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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14. 06:55
이 블로그에 제 오디오 시스템을 소개한게 벌써 2년반이 넘었네요. 전 작년이라고 생각했는데 ㅡ.ㅡ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다 작은 집으로 들어갔기에 전처럼 아늑하게 음악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TV를 비롯 모든 시스템을 한군데에 집중하려다 보니 복잡해졌습니다.

프리앰프가 고장이 났는데 여기는 수리비가 워낙 많이 나오는 곳이라 핑계 낌에 ^^ 빈티지 인티앰프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빈티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란츠가 마란츠였을 때"라고 말하는 시기에 만든 제품중 하나입니다. SR 5100이라는 모델인데 '80 ~ '82년에 생산했다고 하네요.



거실에 불끄고 음악을 들으며 바라보는 리시버의 불빛은 사진보다 더 멋집니다 ^^ CD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시절 LP가 음악 감상의 기준일 때 만들어진 거라 생각해서 그런지 LP를 들을 때 더 잘 어울립니다. 그게 빈티지의 매력이겠지요. 소리보다는 음악에 집중하게 만드니까요.

오디오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업자가 전체적으로 수리하고 판 제품을 $65에 구입했습니다. 두시간 발품을 팔긴 했지만 득템한 기분입니다 ^^ 소리에 아쉬움이 없다보니 고장난 프리앰프를 아직도 안고치고 있지요.


남는 파워앰프는 일하는 공간에 두고 북쉘프 스피커를 연결해 피시파이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음악은 이 시스템을 통해서 훨씬 많이 듣습니다. 랩탑에 저장된 파일중 선택만하면 되니까 훨씬 편하게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성격탓인지 어느정도 되었다 싶으면 더 이상 욕심이 안생깁니다. 소리는 이 정도면 충분하기에 음악을 즐기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생 오디오파일은 안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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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 30. 02:54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 꼭 들르게 되는 사이트 중 하나가 고!클래식 아닐까 합니다. 줄여서 고클이라고들 부르죠. 요즘 고클의 오디오파일 게시판에 실용/비실용 논란이 한참입니다. 전세계 어디든 오디오 사용자들 사이에 항상 있어왔던 논쟁이라 또 그러나 싶었지만 이번에는 꽤 오래 가네요. 제가 아는 분야의 논쟁이라면, 숟가락 하나 올려놓고 싶은 충동이 드는 성격인지라 ^^ 저도 그 게시판에 글 하나 올리면서 기록 목적으로 이 블로그에 복사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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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15일 가입한 이후에도 몇번 이 게시판에서 실용/비실용 논쟁을 봤습니다. 오디오 하시는 분들은 전세계 어디든 같은 논쟁을 하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이번에는 좀 오래가네요. 논쟁이 과격해지다보니 사실이 아닌 이야기들도 나오고 상대방 주장과는 상관없는 논지로 반박하는 것도 보입니다. 오디오보다는 음악에 더 중점을 두고, 또 이른바 하이엔드 제품을 많이 접해보지도 않았지만 경험과는 상관없이 사실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논쟁에 글 하나 더해봅니다. 

오디오 객관주의/주관주의 
실용오디오 사이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실용주의/비실용주의라 불리우는 이 논쟁을 영어권에서는 객관주의/주관주의라 부릅니다. 두가지 다 논쟁의 초점을 명확히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비실용주의'라는 용어가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주장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주기에 저는 객관주의/주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걸 선호합니다. 
 
