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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리고 글'에 해당되는 글 87건
2007. 12. 9. 03:22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글을 쓸 때 사용하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의식하지 않아도 글을 쓰는 순서가 있고, 글의 흐름이나 구성, 혹은 문체도 대부분의 경우 그 패턴에 따르게 글을 쓴다.

0. 준비작업

내 경우 준비작업은 '머리속으로 생각하기'다. 'Finding Forrester'에서 포레스터는 생각하지 말고 일단 쓰기 시작하라고 하는데, 나는 미리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내 표현대로 하면 '생각이 넘쳐흐를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그때 써야 그나마 좋은 글이 나오는 것 같다. 대부분 전체적인 구성을 머리 속에 잡아놓는다. 시작하는 문장, 마무리 문장, 그리고 글 중간에 강조하기 위해 사용할 문장까지 생각해 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떤 글을 쓸까? 원고 청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글을 써야하는 상황도 아니기에, 쓰고 싶은 것을 쓴다. 책을 읽다가, 뉴스를 보다가, 혹은 일상 생활 속에서 글의 소재나 주제가 생각난다. 항상 대여섯가지는 머리속에서 맴도는 것 같다. 주제가 잡히면 그때부터 앞에서 말한 준비작업이 시작된다. 틈나는데로 머리속에서 생각하는 거다.

1. 생각 정리하기

몇년전까지만 해도, 머리속에서 구성이 잡히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근데 요즘은 그게 안된다. 며칠 지나면 무슨 글을 쓰고 싶었는지 잊어버린다. ㅡ.ㅡ 그래서 요즘은 수첩 한쪽에 쓰고 싶은 글 목록을 기록해 둔다. 남는 시간이 생기면 목록을 보고 생각을 이어가기도 하고, 추가 혹은 삭제를 한다.

글의 내용이 커질 것 같으면, 미리 목록을 적어보고 글을 쓰기도 한다. 간략하게 써보기도 하지만, 자주 이용하는 것은 마인드맵이다. Blogging이라는 마인드맵을 계속 운용하는데, 여기에는 쓰고 싶은 글과, 각 글별로 주제, 소재, 그리고 간단한 목차를 적어놓는다. 머리가 예전같지 않기에 적어놓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그래서 요즘은 생각이 익기를 기다리지 않고 미리 메모를 해둔다.

2. 초벌 작성하기

생각이 다 익었다 싶으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 순서야 별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결론부터 쓰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건너띄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쓴다. 글을 쓸 때 나름대로 지키는 원칙이 있다. 의식하고 쓴 것도 있지만, 내가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면 '아~ 내가 이렇게 쓰는구나'하고 알게 되는 것도 있다.

- 최대한 문장을 짧게 쓴다. 대부분 열두단어안에서 끝을 내고, 길어도 한줄 반안에 마무리를 짓는다. 이렇게 쓰면 생각이 더 간결해지는 것 같다. 더 단정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주로 쓰는 글이 서평이나 리포트 형식이라 이런 형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다른 장르의 글을 쓰면 문체도 다르게 시도해 보고 싶지만, 아직은 아니다.   
- 적당하게 단락을 나눈다. 단락의 크기는 대부분 비슷하다. 지금 세어보니 다섯에서 일곱 문장 안에서 마무리를 한다.
- 글의 마무리는 보통 주제를 적는 편이지만, 딱히 미괄식(?)은 아닌 것 같다. 약간 주제를 비튼다고 할까? 뭐라 한마디로 정리하기 힘든데, 열린 마무리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일부러 그럴려고 한게 아니라 쓰다보니 몸에 밴 습관이다.
- 중간 특히 끝부분에 옆으로 약간 빠진다. 최근에 쓴 '마지막 통찰' 서평을 보면 마지막에 삼성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시크릿' 비평에는 내가 실제로 시도해본 일을 적었다. 내 이야기나 혹은 당시 사람들이 관심가지는 이야기를 적으면서 글이 말하는 내용에 독자들이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될 수 있는데로 인용을 할려고 노력한다. 왜냐면 그게 더 폼나니까 ^^;; ㅎㅎ 이게 원래 목적은 아니고 당연히 원래 글쓴이나 발언자를 표시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 생각한다.

3. 마무리 하기

초안을 다 쓰고 나면 한두번 읽으면서 수정을 한다. 아무리 초벌에 노력을 많이 기울였어도 다시 읽어보면 부족한 것이 많다. '완벽에의 충동'의 정진홍씨는 글을 쓰고 나서 50번이 넘게 수정을 한다고 하던가? 나는 그정도로 참을성이 없기에 보통 두번 정도 수정하고 올린다. 그대신 블로그에 올려놓고 나서 틈나는데로 또 수정한다.

- 반복되는 단어나 표현이 없는지 본다. '...생각한다',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써놓으면 지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복되지 않도록 단어를 바꾸거나, 문장을 조정한다. 그리고 꼭 필요없는 단어는 지워버린다.
- 말할 때나 글을 쓸 때 내가 가지는 문제는 자꾸 사족을 붙인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런 말하면 기분나쁠지 모르지만' 등등. 대화를 할 때야 필요할지 몰라도, 글에서는 없애는게 낳을 것 같다. 처음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꼭 이런 표현이 적혀있다.

====

글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어떤 때는 글을 왜 쓰나 싶기도 하고. 전문 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그래도 살면서 꼭 이득이 있는 것만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요즘 쓴 글을 읽어보면 패턴이 너무 일정해진듯 하다. 변화를 주어야할 것 같기도 한데, 좋은 방법이 뭔지 모르겠다. 소설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려나?. 그런데 이런 생각하는 내가 재밌다. 아마추어로서 너무 심각한 것 아닌가? ^^



2007. 12. 3. 22:09
피터 드러커, 마지막 통찰 - 10점
엘리자베스 하스 에더샤임 지음, 이재규 옮김/명진출판사


이 책은 드러커가 생애 마지막에 자신의 철학을 정리하기 위해 엘리자베스 에더샤임에게 책을 써달라 부탁함으로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음에도) 그는 자신이 선택한 후배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도록 한 것이다. 그 부탁이 흥미롭다. "이것은 내 책이 아니라 당신의 책이다", "숨기지 마라", "드러커 회사의 CEO처럼 생각하라. 내 모든 작업에 질문을 던지고 현재와 미래에 맞지 않는 내용이 있으면 다 지워라", "(내 이야기가 아니라) 당신의 해석이다" 드러커가 보기에는 한참 밑의 후배이다. 드러커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후배에게 자신의 작업을 평가하고 해석하고 추려달라는 부탁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존경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 드러커의 기대에 에더샤임은 멋지게 부응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머리에 떠오른 말이 "거인의 어깨"라는 말이다. 내가 작더라도 거인의 어깨위에 올라간다면 멀리 볼 수 있다. 에더샤임은 드러커라는 거인의 어깨위에 올라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고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드러커의 평생 작업을 멋지게 요리하며 자신의 키만큼 높이를 더하였다. 드러커의 저서를 많이 읽지 않았기에 조심스럽지만, 누구도 에더샤임보다 더 뛰어나게 정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말 그대로 결정적 드러커 (Defintie Drucker:원제)를 만들어 낸 것이다. 누가 경영에 관한 책을 추천해달라 하면 나는 주저없이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

다 읽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9월 22일에 읽기 시작했으니 이 책을 읽는데 사흘 모자른 두달이 걸렸다. 중간에 다른 책을 읽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너무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다. 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다. 굉장히 흥미로웠다. 문장이 엉망이라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번역은 어떨지 모르지만 올해 읽은 원서중 문장이 가장 깔끔했다. 내용적으로 새로운 것도 많지 않다. 드러커가 현대 경영에 미친 영향이 워낙 크기에 상당부분이 이미 다른 책에서 언급되었거나, 여기 저기서 줏어 들을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게을러진 탓도 있겠지만 ㅡ.ㅡ 그보다 책의 내용을 소화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그만큼 내용이 방대하다.

에더샤임은 드러커의 평생작업을 일곱가지 항목으로 분류하였다. 여기서 정리를 하였지만, 세세한 내용 하나 하나 소중한 것이기에 직접 읽어보기를 권한다.

#1. 드러커는 현재 사화를 레고월드로 정의한다. 세상은 편평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전처럼 나뉘어진 것도 아니다.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레고처럼 이 세상도 그렇다는 것이다. 세상은 변하기에 어제의 원칙이 오늘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이 하게 내어주라고 드러커는 이야기한다.

#2. 드러커에게 있어서 고객은 시작이며 끝이다. 드러커의 유명한 질문 "고객이 누구인가?", "고객이 어떤 것을 가치있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드러커는 모든 사업이 계속해서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어야한다고 강조한다. 당연한 진리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한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듯이, 그렇지 않은 회사들이 너무나 많다.

#3.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는 말처럼 드러커는 혁신이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것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혁신은 항상 버림을 동반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혁신을 하기 위해 무엇을 버릴 것인가?", "기회를 체계적으로 찾고 있는가?", "아이디어를 해결책으로 변환할 방법이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에 좋은 인력(노력)을 배치고 있는가?"고 묻는다. 이런 질문들은 회사 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물어볼만한 것이다.

#4. 현대 사회의 특징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협력의 필요이다. 더 이상 한 개인이나 한 회사가 독자적인 연구를 하고 비용투자를 감당하기에는 힘이 드는 세상이 되었다. Wikinomics로 표현되는 새로운 경제질서 속에서는 각자 독자 영역을 확보하면서도, 그 이외의 것은 다른 이들과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5. 드러커는 경영이라는 것이 결국 사람에 관한 것임을 강조한다. '지식근로자'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이 드러커이다. 드러커는 근로자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고, 사람 관리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함을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임과 목표이다. 목표를 분명히 한 상태에서 필요한 모든 권한을 위임할 때 근로자는 가장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으며, 또한 가장 행복해 한다.

#6. 빠르면서 옳은 의사 결정을 위한 조직과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드러커는 섀시(Chassis)라는 표현을 썼다. 일회적으로 좋은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묶어줄 생각의 프레임을 말하는 것이다. "누가 옳으냐?"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묻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프로세스는 의사결정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조직내 모든 분야에 프로세스의 정립이 필요하다.

#7. 말년에 드러커의 주된 관심은 CEO에 있었다고 한다. CEO가 중요한 이유는 회사 방향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하고, 또 어느 CEO든 조직 문화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회사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 각자의 삶에 대해 CEO처럼 생각하고 살아가라고 도전한다. 성공적인 커리어는 계획되어지는 것이 아니고 관리되어지는 것이다.

고객을 우선시하고, 혁신을 강조하며, 무엇보다 사람의 중요성을 알고 있던 드러커에게, 최근 일련의 사태는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장기적인 비전 없이 단기로 주식값만 올려 자신들 이익만 챙기려고 하는 경영진이 얼마나 많은가? Enron이나 Worldcom 사태를 보면서 드러커는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수단과 가치로서 회사를 인식하고, 정도를 통해서 회사가 성장할 수 있음을 가르쳐왔는데, 눈 앞의 이익만 좇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움과 서운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요즘 삼성을 놓고 말이 많다. 삼성을 옹호하는 자들은 비자금으로 대표되는 편법운영에 대해 사회적 통념이라는 면죄부를 주고 싶어한다. 다 그래왔지 않았냐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다 과거에 그랬기에 앞으로도 그래야한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산은 말했다. 학문하는 자는 지름길을 찾아야하고, 순서를 밟아 차근 차근 단계별로 나아가는 것이 그 지름길이라고. 성공이라는 잣대로 모든 것이 평가받는 세상과, 성공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람들에게 드러커는 바른 길이 옳은 길이요,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 역설한다. 그의 경영이론을 적용해 단순한 성공을 넘어서 위대함에 이른 기업들(GE, Toyota, P&G 등등)이 이를 증명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40여개가 넘는 예제 기업중에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예로 들을만큼 크지가 않았거나, 아니면 예가 될만한 기업이 없었거나, 이유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7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끊임없이 미래를 예측하고 경영인과 관리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했던 드러커는 진정한 거인이다. 앞으로 그는 과거의 인물이 되어갈 것이지만, 그의 가르침을 과거의 것이라 잊어버릴 수 없는 이유는, 거인의 어깨위에 설 때 우리는 더 멀리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드러커가 후배들에게 바란 것이 아닐까? 자기를 도움닫이로 삼고 자신을 넘어서라고 말이다.



