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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리고 글'에 해당되는 글 87건
2008. 4. 5. 07:15
Getting Things Done (Reprint, Paperback) - 8점
Allen, David/Penguin Group USA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 - 8점
데이비드 알렌 지음, 공병호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GTD(Getting Things Done)를 처음 접한 것은 작년에 한국 팜 유저그룹에 올라온 GTD 요약본을 통해서였다. 그때 받은 느낌은 흥미롭긴 했지만, 너무 단편적인 기술에 집착한다는 것이였다. 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한 GTD의 꾸준한 인기는 다시 GTD에 대해 흥미를 갖게 만들었다. 데이비드 알렌이 쓴 GTD는 2001년 "Getting Things Done"이라는 책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벌써 7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이 책은 아마존에서 64번째로 많이 팔리는 책이며, 자기계발 분야나 시간관리에서는 1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터넷 검색으로 GTD를 찾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GTD를 적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읽은 것은 원서지만 2002년에 (그렇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 ^^) 공병호 박사를 통해 번역이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서평을 보니 좋지 않다는 의견들이 있다. "복잡하다" "겉돈다"며 실망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번역자의 의역이 오히려 헷갈리게 했다는 평도 있지만, 책 자체가 한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지지가 않았다는게 더 큰 이유일 것이다. 두가지 원인이 있다. 같은 내용이 약간씩 다르게 반복이 되며, 어떤 내용은 안 맞는 위치에 있어 오히려 헷갈리게 한다. 한편, GTD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데, 책에서 그 점을 해결을 안하고 넘어간다.

그럼에도 이 책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GTD의 원리가 맘에 들기 때문이다. 원리는 두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 무언가 '해야할 일 (Open Loop)'이라 생각하면, 우리의 머리는 중요성, 남은 기간, 가능성등을 고려하지 않고 똑같은 무게로 취급한다. 그렇기에 그 일들을 머리 밖으로 끄집어내서 믿을만한 장치에 기록해놔야한다. 둘째, 기록을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처리하거나 혹은 재협상해야한다.

알렌은 이 두가지 원리를 적용하여 다섯단계로 이루어진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1. 수집 (Collect) - 모든 Open Loop를 기록한다 2. 처리 (Process) - Open Loop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한다 3. 정리 (Organize)  - 적절하게 분류하고 리마인더를 설정한다. 4. 검토 (Review) - 정기적으로 전체를 검토하고 재조정한다. 5. 실행 (Do) - 상황에 맞는 일을 선택해서 실행한다.

이 법칙을 기반으로 책은 세부분으로 나뉘어져서 구성되어 있다. 1장, 2장, 3장에서 GTD애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하며, 기반에 깔려있는 철학을 설명한다. 4장부터 10장에서는 프로세스의 각단계를 자세하게 설명하며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11장부터 13장은 보완하는 글로 GTD 원칙의 장점을 여러 각도에서 강조한다.

문장 하나 하나는 깔끔하다. 중간 중간 나오는 인용문이나 강조문을 읽는 즐거움도 있다. 그런데 읽고 나니 헷갈린다 ㅡ.ㅡ;;; 막상 적용하려고 하니까 앞뒤가 엉키는 기분이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같은 것을 느꼈나 보다. 그래서 책을 다시 들쳐보고, 운전할 때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어느 부분이 안맞나 생각해 봤다. 내 경우 가장 큰 원인은 수집과 처리, 정리가 섞였기 때문인 것 같다. 기존의 사고 방식은 수집을 하자마자 (할 일이 생각나면), 카테고리에 리마인더까지 설정하는 즉 정리까지 끝내버리는 것이다. 그 생각을 바꾸지 않고 GTD를 적용하다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책의 내용과 맞지 않으니 헷갈렸던 거다.

방법 자체에서도 충돌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2단계에서 숙성(incubation)이 필요한 것을 따로 분류하라고 해놓고, 3단계에서 someday/maybe를 이야기한다. tickler file을 언제 써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언제 쓸지 헷갈리게 한다. 4단계의 검토를 이야기하면서 실제로 1~4단계를 다 수행해야하는 weekly review를 이야기한다. 5단계 실행에서 말한, 비행높이에 따른 할 일을 생각하는 프레임은 오히려 1단계의 수집에 더 어울린다. 이런 점들이 GTD의 이해와 적용을 방해하는 점들이다.

그래도 그 차이를 깨닫고, 따라하니 꽤나 명쾌하고 쉽다. 처음 생각은 GTD의 장점을 파악해서, 기존에 사용하는 프랭클린 플래너에 적용해볼까 하는 것인데, 그 생각이 바뀌었다. 요즘은 GTD를 100% 적용하고 있다. 시간은 꽤 걸렸다. 최초 수집및 정리까지 16시간은 족히 걸렸다. 그래도 그 시간이 아깝지가 않다.