먼저 짚고 넘어갈 거는 객관주의나 주관주의 진영 안에서도 상당한 의견차가 있다는 겁니다. 객관주의가 극단으로 가면 '오디오의 특성은 제품과 상관없이 모두 같다'가 되고 주관주의의 극단으로 가면 '어느 제품이든 모두 현저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가 됩니다. 이런 양진영의 극단적 주장을 놓고 논쟁을 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건 마치 극보수의 기독교인이 이슬람 원론주의자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 극단적 주장을 제하고 나면 객관주의와 주관주의는 보통 하나의 가설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지는 것으로 결론이 납니다. 그 가설은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가진 비슷한 스펙의 오디오 제품간의 차는 사람의 귀로 구별할 수 없다'입니다. 짚고 넘어갈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비슷한 스펙'간을 비교하는 것과 '사람의 귀로 구별할 수 있는가'의 여부입니다. 객관주의자가 '모든 오디오가 같다'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스펙이 다른 제품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분명히 스펙이 다르면 제품간의 차이는 있거든요.  
 
블라인드 테스트를 왜 하는가?
스테레오파일 같은 잡지를 보면 가끔 제품의 주파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 나옵니다. 최근에는 지터 문제를 놓고 다른 주파수 특성을 보여주면서 어떤 제품이 특성치가 좋은지 보여주더군요. 그렇게 계측기를 가지고 비교를 하면 제품간의 다른 특성은 쉽게 '증명'이 됩니다. 그렇기에 '제품간의 차이가 없다'라는 가설을 놓고 이야기하면 토론이 진행이 안됩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증명 혹은 반증하려는 가설은 '제품간의 소리차이를 사람의 귀로 구별할 수 있나'하는 겁니다. 블라인드 테스트 자체는 중립입니다. 과학이라는게 그렇거든요. 가설을 하나 세우면 실험을 통해 증명하거나 혹은 반증해야합니다. 반증가능성이 없으면 과학이 아니지요.
 
실험 모델링을 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떤 것이 독립변수인지 어떤것이 비독립변수인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독립변수의 수를 최소한으로, 이상적으로는 하나로 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서너개 되어버리면 결과를 도저히 분석해낼 수 없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는 독립변수의 수를 하나로 줄이고자 하는 행위입니다. 테스트하고자 하는 시스템 이외의 모든 것을 같게 합니다. 케이블을 테스트한다면 이외 모든 것은 같은 제품을 씁니다. 소리의 크기도 같이하고 스피커의 위치도 동일하게 유지합니다. 제품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소리만으로 판단하게 하는 겁니다. 일부 글에 눈으로 보지 않고는 (unless through sighted test) 소리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건 정당한 테스트가 아니지요. 보지않고 구별할 수 없는 것을 보고서 구별한다는 것은 소리 이외의 다른 변수가 이미 개입된 것이니까요.  

블라인드 테스트의 종류 
오디오 업계에서 사용하는 블테는 두가지입니다. 그냥 블라인드 테스트라 하면 실험자는 모든 상황을 알지만 답변하는 사람은 모르는 경우입니다. 실험자가 알면 혹시나 생길 외부요인마저 없애고자 사용하는 방법이 더블 블라인드 테스트(DBL)입니다. 자동 스위치를 통해 모든 사람이 어떤 시스템을 듣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겁니다. 
 
제품간 차이를 구별하기 위한 실험의 경우 답변은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AB방식과 '모르겠다'를 추가한 ABX방식이 있습니다. 선호도를 평가하는 경우는 테스트하는 제품만큼 답을 하게 될테구요. 

블라인드 테스트는 가치가 있는가? 
사실 이런 질문 과학이나 의학쪽 종사하는 분에게 하면 무식하다 욕먹습니다 ^^ 블라인드 테스트는 실험의 한가지 방법일 뿐이고 잘만 설계된다면 방법론에 합당한 실험입니다. 블라인드 테스트 자체를 부정한다면 그건 실험을 통한 증명이라는 전제를 모두 부정하는 거지요. 그 주장은 종교가 되어버리는 거구요. 
 