2007. 10. 20. 21:35
아내가 즐겨 하는 말이 있다. 처음 만나 식사를 하며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나는 직장을 십년에 한번씩 바꾸고 싶다. 앞으로 전진하지 않는 삶은 후퇴하는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일기>를 읽으며 안주를 거부하는 그의 삶에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고 아내는 내가 "보통 남자와는 다른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그 인상이 결혼으로 연결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하지만 그 말을 실천하겠다 결심한 것은 오랜 후의 일이다. 이년정도 전에 "이렇게 살면 안되겠구나"라는 각성의 순간이 있었고, 이후 여러 책을 보며 나 자신에게 자극을 주어왔다. 그러던 마음이 구마가이 마사토시의 <꿈을 이루어주는 한권의 수첩>을 보며 지금의 내 모습은 지난 십여년간 내가 선택해온 삶의 결과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런 뼈저린 자각이 있고난 후 십오년후의 내 삶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고백으로 이어졌고, 그것이 이 블로그를 만든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서점에서 보았을 때 "한 발 늦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내가 썼었어야 하는데 벌써 다른 사람이 썼구나. 그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책 속에 나타나는 저자의 고백들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가졌던 생각들과 많이 틀리지 않았다. 다만 차이점은 그는 모든 것을 던져 실천했다는 거고, 나는 말만으로 그쳤다는 것이다.

"명품인생을 만드는"이라는 부제가 붙은 <10년 법칙>이 말하는 내용은 단순하다. 자기 분야에서 창조적인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10년 정도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10년 법칙은 하워드 가드너가 쓴 <열정과 기질(Creating Mind)>에서 제시된 것으로, 가드너는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엘리엇, 마사 그레이엄, 간디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공병호 박사는 가드너의 10년 법칙을 모티브로 삼아 그 위에 자신의 지식과 철학을 덧붙였다.

책은 크게 네부분으로 나뉜다. 첫부분에서는 삶에 대한 각성과 도약을 위한 투자를 말하며 왜 10년 법칙이 필요한가를 이야기한다. 두번째는 10년법칙이 무엇인가 설명하며 왜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가를 설명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두뇌에 대한 여러 이론들을 사용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별로 맘에 안든다. 억지로 가져다 붙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우리 인생에 10년법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과정별로 설명을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성공에 대한 열정을 가지게끔 격려 혹은 도전하는 글로 책을 마무리한다.

10년법칙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서 제시되는 원칙들은 사실 여타 자기개발 서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과 별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원칙들을 흘려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변하지 않는 중요한 원칙들이기에 이책 저책에서 반복해서 강조되는 것이다. 그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우선 현실에 대한 불안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구나"라는 각성에서 10년법칙은 시작을 한다. 더불어 "잘 하고 싶다는" 열정과 의욕이 있어야 한다. 재능과 열정이 동시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는 '신이 내린 직장'이니 하며 안정된 삶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이 세상에 정말 안정된 것은 없다. 변화에 대비해 자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10년법칙이 추구하는 목표는 차별화다. 어느 누구도 내가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어야한다. 이렇게 뛰어나기 위해서는 노력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노력해서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를 수는 있지만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자신이 어느것을 잘하는지 관찰해야한다. 자신이 잘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하기 전에는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노력을 집중하는 것과 자신의 재능을 찾는 일은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삶의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이왕 하는 것, 최고가 되기로 결심하라. 이를 위해서는 일을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차피 하는 일이라면 즐길 수 있도록 자신을 설득하라. 왜냐하면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은 나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계속 배워야 한다. 하지만 그냥 배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어느 순간 자신만의 목소리, 의견, 관점을 가져야 한다. 작은 기회라도 놓치지 않는 야무짐과 현재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결단력을 가질 때 10년법칙을 이룰 수가 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긴 것 같지만, 당신이 앞으로 살아갈 날은 그보다 훨씬 더 길다. 당신의 경험을 점검해서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지금 시작하라.

****

쉽게 읽혀지는 책이라 금새 읽었다.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그래도 나태해지는 나에게 큰 자극을 주는 책이였다. 이론만 알면 무엇 하는가? 실천을 해야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을 너무 빨리 썼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중복해서 나오는 말도 많고, 오타도 여러번 등장한다. 한마디로 최선을 다해서 썼다는 생각이 안든다. 공병호 박사는 벌써 70권 정도의 저서를 가졌다고 하는데, 이제는 책이 많은 것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설 명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2007. 10. 14. 05:23
John C. Maxwell이 쓴 "재능만으로는 부족하다 (Talent is never enough)"를 소개합니다. 읽은 지는 좀 되었지만, 내용에 대해 다시 곱씹어 볼겸 책의 내용을 정리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그 사람은 능력은 많은데 인간관계가 엉망이야" 혹은 "똑똑한 친구가 통 욕심이 없어" 등등. 이 책은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 의지할 수는 없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능력+ (talent-plus)의 인간이 되어야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재능있는 사람과 진정 성공한 사람을 구별짓는 것은 "올바른 선택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위해서 필요한 열세가지 덕목들을 제시합니다. (능력 갖추기도 어려운데 거기다가 열세가지를 추가합니다. 참 세상 살기 힘듭니다 ㅡ.ㅡ)

신념은 재능을 끌어 올린다 (Belief Lifts Your Talent)

모든 사람이 어느 분야에든 재능이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재능을 발견하고 나면 첫번째 장벽에 부딪힙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가능성은 바라는만큼 한정되게 되어 있습니다. 신념은 그런 그림을 그리도록 도와줍니다.

맹목적인 믿음은 문제 있지만, 누구든 이런 믿음은 가질만 합니다. 1)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라 2) 자신을 믿어라 3)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한다고 믿어라.

신념은 기대하는 정도를 결정합니다. 기대는 행동하는 반경을 결정하구요. 그리고 행동은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Belief determines expectation. Expectation determines action. Action determines result.)

열정은 재능에 힘을 부여한다 (Passion Energizes Your Talent)

재능이 전진을 가져오진 않습니다. 그건 열정이지요. 열정은 연료입니다. 열정만 있다면 실패를 하고 몇번을 넘어지더라도 일어설 수 있습니다. 록키 발보아에서 록키가 아들에게 한 대사가 생각나네요.  "얼마나 세게 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얼마나 세게 맞을 수 있느냐, 그리고 계속 움직일 수 있느냐다. 그게 이기고 지는 것을 결정한다.(It ain't how hard you hit; it's about how hard you can get hit, and keep moving forward. ... That's how winning is done.)" 세게 때리는 것은 재능이나 능력의 문제이겠지요. 하지만 맞고도 앞으로 나가는 것은 신념과 열정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열정에 대한 맥스웰의 다음 말들은 가슴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1) 열정은 성취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2) 열정은 의지력을 키운다. 3) 열정은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4) 열정은 탁월해지기 위한 기반이다. 5) 열정은 성공의 열쇠다.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중심으로 인생을 설계해야 합니다. 맥스웰이 사용한 비유가 재미있습니다 ^^;; "열정만 있고, 그걸 우선순위로 삼지 않으면 추운 오두막에서 성냥 하나 키는 것뿐이다. 도저히 따듯해질 수가 있다. 계획은 있는데 열정이 없는 사람은 땔감을 잔뜩 쌓아두고는 성냥을 당기지 않는 것과 같다." 그리고 열정을 가진 분야에 모든 것을 내어놓고, 또 그 열정을 보호해야 합니다. 결국 사람은 그 사람이 가졌던 열정(혹은 열정을 가졌던 분야)으로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시작함으로 재능을 움직이게 만든다 (Initiative Activate Your Talent)

모든게 준비된 후에 움직일려면 아무것도 안됩니다.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1) 어디든 갈려면 일단 첫발을 띄어야 합니다. 2) 시작하면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3) 시작하면 기회가 생깁니다. 4) 먼저 시작하면 인생의 어려운 문제도 더 쉬워집니다. 5) 시작하느냐 안하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결정한다.

집중해야 재능이 방향을 갖는다 (Focus Directs Your Talent)

성취를 위해서 집중은 꼭 필요한 것이지요. 집중없이 재능만 있다면 문어가 인라인을 타고 열심히 움직이는 것과 같습니다. 바쁘긴 한데 나아가진 않지요 ^^;; 하지만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은 자연스레 되는 일은 아닙니다. 의지를 가지고 집중을 해야합니다. 행크 아론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수퍼스타와 평범한 야구선수의 차이는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집중을 위한 몇가지 팁이 있습니다. 1) 의도를 가지고 행동해야 합니다. 모든 행동이 중요합니다. 2) 변명하고 싶을 때 스스로에게 질문하십시요. 정말 그런가. 3) 과거 일에서 교훈을 얻고 신경쓰지 말아야합니다. 4) 현재에 집중하십시요.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현재입니다. 5) 일의 어려움, 혹은 보상이 아니라 일의 순수한 결과에 초점을 맞추어야합니다.

준비는 재능을 자리잡게 합니다 (Focus Positions Your Talent)

시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뒤는 보나 마나입니다. 출발점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몇배, 몇십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바로 뛰어들기 때문에 실패하는 겁니다. 필요한 교육, 훈련, 그리고 준비가 꼭 필요하지요. 3분 연주를 위해 평생을 연습하는 연주자들처럼 준비는 단련과 극기를 필요로 합니다.

연습은 재능을 날카롭게 만든다 (Practice Sharpens Your Talent)

누구나 연습하는 정도만큼 실전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재능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가능성을 충분히 이루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연습을 통해 재능을 발전시켜야합니다. 알고 있는 것은 다듬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겁니다. 지금의 모습과 성취하고 싶은 모습과의 긴장을 통해 발전하는 겁니다. 또한 연습을 통해 알지 못하던 영역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습은 원칙을 필요로 합니다. 꾸준한 연습을 하다보면 스스로를 원칙에 충실한 사람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아트 윌리암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50%의 사람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다. 40%는 정직하고 원칙에 충실하면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10%와의 싸움은 개싸움(dogfight)이다." 그 개싸움에서 이기기위해서는 "조금 더" 해야합니다. 조금 더 시간을 들여야하고, 조금 더 외부의 도움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하고, 조금 더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연습 하니까 사라사테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네요. 사라사테가 자신을 "바이올린의 천재"라고 소개한 기사를 보면서 이런 말을 했답니다. "천재라고? 나처럼 37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14시간씩 연습한다면 누구라도 천재가 될 수 있지!"

끈기는 재능을 유지하게 만든다 (Perserverance Sustains Your Talent)

끈기는 재능이나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끝내겠다는 의지입니다. 끈기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끈기에 대해 맥스웰은 다음의 조언을 합니다. 1) 끈기를 갖는다는 것은 운명이 아니라 결심과 의지 때문에 성공한다는 것이다. 2) 인생은 장거리 경주는 아니다. 다만, 단거리가 연속적으로 있는 것이다. 3) 끈기 없이 대가는 없다. 디즈니는 사업자금을 대출받기 전에 301군데의 은행에서 거절 당했다. 4) 현실을 직면하라. 인생이 달콤한 것만은 아니다. 5) 모든 행동들이 쌓여서 성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6) 지쳐서 중단하는게 아니라 다 마쳤기 때문에 중단해야한다. 7) 끈기는 우리가 가진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부를 요구한다. ^^

끈기 있기 위해서는 다음의 다섯가지를 없애야합니다. 1) 포기하는 습관 2) 인생이 쉬울 거라는 기대 3) 성공은 운명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각 4) 유연성의 부족 5) 비전 없이 살기

용기는 재능을 테스트한다 (Courage Tests Your Talent)

전쟁이나 위기상황에서만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의 삶에서 용기가 필요합니다. 처칠은 2차대전중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뛰어난 리더쉽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아직은 어리고 검증되지 않았을 때 나설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면, 처칠은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지나갔거나, 그의 재능을 실제로 발휘해야 할 때 준비가 안되어 있었을 수 있습니다.

