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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2 15:58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 8점
조은 지음, 최민식 사진/샘터사

사진 한장이 백개의 문장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할 수도 있다. 사진의 미덕이다. 대상을 그래로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무엇이 아닌가, 왜 그런가, 누구를 위해서 그런가, 언제 그런가, 어디에서 그런가를 말할 수도 있는 것이 사진이다[각주:1]. 한장의 좋은 사진은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

사진도 글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모양이 있다. 까르띠에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Decisive Moment)을 보여주고, 엔젤 아담스는 자연의 진중함을 보여준다. 로버트 카파는 역사적 순간을 증언한다. 인간이라는 주제에 집중, 삶의 표정을 담는 작가가 있다. 최민식 작가는 그런 작가다.

50년 동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사진에 담아온 최민식 작가의 사진중 97장에 조은 시인이 글을 더하였다.

열장 남짓의 사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람이 대상이고, 그들의 대부분은 "태어날 때부터 배경이 어두움 뿐인 사람들"이다. 갓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어린 여자 아이, 삶에 지친 노동자, 거리의 걸인, 길가에 누워자는 아이와 아버지, 죽은 아들의 사진을 들고 시위의 현장에 선 어머니... 전쟁 후의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부터 2000년대 풍요함 속의 빈곤까지, 그의 시선은 줄곳 소외된 곳, 아파하는 이웃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2009년의 오늘날, 이전 세대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한 현재, 그의 사진을 바라보는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 사진 속에 보이는 사회적 절대빈곤은 사라졌다. 생활수준이나 근무환경은 훨씬 좋아졌다. 치열한 경쟁 속에 더 나은 미래만 바라보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우리들에게 최민식의 사진은 불편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나는 이런 삶이 싫다. 나는 더 나은, 더 풍족한 삶을 살고 싶다. 어느 누가 사진 속의 모습처럼 살고 싶어한단 말인가.

그래도 그의 사진을 보아야하는 것은 잊지 않기 위함이다. 이미 지나간 혹은 주위에 보이지 않는 모습이지만, 그것은 누군가의 과거였고 누군가의 현재이며, 누군가의 미래일 것이다. 고개를 돌리면 수많은 소외된 이웃이 있다. "절망만을 길어올리는" 체념이 있다. "평생 일으켜 세워야할 삶이 안쓰러운" 아이들이 있다. 상대적 빈곤으로 인해 없는 자들의 겨울은 더 춥게만 느껴진다. 그들의 "내일은 오늘과 달라져야 한다."

최민식은 삶의 저 낮은 곳을 지내온 이들의 시선을 같은 높이에서 잡아냈다.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눈. 어떤 이에게 삶은 참으로 가혹한 것이다. 하지만 그 눈은 나의 눈일 수 있고, 내 친구의 눈일 수 있다. 오늘 아침 스쳐 지나간 그 남자의 눈일 수도 있다. 우리 삶에는 아직 아픔이 있음을, 우리는 서로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함을, 때로는 고개를 돌려 낮은 곳을 바라봐야 함을 그의 사진은 가르쳐 주고 있다. 사람, 결국 사람이야말로 진정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가족이라는 이웃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만이 어둠을 역전시킨다."
 



  1. 좋은 사진을 찍는 스물한가지 방법 (http://futureshaper.tistory.com/92) [본문으로]
BlogIcon 돌이아빠 | 2009.01.12 20:13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직 절대빈곤은 사라지지 않은듯 합니다.
좀더 풍요로운 이 시대에도 물론 그 수는 줄어들었을 수 있겠지만, 그 시야를 좀더 넓혀보면 세상도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럴때일수록 더 많이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요?
BlogIcon 쉐아르 | 2009.01.13 15:44 신고 | PERMALINK | EDIT/DEL
맞아요. 세상이 풍요해질수록 없는 사람은 더 힘들어지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조금 나아졌다 하더라도 세상에는 상상하기도 힘든 상활에서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요. 정말 사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BlogIcon 시크릿페이퍼 | 2009.01.12 22:4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4년 전쯤인가 김혜자c 가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와 비슷한 느낌같아요
아프리카 구호활동을 담은 사진 에세이였는데 읽고 정말 불평하던 것들 많이 뉘우쳤는데..
BlogIcon 쉐아르 | 2009.01.13 15:48 신고 | PERMALINK | EDIT/DEL
네. 맞습니다. 감사하고 살아야할 조건이 참 많은데 말이지요.
BlogIcon 후크 선장 | 2009.01.12 22:52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왠지 마음이 아픈 사진들만 잔뜩일것 같습니다. 흑흑.
좋은 사진을 찍는 스물한가지 방법을 잘 읽었습니다. 좋은 사진 찍는 것이 쉽지는 않군요. 하하핫.
BlogIcon 쉐아르 | 2009.01.13 15:49 신고 | PERMALINK | EDIT/DEL
네. 마음 아플 사진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답답하기도 하구요....