오디오 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폄하하려 합니다. 왜냐하면 밥줄이 달려있으니까요 ^^ 하지만 오디오 업체들이 블테를 사용안하느냐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캐나다의 National Research Council (NRC) 에서 스피커 업체들과 같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습니다. 하만사의 블라인트 테스트 결과도 찾아볼 수 있구요. Good Sound지의 Doug Schneider와 같이 블테가 좋은 오디오를 평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하는 평론가도 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블라인드 테스트 자체는 중립적입니다. 
 
모든 블테가 효과적으로 설계가 된 것은 아닙니다. 답변자들에게 전혀 생소한 제품들을 사용한다든지, 시스템의 배치가 너무 엉망이라 테스트하고자 하는 제품들의 특성치가 다른 요인으로 인해 무시될 정도로 떨어진다든가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자들이 듣는 훈련이 안되어 있는 이른바 '막귀'인 경우 실험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오디오 잡지들이 주로 공격하는 블테가 이런 실험들이지요. 반대로 제품간 차이가 없음에도 다른 요인으로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Radio & Television에서 1982년도에 한 프리앰프의 블테에서 고급제품에 한해 채널간 0.06dB의 차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두가지 제품을 쉽게 비교할 수 있었지요. 물론 두번째 실험부터는 이 차이를 없앴지만요.  
 
하지만 모든 블테가 다 엉망으로 설계된 것은 아닙니다. 찾아보면 잘 설계된 테스트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가보면 다양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는 무엇을 증명/반증하는가? 
위에서도 말했지만 블테를 통해 증명/반증하고자 하는 가설은 '제품간 차이를 사람의 귀로 구별할 수 있는가?'입니다. 소리의 특성치는 계기 측정만으로 가능합니다. 블테의 결과를 놓고 보면 99% 이상 제품간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다로 나옵니다. 스피커의 경우만 예외입니다. 케이블의 경우는 차이를 밝혔다는 테스트를 보지 못했구요. 50미터(50ft 인지 기억은 확실치 않습니다) 이상의 스피커 케이블은 대부분 쉽게 구별해냈다는 결과를 봤습니다. 블테라고 모두 구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
 
하지만 그 결과를 놓고 '제품간 차이가 전혀 없다'라고 확대해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TV를 사러 전자 매장을 가면 보통 여러제품을 놓고 비교하게 됩니다. 이렇게 눈 앞에 놓고 비교하면 구별이 쉽습니다. 어떤 제품이밝고, 어떤 제품이 더 녹색을 띠고 있고, 어떤 제품이 더 선명한지 쉽게 보입니다. 그래서 맘에 드는 것을 집에 가져다 놓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다른 집에 놀러가서 비교했던 다른 TV를 봅니다. 이때 두 제품간의 차이를 판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내가 산 제품이 친구의 TV보다 밝은지 선명한지 알 수 있을까요? 백이면 백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것은 아니지만, 비교하는 대상을 동시에 들을 수 없는 오디오 블라인드 테스트의 특성상, 같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듣는 제품을 오래 들을 수록 이전에 들었던 것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억상의 근거가 서서히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차이가 있더라도 구별할 수 없는 경우도 생깁니다. 따라서 블테 결과만을 놓고 제품간 차이가 없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입니다. 

그렇다면 블라인드 테스트는 의미가 없는가? 
여기 게시판에 보면 사람의 귀는 오묘해서 블테만 가지고는 진정한 평가를 내릴 수 없다라는 주장을 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렇기에 블테가 의미 없다는 것은 억지입니다. 그 주장은 소리 이외의 다른 요인이 반영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앞에서 제시한 하만사의 테스트를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옵니다. 동일한 사람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스피커 선호도 테스트를 했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와 보면서 하는 테스트를 둘다 했습니다. 실험자 모두 하만사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듣기에 '훈련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두 테스트의 결과는 현저하게 다릅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게 있습니다. 스피커의 위치를 바꾸어놓고 청취실험을 합니다. 이때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는 스피커 위치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보면서 하는 테스트는 스피커 위치와 상관없이 비슷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결국 어떤 제품인지 알면서 하는 테스트에서는 소리가 아닌 '스피커 자체에 대한 선호도'를 보여준다는 겁니다. 선입견이 그만큼 크게 작용하는 거지요. 또한 스피커 위치가 제품간 차이보다 소리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론은? 
마지막으로 제 입장을 밝힌다면 저는 객관주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실험의 결과가 그렇게 나타나니까요. 일정 시간 넘게 듣고 있으면 구별할 수 없는 소리의 차이를 위해 몇백, 몇천씩 더 투자할 용의는 없거든요. 그보다는 더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이나 배치에 더 신경을 쓸 겁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시스템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 믿으니까요.
 