우리 대부분 전쟁에 나가 총탄을 피해야 할 상황에 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일 매일 개인적인 싸움을 합니다. 현실을 직면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 그건 전쟁에 나가는 것보다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배우려고 노력할 때 재능이 확장된다 (Teachability Expands Your Talent)

재능있는 사람은 배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 알고 있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발전이 제한됩니다.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재능있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면 그중 하나는 분명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일겁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지요. 하지만 그의 노트를 보면 그는 꾸준히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배워나갔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맥스웰은 이런 조언을 합니다. 1) 관심을 가지지 않는한 관심가는 것은 없다. 2) 새로운 아이디어에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 시드니 해리스가 말하길 "승자는, 전문가라 인정받으면서도, 그가 얼마나 더 배워야하는지 안다. 하지만 패배자는 그가 얼마나 더 배워야하는지를 알기도 전에 전문가로 인정받기 원한다." 3) 배우는 것은 평생 해야할 일이다. 4) 인생의 모순중 하나는 전에 성공하게 만든 그것이 성공을 유지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5) 자존심을 버려야 배울 수 있다.

성품은 재능을 보호한다 (Character Protects Your Talent)

빙산은 전체의 15%만 물밖에 나옵니다. 그 보이는 15%가 재능이라고 한다면 물속에 담겨있는 나머지는 성품입니다. 사람들의 성공은 성품에 제한받게 되어 있습니다. 성품은 재능을 발전시킬 기반을 만듭니다. 또한, 성품이 충분히 개발되고 나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줍니다. 성품을 가진 사람은 일관성을 보이고, 그 사람의 선택을 다른 이들이 쉽게 이해하게 만들고, 다른 이들의 존경을 얻게 됩니다. 또, 성품이 있을 때 꾸준한 발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최고의 위치에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달력을 봐야 하지만, 바닥으로 떨어지는 시간은 스톱워치로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성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1)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아야하고 2) 옳을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며 3) 자신의 인생을 주도하겠다고 생각해야합니다.

인간관계는 재능에 영향을 미친다 (Relationships Influence Your Talent)

존 우든은 "너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 선택을 해야한다. 하지만 그 선택들이 결국은 너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선택)만큼 재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슬픈 기억들은 거의 모두 인간관계에 원인이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해서 생각을 합니다.

책임감은 재능을 강하게 만든다 (Responsibility Strengthens Your Talent)

책임감은 재능에 '근육'을 만들어 줍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이 '책임지는 것'입니다. 운동선수나 연예인처럼 대중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중,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책임감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들의 재능이 책임감 없는 행동을 커버하는듯 보이지만 그런 사람들치고 끝까지 남아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건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원칙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책임감을 키우기 위해 맥스웰은 다음 스텝들을 제안합니다. 1) 지금 하는 일을 책임져라 2) 친구들을 지혜롭게 선택하라 3) 다른 사람에게 책임전가하지 마라 4) 책임감의 핵심은 원칙을 지킬 때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시작한 것은 끝을 내야한다; 언제 다른 사람이 나를 의지하는지 알아야하고; 다른 사람이 나를 대신해 나서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5)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내린 후에는 지켜라 6) 너의 한계를 넘어서서 다른 이들에게 봉사하라.

팀웤은 재능을 배가시킨다 (Teamwork Multiplies Your Talent)

재밌게도 맥스웰이 여기서 록키의 대사를 인용합니다. (위에서 적은 록키 발보아의 대사는 제가 생각나서 가져온 것이였죠 ^^) 록키가 자기 여자친구 아드리안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 여자는 부족한 점이 있어. 나도 그렇고. 하지만 함께 할 때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을꺼야."

팀웤에 대해 다음 사항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1) 팀웤은 노력은 나누면서, 효과는 배가 시킨다. 2)  재능 가지고 몇경기를 이길 수 있지만, 참피온이 되게 만드는 것은 팀웤이다. 3) 팀웤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이다. 4) 좋은 팀은 좋은 인간관계를 만든다. 5) 다른 사람일에 가치를 더해줄 때, 나의 일에도 가치가 더해지게 된다.




2007. 10. 2. 12:54
어떤이가 말했습니다. 책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이 오랜 시간을 들여 배운 교훈을 쉽게 얻을 수 있다구요. 몇시간 투자에 몇십년 삶의 정수를 얻을 수 있으니 이보다 소중한 것이 별로 흔하지 않을 겁니다. 직접 애태우며 수고를 해 얻은 교훈만은 못할 것이지만, 그래도 책을 통해 얻는 간접 경험이 제게는 무척이나 소중합니다.

제게 소중한 책, 지금의 저를 만든 다섯권의 책을 한번 뽑아 봤습니다. 지금의 제 삶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여 그 책들에 미안한 감이 없지 않지만 ㅡ.ㅡ, 그래도 지금 제가 이나마 생각하고 사는 것이 다 그 책들의 도움이라 할 수 있겠지요.

다섯권을 뽑아놓고 나니 일부러 그런듯 형태가 있더군요. 네권이 기본이 되는 내용들이고, 한권은 응용에 해당합니다. 다산 선생은 경전이 학문의 기본이요, 역사서는 원칙을 세상에 적용하는 것이라 하시며, 학문을 할 때 기본을 먼저해야 한다 가르치셨습니다. 다섯권 중에 네권이 기본이 되는 내용인지라 다산선생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었다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 네권의 내용도 골고루 인성, 학문, 경제/경영, 정신/영적인 분야로 나뉘어져 있더군요.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 (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

워낙에 유명한 책이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만한 책이지요. 이 책을 처음 접한게 94년이였습니다. 전에 적은대로 대학원 시절을 엉망으로 보내고 방출되다시피 졸업을 해서, 93년에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성숙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결혼을 했습니다 (사고친 것 아닙니다 ㅡ.ㅡ) 이즈음에 일곱가지 습관에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그때는 읽으면서도 깊은 의미를 다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돌이켜 보면, 이후 몇년동안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낼 때에 저를 붙잡아준 하나의 버팀목이 일곱가지 습관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주도하라. 결과를 생각하고 행동하라.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상호 이익을 추구하라. 이해시키기전에 이해하라. 시너지를 만들어라. 삶의 각 영역을 단련하라. 이렇게 일곱개의 습관은 처음에는 추상적으로 들립니다. 너무 원칙중심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일곱가지 습관은 많은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실제적인 원리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두번째 세번째 원칙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부부간의 대화나 자식과의 대화에서는 네번째, 다섯번째 습관이 중요하지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Q2)을 우선적으로 하라는 메시지는 일하면서 정말 잊지 말아야할 원칙이라 생각합니다. 원칙하니 원칙 중심의 삶이 생각나네요. 영향력의 원/관심의 원, 파라다임을 통해 강조한 방향성의 중요성, 감정은행 등등. 이책 하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궁무진합니다. (사실 다른 네권의 책도 그렇습니다만... ^^)

스티븐 코비가 쓴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 (First things first)", "8번째 습관 (The 8th Habit)", "일곱가지 습관대로 살기 (Living 7 habits)"등을 보면 일곱가지 습관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더군요.

* 개인적으로 "성공하는..."이라는 제목이 불만입니다. 통속적인 의미의 성공이라는 말이 주는 편향된 생각을 하게 만들거든요. 부자라는 의미가 아닌 "잘 사는..." 혹은 "제대로 사는..." 이런 식의 제목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원어 그대로 "효과적인..."이 차라리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Good to Great)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 (Build to Last)"을 쓴 짐콜린스가 쓴 책입니다. Build to Last가 이미 거대한 기업을 분석한 것이라, 대부분의 회사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평범하던 회사가 뛰어난 회사로 변화된 경우들을 분석하고 쓴 책입니다. 짐 콜린스의 책을 읽어보면 그가 방법론 정립에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 책에서도 대상이 되는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명쾌합니다. 15년간 주식 수익률이 주식시장 평균 혹은 이하였다가, 변화를 거친 이후 15년의 수익률이 평균보다 최소 세배이상 되는 회사들만 골랐습니다. 선택된 회사들에는 웰스파고, 질렛, 월그린, 킴벌리클락등 총 11개의 회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들을 같은 업종의 성장하지 못한 회사들과 비교를 합니다.

이 회사들이 평범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원칙을 제 표현대로 옮겨본다면 이렇게 됩니다. 방향이나 아이디어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현실을 직면하라. 잘하는 일을 근본으로 삼아라. 원칙을 지키는 문화를 가져라. 기술에 끌려가지 말고, 목적에 맞는 기술을 선택하라. 처음에는 힘들지만, 변화에 속도가 붙으면 변화는 지속된다.

일곱가지 습관이 개인에 대한 원칙을 제시했다면, Good to Great는 기업에 대해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 원칙이 꼭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곱가지 습관을 기업에 적용할 수 있듯이, Good to Great의 원칙도 일상 생활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실을 직면하라든가 잘하는 일을 근본으로 삼으라는 원칙은 개인 생활에도 적용이 됩니다.

이 책이 저에게 준 영향은 참 큽니다. 전에 가지고 있던 엔지니어로서의 제한된 생각이 이 책을 통해 확장이 되었지요. 제가 속해있던 조직의 문제점을 이 책을 통해 분명하게 깨닫게 되고, 그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제 자신에게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것 같은 멋진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구요. 그래서 엔지니어에서 관리자로 진로변경을 한 것입니다.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

이 책은 학문적 관점에서의 원칙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최근에 이책에 대한 서평을 썼기에 그 글의 일부를 여기에 옮깁니다.

...

이 책은 다산을 '지식경영인'이라 규정하며, 그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업적을 남길 수 있는가를 지식경영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제목에 불만이 있다. 이 책은 아래에서 지적하겠지만, 지식경영보다 더 많은 점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정민교수는 다산의 일생과 다산의 저작, 그리고 당시 학자들의 저작까지 아우르며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재창조해서 보여준다. 그는 다산의 지식경영방법을 사용해서 이 책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다산의 지식경영법을 사용하여 정민이 재창조한 다산의 학문과 철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굳이 '재창조'를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정민교수는 탁월하게 다산의 업적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다산이라면 200년 가까운 훗날, 학문의 후배가 나와 자신의 학문과 철학을 이렇게 명쾌하고 방대하게 정리했다고 하면 너무나 기뻐했을 것이다. (같은 성씨라는 것은 보너스다 ^^) 그 정도로 이 책은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다룬 책이지만, 이전에 정민교수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롤 모델이 아쉬운 세상이다. 한때는 정직함과 명석함으로 존경받던 사람들이 세월이 흐르며 변질되고 퇴보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여기 다산선생이 있다. 200년전 강진 땅의 유배 생활 속에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학문의 정열을 불태웠던 다산.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한, 그러면서도 가족과 제자들에 대한 정을 놓지 않았던 정말 멋진 사람. 그가 새로운 롤 모델로 다가왔다. 이런 위대한 스승을 오늘에 되살려 보여준 정민 교수에게 다시 한번 더불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새삼스레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Ordering your private world)

이 책은 기독교 서적입니다. 따라서 모두에게 권하기에는 좀 힘이 들지요. 하지만 책이 주는 교훈은 기독교라는 한정된 영역에 가두어두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기독교 서적에도 반창고 붙이듯 표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십일조 바치면 복받는다 이런 식으로요. 그에 반해 이 책은  내면세계라 지칭한 영적인 부분을 다스리는 것을 강조합니다. 위의 세권과 마찬가지로 원칙을 강조하지요. 하지만 영적이라 해서, "기도 열심히 해라", "성경 열심히 읽어라" 이런 이야기는 없습니다 ^^;;;

고든은 내면 영역을 동기부여, 시간사용, 지혜와 지식, 영적인 힘, 회복(휴식)으로 나누어 꼭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원칙들을 제시합니다. 특히 매장마다 "내면세계가 무질서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으로 주어지는 말들은 마음에 확 다가옵니다. 그 중 몇개를 옮겨 봅니다. "나의 내면세계를 질서 정연한 상태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이러한 질서로운 상태를 지키기로 매일같이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 (반복), 그것은 내가 날마다 지식과 지혜 안에서 성장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 (반복), 그것은 늘 나의 삶의 영적 중심부를 드넓히기로 결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문구들에서 보듯이 이 책은 개인의 결심을 강조합니다. 내면세계의 질서는 그 질서를 지키겠다는 결심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지요.

* 이 책은 고든 맥도날드라는 멋진 목사님이 쓴 책입니다. 이분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고 싶네요.

