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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2. 9. 03:22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글을 쓸 때 사용하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의식하지 않아도 글을 쓰는 순서가 있고, 글의 흐름이나 구성, 혹은 문체도 대부분의 경우 그 패턴에 따르게 글을 쓴다.

0. 준비작업

내 경우 준비작업은 '머리속으로 생각하기'다. 'Finding Forrester'에서 포레스터는 생각하지 말고 일단 쓰기 시작하라고 하는데, 나는 미리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내 표현대로 하면 '생각이 넘쳐흐를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그때 써야 그나마 좋은 글이 나오는 것 같다. 대부분 전체적인 구성을 머리 속에 잡아놓는다. 시작하는 문장, 마무리 문장, 그리고 글 중간에 강조하기 위해 사용할 문장까지 생각해 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떤 글을 쓸까? 원고 청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글을 써야하는 상황도 아니기에, 쓰고 싶은 것을 쓴다. 책을 읽다가, 뉴스를 보다가, 혹은 일상 생활 속에서 글의 소재나 주제가 생각난다. 항상 대여섯가지는 머리속에서 맴도는 것 같다. 주제가 잡히면 그때부터 앞에서 말한 준비작업이 시작된다. 틈나는데로 머리속에서 생각하는 거다.

1. 생각 정리하기

몇년전까지만 해도, 머리속에서 구성이 잡히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근데 요즘은 그게 안된다. 며칠 지나면 무슨 글을 쓰고 싶었는지 잊어버린다. ㅡ.ㅡ 그래서 요즘은 수첩 한쪽에 쓰고 싶은 글 목록을 기록해 둔다. 남는 시간이 생기면 목록을 보고 생각을 이어가기도 하고, 추가 혹은 삭제를 한다.

글의 내용이 커질 것 같으면, 미리 목록을 적어보고 글을 쓰기도 한다. 간략하게 써보기도 하지만, 자주 이용하는 것은 마인드맵이다. Blogging이라는 마인드맵을 계속 운용하는데, 여기에는 쓰고 싶은 글과, 각 글별로 주제, 소재, 그리고 간단한 목차를 적어놓는다. 머리가 예전같지 않기에 적어놓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그래서 요즘은 생각이 익기를 기다리지 않고 미리 메모를 해둔다.

2. 초벌 작성하기

생각이 다 익었다 싶으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 순서야 별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결론부터 쓰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건너띄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쓴다. 글을 쓸 때 나름대로 지키는 원칙이 있다. 의식하고 쓴 것도 있지만, 내가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면 '아~ 내가 이렇게 쓰는구나'하고 알게 되는 것도 있다.

- 최대한 문장을 짧게 쓴다. 대부분 열두단어안에서 끝을 내고, 길어도 한줄 반안에 마무리를 짓는다. 이렇게 쓰면 생각이 더 간결해지는 것 같다. 더 단정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주로 쓰는 글이 서평이나 리포트 형식이라 이런 형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다른 장르의 글을 쓰면 문체도 다르게 시도해 보고 싶지만, 아직은 아니다.   
- 적당하게 단락을 나눈다. 단락의 크기는 대부분 비슷하다. 지금 세어보니 다섯에서 일곱 문장 안에서 마무리를 한다.
- 글의 마무리는 보통 주제를 적는 편이지만, 딱히 미괄식(?)은 아닌 것 같다. 약간 주제를 비튼다고 할까? 뭐라 한마디로 정리하기 힘든데, 열린 마무리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일부러 그럴려고 한게 아니라 쓰다보니 몸에 밴 습관이다.
- 중간 특히 끝부분에 옆으로 약간 빠진다. 최근에 쓴 '마지막 통찰' 서평을 보면 마지막에 삼성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시크릿' 비평에는 내가 실제로 시도해본 일을 적었다. 내 이야기나 혹은 당시 사람들이 관심가지는 이야기를 적으면서 글이 말하는 내용에 독자들이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될 수 있는데로 인용을 할려고 노력한다. 왜냐면 그게 더 폼나니까 ^^;; ㅎㅎ 이게 원래 목적은 아니고 당연히 원래 글쓴이나 발언자를 표시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 생각한다.

3. 마무리 하기

초안을 다 쓰고 나면 한두번 읽으면서 수정을 한다. 아무리 초벌에 노력을 많이 기울였어도 다시 읽어보면 부족한 것이 많다. '완벽에의 충동'의 정진홍씨는 글을 쓰고 나서 50번이 넘게 수정을 한다고 하던가? 나는 그정도로 참을성이 없기에 보통 두번 정도 수정하고 올린다. 그대신 블로그에 올려놓고 나서 틈나는데로 또 수정한다.

- 반복되는 단어나 표현이 없는지 본다. '...생각한다',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써놓으면 지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복되지 않도록 단어를 바꾸거나, 문장을 조정한다. 그리고 꼭 필요없는 단어는 지워버린다.
- 말할 때나 글을 쓸 때 내가 가지는 문제는 자꾸 사족을 붙인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런 말하면 기분나쁠지 모르지만' 등등. 대화를 할 때야 필요할지 몰라도, 글에서는 없애는게 낳을 것 같다. 처음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꼭 이런 표현이 적혀있다.