그럼에도 오디오가 꼭 소리가 다는 아니라는 것에 동감합니다. 좋은 오디오 시스템이 디자인도 괜찮고 내구성도 좋습니다. 들여다놓으면 폼도 납니다. 재력만 된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 없습니다. 이에 관해, 제가 음악을 다시 듣게되는데 가장 큰 공을 한, 현카피님의 을 소개합니다. 저는 인용한 문장처럼 제품간 차이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글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현카피님도 그렇게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구별할 수 있을만큼 차이가 없다'는 것이 실험의 결과입니다.
 
만약 어떤 이가 "실제 맛이 달라지지 않더라도, 내가 청자잔으로 술을 마시는 건 내게 아주 우아하고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한다면 그건 심미주의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일이고, 누가 뭐라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가 "청자잔이 실제로 화학적으로 작용하여 맛을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나는 값비싼 청자잔을 무리해서라도 구입한다"고 한다면 이때는 누군가 "청자잔이 실제 당신이 마시는 술을 화학적으로(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바꾸어놓은 것은 아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건 상대의 심미주의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사실'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결국 선택은 개인의 몫입니다. 그래도 많은 경우 제품간 차이를 구별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인정해야겠지요. "과학적 사실은 우리의 주관적인 느낌이나 독자성과는 별개의 문제"이니까요. 
그렇지 않고 믿는대로 종교적 주장을 되풀이 한다면 논쟁의 끝은 안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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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17. 04:32
음악 이야기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요즘 음악에 마음과 정성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 대해 쓰고 싶은 글도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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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의 세번째 오디오 시스템을 소개합니다. 음악(만)을 위해, 그리고 소리를 위해 구입한 것으로는 처음이기에 어떤 의미에서 첫 오디오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첫 오디오 시스템은 인켈이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과외해서 번 돈으로 첫 오디오를 장만했지요. 테잎덱, 프리, 파워, 튜너까지 한통에 들어간 일체형이었습니다. 이퀄라이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 안나지만 단순한 것을 선호하는 제 성격으로 봐서 없었을 겁니다. 단순해야 고장도 덜나고 소리도 좋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턴테이블은 따로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부족한 시스템이었지만, 그래도 두평 남짓한 제 방을 꽤나 풍성한 소리로 채워주었습니다. 그때가 음악을 가장 즐겼던 때였던 같습니다.