고든 맥도날드 목사는 보스톤 지역의 그레이스 채플이라는 건강하고 균형잡힌 교회를 담임하고 있었습니다. IVF라는 대학생 선교단체의 총재를 하는등 한마디로 잘 나가는 목사님이였죠. 이 책도 그분이 잘 나갈 때 쓴 책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바람을 피웠습니다. 얼마나 갔는지 모르지만, 어쨋든 고든은 공적으로 죄를 인정하고 교회를 사임합니다. 그리고 부인과 같이 일년간 칩거하며 뼈저린 반성의 시간을 가집니다. 놀라운 것은 교회가 이렇게 반성하고 있는 고든을 찾아가 다시 교회로 불러들였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후 조용하게, 하지만 지역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남은 목회기간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했습니다. 바람을 피웠는데 멋있다는게 말이 되냐구요? 당연히 죄는 죄지요. 하지만 한번 저지른 죄에서 회복하는 모습과 또 이를 용납하는 교회의 모습이 참 성숙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책만 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질서있는 삶을 살 것 같은 인상을 준 고든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에 누구 하나 마음 놓을 수 없다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

삼국지

앞의 네권의 책이 사람 사는 원리를 가르치는 것이라면, 삼국지에는 그 원리들의 모든 예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긍적적인 예와 부정적인 예 모두요 ^^;;; 삼국지는 황건적의 난과 도원결의부터 진이 오를 멸하고 삼국을 합칠 때까지의 100여년간의 이야기를 기록한 역사소설입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을 보면 세상사의 모든 모습들이 다 보이는 듯 합니다. 의리가 있고, 정치가 있고, 무협이 있고, 권모술수와 지략이 넘쳐납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사람 사이의 정과 사랑도 보이구요.

다른 책에서 나왔던 원칙의 예를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유비나 조조는 자신의 삶을 주도한 사람이였습니다. 유비의 삼고초려는 무엇보다 사람을 중시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주유는 윈/윈을 생각하지 않았기에 적벽대전에서 수고만 하고 이득은 없었습니다. 제갈공명은 촉나라를 통한 삼국통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했습니다. 진궁은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에 조조의 곁을 떠나는 단호함은 보였지만, 의를 모르는 여포의 옆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이렇듯 수많은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면면히 들여다 보면 참으로 많은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삼국지를 좋아하다 보니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 소설을 접했습니다. 처음 읽은 것은 중학교 때 (확실하진 않지만) 정비석 역이였던 것 같습니다. 원본의 번역이 아니라 일본사람의 삼국지를 번역한 것이기에 다른 삼국지와 다른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월탄 박종화선생의 삼국지를 읽었고, 이문열의 삼국지는 몇번 읽었습니다. 바벨2세의 작가 요코하마 미쓰테루의 만화 삼국지를 두번 읽었고,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도 읽었네요. 그리고 KOEI의 삼국지 시리즈를 아주~ 여러번 끝을 냈구요. ^^;; 삼국지 마니아분들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나름 열심히 읽었다 할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읽은게 2003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삼국지를 손에서 놓았습니다. 요즘 새로운 번역본들도 많으니 다시 한번 삼국지를 읽어봐야겠네요. 지금 읽으면 그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글을 마감하며

지금까지 저를 만든 책중 가장 중요한 다섯권을 골라 보았습니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처럼 최근에 읽은 책이 있듯이, 앞으로도 제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줄 중요한 책을 만나게 되길 기대합니다.


2007. 9. 25. 21:52
이 책이 아직도 대형서점에 베스트셀러로 올라가 있더군요. 그리고 "끌어당김의 원리", "성공의 문을 여는 마스터키"같은 싸구려 자기계발 서적들이 덩달아 출간되고 또 팔리고 있습니다. 세태의 반영이겠지요. 그래도 책이 가진 문제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어, 책에 대한 비판을 메타블로그에 올리기위해 글을 조금 수정해서 다시 게시합니다.

0. 들어가며

6,7 년 전의 일인 것 같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종교적 광신 때문에 자신의 딸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는 부모의 이야기를 보았다. 화면에 비쳐진 열살쯤 되었다는 여자아이는 온몸은 삐쩍 말랐음에도 배는 마치 아이를 밴 것처럼 불러 있었다. 복막염이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병원에 갔었다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을 아빠의 광적인 믿음으로 몇년간 방치했기에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딸을 옆에 두고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했던게 기억이 난다. "하나님이 고쳐주실 거다. 우리는 그냥 믿고 기다리면 된다." 고통받는 그 아이가 너무나 불쌍해서, 제발 하루만이라도 고통받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보통 이런 믿음을 "광신"이라고 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미친 것이다. 믿음이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성을 닫아버린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니 그런 미치광이의 믿음이 세상을 휩쓸고 있다.

The Secret은 호주에 살던 론다 번이라는 여자가 쓴 DVD와 책의 제목이다. DVD를 먼저 제작했고, 이후 책을 썼다. 이혼녀로 힘들게 살아가던 론다는 딸이 건네준 <부자가 되는 과학>(윌러스 워틀스, 1910)을 보고 "비밀"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비밀을 전파하기 위해 미국에 와서 DVD와 책을 제작한다. 책과 DVD가 유명해진 것은 아마도 오프라윈프리쇼가 큰 작용을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광고하듯 오프라쇼 홈피를 마비시키며 급히 후속편을 편성하게까지 되었다. 어떤 이들은 자기도취에 빠져 무책임하게 책을 선택한 오프라의 실수중 하나라고도 하지만.

한국에서도 이책은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상관없이 베스트셀러에 다 올라가 있다. 뉴에이지로 분류되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성공학, 혹은 자기계발을 위한 책으로 팔리고 있다. 원본에 없던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이라는 자극적인 부제와 함께...

알고 보면 결코 새로울 것도 없는 이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에는 저급한 성공만능주의와 고생을 하지 않고 부만 가지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이기주의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인 욕심이 눈을 가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나도 이책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믿고 싶었으니 누굴 탓하랴만.

1. "시크릿"에서 말하는 "비밀"이란?

인물 소개를 빼고 200페이지 정도 분량의 책이지만 그 내용은 몇줄로 요약할 수 있다. 우주에는 변하지 않는 법칙들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끌어당김의 법칙 (Law of attraction)"이다. 이 법칙의 기반에는 "우주는 정신으로 이루어져있다"는 사상이 있으며, 이 사상은 최근 양자역학의 새로운 발견들이 뒷받침한다(고 이책은 주장한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일정한 주파수를 우주에 내보내고, 끌어당김의 법칙에 따라 원하는 것이 끌려오게 되어있다. 부를 원하면 부가, 건강을 원하면 건강이. 우주의 모든 것이 카달로그에 담겨있다 생각하고 선택만 하면 된다. 단 부정적인 생각은 하면 안된다. "아프면 어떡하지"하면 아프게 되니까 "건강한 내 모습"만 생각하라는 것이다.

이런 책이 대부분 그렇듯이 원칙을 믿고 불구에서 일어난 사람, 엄청난 부를 간직한 사람, 베스트 셀러의 작가가 된 사람이 등장한다. 그리고 역사상의 위대한 인물들은 다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 셰익스피어, 베토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이작뉴턴, 괴테 등등. 최근에 이르러서는 마더테레사와 처칠의 이름도 등장한다. 아... 성배를 지키기에 바빴을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사실은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 힌두교, 신비주의, 불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등도 이 비밀을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1%만 알고 있었다는 이 비밀은 사실은 책으로, 사상운동으로 여러사람에 의해 주장되어졌다. 론다 번이 읽었다는 <부자가 되는 과학>이 1910에 나왔고, 같은 이야기를 담은 책은 1952년도의<긍정적 사고의 힘> 이후 수도 없다. 사상적 기반이 되는 신사상(New Thought)운동도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1%만이 숨겨두고 알았다기 보다는 1%도 안되는 사람이 관심을 가졌다는게 진실 아닐까?

2. "시크릿"은 과학인가?

'비밀'은 결국 '끌어당김의 원리'이다. 그 기반이 되는 사상은 우주는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고, 이는 양자물리학자의 지난 80년간의 공로와 발견에 의해 뒷받침되어 진다고 이 책은 거듭 강조한다. 중간중간 양자물리학을 집어넣으면서 마치 '끌어당김의 원리'는 과학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과연 그러할까? 먼저 양자물리학이 뭔가 생각해보자. 양자 물리학이란 "전 자, 원자핵 등 미시적 세계의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는 물리 이론이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이루어진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의 아원자입자에 관련된 실험들의 결과는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설명하기 힘들었기에, 새로운 역학체계가 필요했다. 막스 프랑크가 양자 가설을 내놓음으로서 이를 기반하여 현대의 양자물리학이 발전하게 되었다.

양자물리학을 바라보는 두가지의 큰 관점이 있는데 하나는 불확실성이고 다른 하나는 결정론적 설명이다. 현상만 보면 양자의 위치는 확률로밖에 계산할 수 없다. 이를 표현하자면 파장(wave function)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이러한 확률적인 현상을 액면그대로 결정론의 한계로 보고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이 코펜하겐의 해석이다. 반대로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아인슈타인은 그 유명한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과 함께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라며 숨은변수이론(local hidden variable theory)을 제시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끌어당김의 원리'와 양자물리학이 연관되는 것은 뇌파(brainwave)와 입자가 파장으로 표현된다는 것 뿐이다. 우주가 정신으로 이루어졌다느니, 사람의 뇌파가 우주를 움직인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긴 얼마전에는 양자물리학을 이용해 암을 고친다는 사람도 봤으니, 끌어당겨 쓰겠다면 어떻게든 연관을 짓겠지만 말이다.

그보다 '시크릿'이 과학이 아닌 이유는 더 근본적인 것에 있다.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려면 어떤 가설을 부정하거나 증명할 수 있어야한다 (Falsifiability). 책에 보면 '비밀'을 통해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원칙이라 불릴려면 지속적으로 기대치에 부응하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비밀'의 경우 그런지 아닌지 테스트할 방법이 전혀 없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비밀'의 덕이고 나쁜 결과는 자신의 믿음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이를 위해 '비밀'은 기독교에서 빌려온 원칙으로 방패막이를 해놓는다. '비밀'이 작동할려면 1. 구해야 하고 2. 믿어야 하고 3. 이미 가진줄 알고 즐겨야 한다. 좋은 일이 생기면 '비밀'의 덕이고 생기지 않으면 세단계중 어디에서 부족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비밀'은 항상 정확히 작동하는 것이 된다 ^^;;;

다른 종교들이 '비밀'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모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어느 종교든지 이런식의 '선택적 관찰 (selective observation)'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잘되면 '신 혹은 비밀'의 탓. 못되면 내가 부족해서...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종교든 '비밀' 숭배자든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쯧쯧... 믿음이 그렇게 부족해서 무슨 복을 받겠나"

3. '시크릿'은 종교인가?

앞에서 말했듯이 '시크릿'은 과학이 아니다. 증명할 수 없는 것이고, 결국 개인이 믿고 안 믿고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시크릿'은 종교인가? 일반적으로 종교를 종교에서 제시하는 교리를 믿는 시스템이라고 정의를 한다면 '시크릿'은 종교이다.

하지만 굳이 다른 종교와 비교를 한다면 '시크릿'은 수준낮은 사이비 기복 종교에 불과하다. 나무밑에 물 떠놓고 내 자식 잘 되라고 열심히 손 비비던... 딱 그 수준이다.

세상에 그래도 가치있다고 인정받는 종교들, 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교등을 보면 절대선의 개념이 존재한다. 이 종교의 신들은 신자들이 원한다고 아무거나 던져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길가다가 쇼윈도 안에 걸려있는 예쁜 목걸이를 보고 하나님에게 아무리 열심히 기도한들... 그 목걸이가 갑자기 목에 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크릿' DVD는 이렇게 시작한다.)

'시크릿'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같은 내용의 두 구절을 인용한다. 그 중의 하나가 이거다. "너희가 기도할 때 믿고 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받을 것이다." (마태복음 21:22) 하지만 성경의 다른 곳에는 "그런데 구해도 얻지 못하는 것은 여러분이 정욕에 쓰려고 잘못된 동기로 구하기 때문입니다."(야고보서 4:3)라고 경고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이 '시크릿'의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기독교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종교라면 공통적인 원리이다.

'시크릿'의 신이 되는 개인은 선악의 개념이 없다. 그냥 원하면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절대적인 선의 가치가 없는 종교는 미아리나 계룡산에 가면 수없이 볼 수 있다.