GTD는 (책에서 강조하듯) Bottom-up 접근 방식이다. GTD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주로 사람들은 Top-down 방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GTD의 접근 방식에도 장점이 있다. 나중에 자세히 쓰겠지만, GTD의 Bottom-up은 일곱가지 습관의 Top-down과 반대방향에서 접근하지만, 그렇기에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두가지 방식을 조합한다면 최적의 시간관리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할 일이 너무 많아 삶이 피곤한 사람. 다른 시간관리법을 사용해도 별 효과가 없었던 사람. 한번 GTD를 시도해볼만 하다. 단 읽을 때 위에서 말한 점들을 감안한다면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08. 3. 17. 12:51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8점
고미숙 지음/그린비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의 서설에서 정민교수는 "연암은 높고 크고 다산은 넓고 깊다. 연암은 읽고 나면 오리무중의 안개 속으로 숨는데, 다산은 읽고 나면 미운을 걷어내 푸른 하늘을 보여준다"며 연암과 다산에 대해 논한다. "연암과 다산을 만나 내 학문이 풍요로워지고, 공부의 안목이 넓어지고, 삶의 눈길이 깊어진 것이 참 기쁘다"라고, 성향은 많이 다르지만 "누가 낫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닌" 두 사람의 거인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표현하고 있다.

정민교수를 통해 만난 다산이 너무나 거대하였기에, 더불어 연암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호질, 허생전, 열하일기등의 작품명과 함게 고등학교 국어시간의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연암 박지원'. 그가 어떤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대단한 평을 받는 것일까? 이는 최근에 생긴 조선후기 지식인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연암에 대해 알고 싶은 욕망으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장자 - 소통의 철학이라는 글을 통해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를 소개해주신 buckshot님의 글이 생각나, 이 책을 연암에 대한 첫 책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열하일기는 연암이 건륭제의 70세 생일 축하사절로 떠나는 삼종형 박명원을 따라 중국을 다녀온 여정을 기록한 작품이다. 1780년 5월에 길을 떠나 10월에 돌아온 긴 여행이였는데, 연암은 열하일기에서 여행의 구체적 기록 뿐 아니라, 만난 사람들, 보았던 사물들, 나눈 대화들, 티베트 불교에 대한 소개등 다양한 주제를 기록하였다. 한권의 책이 아니라 여행에 관련된 소책자들의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열하일기의 '다름'에 저자는 주목을 한다. 새로운 문물에 대한 신기함을 논하는가 싶으면, 세상사물의 다양함에 대한 자세를 이야기하고, 불어난 강물을 넘는 고난을 이야기하는 중에, 위험의 상대성을 지적한다. 주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주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이런 연암의 문체(연암체)를 저자 고미숙은 들뢰즈/가타리의 표현을 들어 '리좀'이라 평을 한다. "뿌리라는 중심이 없을뿐 아니라 목적도, 방향도 없이 접속하는 대상에 따라 자유롭게 변이하는 특성을 지닌다(p135)"는 것이다. 중구난방의 부정적 모습이 아니라, 목적하는 대상에 접목하여 바로 뿌리를 내리는 긍정적인 유연성. 이런 연암의 특징을 저자는 '유목'을 들어 설명한다.

책은 체계적으로 잘 쓰여져 있다. 연암 개인의 마이너한 성품에서부터 시작하여, 친구들의 모습. 당시의 정세와 연암과 문체반정등의 관계등이 1장과 2장을 거쳐 다각적으로 다루어진다. 이렇게 연암에 대해 어느 정도 안 연후에야, 열하일기의 텍스트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후 3장, 4장, 5장은 열하일기를 통해 보여준 연암의 해학과 철학을 이야기한다. 넓은 벌판을 만나 '한판 울어볼만하다'고 말하는 연암의 모습(호곡장론), 당시 조선의 지배가치였던 소중화주의와는 영판 다른 실용주의적인 시각, 중국의 선비들과 만나 필담을 통해 나눈 사상의 교환, 조선땅에서 볼 수 없었던 동물과 마술을 보고 난 연암의 평, 이단이라 여겨지는 티베트의 판첸라마와의 만남을 통해 바라본 이국의 모습등. 열하일기의 다양한 모습들이 저자의 눈을 통해 재배치된다. <야출고북구기>, <일야구도하기>, <상기>등의 명문에 대한 설명도 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구성이 돋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에 대해 불만이 있다. 첫째, 저자의 억양은 시종일관 하이톤이다. 따옴표와 느낌표가 난무하고, 강조를 위한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현학적인 수사까지 곁들여져, 나는 아직 준비를 못했음에도 책 속에서는 몇번의 흥분이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린다면, "끊임없이 나타나는 감정의 격렬한 표출에, 어디가 중요한지, 어디에 감정을 고조시켜야하는지 알 수 없는 이 지독한 패러독스!"

또한 연암에 대한 진솔한 소개라기보다 '연암의 삶에 투영된 들뢰즈/가타리의 철학'이라고 할만큼 저자의 관점을 시종일관 적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아직 연암에 대해 아는 것이 적기에 판단을 내리기는 조심스럽다.