결혼하고 이사를 다니면서 그 시스템은 늙어갔습니다. 기억도 못하는 어느 순간 첫 오디오는 버려졌고, 음악에 대한 관심도 같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오게 되었지요. 삼년 동안 아파트 생활을 하다가 집을 장만했습니다. 거실 하나 달랑 있던 아파트와 달리, 주택에는 리빙룸과, 다이닝룸, 페밀리룸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아담한 사이즈의 리빙룸을 보면서 음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마침 AV가 유행하기 시작하던 때라, 열심히 조사를 한 후에 가격대비 성능비가 좋다는 캠브리지 사운드웤스의 5.1 채널 스피커 시스템을 구입했습니다. 우퍼와 다섯개의 스피커, 온쿄 리시버가 같이 왔습니다. 선을 사다가 길게 연결해 서라운드 스피커를 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음악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음악을 즐기기에 부족함도 없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아직도 AV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몇년 살다가 집을 바꾸었습니다. 가장 큰 지름이지요 ^^ 음악감상을 하기에 참 좋을 전보다 더 아늑한 리빙룸이 생겼습니다. 그곳에 10년 넘게 보관하기만 했던 LP들의 소리를 내줄 시스템을 갖추고 싶더군요. 아니 그건 고등학교 시절 음악동아에서 봤던 쿼드나 보즈 같은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고가의) 장비들을 보면서 '언제가는'이라 생각했던 어릴 적의 바램이 더 이상 숨어있을 수만은 없다고 투정부리는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3주 가까운 검색과 조사 끝에, 그리고 두시간씩 운전해가며 발품을 판 끝에 지금의 시스템을 갖추었습니다. 아직 CDP를 구하지 않아 휴대용 CDP를 연결해서 듣고 있지만, 그래도 음악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스피커는 미라지의 M-7si라는 모델입니다. 이 회사의 바이폴라(bi-polar)라인중 가장 작은 제품입니다. 바이폴라란 소리가 앞으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뒤로도 나온다는 겁니다. 보스 901처럼 앞뒤에 스피커가 달려있는데, 미라지의 경우는 앞부분에 조금 더 힘을 줍니다. 이 스피커는 공간을 조금 필요로 합니다. 뒷부분에 1미터 정도 공간을 주니 소리가 꽤 좋습니다. 주로 듣는 음악이 솔로나 소편성의 현악기인데, 밤늦게 소파에 앉아 방안 가득 울려주는 소리를 듣다 보면 참 행복합니다. 다른 소리도 좋지만 첼로의 울림을 매력적으로 들려줍니다.


턴테이블은 파이오니어 PL-512라는 모델입니다. 슈어의 카트리지가 부착되어있다는 말에 이베이에서 $52에 구입한 녀석이지요. 고급 모델은 아니지만, 꽤나 똘똘한 소리를 내주는 녀석입니다. 커버에 간 금을 강력 접착제로 붙여주었는데 그 모습까지 볼수록 정이 갑니다 ^^

역광이라 앰프가 잘 안보이네요 ㅡ.ㅡ



프리앰프는 Superphon이라는 곳에서 만든 Revelation Basic이라는 모델입니다. 포노와 두개의 AUX를 지원하는 셀렉터, 좌우 볼륨 두개, 테이프 모니터, Mute 이렇게만 달려있습니다. 파워스위치도 없어서 파워선 중간에 스위치를 만들어 달았습니다 ^^ 이 프리를 선택한 이유는 그 단순함과 투박함 때문입니다. 자작한 것같은 볼품없는 케이스와 페이스 플레이트. 밸런스와 볼륨이 아닌, 두개의 볼륨이라는 독특함. 달라보이는 그 모습이 좋았습니다.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리뷰들의 영향도 받았지요. 몇백 가는 프리 부럽지 않다고 하더군요 ^^

파워앰프는 카버(Carver)의 M-1.5t입니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에는 회사가 문을 닫은지 꽤 되었음에도 동호회 사이트가 운영되는, 열성팬을 꽤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M-1.5t는 채널당 350와트를 가진 힘이 좋은 녀석입니다. 디자인은 정말 단순합니다. 하다못해 파워스위치도 없어서, 이번에도 파워선 중간에 스위치를 만들어 달았습니다.