4. '시크릿'은 이기주의의 산물이다

재난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다 무언가 잘못 원했거나, 혹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4년 수마트라 지진(쓰나미) 때문에 죽은 16만명, 그로 인해 이재민이 된 30만명은 다 그들의 생각의 주파수가 그 사건의 주파수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말대로 하나님의 저주인줄 알았는데 그 목사가 틀렸나 보다. 카트리나 때문에 죽은 사람들, 9.11때 쌍둥이 빌딩에 있던 사람들 모두 다 그 사람들이 잘못 생각한 것이다. 좋은 생각을 했었어야 하는데 "혹시 나쁜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하며 평소에 불길한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 현장에 다 모여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내란에 기근에 고생하는 모든 나라들, 동정해 줄 필요없다. 그 나라 사람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좋은 일이 꼬이는 것 뿐이다.

'시크릿'이 말하는 복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유이다. 자기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이 이야기는 한페이지 정도밖에 이야기 안하고 넘어갔다.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비밀'의 선물은 모두가 다 부나 명예, 건강과 같은 개인의 영달에 관한 것이다. 즉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 모든 사람이 꿈꾸는 삶이 바로 내가 요즘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한다. 나는 45억짜리 저택에 산다... 온갖 먼진 곳으로 휴가도 간다... 이 모든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비밀을 알고 있기에." - 잭 캔필드

돈이든 건강이든 원하는 대로 다 받을 수 있다. 열심히 일할 필요도 없다. 누가 '돈을 벌려면 정말 힘들게 일하고 고생을 해야 해'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즉시 버려야 한다 (131p). 많아서 못 받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우주는 무한하고, 받고자 하는 것은 이미 우주 어딘가에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파수가 맞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주파수만 맞으면 '짜잔~'하고 눈 앞에 나타날 것이다.

선악의 개념도 없다. 돈이 왜 필요한지, 건강이 왜 필요한지 상관없다. 내가 곧 신이기 때문에 내가 원한다면 끝인 것이다. 이 책을 보니 전두환은 아마도 비밀을 알았나 보다. 수없이 많은 사람의 행복을 파괴하고도, 전재산이 29만원인 사람이 그렇게 호위호식하면서 살고 있다니. 어떻게 그렇게 살아가나 궁금했는데 이제 알았다. 그건 바로 '비밀' 때문이다. 전두환이 원했는지 이순자가 원했는지 모르지만 둘중 하나는 굉장히 믿음이 좋은게 분명하다.

좋은 것만 생각해야 하니 불행한 사람을 쳐다보는 것도 안된다. 길거리의 거지를 보고 "저 사람처럼 살면 안될텐데"라고 생각만 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머리에서는 "거지"라는 전파가 이미 송출되었으니까. 바꾸지 않으면 내가 거지가 된다. 빨리 좋은 생각을 해야한다. 타워팰리스에서 사는 내 모습, BMW를 몰고 예쁜 여자친구와 드라이브하는 모습...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것이 하나 있다. 비밀을 알았다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테레사 수녀는 왜 평생을 인도의 고아원에서 고아들을 돌보며서 살았을까? 믿음이 적어서일까? 테레사 수녀는 그 삶을 원했다고 하자. 왜냐하면 그것은 가치있는 삶이니까. 그런데 왜 그 비밀을 고아들에게 나누어주지는 않았을까? 그랬다면 모두 다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힘들게 지원금를 요청하러 다니지 않아도 될테고. 테레사 수녀가 인도에서 보낸 70년 동안 열심히 비밀은 전파했다면 아마 불가촉천민은 벌써 없어졌을텐데 참으로 안타깝다.

이렇게 적고 보니 이런 넌센스가 없다. 조금만 상식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런데, 사람들은 열심히 책을 사고 DVD를 몇십번이나 돌려서 보고 있다. 왜일까? 돈벌고 싶으니까. 떵떵거리며 살고 싶으니까. 확실하게 보장해준다지 않나. "법칙은 완벽해서 오류가 없다. (29p)"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게다가 일도 열심히 안해도 되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개인의 부와 건강을 떠나서 지켜야할 가치가 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이 그렇고, 그렇게 만드는 사회제도를 고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 그렇고, 나라를 잃었을 때는독립을 위해 내어놓는 목숨이 그렇다. 안중근 의사의 삶을 생각해 보자. 그는 '비밀'을 몰랐을 거다. 알았다면 왜 자기 목숨을 내어놓겠는가? 몰래 숨어서 조국의 독립을 믿어 의심치 않고 원하면 될 것을. 하지만 누구의 삶이 더 가치있는가? 안중근 의사와 45억짜리 집에 사는 잭켄필드 사이에서...

'시크릿'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결국 저급한 이기주의 때문이다.

5. '시크릿'의 사람들

책의 끝에 보면 '비밀'을 이용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명단이 나온다. 29명쯤 되는 것 같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은 '... 닭고기 수프' 시리즈를 쓴 잭켄필드밖에 없다. 사실 그도 책 제목땜에 알았지 개인이 그렇게 유명한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설명을 보면 그닥 대단하지는 않다. 물론 그중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돈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한한 우주의 카달로그에서 원하는데로 선택만 하면 얻을 수 있는 사람들치고는 많이 부족하다. 적어도 빌게이츠나 조지부쉬 정도는 명단에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론다 번이 '비밀'을 알게되었다는 '부자가 되는 과학'을 쓴 윌러스 워틀스만 해도 그렇다. 그는 이 책을 출판하고 세상 사람들이 '비밀'에 열광하는 것을 볼 시간도 없이 일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도데체 왜 그랬을까? "노화에 대한 믿음은 모두 마음에서 비롯되고... 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159p)"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는 빨리 세상을 떠나고 싶었나 보다.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는 행복한 삶을 뒤로 두고 왜 서둘러 떠났는지는 아쉽지만 평생 질문으로 남겨두어야겠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이 사람들을 보라. '비밀'을 알면 이렇게 될 수 있다"라고 하기에는 책이나 DVD에 나온 사람들은 좀 떨어진다. 다른 종교. 예를 들어 기독교랑 비교해봐도 그렇다. 한국 목사들이 목에 힘을 주며 강조하는 "십일조의 비밀을 안 부자" "빌게이츠의 세배의 재산을 가졌다는" 록펠러 정도는 되어야 되지 않겠느냐 말이다. 그도 안된다면 이랜드의 영웅 박성수나 서울을 하나님에게 바친다는 이명박 정도는 되어야지. '비밀'의 대표주자와 '기독교'의 대표주자를 맞대결시키면 '비밀'팀이 한참 딸려 보인다.

6. '시크릿'의 왜곡된 인용들

책을 보면 계속해서 등장하는 '비밀'의 전도사들 말 이외에 이른바 저명인사들의 말이 가끔 등장한다. 테레사 수녀, 벨, 아인슈타인, 붓다, 처칠, 마틴 루터 킹, 그리고 성경구절까지...

이미 성경 구절에 대해서는 성경의 전체 뜻과는 맞지 않는 인용이라는 것을 지적을 했다. 그럼 다른 문구들은 어떨까? 55쪽에 보면 윈스턴 처칠이 한말이 크게 적혀있다. "당신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우주를 창조한다." 처칠도 '비밀'을 알고 있었나 보다. 그러니 영국의 수상도 되고 2차대전때 그렇게 큰 일을 할 수있었겠지... 라고 생각하면 낚시에 걸린 것이다.

이 말은 처칠의 "나의 젊은 날들 (My Early Life)"에서 나온 말이다. '비밀'에서 인용한 문구 세줄 뒤에는 "이런식의 정신운동(mental acrobatics)은 한번쯤 놀아볼만 하다. 그것은 전혀 아무런 해도 없고 (harmless) 또 아무 쓸모가 없다 (useless). 다만 젊은 독자에게 그런 생각을 게임으로만 취급하라고 경고하고 싶다."라고 적혀있다. 즉 처칠은 '비밀'과 같은 생각을 말도 안되는 사고방식의 한가지 예로 든 것이다. '비밀'에서 인용한 의미와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벌써 성경문구, 처칠의 말, 테레사 수녀의 말이 원래 생각과는 다르게 인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말들은 어떨까? 벨이 말하는 '힘'이 '비밀의 힘'일까? 전화음을 전달하는 시그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경우에 생각나는 한자 성어는? 바로 아전인수다.

7. '시크릿'이론의 진화?

위 에서 이야기한데로 '시크릿'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데에는 오프라쇼의 역할이 컸다. 물론 그전에도 꽤 많이 판매가 되었긴 하지만. 그런데 오프라쇼에 나와서는 조금 다른 메시지를 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책에서는 이야기하지 않던 신념과 행동의 일관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믿는데로 행동을 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인터넷 검색을 하면 이런 식의 "시크릿"을 보완하는 글들이 꽤 올려져 있다.

근데 잘 생각해보면 여기에 심각한 모순이 있다. 책의 메시지는 굉장히 분명하다. "사람의 뇌파에는 힘이 있어서, 원하는 것을 정하고 꾸준히 생각을 하면,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해 우주는 원하는 것을 가져다 줄 것이다"는 것이 '시크릿'이 말하는 비밀이다. 그 중간과정(행동)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아니 그게 필요없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것이 론다번이 노렸던 거라고 나는 믿는다. 예를 들어 깃털을 가지고 '비밀'을 테스트해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한 행동은 전혀 없다. 특이한 깃털을 꾸준히 생각하니 짠 하고 나타났다고 했다. 론다번이 52kg의 몸을 얻기 위해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했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 "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믿음만으로도 늙지 않을거란다. "돈은 열심히 수고해서 번다는 생각을 없애야한다"고도 말한다. 이런 편하고, 강력한 사실을 사람들이 모르고 고생만 한다는 것이 '시크릿'이라 부른 이유다.

' 시크릿'의 차별화 전략은 분명했다. 뇌파에는 힘이 있다. 힘들어 수고할 필요없다. 비밀만 알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등등. 여기에 수고로이 '행동'까지 해야한다고 하면 다른 자기개발 서적과 다른 점이 없다. 뚜렷이 내새울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행동'이 없이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줄려고 한거고 그게 '시크릿'이 성공할 수 있는 원인이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행동인가? 책에는 없던 신념과 열정과 행동의 삼위일체의 메시지가 왜 등장을 했을까? '시크릿'도 진화를 하나? 그건 아닐거다. 이전에 DVD와 책을 보고 병이 생겨도 약을 안먹는 환자가 생긴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행동없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는 비판도 많았다. 결국 행동을 갑자기 들고 나온 것은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 세상의 반응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것이다.

어디서는 이런 웃기는 글도 봤다. "비록 'The Secret'에서 전하는 메시지대로 착실하게 실천해왔음에도 아주 안 좋은 상황에 처하게 됐다면, 일단 그 자체를 '인정'하고, 다시 '좋은 걸 생각하기'로 하는 겁니다." '비밀'이 한번 작동 안된다 해도. 인정하고 다시 열심히 좋은 것을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 열번쯤 하면 한두번 걸리겠지. 그리고 외칠 것이다. "론다번 만세!" ^^;;; 위에서 말한 '선택적관찰'의 전형적인 예다.

8. 나가며

여러가지 관점에서 '시크릿'이 왜 말이 안돼고, 가치가 없는 주장인가에 대해 평가해봤다. 다시 말하지만 이렇게 말도 안되는 것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하긴 나도 정말 이 책대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험도 해봤다. 책에서도 새의 깃털을 가지고 테스트해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니 나도 못할 것은 없겠다 싶었다.

다음날 비행기를 탈 일이 있었다. 평소에 그 항공사를 많이 이용하다 보니, 세번에 한번 꼴로 신청하지 않아도 항공사에서 좌석을 업그레이드해주었다. 확률상 높음에도 불구하고 좌석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테스트 대상으로 삼았다. 비즈니스석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상상했다. 전에 원하지 않아도 된 경험이 있었으니, 끊임없이 긍정적인 주파수를 내보내면 확률이 더 높아질 거라 생각했다. 마음 한구석에 의심이 있었다고? 나는 이전에 가졌던 종교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경험을 통해 열린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웠다. 선입견을 버리고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랬다.

그런데 결과는? 어느 개그 프로의 대사처럼 "바랠 걸 바래야지"였다. 솔직히 난 붙잡고 싶었다. 힘든 내 일상에서 '시크릿'이 구원이 되기를 정말로 바랬다.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사회적 책임이니, 논리적 모순이니 다 잊고 추종자가 될려고 했다는 것이다. 광신도라 해도 잘 먹고 잘 사는데 그거면 됐지. 이성이니 사회적 책임이니 무슨 개뿔은... ㅡ.ㅡ;;; 하지만 '시크릿'은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배푸는 사랑. 돈이 되든 안되든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장인 정신.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소중한 가치를 위해 자신의 것을 포기하는 희생.