단점을 이야기하였으나, 이 책의 미덕은 앞에 말한 단점을 덮기에 충분하다. 열하일기라는 텍스트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열정. 그리고 이를 통해 알게된 '유목'에 대한 새로운 시각. 열하일기가 시대에 미친 영향과 조선후기 지식인의 흐름까지 이 책은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이 책을 통해 연암을 조금 엿본듯 하다. 아직 그의 뒤통수만 살짝 본듯한 형국이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 그의 여정을 따라가 본 시간은 즐거운 경헙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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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3. 16. 08:09
예한이가 출판 작가(Published author)가 되었습니다 ^^;; 지난주 수요일에 출판 기념회에 다녀왔지요.

ㅎㅎ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대단한 것 같은데... 그렇게 큰 일은 아닙니다. 제가 앤도버라는 동네에 사는데, 앤도버를 포함한 여섯개의 인접타운에서 발간하는 문예지가 있습니다. 초등학생 대상으로는 Apple Seed가 있고 중학생 대상으로는 Apple Sauce가 있습니다. 고등학생들은 간행물은 없고 파티 형식의 행사를 합니다.

담당 교사의 추천을 받은 작품들을 모아 심사를 거쳐 일년에 한번 문학 작품, 그림, 사진을 모아 정기간행물을 만드는 것이지요. 지역의 학생문예지고 거기 실린다고 정말 문단에 데뷔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 그래도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도 굉장히 기뻐합니다 (이쪽 분위기가 원래 그렇습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정말 기뻐하고 칭찬하고... ^^)

다같이 모여 각자 순서가 되면 앞에 나가 자신의 작품을 읽거나 설명을 하지요. 아래 예한이처럼요 ^^;;

01


War
by 이 예한

The blast ripped through Japan,
The perfect combination of power and beauty,
An artist's impression of the Apocalypse.

Spawned from the depths of Hell,
Lives changed from the press of a button,
People killed from the openings of a hatch.

The gates of Hades had flung wide,
The horrs of Hiroshima.

일본 전체를 관통한 폭발,
무력과 아름다움의 완벽한 조합
예술가 인상 속의 대참사

지옥 깊은 곳에서 잉태되어진듯,
단추 하나 누름으로 운명이 달라지고,
문이 열림으로 사람이 죽어간다.

하데스의 문이 활짝 열렸던,
히로시마의 공포


제가 번역을 한번 해봤는데 쉽지 않네요. 짜식~ 어려운 단어를 써가지고는 ㅡ.ㅡ;;;

이 행사에서 인상 깊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미국은 동네마다 빈부의 격차가 심합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 보면이해가 안 갈 정도로요. 맨하탄 바로 옆에 슬램가가 있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근처에 로렌스라는 동네가 있습니다. 지휘자 번스타인의 고향임을 자랑하는, 산업화 시기에는 잘나가던 동네였지만 지금은 위험한 동네중의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그쪽 학교의 아이들이 쓴 글을 잠깐 소개해봅니다. 중학생 나이에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그리고 그것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이 참 서글펐습니다.

The Night
by Gladys Gitau

...
Gunshots are fired every day,
The bullets kill to ruin your day,
These past nights have been frightening.

You hope Batmand will save your day,
But remember, he's not real, okay?
These past nights have been frightening.

I am unfortunate,
I can't say I'm fortunate,
I live in a box,
I can't afford socks,
These past nights have been frightening.
...

<앞부분 생략>

총소리는 매일 들린다
너의 하루를 망치며 총알은 사람을 죽인다.
요 며칠밤은 정말 무서웠다.

너는 배트맨이 구해주기를 바라겠지.
하지만 그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아, 알아?
요 며칠밤은 정말 무서웠다.

나는 불행하다.
내가 행복하다고 나는 말할 수 없다.
나는 상자안에서 산다.
난 양말도 제대로 못신는다
요 며칠밤은 정말 무서웠다.

<후략>


이날 자신의 작품을 읽은 삼십여명의 아이들중, 유일한 동양인이 예한이라는 것은 저한테 여러가지 느낌을 주었습니다. 영어로 미국 아이들보다도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예한이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반면 이 아이가 한국말로는 이런 작품을 쓸 수 없을 거라는 아쉬움이 동시에 느껴지더군요. 또 그렇게 우리 사이에는 언어로 인한 넘어설 수 없는 차이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구요. 하지만 누가 고집부려 생겼던 상황도 아니기에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전에 적은 글처럼 이곳에서 마이너로 살지 않고, 메이저로 자라기 위해 이곳 사람들보다 영어를 더 잘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더불어 모든 아이들의 입을 통해 아름다운 시와 수필이 읽혀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열살 갖넘은 아이가 앞에 소개한 그런 시를 쓰는 세상은 너무 참담하니까요.

** 어쩌다 보니 큰 아이에 대한 글만 썼습니다. 혹시 몰라 말씀드리는데 편애하는 것 아닙니다. 조만간 너무나 예쁜 제 딸아이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2008. 3. 11. 04:59
egoing님의 책 더럽게 돌려보기를 읽고 한번 적어 봅니다.