카버 앰프를 디자인한 밥 카버(Bob Carver)는 독특한 사람입니다. 70년대일겁니다. 제품의 내부를 보지 않고도 어떤 앰프든 소리를 재현해 낼수 있다고 공개 도전을 했지요. 오디오 잡지 두군데에서 도전을 받아들여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리고 두번다 48시간내에 소리를 재현해내는데 성공합니다. (소리의 특성을 재현해냈다고 해야겠지요) 그 중 대상이 되는 앰프중 하나가 진공관이었는데, 그 때 사용한 회로를 기반으로 만든 모델 중 하나가 1.5t입니다. 마지막에 붙은 t는 진공관스러운(tube-like)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재밌는 것은 밥이 수리점을 차렸다는 겁니다. 어느 모델이든지 카버 앰프는 $180이라는 균일 가격으로 새것처럼 만들어준답니다. (미국에서는 정말 저렴한 가격입니다 ㅡ.ㅡ) 밥이 요즘 새로운 앰프를 디자인하던데... 수리점 아직 하고 있을 때 제 앰프도 보내서 오버홀 좀 해야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의 세번째 오디오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추가로 CDP겸 사용할 CD레코더를 물색중입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안나오지만, 앞에 있는 테이블에는 그동안 숨한번 못쉬었던 LP들이 잔뜩 싸여져 있습니다 ^^ 한장 한장 들으며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사진을 찍으며 카메라를 바꿔본 경험상, 어떤 분야든 바꿈질의 충동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이 얼마나 갈지 말할 수 없습니다만... 그래도 당분간 변화가 없을 거라는 건 장담합니다. 제게는 더이상 부족함이 없는 소리를 들려주고 있으니까요 ^^





2009. 3. 27. 09:33
오디오 이야기를 하면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입니다. 비싼 장비나 저렴한 장비나 실제로는 구별해낼 수는 없다는 것이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입니다. 오디오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전문가들이라도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와인의 경우가 대표적이지요.

오디오의 경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같은 음악을 세번 들려줍니다. 첫번째는 A사 제품, 두번째는 B사 제품을 사용합니다. 세번째 들려줄 때, 사용되는 장비가 A사 것인지 B사 것인지 맞추는 것입니다. 답이 두가지중 하나이기에, 찍더라도 50% 성공확률입니다. 그런데 모든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결과가 50%의 오차범위안에 들어갔습니다. 테스트에 참석한 사람들이 내노라하는 오디오 전문가들이지만, 결국 소리를 구별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비싼 장비에 투자해야 헛일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TV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전 TV를 사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러대를 놓고 보면 차이가 있지만 따로 놓고 보면 모른다구요. 맞는 말이라 생각하고 같은 크기중 제일 싼 것을 샀습니다. 조금 지나니 제가 산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밝았는지, 어두웠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옆에 놓고 비교할 때나 화질의 차이를 알 수 있지 따로 떼어놓고 보면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질에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요. 좋다 나쁘다는 개인적인 의견이라 하더라도 눈 앞에 놓고 볼 때 화질의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디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의 테스트처럼 제품과 제품 사이에 시차를 둔다면 차이를 구별해 낼 수 없지만, 시차없이 이어서 플레이를 한다면 차이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훈련되지 않는 귀를 가지고도 제가 가지고 있던 스피커와 새로 구입한 스피커의 차이를 알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를 두고 '오디오 제품간에 차이가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제품간 소리상의 개인에게 적용되는 효용 차이는 없다'가 더 정확하겠지요. 제품간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구별할 수 있는, 따라서 저에게 주어지는 가치에서는 차이를 인식할 수 없다는 겁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면 좋을수록 한계효용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소리가 깊다'느니 '고역은 맑고 저역은 풍부하다'느니 하는 오디오 전문가들의 예술적인 표현에는 색안경을 하나 끼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오디오를 이야기할 때 소리가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신뢰성이나 디자인도 고려됩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감성적인 요인일 겁니다. 기능상의 효용가치만 따진다면 차이가 없을 루이비똥 핸드백과 시장표 핸드백을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까요? ^^ 진공관이 들어가 있으면 차이를 느끼든 말든 일단 따듯하다 생각하는게 오디오를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입니다. 따듯한 소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진공관 앰프를 갖고 싶은 마음을 막연히 가지게 되는 거지요.