사람이 살아가는데 돈보다 명예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그런 좋은 가치들 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참다운 가치보다 돈이 더 소중하기에 사람들이 '시크릿'같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나 싶어 마음이 안타깝다.



2007. 9. 19. 02:22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 10점
정민 지음/김영사

요즘 정조와 정조시대의 지식인에 대한 관심이 크다. 현재의 문제에 대한 답을 과거의 지혜로부터 찾는 것은 예로부터 해오던 일이다. 역사는 반복되었고, 과거의 지식인들도 상황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고민을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1762년에 광주에서 태어나 1836년에 세상을 떠났다. 75년의 생을 사는 동안 그는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던 정조의 선봉대였고, 백성들 삶의 부조리를 해결해주는 어진 관리였으며, 정권 싸움에서 밀려난 쇄락한 유배자였다. 그리고 492권의 저서를 남긴 저술가였고 당대의 학자들과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지식인이였다.

<논어고금주>등의 유교 경전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거부하고, 본질로 돌아가기를 촉구한 유학자였으며, 화성축성의 설계와 기중가, 배다리, 유형거등을 제작해낸 토목공학자이며, <아방강역고>를 펴낸 지리학자였고, <마괴회통>, <촌병흑치>등을 펴낸 의학자였다. <목민심서>를 펴낸 행정가였으며, <흠흠신서>를 저술한 법률가였고, <아학편>을 펴낸 교육학자였다. 또한 남겨둔 두 아들을 걱정하며 편지를 통해 끊임없이 때로는 격려하며, 때로는 타일렀던 지엄한 아비였다. 많은 제자들을 키워낸 선생이였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정원을 가꾸며 자연을 즐겼던 시인이기도 하다.

한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을 남기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감정이 지나고 나면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게된다. 서양권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정약용이 있다고나 할까? 다산선생은 우리에게 그 정도로 자랑스런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다산을 '지식경영인'이라 규정하며, 그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업적을 남길 수 있는가를 지식경영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제목에 불만이 있다. 이 책은 아래에서 지적하겠지만, 지식경영보다 더 많은 점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정민교수는 다산의 일생과 다산의 저작, 그리고 당시 학자들의 저작까지 아우르며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재창조해서 보여준다. 그는 다산의 지식경영방법을 사용해서 이 책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다산의 지식경영법을 사용하여 정민이 재창조한 다산의 학문과 철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굳이 '재창조'를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정민교수는 탁월하게 다산의 업적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다산이라면 200년 가까운 훗날, 학문의 후배가 나와 자신의 학문과 철학을 이렇게 명쾌하고 방대하게 정리했다고 하면 너무나 기뻐했을 것이다. (같은 성씨라는 것은 보너스다 ^^) 그 정도로 이 책은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다룬 책이지만, 이전에 정민교수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은 10강 50목 200결로 되어 있다.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열가지 주제로 크게 분류한후 각 주제별로 다섯개의 소주제를 정하고 이를 다시 네가지의 작은 토막으로 나누어서 설명하였다. 다산이 그러했던 것처럼 모아서 나누고 분류하여 모았고(휘분류취), 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해서(선정문목), 종합하고 분석하여 꼼꼼히 정리하였다(종핵파즐). 이를 위해 그는 다산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하였을 것이고(수사차록), 단계별로 차곡차곡 판단하고 분석하였을 것이다(층체판석). 또한 유용한 정보들을 비교하고 대조하였을 것이고(피차비대), 목표를 정해놓고 그대로 실천하며(정과실천), 생각을 끊임없이 조직하고 단련하여을 것이다(포름부절). 또한 아름다운 경관 속에 성품을 기르라는(득승양성) 부분에서는 그 자신 멋들어진 글로 정취를 더하였다.

이렇게 나는 책속에 드러난 다산의 모습과, 다산의 글을 보며 오래전 선배의 모습을 탐구하던 정민교수를 동시에 본다. 그 즐거움이 참으로 커서 두분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그러면 이 책에 드러난 다산의 모습은 어떠한가? 책을 읽으며 흉내라도 내겠다 싶어 ^^;; 책의 내용을 새로이 모으고 나누어서 분류한다면(휘분류취)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다산의 학문에 대한 자세

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가져라(축기견초)는 권면속에 다산은 기초를 강조하였다. "길을 두고 뫼로 가랴 지름길을 찾아가라(당구첩경)"며 지혜롭게 학문하기를 촉구하면서도 결국 순서를 밟아서 공부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나는 다산을 실학자로 생각하여, 유교경전과는 거리가 멀고 실제 쓰이는 학문에만 신경을 쓴 학자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산의 492권의 저서중 유교경전에 대한 분석및 편집이 232권이나 된다다. 다산은 세상에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며, 경전과 같이 기초가 되는 것은 변하지 않는 기초라 생각했다. "바탕을 다지는 일은 동서남북을 배우는 일이다. 현실에 적용하고 실제에 응용하는 것은 상하좌우의 분별과 관련된다. 상하좌우만 알아서는 방향을 잃었을 때 집을 찾아갈 수 없지만, 동서남북을 알면 길을 읽고 헤매지 않는다 (51쪽)."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아가 쓸모를 따지고 실용에 바탕하라(강구실용)고 요구하며, 실제에 적용하여 의미를 밝히라고(채적명리)한다. 그의 학문에 대한 자세는 기초를 깊이 있게 다지고 그위에 세상을 경영할 수 있는 지식을 쌓는 것이다.

2. 다산의 지식 경영법

책 제목과 걸맞게 상당한 부분이 다산이 어떻게 지식을 장악하며 다루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민교수가 이 책을 쓰면서 사용했을 것이라 앞에서 추측한 방법들을 포함하여 다산은 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었으며(여박총피),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였다(촉류방통). 부분을 들어서 전체를 장악하였고(거일반심), 좋은 것을 가려뽑아 남김없이 검토하였다(변례창신). 자료를 참작하여 핵심을 뽑아내었고(참작득수), 좋은 것은 가리잖고 취해와서 배웠다(득당이취). 물고기를 잡은 그물에 기러기가 잡혔다고 버리지 않고, 동시에 몇가지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하였고(어망득홍), 단계별로 다듬어 최선을 이룩하였다(수정윤색).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되풀이해 검토하고 따져서 점검하며(반복참정), 그 안에 푹 빠져서 생각을 정돈하고 끊임없이 살펴보았다(잠심완색). 책을 지을 때는 조례를 먼저 정해 성격을 규정하고(조례최중), 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하였다(선정문목).

3. 논객 다산의 모습

이에 대해서는 이책의 4강(토론하고 논쟁하라)과 5강(설득력을 강화하라)에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다산이 요즘 세상에 태어나셨다면 아마 대단한 논객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 같다. 18년의 귀양기간 동안에는 평생 학문적 동지였던 둘째형 적약전과 토론하고 논쟁하였으며, 서울로 복귀한 후에는 당색을 가리지 않고 당대의 학자들과 학문을 논하였다.

다산은 질문하고 대답하며 논의를 수렴하였고(질정수렴), 생각을 일깨워서 각성을 유도하였으며(제시경발), 근거에 바탕하여 논거를 확립하였다(무징불신). 선입견을 배제하고 주장을 펼쳤으며(공심공안), 갈래를 나눠서 논의를 전개하였다(속사비사).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유용한 정보들을 비교하고 대조하였고(피차비대), 다른 것에 비추어 시비를 판별하였다(대조변백). 선배학자들의 결과물에서 한발자욱도 더 나아가지 않으려는 당세 학자들에 비해 권위를 극복하여 주체를 확립하였고(불포견발), 논쟁이 시작되면 끝까지 논란하여 시비를 판별하였고(대부상송), 단호하고 굳세게 잘못을 지적하였다(절시마탁).

4. 실천적 지식인 다산

다산은 책방안에 갇혀진 고지식하기만 한 지식인이 아니였다. 그는 화성축성의 설계를 담당하며 기존 돌성과 달리 가운데가 움푹한 방식으로 성을 지어 견고함을 더했다. 이를 위해 좋은 것은 가리잖고 취해와서 배웠다(득당이취). 예를 들어 서양인 테렌츠가 중국황실을 위해 쓴 <기기도설>의 여러 기중가를 참조하여 현실에 맞는 기중가를 만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기중가는 그가 참조했다는 어느 기중가와도 닮지 않았다. 기존 기중가의 원리를 파악하여 전례를 참조해서 새 것을 만든 것이다.(변례창신).

환곡의 폐해를 논하며 해결책을 제시하였고, 좀먹은 군기를 고발하였으며, 쓸모없는 학문을 비판하였다. 언제든지 실제에 적용하여 의미를 밝혔고(채적명리), 언제나 백성을 위하는 것이 근본이라 말하며 위국애민의 마음을 한시도 놓지 않았다(비민보세). 언제나 그는 쓸모를 따지고 실용에 바탕하였고(강구실용), 사실을 추구하고 실용을 지향하였다(실사구시).

5. 매력적인 인간 다산

위와 같은 학문적인 성과에도 다산은 결코 삶의 정취를 잊지 않았다. 귀양가서 머무는 곳에도 정원을 가꿀 정도로 나날의 일상 속에 운치를 깃들였다(일상득취). 자연이 준 가을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이 의무라 생각하며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아름다운 경관 속에서 성품을 길렀다(득승양성).

또한 다산은 일상의 대화나 주고받는 글 속에서도 번쩍이는 깨달음이 드러나 있었다(담화시기). 그의 글에는 그 속에 뼈가 있었으며, 한마디 말로 정곡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모습이 있었다. 또한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속에 운치를 깃들이라고(속중득운) 말한다. 닭을 친다는 아들에게는 닭에 대한 책을 엮으라고 충고하며, <윤혜관을 위해 준 말>에는 생계를 위해 과일과 채소를 기르되, 종류별로 씨뿌리고 모종을 하고나서는 짧은 시 수십편을 지어 옛사람의 풍취를 본뜨라고 할 정도로 멋을 아는 사람이였다. 어떤 일을 하던지, 단순히 입과 배를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려는 마음가짐을 늘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537쪽).

끝으로 정민교수는 다산이 좌절과 역경에도 근본을 잊지않고(간난불최), 그만이 할 수 있는 작업에 몰두하며(오득천조), '지금 여기'의 가치를 다른 것에 우선하는(조선중화) 멋진 지식인이였음을 강조한다.

***

다산은 말한다. "무릇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한 사람을 목표로 정해 반드시 그와 나란해지기를 기약한 뒤에 그만두어야 하니, 이것이 용의 덕이 하는바다" 목표를 정해 그와 꼭 같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 몰두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했다(383쪽).

롤 모델이 아쉬운 세상이다. 한때는 정직함과 명석함으로 존경받던 사람들이 세월이 흐르며 변질되고 퇴보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여기 다산선생이 있다. 200년전 강진 땅의 유배 생활 속에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학문의 정열을 불태웠던 다산.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한, 그러면서도 가족과 제자들에 대한 정을 놓지 않았던 정말 멋진 사람. 그가 새로운 롤 모델로 다가왔다. 이런 위대한 스승을 오늘에 되살려 보여준 정민 교수에게 다시 한번 더불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이 책의 내용이 너무나 방대하고, 그러면서도 어디 한군데 버릴 곳이 없기에 여기서 내용을 다 정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시간되는데로 주제별 정리를 해서 두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논쟁과 설득법에 대한 주제는 재미있을 듯하다. ^^;;;


2007. 8. 30. 12:06
스티븐 코비가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을 보면 앞부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는 <중략> 1776년 이래 미국에서 성공과 관련하여 출간된 책과 문헌에 대해 심층조사를 해 보았다. <중략> 최근 50년간의 성공문헌들 대부분이 피상적 해결책만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중략> 사회적 이미지에 대한 의식, 다양한 기법들, 그리고 응급처치식 대응책 등으로 가득차 있었다. <중략>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건국후 최초 150년간에 나온 거의 대부분의 문헌들은 성품윤리(Character Ethics)라고 부르는 인성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여기에는 예컨대 언행일치, 겸손, 충성, 절제, 용기, 정의, 인내, 근면, 소박, 수수함, 그리고 황금률 등이 있다."