전 책에 대해 결벽증이 심했습니다. 책이 물에 젖으면 종이가 불어 좀 뚱뚱해지죠. 그럼 가차없이 새로 사버렸습니다. 물론 종이를 접어서 표시도 안했구요. 요즘도 그런 심정적인 결벽증은 남아있습니다만... 책을 지저분하게 보고자 생각을 바꾼지 꽤 되었습니다.

최근 적용하는 선정 원칙이 있습니다.

1.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읽지도 말자
2. 가치가 있는 책은 꼭 사서 읽자

이 두가지 원칙의 조합으로... 책으로 인한 지출이 좀 늘어났습니다 ㅡ.ㅡ

그리고 책을 읽을 때, 펜(개인적으로 만년필만 고집합니다)과 형광펜 둘다, 최소한 둘중 하나는 가지고 가차없이 표시를 합니다.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에 밑줄 쫙~은 기본이고, 생각나는데로 옆에 메모도 합니다. 최근에는 건방이 늘어 "일반화의 오류", "이건 오버다", "그래서 어쩌라고" 등의 멘트도 달아놓구요 ^^

그래서 요즘에 본 책들은 다시 봐도 기분이 흐믓합니다. 원하는 내용을 찾기도 쉽구요. 만약 기회가 된다면 맘에 맞는 분들끼리 '더럽게 돌려보기'를 실천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


2008. 3. 10. 07:51
Time Management (Paperback) - 8점
Not Available/Perseus Distribution Services

MBA의 Top 3를 뽑는다면 항상 들어가는 하버드 MBA는 MBA course 뿐만 아니라, 출판사인 HBS로도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HBR(Harvard Business Review)은 비즈니스 관련 정기간행물 중 독보적인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출판사에서 펴내는 여러가지 시리즈중 Business Essentials이 있습니다. 경영/관리/리더십/전략등의 분야에 대해 필수적인 사항을 잘 요약해놓은 시리즈입니다. 특정 분야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려 할 때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에는 인력관리에 대한 책 말고는 번역되어 있는게 없더군요. 갈수록 비즈니스 서적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누군가 이 시리즈를 소개해도 괜찮은 장사가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

이 시리즈에서 시간관리를 다루었다는게 흥미가 생겨 이 책을 구입했습니다. 시간관리는 예전부터 자기계발의 중요한 분야입니다. 시간관리만 전문적으로 다룬 책도 꽤 많고, 또 많은 자기계발 서적에서 시간을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시간관리를 개인적인 영역에서 다루고 있지요. 출발점이 자기계발이니까요. 이번에 소개하는 이 책이 다른 점이라면, 기본적인 공통원칙에서 출발하기는 했지만, 시간관리를 회사나 조직의 관점에서 봤다는 것입니다.

시간관리의 기본원칙이라면 목표확립, 시간 소비 패턴 체크, 우선순위 조정, 시간 낭비 요인 제거등을 들수 있지요. 이 책도 그런 기본적인 원칙에서 출발을 합니다. 관련서적 한두권 읽었다면 좀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만, 제 경우에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을 다시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

1장 목표를 가이드로 사용하자 (Use Goals as a Guide)
2장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 (How you spend your time)
3장 시간계획 수립 (Scheduling your time)
4장 시간 도둑들 (Time robbers)

등을 통해 앞에서 이야기한 시간관리의 기본 원칙들을 설명합니다. 물론 단지 원칙만 나열하는게 아니라 풍부한 예와 함께 제시됩니다. 그 기반위에 조직 차원에서의 시간관리를 설명합니다.

5장 권한 위임을 통해 시간을 만들자 (Delegation)
6장 보스가 시간 도둑일 때 대처법 (The time-wasting boss)
7장 시간관리의 개인적인 면 (The personal side of time)
8장 회사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What companies can do to help)

를 통해 조직의 입장에서 시간관리를 바라봅니다. 기존의 시간관리가 개인적인 면에서 바라본 것이였든데 비해 7장에서 '개인생활의 시간 활용도 중요하다'라는 점에서 개인적인 면을 다루는 것이 책의 관점을 잘 드러낸다 할 수 있습니다. 보스가, 명확한 목표를 안준다거나 불필요한 미팅을 자꾸 함으로, 시간을 자꾸 뺐는다면 어떻게 해야하나도 재밌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미국문화에서도 보스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쉽지 않은가 봅니다. 보스의 성격(성깔? ^^)을 잘 파악해서 사용하라 충고하네요 ^^;

책은 단촐합니다. 전체가 120 페이지이고 중간 중간 도표와 별도 박스를 통해 강조와 요약을 잘 해주기 때문에 읽는데 부담은 없습니다. 다만 많은 내용이 자기계발의 관점에서나 관리의 관점에서 이미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하셨던 분들에게는 새로운 내용이 별로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조직의 관점에서 시간관리를 다룬 책이 많이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사나 혁신등 관련 부서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관련서적을 읽어보지 않은, 시간관리를 새로 시작하려는 직장인에게도 추천합니다. 반면 조직활동을 하지 않는 분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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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3. 3. 13:36
글쓰기의 전략 - 8점
정희모.이재성 지음/들녘(코기토)

사람들은 전략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전쟁을 전반적으로 이끌어 가는 방법이나 책략'이라는 군사용어에서 출발한 전략은 다른 분야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전략'이라는 단어를 보면 사람들이 무얼 기대할까? 대부분 이기기 위한 방법, 혹은 효과적으로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등 목적을 이루기위한 가장 빠른 길을 기대하리라 생각된다.

