러는 건데...

동준: 어... 그런 말 이제 하지 말아요... 어렵게 마음 정리해 가는데... (웃음)

정은: ... 실장님... (울음) 너무 고마와요... 정말 실장님 없었으면 저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동준: ... 그게 제가 제일 잘 하는 건가 봐요... (미소)

눈물 흘리면서도 미소를 띄며 동준을 바라보는 정은... 정은의 미소에 미소로 답하는 동준.


##### 38. 동준 사무실

일하고 있는 동준. 정은 다가와서...

정은: 실장님. 시간 있으세요?

동준: 어 정은씨... 여긴 왠 일이예요. 지금 학원에 있을 시간 아닌가요?

정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잠깐 나왔어요.

커피 마시는 장소에 가서 차를 마시며...

정은: 실장님. 저 한국 안 갈래요.

동준: 아니 왜요?

정은: 제가 한국에 가고 싶었던 거 사실 실장님 때문이였어요... 실장님이 제 마음을 흔들어 놓셨거든요. (미소) 근데 이제 정리가 된 것 같아요... 제가 누구를 선택해야할지도 알겠구요... 그리고 생각해 봤는데요. 저 아직 경민이를 다시 만날 준비가 안된 것 같아요... 아직 경민이에 대한 화가 다 풀린 것도 아니고. 지금 만나면 아마 또 싸우기만 하다가 헤어질 것 같아요.

동준: 걱정되지 않아요? 정은씨는 그렇다고 해도 ... 그러다 경민씨 딴 여자 만나서 가버리면 어쩔려구요...

정은: 그렇게 가 버린다면 저도 그냥 차버리면 되죠 뭐... 그땐 저도 미련 없어요... (웃음)

동준: 그런 이야기가 쉽게 나와요?

정은: (웃음을 멈추며) 저나 경민이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일단 시작한 공부는 끝을 내고 싶어요... 저 지금 한국 들어가면 다시 나올 자신 없거든요... 또 경민이 앞에 한단계 성장한 정은이로서 나타나고 싶기도 하구요.

동준: 그러다 정말 경민씨 못만나면요? ... (웃음) 이거 아직까지 저한테 기회가 있는 건가요?

정은: (창밖의 하늘을 보며) 실장님. 죄송한데요. 그렇지는 않을 거 같아요... 경민이 만나지 못하더라도... 경민이에 대한 마음... 제 가슴에서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동준: (씁쓸하다) 부럽네요. 경민씨가...

정은: 실장님... 저 바보같은 짓 하는 거 아닌가요? 그냥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여기에 남는 일... 솔직히 불안하기는 해요.

동준: (웃으며) 그래요... 정말 바보같기는 하네요. 제가 보기에 두 사람 다 바보 같아요. 그래서 어쩌면 경민씨도 한국에서 정은씨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정은: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실장님 정말 고마와요. 제 마음을 이해해 줘서. 저 딴건 몰라도 정말 괜찮은 부하 직원이 될게요...

동준: 그리고 좋은 친구도요...

정은: 네 실장님... (미소)


##### 39. 정은방 베란다

미소띤 표정으로 경치를 보고 있는 정은. 눈에는 눈물이 흐르지만 그래도 행복해 보인다...

정은:

경민아... 잘 있니? 나 너 많이 보고 싶다...
나 이제 확실히 알았어... 내가 정말 사랑하는 건 너라는 걸...
잠시나마 실장님 때문에 마음 흔들린 것 미안해... (웃음)

나 아직도 너 커플링 가지고 있다. 사실 너랑 관계된 게 이거 하나 밖에 없어...
올 때는 너 잊어버릴려고 아무 것도 안가지고 왔거든.
이것도 버릴려구 하다가 아까와서 가지고 왔는데 ... 버렸으면 엄청 후회할 뻔 했네...

오늘 실장님 한국에 가셨어...
이제 일년 동안 혼자 지내야 돼...
그래도 걱정마... 나 이제 여기서 잘 지내. 영어도 많이 늘었고.

혹시나 너 나 기다렸다면 일년만 더 기다려 줄래.
설마 나 잊어버리고 다른 여자한테 간 건 아니지?
그랬기만 해봐... 내 가만 안둘거니까...

이제 일년. 나 그만큼 성장된 모습으로 너 앞에 나타날게...
기다려 줘. 경민아...

기다려 줘...

BlogIcon 미탄 | 2008.08.14 12:2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와~~ 옥고를 보지 않았어도 다 이해가 되는 걸요,
그러고보니 쉐아르님이 여러가지 장르에 경력이 화려하신걸요? ^^
특히 25번 째 에서
' 왜 그거 있잖아요, 화면나누어서 동시에 보여주는 것'
요 부분이 최고입니다! ^^
BlogIcon 쉐아르 | 2008.08.15 17:53 신고 | PERMALINK | EDIT/DEL
ㅎㅎ 제가 좀 건드린게 많죠? 희곡식으로 쓴 글은 이게 마지막이였습니다. 그래도 제 맘에 드는 글이구요. 이거 바로 전에 쓴 것들은 공개하기에 좀 창피합니다 ㅡ.ㅡ
BlogIcon kyoonjae | 2008.09.17 19:3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다 읽고 위에 있는 댓글을 보고서야 쉐아르님이 쓴 글인줄 알았습니다;;;
대단하시네요>.< 실제 드라마인줄 알았습니다.
옥고는 보지 못했거든요. 대단하십니다. 작가 하셔도 되겠어요.
잠시동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8.09.26 14:41 신고 | PERMALINK | EDIT/DEL
즐거운 시간 되셨다니 감사합니다. 옥고를 보셨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그래도 재밌다고 하시니 다행입니다.

음. 가끔 가다 흥이 나면 이런 글도 쓰지만 계속 쓰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소설이나 극 쓰시는 분들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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