최초 150년간 자기개발의 초점이 인성을 갖추는 것이였다면, 최근 50년간의 자기개발은 기법이나 기술을 강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주로 개인이나 대중을 상대할 때 필요한 각종 기법, 혹은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이야기하지요. 이런 접근 방법의 문제점은 근본적인 변화없이 겉으로 보이는 것의 변화 만을 이끌어낸다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는 자기 기만이나 위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스티븐 코비와 그의 아내는 아들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보면서 기법이나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품이나 동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일차적인 특성 - 성품이 진정한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강조하게 됩니다.

제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들을 만날 때 밝은 미소를 지어라"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부하 직원을 섬기는 마음으로 대하라"라는 식의 일회용 반창고 같은 해결책만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 적극적 사고가 필요한지, 인생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 중요한지, 그리고 소중한 것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이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고, 사회가 배금주의에 젖어가는 지경이라 ...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쉽게 돈버는 것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피상적인 해결책을 넘어서 '시크릿'같은 사이비 종교가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현혹시키고 있구요.

그래서 그런가요? 다시 한번 스티븐 코비가 말한 성품의 가치를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세상은 모두 다 빠르고, 급하고, 그리고 쉬운 쪽으로 가고 있지만 그래도 중요한 가치는 없어지지 않겠지요. 다시 "일곱가지 습관"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자기 계발"과 "성장"이라는 명목하에 제가 놓지고 있던 가치가 있지 않았나 돌아봐야겠습니다.



2007. 8. 29. 22:36
이 글을 수정해서 여기에 다시 글을 올렸습니다. 지금은 내용이 같지만 글을 수정한다면 나중에 포스팅한 글만 바꿀 생각입니다.

0. 들어가며


6,7 년 전의 일인 것 같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종교적 광신 때문에 자신의 딸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는 부모의 이야기를 보았다. 화면에 비쳐진 열살쯤 되었다는 여자아이는 온몸은 삐쩍 말랐음에도 배는 마치 아이를 밴 것처럼 불러 있었다. 복막염이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병원에 갔었다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을 아빠의 광적인 믿음으로 몇년간 방치했기에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딸을 옆에 두고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했던게 기억이 난다. "하나님이 고쳐주실 거다. 우리는 그냥 믿고 기다리면 된다." 고통받는 그 아이가 너무나 불쌍해서, 제발 하루만이라도 고통받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보통 이런 믿음을 "광신"이라고 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미친 것이다. 믿음이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성을 닫아버린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니 그런 미치광이의 믿음이 세상을 휩쓸고 있다.

The Secret은 호주에 살던 론다 번이라는 여자가 쓴 DVD와 책의 제목이다. DVD를 먼저 제작했고, 이후 책을 썼다. 이혼녀로 힘들게 살아가던 론다는 딸이 건네준 <부자가 되는 과학>(윌러스 워틀스, 1910)을 보고 "비밀"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비밀을 전파하기 위해 미국에 와서 DVD와 책을 제작한다. 책과 DVD가 유명해진 것은 아마도 오프라윈프리쇼가 큰 작용을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광고하듯 오프라쇼 홈피를 마비시키며 급히 후속편을 편성하게까지 되었다. 어떤 이들은 자기도취에 빠져 무책임하게 책을 선택한 오프라의 실수중 하나라고도 하지만.

한국에서도 이책은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상관없이 베스트셀러에 다 올라가 있다. 뉴에이지로 분류되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성공학, 혹은 자기계발을 위한 책으로 팔리고 있다. 원본에 없던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이라는 자극적인 부제와 함께...

알고 보면 결코 새로울 것도 없는 이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에는 저급한 성공만능주의와 고생을 하지 않고 부만 가지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이기주의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인 욕심이 눈을 가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나도 이책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믿고 싶었으니 누굴 탓하랴만.

1. "시크릿"에서 말하는 "비밀"이란?

인물 소개를 빼고 200페이지 정도 분량의 책이지만 그 내용은 몇줄로 요약할 수 있다. 우주에는 변하지 않는 법칙들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끌어당김의 법칙 (Law of attraction)"이다. 이 법칙의 기반에는 "우주는 정신으로 이루어져있다"는 사상이 있으며, 이 사상은 최근 양자역학의 새로운 발견들이 뒷받침한다(고 이책은 주장한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일정한 주파수를 우주에 내보내고, 끌어당김의 법칙에 따라 원하는 것이 끌려오게 되어있다. 부를 원하면 부가, 건강을 원하면 건강이. 우주의 모든 것이 카달로그에 담겨있다 생각하고 선택만 하면 된다. 단 부정적인 생각은 하면 안된다. "아프면 어떡하지"하면 아프게 되니까 "건강한 내 모습"만 생각하라는 것이다.

이런 책이 대부분 그렇듯이 원칙을 믿고 불구에서 일어난 사람, 엄청난 부를 간직한 사람, 베스트 셀러의 작가가 된 사람이 등장한다. 그리고 역사상의 위대한 인물들은 다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 셰익스피어, 베토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이작뉴턴, 괴테 등등. 최근에 이르러서는 마더테레사와 처칠의 이름도 등장한다. 아... 성배를 지키기에 바빴을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사실은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 힌두교, 신비주의, 불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등도 이 비밀을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1%만 알고 있었다는 이 비밀은 사실은 책으로, 사상운동으로 여러사람에 의해 주장되어졌다. 론다 번이 읽었다는 <부자가 되는 과학>이 1910에 나왔고, 같은 이야기를 담은 책은 1952년도의<긍정적 사고의 힘> 이후 수도 없다. 사상적 기반이 되는 신사상(New Thought)운동도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1%만이 숨겨두고 알았다기 보다는 1%도 안되는 사람이 관심을 가졌다는게 진실 아닐까?

2. "시크릿"은 과학인가?

'비밀'은 결국 '끌어당김의 원리'이다. 그 기반이 되는 사상은 우주는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고, 이는 양자물리학자의 지난 80년간의 공로와 발견에 의해 뒷받침되어 진다고 이 책은 거듭 강조한다. 중간중간 양자물리학을 집어넣으면서 마치 '끌어당김의 원리'는 과학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과연 그러할까? 먼저 양자물리학이 뭔가 생각해보자. 양자 물리학이란 "전 자, 원자핵 등 미시적 세계의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는 물리 이론이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이루어진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의 아원자입자에 관련된 실험들의 결과는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설명하기 힘들었기에, 새로운 역학체계가 필요했다. 막스 프랑크가 양자 가설을 내놓음으로서 이를 기반하여 현대의 양자물리학이 발전하게 되었다.

양자물리학을 바라보는 두가지의 큰 관점이 있는데 하나는 불확실성이고 다른 하나는 결정론적 설명이다. 현상만 보면 양자의 위치는 확률로밖에 계산할 수 없다. 이를 표현하자면 파장(wave function)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이러한 확률적인 현상을 액면그대로 결정론의 한계로 보고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이 코펜하겐의 해석이다. 반대로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아인슈타인은 그 유명한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과 함께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라며 숨은변수이론(local hidden variable theory)을 제시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끌어당김의 원리'와 양자물리학이 연관되는 것은 뇌파(brainwave)와 입자가 파장으로 표현된다는 것 뿐이다. 우주가 정신으로 이루어졌다느니, 사람의 뇌파가 우주를 움직인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긴 얼마전에는 양자물리학을 이용해 암을 고친다는 사람도 봤으니, 끌어당겨 쓰겠다면 어떻게든 연관을 짓겠지만 말이다.

그보다 '시크릿'이 과학이 아닌 이유는 더 근본적인 것에 있다.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려면 어떤 가설을 부정하거나 증명할 수 있어야한다 (Falsifiability). 책에 보면 '비밀'을 통해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원칙이라 불릴려면 지속적으로 기대치에 부응하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비밀'의 경우 그런지 아닌지 테스트할 방법이 전혀 없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비밀'의 덕이고 나쁜 결과는 자신의 믿음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이를 위해 '비밀'은 기독교에서 빌려온 원칙으로 방패막이를 해놓는다. '비밀'이 작동할려면 1. 구해야 하고 2. 믿어야 하고 3. 이미 가진줄 알고 즐겨야 한다. 좋은 일이 생기면 '비밀'의 덕이고 생기지 않으면 세단계중 어디에서 부족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비밀'은 항상 정확히 작동하는 것이 된다 ^^;;;

다른 종교들이 '비밀'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모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어느 종교든지 이런식의 '선택적 관찰 (selective observation)'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잘되면 '신 혹은 비밀'의 탓. 못되면 내가 부족해서...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종교든 '비밀' 숭배자든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쯧쯧... 믿음이 그렇게 부족해서 무슨 복을 받겠나"

3. '시크릿'은 종교인가?

앞에서 말했듯이 '시크릿'은 과학이 아니다. 증명할 수 없는 것이고, 결국 개인이 믿고 안 믿고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시크릿'은 종교인가? 일반적으로 종교를 종교에서 제시하는 교리를 믿는 시스템이라고 정의를 한다면 '시크릿'은 종교이다.

하지만 굳이 다른 종교와 비교를 한다면 '시크릿'은 수준낮은 사이비 기복 종교에 불과하다. 나무밑에 물 떠놓고 내 자식 잘 되라고 열심히 손 비비던... 딱 그 수준이다.

세상에 그래도 가치있다고 인정받는 종교들, 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교등을 보면 절대선의 개념이 존재한다. 이 종교의 신들은 신자들이 원한다고 아무거나 던져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길가다가 쇼윈도 안에 걸려있는 예쁜 목걸이를 보고 하나님에게 아무리 열심히 기도한들... 그 목걸이가 갑자기 목에 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크릿' DVD는 이렇게 시작한다.)

'시크릿'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같은 내용의 두 구절을 인용한다. 그 중의 하나가 이거다. "너희가 기도할 때 믿고 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받을 것이다." (마태복음 21:22) 하지만 성경의 다른 곳에는 "그런데 구해도 얻지 못하는 것은 여러분이 정욕에 쓰려고 잘못된 동기로 구하기 때문입니다."(야고보서 4:3)라고 경고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이 '시크릿'의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기독교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종교라면 공통적인 원리이다.

'시크릿'의 신이 되는 개인은 선악의 개념이 없다. 그냥 원하면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절대적인 선의 가치가 없는 종교는 미아리나 계룡산에 가면 수없이 볼 수 있다.

4. '시크릿'은 이기주의의 산물이다

재난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다 무언가 잘못 원했거나, 혹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4년 수마트라 지진(쓰나미) 때문에 죽은 16만명, 그로 인해 이재민이 된 30만명은 다 그들의 생각의 주파수가 그 사건의 주파수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말대로 하나님의 저주인줄 알았는데 그 목사가 틀렸나 보다. 카트리나 때문에 죽은 사람들, 9.11때 쌍둥이 빌딩에 있던 사람들 모두 다 그 사람들이 잘못 생각한 것이다. 좋은 생각을 했었어야 하는데 "혹시 나쁜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하며 평소에 불길한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 현장에 다 모여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내란에 기근에 고생하는 모든 나라들, 동정해 줄 필요없다. 그 나라 사람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좋은 일이 꼬이는 것 뿐이다.

'시크릿'이 말하는 복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유이다. 자기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이 이야기는 한페이지 정도밖에 이야기 안하고 넘어갔다.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비밀'의 선물은 모두가 다 부나 명예, 건강과 같은 개인의 영달에 관한 것이다. 즉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 모든 사람이 꿈꾸는 삶이 바로 내가 요즘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한다. 나는 45억짜리 저택에 산다... 온갖 먼진 곳으로 휴가도 간다... 이 모든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비밀을 알고 있기에." - 잭 캔필드

돈이든 건강이든 원하는 대로 다 받을 수 있다. 열심히 일할 필요도 없다. 누가 '돈을 벌려면 정말 힘들게 일하고 고생을 해야 해'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즉시 버려야 한다 (131p). 많아서 못 받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우주는 무한하고, 받고자 하는 것은 이미 우주 어딘가에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파수가 맞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주파수만 맞으면 '짜잔~'하고 눈 앞에 나타날 것이다.

선악의 개념도 없다. 돈이 왜 필요한지, 건강이 왜 필요한지 상관없다. 내가 곧 신이기 때문에 내가 원한다면 끝인 것이다. 이 책을 보니 전두환은 아마도 비밀을 알았나 보다. 수없이 많은 사람의 행복을 파괴하고도, 전재산이 29만원인 사람이 그렇게 호위호식하면서 살고 있다니. 어떻게 그렇게 살아가나 궁금했는데 이제 알았다. 그건 바로 '비밀' 때문이다. 전두환이 원했는지 이순자가 원했는지 모르지만 둘중 하나는 굉장히 믿음이 좋은게 분명하다.