정희모, 이재성. 현장에서 글쓰기를 지도하는 두분의 교수님이 쓴 '글쓰기의 전략'이라는 책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같은 것을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그래. 내 글이 별로인 것은 뭔가 방법이 틀려서일거야. 사람들을 확 잡아당길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백전필승의 전략이 책에 담겨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기대를 처음부터 부수어버린다.

"글쓰기는 순전히 노동으로 이루어진다. <중략> 이를 준비하는 것도 노동이다. 그뿐만 아니라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학습도 당연히 고된 노동이다. (p20)"라고 이 책은 선언한다. 글짓기에는 지름길 혹은 전략은 없다. 다만 '숙련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요령(전략)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만드는 책이라기보다, 그 능력을 갖도록 훈련하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글쓰기는 노동이다', '2. 관습적 학습에 저항하라'를 거쳐 글쓰기에 대한 전반적인 자세를 제시한 후, 세부항목에 대한 학습을 시작한다. '3. 계획 - 설계도는 구체적으로 그린다'에서 전체적인 밑그림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4. 구성1 - 세밀한 연쇄고리를 만들자', '5. 구성2 - 구성은 흐름이다'에서 자연스럽게 흐름을 타는 글을 쓰는 법을 이야기한다. '6. 구성3 - 화제식 유형의 다양한 응용법', '7. 구성4. 나열식 유형의 다양한 응용법'에서는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유형을 소개한다. '8. 서두 - 인상적으로 쓰라', '9. 결말 - 영화의 엔딩신처럼 연출하라'에서 글의 시작과 끝맺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야기한 후에 '10. 글 한편을 멋지게 써보자'로 전체를 다시 정리해본다.

그리고 '11. 단락 -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 '12. 문장1 - 일곱가지만 알면 된다', '13. 문장2 - 바른 문장 쓰는 법'은 좋은 문장을 쓰기위한 추가 강의라 생각하면 된다. 더불어 맞춤법을 제대로 쓰기 위한 짤막한 강의들도 있다.

아쉽다면 글의 전체적인 모양새에 집중하다 보니 좋은 '문장'에 대한 내용은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논설이나 수필등 제한적인 형태의 글만 다루었다는 점이다. 또한 이 책을 읽는다고 글짓기가 당장 좋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통 서두는 글의 5분의 1 정도로, 한두 단락으로 구성된다. (p197)"라든가 "현상->원인->해결책"등의 유형을 안다고 해서 거기에 맞춘 글이 바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닐테니까.

그  점들을 감안하고 보면, 이 책에서는 '좋은 글'에 대한 패러다임과, 그에 다다를 수 있는 훈련방안을 얻을 수 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리고 이를 위해 충분한 대가를 치를 의향이 있다면, 이 책은 두고 두고 들쳐볼 좋은 스승이 될 수 있다.


2008. 2. 20. 10:18
당신의 책을 가져라 - 8점
송숙희 지음/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자신의 책을 가지고 싶은 욕망은 자식을 낳아 기르고 싶은 마음과 비슷하다 할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무언가 남기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랄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자신의 이름이 담긴 '책'만큼 그 목적에 잘 부합되는 것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식을 낳아 기르는 반면, 자신의 책을 내는 사람은 드물다. 요즘처럼 별의 별 책이 등장하는 시대에도, 스쳐 지나가는 원함은 있되, 실제 펜을 들어 자신의 글을, 그것도 책으로 엮겠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아마도 "내가 뭘?"하는 마음이 가장 큰  부담일 것이다. 또한 시간이 없어서, 글 솜씨가 없어서 등의 핑계로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 세상과 공유하지 않고 속에만 담고 사는 것이다.