좋은 사진 찍기가 쉽지는 않지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사진을 즐기는 거라 생각합니다 ^^
BlogIcon 소중한시간 | 2009.01.12 23:52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풍요가 넘쳐나는 요즘 시대엔 많은 이들에게 이목을 끌만한 사진은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최민식님의 사진을 보면서 느껴지는 그.. 무언가는 사람들이 꼭 알고 지나가야 할만한
소중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1.14 00:59 신고 | PERMALINK | EDIT/DEL
맞아요. 요즘의 대중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는 아니지요. 사회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처럼요. 이 세상에는 잊지 말아야할 것이 있는데... 모든 것이 시장논리로 평가되다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고 맙니다.
BlogIcon Tasha | 2009.01.13 00: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사진에 대한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셨네요.
쉐아르님께서 기술하신 내용으로 보아,감당키 힘든 삶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군요.
가난을 대물림 할 수 밖에 없는 이들....
그 들이 활짝 웃을 수 있는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히 읽고 갑니다.
아직 읽지 못한 다른 포스트는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들러서 읽어 보렵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1.14 01:01 신고 | PERMALINK | EDIT/DEL
네. 천천히 읽으세요 ^^ 저 어디 가지 않습니다.

가난을 대물림한다. 듣기 싫은 말이지만 그게 현실인 세상입니다. 미국에서는 공공연히 클래스라는 말이 쓰이고 있습니다. 좋은 집안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은 특별히 망나니로 살지 않은 이상 부모의 권력을 상속 확장시키는게 현실이니까요 ㅡ.ㅡ
| 2009.01.13 01: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1.14 01:02 신고 | PERMALINK | EDIT/DEL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미국 온지 십년... 한글은 잊어먹고 영어는 아직 그저 그렇고... 난감합니다 ㅡ.ㅡ
BlogIcon 맑은독백 | 2009.01.13 13:43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제작년에 읽었던.. 아니 눈으로 익혔던 책이네요..
많은 생각을 끄집어 내려 노력했지만..
제 사진의 발전으론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늘 풀어야하는 숙제인데...
늘 맘속에만 있는 문제입니다.
덕분에 좋은 책 다시금 상기하고 갑니다.

덧) 사진 블로그 사진 쭉 둘러보고 갑니다..
그 시선들을 본 받고 싶네요..
BlogIcon 쉐아르 | 2009.01.14 01:05 신고 | PERMALINK | EDIT/DEL
감사합니다. 맑은 독백님의 사랑 가득한 포토 앨범이 참 보기 좋습니다. 구독 시작했습니다 ^^

사진이라는게 심각하게 대하려면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자주 하는 말처럼 즐기는게 중요하지요. 사진 블로그 좋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밀려있는 사진들 빨리 올려야겠네요 ^^
BlogIcon shunyata | 2009.01.14 00: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쁜 블로그에 멋진자료 감사합니다.
즐거운하루되세요.. ^^
BlogIcon 쉐아르 | 2009.01.14 01:31 신고 | PERMALINK | EDIT/DEL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쁜 블로그라는 칭찬은 처음 받았습니다 ^^

shunyata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BlogIcon 연신내새댁 | 2009.01.17 15:51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쉐아르님, 안녕하세요~
사자성어 릴레이때 뵙고서 이제야 찾아왔습니다. 참 게으르지요...ㅠㅠ
아이는 제 등에 업혀 잘 자고 조용한 오후라 잠시 마음놓고 블로그 소풍 다닙니다.

잔잔하고 따뜻한 책소개 잘 읽었습니다.
'갓난아이를 돌봐야하는 어린 여자아이'란 글귀를 보고 문득 '거북이도 난다'라는 이라크 영화가 생각났어요.
갓난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린 소녀가 나오지요..
요즘은 팔레스타인에서 연일 포성이 울리는 때라 더욱 그 곳 아이들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전쟁이 어떻게 삶에 비참함을 드리우는지.. 그 영화를 보고 한없이 무거워지던 발걸음이 기억나네요.
가족과 이웃들의 힘이... 어서 저 전쟁을 멈추게 하는데까지 잇닿았으면 좋겠습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1.18 04:24 신고 | PERMALINK | EDIT/DEL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여유가 많이 없네요. 그래서 이웃 블로그님들 방문도 잘 못다니고 그렇습니다 ㅡ.ㅡ

등에 업혀 새근새근 자는 아이... 생각만 해도 예쁘고 정겹습니다 ^^ 저희 아이들은 이제 다 커버려서 그런 애틋함은 많이 없네요. 그래도 둘째가 막내라고 아직 애교를 부리고 있습니다만 ^^

팔레스타인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사람이 얼마나 어리석고 이기적일 수 있는지요. 사랑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하지만, 실제 할 수 있는 것은 참 적다는 현실이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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