====

글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어떤 때는 글을 왜 쓰나 싶기도 하고. 전문 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그래도 살면서 꼭 이득이 있는 것만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요즘 쓴 글을 읽어보면 패턴이 너무 일정해진듯 하다. 변화를 주어야할 것 같기도 한데, 좋은 방법이 뭔지 모르겠다. 소설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려나?. 그런데 이런 생각하는 내가 재밌다. 아마추어로서 너무 심각한 것 아닌가? ^^

BlogIcon Read&Lead | 2007.12.10 08: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쉐아르님께서 Pro-Am이시기 때문에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쉐아르님의 글을 보면서 많은 자극과 영감을 얻습니다. Pro보다 더 나은 Pro-Am이십니다. ^^

http://www.viadigitalis.org/wordpress/wp-content/uploads/proamrevolutionfinal.pdf
BlogIcon 쉐아르 | 2007.12.11 00:46 신고 | PERMALINK | EDIT/DEL
'프로-암'이라구요? 아닙니다. 전 그냥 아마추어입니다 ^^;;;

링크 걸어주신 글, 프린트해서 읽어보겠습니다. 굉장히 흥미있는 글 같습니다.
BlogIcon Gihun | 2007.12.10 15:5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글쓰는건 중요할거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BlogIcon 쉐아르 | 2007.12.11 00:48 신고 | PERMALINK | EDIT/DEL
네. 사회생활하면서 특히 글 쓰는 것은 중요하더군요. 요즘은 회사생활의 80% 이상이 글(메일 포함)을 쓰거나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일입니다.
BlogIcon 크레아티 | 2007.12.14 15:1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주로 메모를 해둡니다. 블로그에 이거 쓰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쭈욱 메모해 두고 있다가 여러장 뭉쳐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

지금 시험기간이라서 글을 제대로 못올리고 있긴 하지만... 쉐아르님 글 참고했다가 저도 글 쓸때 반영해봐야겠어요 ^.^ 감사합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7.12.18 11:10 신고 | PERMALINK | EDIT/DEL
크레아티님이 메모지 좋아하는 것 전에 한번 올리신 글을 보고 알고 있습니다 ^^;;;

저도 요즘 회사일이 너무 많아 글을 못올리고 있습니다. 빨리 정리가 되어야 글도 쓰고 그럴텐데요. 다음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BlogIcon Brandon419 | 2007.12.15 01:2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역시 글이 다르다 했더니 이런 체계적인 패턴이 있었군요. 저처럼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팁이네요. 저는 너무 성의없게 글을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사실 제 글은 글이 아니라 그냥 편하게 하는 말에 가깝지만서도...^^
BlogIcon 쉐아르 | 2007.12.18 11:11 신고 | PERMALINK | EDIT/DEL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가장 좋은 글은 읽기에 편한 글이라 생각합니다. Brandon419님의 글이 그런 글이 아닐까요? 전 참 좋던데요 ^^
make'emsimple | 2007.12.21 00:2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그렇군요,
저의 글이 엉성한 이유가 있군요.
수정을 많이 안 합답니다.
그나마 한국 떠난지 오래라 지금 띄어쓰기도 혼동하는 중:D
저는 글보다는 스케치나 샘플 등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프레젠테이션을 해왔기 땜에..
BlogIcon 쉐아르 | 2007.12.22 13:27 신고 | PERMALINK | EDIT/DEL
제 글도 엉성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글도 손을 댈 수록 조금씩이라도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도 얼마전까지 한국말을 많이 잊어먹는 것 같아 고민했었습니다. 근데 블로그를 쓰면서 많이 회복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시나요? 스케치나 샘플이라고 하면 디자인이나 미술쪽으로 하시든지 아니면 마케팅 같은 것 하시나 보네요.
| 2007.12.21 13:42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7.12.22 13:27 신고 | PERMALINK | EDIT/DEL
감사합니다. 연락 드리겠습니다.
BlogIcon | 2008.09.05 21:56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트랙백 감사드립니다 ^- ^; 제 글은 북카페에서 퍼온 글이라서.. 하하 저는 일열님이 아니랍니다.
글쓰기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만, 실력은 잘 향상되지 않는군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8.09.06 14:29 신고 | PERMALINK | EDIT/DEL
아. 그러시군요. 솔이라는 닉과 일열이라는 닉을 같이 쓰시는 걸까 궁금하게 생각하긴 했습니다 ^^ 다음번에는 솔님의 글을 읽으러 가야겠습니다.

글쓰기라는게 프로가 아닌 이상 다 비슷비슷하지 않을까요? 즐기다 보면 조금 나아지기도 할테구요.
BlogIcon 레이먼 | 2008.12.18 09:4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쉐아르님 잘 읽었습니다. 글쓰는 것이 많이 힘들더군요. 글감을 발굴하는 것도 힘들뿐 더러 내용을 쉽게 표현하자니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충적은 글들은 얕은 깊이에 성이 차질 않구요. 아마도 안고수저 현상이겠지요(눈은 높고 손은 낮은). 혹시 위 댓글에 나온 '일열'이라는 분이 네이버 블로거인지요. 그렇다하면 제가 블로깅으로 아는 사람인데.
BlogIcon 쉐아르 | 2008.12.19 16:11 신고 | PERMALINK | EDIT/DEL
'안고수저' 정말 딱 맞는 표현입니다. 가끔 스스로에게 투덜됩니다. '능력이 안되면 안목이라도 없을 것이지' 기타줄 맞출 능력은 안되면서 음 틀린 것만 알고 있는 그런 격이죠 ㅡ.ㅡ

'일열'분은 제가 직접 아는 분은 아니구요. 우연히 그분의 글을 퍼온 포스팅을 보고 댓글을 단적이 있었습니다. '일열'이라는 분이 꽤 알려지신 분인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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