원함은 있지만 주저함이 책쓰는 것을 방해한다면, 송숙희씨가 쓴 <당신의 책을 가져라>를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북 프로듀서라는 매력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잡지사 기자, 웹사이트 콘텐츠 디렉터등을 거쳐 지금은 책을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본인 스스로 <돈이 되는 글쓰기>, <고객을 유혹하는 마케팅 글쓰기>의 두권의 책을 쓴 저자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녀의 출판 경험을 살려 책을 내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당신의 책을 가져라>를 쓰게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식경영시대의 책쓰기 특강"이라는 부제와는 걸맞지 않게 책의 상당부분은 동기부여에 할당되어 있다. 책속에 소개된 집필지침(p109) 그대로 "풍부한 사례, 충분한 인용으로 읽는 재미를 주고", "책을 쓰기 위한 방법론보다는 책을 쓰게 만드는 동기부여에 포커싱"한 책이다. "내가 뭘?"하는 사람에게 "먹고 싶다면 맨 손으로도 물고기를 잡을" 정도로 쓰고자 하는 욕구가 꿈틀거리도록 만들어준다. 왠만한 자기계발 서적 못지 않은 동기부여에 대한 많고 훌륭한 예와 인용은 이 책이 주는 보너스다.

책의 내용은 알차다. <인디라이터>등 다른 동류의 책은 읽지 않았기에 비교는 못하지만, 즐겁게 읽었고 많은 것을 얻었다.

첫장 "당신도 베스트셀러작가가 될 수 있다"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구가 책을 낼 수 있다는 동기부여의 장이다. 책을 썼을 때의 좋은 점과 더불어, 책쓰는 즐거움을 소개한다. 모든 사람이 훌륭한 책을 쓸 수 있다고 저자는 주저하는 사람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

두번째장 "당신의 책, 이렇게 기획하라"에서는 어떻게 아이디어를 잡을지, 무엇을 준비할지, 어떤 마음자세를 가져야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출판 기획서', '책쓰기 전과정 셀프 프로세스'등의 실질적 도움이 될 자료들도 소개한다.

세번째장 "당신의 책, 이렇게 써라"는 준비를 했으니 이제 쓰라는 내용이다. '첫 문장부터 무조건 써라, 지금 당장'부터 어떻게 초벌을 쓰고 수정을 할지, 제목과 부제는 어떻게 붙이는지, 출판사는 어떻게 정할지 등을 이야기한다. '책쓰기가 쉬워지는 10가지 습관' '슬럼프, 이렇게 극복하라'처럼, 머뭇거리는 사람에 대한 동기부여 또한 계속 된다.

네번째장 "당신의 책, 이렇게 마케팅하라"는 책이 나온 이후 어떻게 판매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는 카페나 블로그등의 온라인 홍보를 적극 추천한다. 그리고 책이 나온 이후 생길 변화(인터뷰, 강의 요청, 그리고 다음책의 준비)를 즐기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작년 6월 28일에 읽기 시작해 같은 달 30일에 마쳤다. 읽은지 반년이 넘은 책을 다시 꺼낸 것은 '나도 책 한번 써봐?'하는 호기심 다음단계의 충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buckshot님의 과분한 칭찬도 작용을 했음 또한 속일 수 없다. 그렇지 않음을 암에도 '너 예쁘다'하면 '정말 그런가?'하며 좋아하는 인간의 속성을 나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책을 읽으면서 저자도 나와 같은 표현을 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물이 차고 차고 또 차올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넘쳐흐를 때, 그때가 바로 써야 할때입니다 (p74)"

살아있는동안 써야지 하고 생각하는 책이 두권 있다. 한권은 이 블로그의 제목과 같은 내용의 책. 또 한권은  세례요한에 대한 소설이다. 십년 넘게 채우고 있는 물이 언제 차고 넘쳐서 책의 첫장을 쓰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가 된다면  이 책을 통해 얻은 조언들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2008. 2. 18. 09:30
환상계는 그 존재를 상실해가고 있었다. 어디에서 시작한지 모르는 '무()'가 그 세계를 먹어가고 있는 것이다. 환상계의 근원은 인간의 상상력인데, 더 이상 인간들이 상상을 믿지 않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이제 그 '무'는 환상계의 마지막 보호자인 어린 여왕에게까지 다가왔다. 그녀마저 '무'에게 먹히고 나면 환상계는 영영 사라지고 만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자신들을 보고 있는 한 소년에게 구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나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해. 그것만이 환상계를 위기에서 구출할 수 있어" 책 속의 세상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느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다가설 수 없는 바스티안. 하지만 왕녀의 슬픈 호소에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 바스티안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만다. "어린 달님" 그리고 그는 환상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미카엘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1부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지금은 책을 잃어버려 정확한 문장은 알 수 없지만, 장면 하나 하나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아트레유의 환상계를 구하기 위한 여행, 신비스런 고서점의 주인 코레안서, 인간계로 돌아가기 위해 기억의 파편을 붙잡던 바스티안. 바스티안에 의해 이름이 붙여지고, 운명이 달라진 환상계의 많은 존재들. 무엇보다 너무나 예쁜 이름이라 생각했던 '어린달님'

인간은 꿈을 꾸어야 하지만, 꿈만 꾸고 있어서는 안되는 존재임을 이 환타지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 줄짜리 메시지로 정리하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안남는 거겠지요. 환타지를 만들고 환타지를 읽는 이유는 꿈을 꾸고 싶어하는 것이지, 한줄 메시지를 얻기 위한 것은 아니니까요.