좋은 것만 생각해야 하니 불행한 사람을 쳐다보는 것도 안된다. 길거리의 거지를 보고 "저 사람처럼 살면 안될텐데"라고 생각만 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머리에서는 "거지"라는 전파가 이미 송출되었으니까. 바꾸지 않으면 내가 거지가 된다. 빨리 좋은 생각을 해야한다. 타워팰리스에서 사는 내 모습, BMW를 몰고 예쁜 여자친구와 드라이브하는 모습...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것이 하나 있다. 비밀을 알았다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테레사 수녀는 왜 평생을 인도의 고아원에서 고아들을 돌보며서 살았을까? 믿음이 적어서일까? 테레사 수녀는 그 삶을 원했다고 하자. 왜냐하면 그것은 가치있는 삶이니까. 그런데 왜 그 비밀을 고아들에게 나누어주지는 않았을까? 그랬다면 모두 다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힘들게 지원금를 요청하러 다니지 않아도 될테고. 테레사 수녀가 인도에서 보낸 70년 동안 열심히 비밀은 전파했다면 아마 불가촉천민은 벌써 없어졌을텐데 참으로 안타깝다.

이렇게 적고 보니 이런 넌센스가 없다. 조금만 상식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런데, 사람들은 열심히 책을 사고 DVD를 몇십번이나 돌려서 보고 있다. 왜일까? 돈벌고 싶으니까. 떵떵거리며 살고 싶으니까. 확실하게 보장해준다지 않나. "법칙은 완벽해서 오류가 없다. (29p)"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게다가 일도 열심히 안해도 되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개인의 부와 건강을 떠나서 지켜야할 가치가 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이 그렇고, 그렇게 만드는 사회제도를 고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 그렇고, 나라를 잃었을 때는독립을 위해 내어놓는 목숨이 그렇다. 안중근 의사의 삶을 생각해 보자. 분명히 그는 '비밀'을 몰랐을 거다. 알았다면 왜 자기 목숨을 내어놓겠는가? 몰래 숨어서 조국의 독립을 믿어 의심치 않고 원하면 될 것을. 하지만 누구의 삶이 더 가치있는가? 안중근 의사와 45억짜리 집에 사는 잭켄필드 사이에서...

'시크릿'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결국 저급한 이기주의 때문이다.

5. '시크릿'의 사람들

책의 끝에 보면 '비밀'을 이용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명단이 나온다. 29명쯤 되는 것 같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은 '... 닭고기 수프' 시리즈를 쓴 잭켄필드밖에 없다. 사실 그도 책 제목땜에 알았지 개인이 그렇게 유명한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설명을 보면 그닥 대단하지는 않다. 물론 그중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돈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한한 우주의 카달로그에서 원하는데로 선택만 하면 얻을 수 있는 사람들치고는 많이 부족하다. 적어도 빌게이츠나 조지부쉬 정도는 명단에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론다 번이 '비밀'을 알게되었다는 '부자가 되는 과학'을 쓴 윌러스 워틀스만 해도 그렇다. 그는 이 책을 출판하고 세상 사람들이 '비밀'에 열광하는 것을 볼 시간도 없이 일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도데체 왜 그랬을까? "노화에 대한 믿음은 모두 마음에서 비롯되고... 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159p)"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는 빨리 세상을 떠나고 싶었나 보다.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는 행복한 삶을 뒤로 두고 왜 서둘러 떠났는지는 아쉽지만 평생 질문으로 남겨두어야겠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이 사람들을 보라. '비밀'을 알면 이렇게 될 수 있다"라고 하기에는 책이나 DVD에 나온 사람들은 좀 떨어진다. 다른 종교. 예를 들어 기독교랑 비교해봐도 그렇다. 한국 목사들이 목에 힘을 주며 강조하는 "십일조의 비밀을 안 부자" "빌게이츠의 세배의 재산을 가졌다는" 록펠러 정도는 되어야 되지 않겠느냐 말이다. 그도 안된다면 이랜드의 영웅 박성수나 서울을 하나님에게 바친다는 이명박 정도는 되어야지. '비밀'의 대표주자와 '기독교'의 대표주자를 맞대결시키면 '비밀'팀이 한참 딸려 보인다.

6. '시크릿'의 왜곡된 인용들

책을 보면 계속해서 등장하는 '비밀'의 전도사들 말 이외에 이른바 저명인사들의 말이 가끔 등장한다. 테레사 수녀, 벨, 아인슈타인, 붓다, 처칠, 마틴 루터 킹, 그리고 성경구절까지...

이미 성경 구절에 대해서는 성경의 전체 뜻과는 맞지 않는 인용이라는 것을 지적을 했다. 그럼 다른 문구들은 어떨까? 55쪽에 보면 윈스턴 처칠이 한말이 크게 적혀있다. "당신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우주를 창조한다." 처칠도 '비밀'을 알고 있었나 보다. 그러니 영국의 수상도 되고 2차대전때 그렇게 큰 일을 할 수있었겠지... 라고 생각하면 낚시에 걸린 것이다.

이 말은 처칠의 "나의 젊은 날들 (My Early Life)"에서 나온 말이다. '비밀'에서 인용한 문구 세줄 뒤에는 "이런식의 정신운동(mental acrobatics)은 한번쯤 놀아볼만 하다. 그것은 전혀 아무런 해도 없고 (harmless) 또 아무 쓸모가 없다 (useless). 다만 젊은 독자에게 그런 생각을 게임으로만 취급하라고 경고하고 싶다."라고 적혀있다. 즉 처칠은 '비밀'과 같은 생각을 말도 안되는 사고방식의 한가지 예로 든 것이다. '비밀'에서 인용한 의미와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벌써 성경문구, 처칠의 말, 테레사 수녀의 말이 원래 생각과는 다르게 인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말들은 어떨까? 벨이 말하는 '힘'이 '비밀의 힘'일까? 전화음을 전달하는 시그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경우에 생각나는 한자 성어는? 바로 아전인수다.

7. '시크릿'이론의 진화?

위에서 이야기한데로 '시크릿'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데에는 오프라쇼의 역할이 컸다. 물론 그전에도 꽤 많이 판매가 되었긴 하지만. 그런데 오프라쇼에 나와서는 조금 다른 메시지를 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책에서는 이야기하지 않던 신념과 행동의 일관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믿는데로 행동을 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인터넷 검색을 하면 이런 식의 "시크릿"을 보완하는 글들이 꽤 올려져 있다.

근데 잘 생각해보면 여기에 심각한 모순이 있다. 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람의 뇌파에는 힘이 있어서, 원하는 것을 정하고 꾸준히 생각을 하면,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해 우주는 원하는 것을 가져다 줄 것이다"는 것이 '시크릿'이 말하는 비밀이다. 그 중간과정(행동)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아니 그게 필요없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것이 론다번이 노렸던 거라고 나는 믿는다. 예를 들어 깃털을 가지고 '비밀'을 테스트해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한 행동은 전혀 없다. 특이한 깃털을 꾸준히 생각하니 짠 하고 나타났다고 했다. 론다번이 52kg의 몸을 얻기 위해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했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 "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믿음만으로도 늙지 않을거란다. "돈은 열심히 수고해서 번다는 생각을 없애야한다"고도 말한다. 이런 편하고, 강력한 사실을 사람들이 모르고 고생만 한다는 것이 '시크릿'이라 부른 이유다.

'시크릿'의 차별화 전략은 분명했다. 뇌파에는 힘이 있다. 힘들어 수고할 필요없다. 비밀만 알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등등. 여기에 수고로이 '행동'까지 해야한다고 하면 다른 자기개발 서적과 다른 점이 없다. 뚜렷이 내새울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행동'이 없이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줄려고 한거고 그게 '시크릿'이 성공할 수 있는 원인이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행동인가? 책에는 없던 신념과 열정과 행동의 삼위일체의 메시지가 왜 등장을 했을까? '시크릿'도 진화를 하나? 그건 아닐거다. 이전에 DVD와 책을 보고 병이 생겨도 약을 안먹는 환자가 생긴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행동없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는 비판도 많았다. 결국 행동을 갑자기 들고 나온 것은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 세상의 반응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것이다.

어디서는 이런 웃기는 글도 봤다. "비록 'The Secret'에서 전하는 메시지대로 착실하게 실천해왔음에도 아주 안 좋은 상황에 처하게 됐다면, 일단 그 자체를 '인정'하고, 다시 '좋은 걸 생각하기'로 하는 겁니다." '비밀'이 안번 작동안된다 해도. 인정하고 다시 열심히 좋은 것을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 열번쯤 하면 한두번 걸리겠지. 그리고 외칠 것이다. "론다번 만세!" ^^;;; 위에서 말한 '선택적관찰'의 전형적인 예다.

8. 나가며

여러가지 관점에서 '시크릿'이 왜 말이 안돼고, 가치가 없는 주장인가에 대해 평가해봤다. 다시 말하지만 이렇게 말도 안되는 것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하긴 나도 정말 이 책대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험도 해봤다. 책에서도 새의 깃털을 가지고 테스트해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니 나도 못할 것은 없겠다 싶었다.

다음날 비행기를 탈 일이 있었다. 평소에 그 항공사를 많이 이용하다 보니, 세번에 한번 꼴로 신청하지 않아도 항공사에서 좌석을 업그레이드해주었다. 확률상 높음에도 불구하고 좌석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테스트 대상으로 삼았다. 비즈니스석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상상했다. 전에 원하지 않아도 된 경험이 있었으니, 끊임없이 긍정적인 주파수를 내보내면 확률이 더 높아질 거라 생각했다. 마음 한구석에 의심이 있었다고? 나는 이전에 가졌던 종교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경험을 통해 열린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웠다. 선입견을 버리고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랬다.

그런데 결과는? 어느 개그 프로의 대사처럼 "바랠 걸 바래야지"였다. 솔직히 난 붙잡고 싶었다. 힘든 내 일상에서 '시크릿'이 구원이 되기를 정말로 바랬다.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사회적 책임이니, 논리적 모순이니 다 잊고 추종자가 될려고 했다는 것이다. 광신도라 해도 잘 먹고 잘 사는데 그거면 됐지. 이성이니 사회적 책임이니 무슨 개뿔은... ㅡ.ㅡ;;; 하지만 '시크릿'은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배푸는 사랑. 돈이 되든 안되든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장인 정신.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소중한 가치를 위해 자신의 것을 포기하는 희생.

사 람이 살아가는데 돈보다 명예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그런 좋은 가치들 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참다운 가치보다 돈이 더 소중하기에 사람들이 '시크릿'같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나 싶어 마음이 안타깝다.




2007. 8. 28. 11:02
최근에 읽은 책들입니다.

"The Secret"은 론다번이 쓴 책으로 요즘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팔리는 책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그 생각의 파장이 우주에 작용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주장을 담고 있지요. 그 근거에는 과학적으로 뒷받침이 된다고 주장하는 "끌어당김의 원리"가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처음부터 비판을 위한 것이였으므로 별 느낌은 없네요. 다만 세상 살기가 이렇게 쉽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잠깐 생각은 했었지요. "The Secret 비판적 읽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쓰기의 전략"은 정희모교수가 쓴 책입니다. 글을 제대로 써봤으면 하는 생각에서 읽었지요. 서두를 쓰는 방법, 본문을 연결하는 여러가지 형식들, 마무리 짓는 방법등. 저도 무의식중에 사용하던 원칙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원칙들을 규정화해서 글 밖으로 끄집어내어 체계적으로 정리한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려있는 예문들과 한국어 바로쓰기에 대한 글들도 참 좋았습니다. 나중을 위해 이 책의 내용을 마인드맵으로 정리할 계획입니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정민교수가 쓴 책입니다. 18년 유배기간동안 500권의 책을, 그것도 정치, 경제, 공학, 의학, 지리, 교육, 그리고 문학까지 정말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남기신 정약용 선생의 지식경영법을 다룬 책입니다. 다빈치의 방대함도 다산선생을 못 좇아 갈것 같네. 다산 선생이 남기신 작업만큼 이 책도 내용이 많아 다 읽을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의 몇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벌써 많은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 이 책도 좋은 책이지만, 언제 시간을 내어서 다산선생의 인생과 남기신 저작을 집중해서 좇아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