사실 어느 정도까지는 비용을 더 들일수록 인지가능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 선을 넘어가면 소리의 차이는 감상에 영향을 안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일 이 앰프 저 스피커 바꾸어서 비교하지 않는 이상에는요. 저는 (중고품 기준으로) 앰프는 오십만원, 스피커는 백만원 정도가 그 선이라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발품 좀 팔아서 제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들인 비용은 더 작습니다 ^^) 그 다음은 기능상의 가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절대적인 가치와 상대적인 가치는 영원한 논쟁거리입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단순하다 생각합니다. 어느 선까지야 실제적인 필요를 채우는 것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가지고 싶은 욕망'을 채우는 것입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가 말하는게 이것 아닐까요?




2009. 3. 27. 00:34

#1.

블로그에 통 글을 못 썼습니다. 바빴을까요? 예 바빴습니다. 아니 바쁘다기보다 열병을 좀 앓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중에 현카피라는 분이 있습니다. 사진, 글,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분이지요. 그분의 글을 읽다 이 문장에서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병이라고 해도 좋다. 아름답게 앓는 편이 무덤덤하게 건강한 쪽보다 천 배는 낫다.

중3때 우연히 음악동아를 보았습니다. 거기 실린 오디오기기를 보면서 '언젠가는'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때 기억에 새겨진 장비가 쿼드, 보즈 이런 것들이었지요. 20년 넘는 잠복기를 버텼던 '소리에 대한 집착'에 일주일 내내 마음을 온전히 내어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비싼 장비를 사버리면, 분명히 만족하겠지만 그건 재미도 없고... 라고 하면 거짓말이구요. 사실은 돈이 없습니다 ㅡ.ㅡ 한정된 예산에서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려다 보니 시간과 마음을 많이 썼습니다.

#2.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보면서 새삼 '음악이 좋구나'라고 느꼈던 감정이 오디오까지 연결되며 한동안 음악에 빠져 살았습니다. 마음이 이곳에 가있다 보니 이쪽으로 쓰고 싶은 글들이 참 많네요. 갈수록 메인에 집중 안하고 '그밖에..' 카테고리에 글을 더 많이 실는 것 같습니다 ㅡ.ㅡ

#3.

큰 아들의 사립학교 지원에 대해 적은 적이 있습니다. 네군데를 지원했는데 다 떨어졌습니다 ㅡ.ㅡ 모두 Top 10에 들어가는 학교인지라 쉽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습니다만, 아이한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게다가 중학교 들어가 학교 수업에 충실하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라는 것을 자신이 알기에 결과를 더 힘들게 받아들이는 듯 했습니다. 다른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자신도 알기 때문입니다.

어쨋든 좋은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어린 나이(한국 나이 열다섯)에 실패를 맛보는 것 같아 안스럽긴 하지만, 이번 일로부터 최대한 많이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단계 자란 것 같긴 하네요.

#4.

큰 아이 이야기 나온 김에 한가지 더. 전에 올렸던 영어소설은 Scholastic이라는 회사에서 주최한 예술/문학 컨테스트를 위해 쓴 것이었습니다. 총 14만점이 출품되었는데, 그중 1300명이 골든키를 받았답니다. 어제 그 골든키가 왔습니다. 고등학교 떨어지고 시무룩했던지라 아이나 엄마나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

골든키는 예선 통과의 의미고 이제 본선이 남아있습니다. 결과가 기다려지네요. 다른 과목과는 달리 글쓰기에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 같아 그쪽에 노력을 더 기울이라고 계속 격려하고 있습니다. 한국 아이라고 꼭 수학만 잘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

#5.

작은 아이는 이제 열한살이 됩니다. 둘째다 보니 상대적으로 노출도 적게 되고 (오빠를 뛰어넘지 않는 이상) 잘해도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는 불이익이 있습니다. 요즘은 그게 불만인듯 합니다. 신경좀 써야겠습니다.

#6.

여러가지 이유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4월달에는 자녀 교육에 대한 책을 집중적으로 읽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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