제가 봤던 책은 바스티안의 현실세계와 아트레유의 환상세계, 각각을 다른 색으로 인쇄했던 책이였습니다. 그 정성스러움에 감동했었지요. 요즘은 어떻게 인쇄하나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요즘은 꿈꾸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현실감 하나 없어도 되는 상상의 세계. 그것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할 때가 많지요. 그래도 가끔은 '모모'나 '어린 달님'이 생각납니다. 책 속에서 사람들이 상상을 하지 않으면 환상계가 없어지고, 결국 사람들은 상상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상상력. 쓰지 않으면 없어진다고 미카엘 엔데는 말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창조적인 생각이 아니라, 어린 아이와 같은 아무 목적없는 상상, 그런 상상이 그리워집니다.

'끝없는 이야기'는 제목의 약속을 저버리고 한권으로 끝이 나버렸습니다. 중간 중간 나왔던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고 다른 기회에 이야기되어야 할 것이다"라는 문구는 그 이야기를 작가가 해주기를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이어지는 작품을 미카엘 엔데가 썼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결국 '끝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독자가 상상을 해서 뒷 이야기를 이어가라는 의미겠지요.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겁니다.

미카엘 엔데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랄프 이자우라는 후배에게 '끝없는 이야기'의 전이야기를 쓰게 허락했다고 하더군요. 고서점 주인 코레안서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어린달님'만큼 예쁜 이름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 바짝 말라버린 제 상상의 나래를 조금은 움직여 보고 싶거든요.


2008. 2. 11. 14:13
미쳐야 미친다 - 8점
정민 지음/푸른역사

작년에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통해 두명의 지식인을 만났다. 바로 다산 선생과 정민 교수이다. 서평에 적었듯이, 다산의 위대함이 돋보이는 책이지만, 또한 그 모든 것을 정리한 정민교수의 탁월함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책이다.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는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라는 부제와 함께 조선후기 지식인들의 속내를 그들의 글을 통해 들여다 본 책이다. 정약용, 박지원, 허균등 역사시간에 내내 자지만 않았다면 들어봤을 이름들도 등장하지만, 김군, 이옥, 송희갑등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는 이름도 많이 있다.

책은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벽에 들린 사람들'는 흥미를 넘어서 집착 혹은 광기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열정을 보여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맛난 만남'은 서로의 인생을 바꿀만한 멋진 인연들을 소개한다. "일상 속의 깨달음"은 삶 속에서 드러나는 작은 이야기, 그렇지만 무한한 깊이가 담겨있는 선배 지식인들의 지혜를 다루고 있다.

독학으로 기하학을 배워 천문관측의 독보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시기로 인해 굶어죽은 김영. 떨어지는 기억력을 몇만번 반복해서 읽음으로 보충한 김득신. 천하의 문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시대를 잘못 만나 과거시험 대필을 해주던 노긍. 정약용을 만남으로 인생이 완전히 달라진 황상. 다르면서도 비슷한 두번의 여행을 통해 좋은 글에 대한 가르침을 적은 홍길주. 이외에도 많은 지식인들의 알지 못했던 삶의 이면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글 속에서는 분명 조선후기의 지식인들을 이야기하지만, 내가 읽고 있는 것은 정민의 그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선배들의 '보석처럼 빛나는' 정신을 보면서 정민교수는 그들에 대한 경외심과 옅어진 우리네 심성에 대한 애탄을 동시에 드러낸다. 그것을 볼 수 있는 몇가지 대목을 옮겨 본다.

"잊는다는 것은 돌아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것을 해서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될지, 출세에 보탬이 될지 따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금도 세상을 놀래키는 천재는 많다. 하지만 기웃대지 않고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성실한 둔재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한때 반짝하는 재주꾼들은 있어도 꾸준히 끝까지 가는 노력가는 만나보기 힘들다. 세상이 갈수록 경박해지는 이유다."

"옛사람들의 편지글을 볼 때마다, 과연 물질 환경의 발전이 삶의 질까지 향상시킬 수 있을까 하는 회의를 지울 수 없다. 물질의 삶은 궁핍했으되, 정신의 삶은 보석처럼 빛나던 선인들..."

"담배 연기와 향로 연기를 가지고 쓴 두편의 글(이옥의 연경과 박지원의 관재기)을 읽었다. 장난투가 있지만 행간에 만만찮은 내공이 느껴진다. 공연히 아는 것 많은 체해봤자, 우리가 이런 글 한줄 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옛사람의 일을 생각하면 무작정 그들이 위대해 보이고, 우리의 삶이 초라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 내가 나를 잘 아는 것. 복잡하기만 하고 결실 없는 삶이다 보니 옛선배들의 삶이 그러워지는 것일게다. 따지고 보면 그 때 생활보다 지금이 더 풍족하고 좋을 것이다. 지식적으로도 훨씬 뛰어나고, 정신적으로 부족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것일까? 우리가 부족하다 생각하는 모습들, 그렇게 되고 싶은 모습들을 옛선배들을 통해 투영하는 것은 아닐까?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부귀영화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시대를 잘 못 만났던 사람들, 신분의 제한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던 사람들, 사람들의 질시에 나락으로 떨어져야 했던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지조를 저버리지 않음을 자랑하고, 가난함을 당연히 여겼던 그들. 요즘 관점으로 보면 어쩌면 실패한 인생이라 할 수도 있다. 물질이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 지금 세상은 오히려 그들에게는 더 살기 힘든 세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아름다운 정신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짧은 글 속에도 수없이 나타나는 은유와 인용, 그 해박함에 탄복하게 된다. 내 삶을 통해 이만한 깊이를 보여줄 수 있을까? 올려다 보기 힘들 정도로 그들의 삶은 높고 굳다. 그렇기에 그들을 부러워 하는 것이리라. 정신의 자리를 물질, 과학기술이 차지하는 세상. 더욱 빨라지고 더불어 얇아지는 세상이기에 우리는 그들의 여유와 깊이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평생 한번 만난 중국의 친구와 일년에 한번 주고 받을 편지로 우정을 나누었다는 홍대용과 엄성. 지금 기준으로 보면 속터져 죽을 만한 속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이 오히려 더 풍족했을 것 같은 이유는 뭘까? 마음 한구석에 있는 찬란한 정신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닐까?

"절망 속에서 성실과 노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우뚝 세워올린 노력가들. 삶이 곧 예술이 되고, 예술이 그 자체로 삶이었던 예술가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세워 한 시대의 앙가슴과 만나려 했던 마니아들의 삶 속에 나를 비춰보는 일은, 본받을 만한 사표도, 뚜렷한 지향도 없어 스산하기 짝이 없는 이 시대를 건너가는데 작은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의 그때와 우리의 지금은 똑같은 되풀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있다. - 머리말"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갔던 선배들의 삶을 보며 나를 돌아보게 된다. '현실적 필요'라는 핑계로 물질만을 좇아 사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혼자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을 그들 '작은 영웅'들의 삶을 알게 해준 정민교수에게 감사를 드린다.


2007. 12. 25. 16:23
경제학 콘서트 - 8점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2006년의 베스트셀러였던 '경제학콘서트'를 이제야 봤다. 경제학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컸지만, 경제 관련해 많은 이들이 읽었던 책을 무시하고 있다는, 그래서 읽어봐야 한다는 은근한 의무감도 한몫했다.

책을 분류하는 방법이야 여러가지 있을 수 있지만, 그중 한가지 기준이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책과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제시하기 위한 책으로 나누는 것이다. '경제학 콘서트'는 제목도 그렇고, 목차도 그렇고 단순히 정보 전달을 위한 책이라 생각을 했다. 경제학자가 풀어쓴 경제학 이야기. 하지만 읽다보니 뭔가 달랐다. 정보전달을 위주로 하지만 어딘가 정해진 결말로 이끌고 있다는 느낌이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팀 하포드가 이 책을 쓴 이유를 발견했다. 하포드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다. 그는 경제학자가, 아니 하포드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경제학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부유해지며 성장하는 나라들은 우리가 이 책에서 배웠던 경제학 교훈을 받아들였다. 희소성에 맞서고, 부패와 싸우고, 외부효과를 수정하고,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고, 올바른 동기를 부여하려 하고, 다른 나라와 친해지려고 애썼고, 무엇보다 시장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이 모든 일을 했다. (342쪽)

하포드가 바라는 세상은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학문 중의 하나가 경제학이다. 그에게 경제학은 돈 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좋은 데 투자를 해서 최대한 수익을 얻기 위한 학문이 아닌 것이다. 그보다는 카메룬 국민들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가난 속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학문이다. 경제학자들의 성향 (예를 들어 사회주의 기반 혹은 자본주의 기반)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기에 뭐라 판단할 수 없다. 다만 하포드의 사상이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유경쟁식 자본주의에 근본을 두고 있지 않는다는 짐작이 든다.

(경제적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 하포드는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하는가? 그는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희소성의 원칙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1. 스타벅스의 경영 전략
스타벅스 커피의 가격 -> 비싼 임대료 -> 목좋은 장소의 희소성으로 연결하면서 하포드는 리카도의 차액지대론을 소개한다. A라는 것이 B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때 A는 B에 비해 희소해지는 것이고, 그 희소성 자체가 가치가 되는 것이다. 노동조합, 전문직 진입이 어려운 이유, 보통의 미국인이 이민을 반대하는 이유 등은 희소성의 원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포드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려면 기업들이 너무 많은 희소성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117쪽).

#2. 슈퍼마켓이 감추고 싶어하는 비밀
희소성이 가치를 만들어 내지만, 한계가 있다. 고객으로 하여금 최대한 구매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추가 전략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표적화이다. 표적화에는 개인별로 다른 가격을 매기는 단일 표적화가 있고, 여러 그룹으로 가격을 나누어 고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게 만드는 그룹표적화가 있다. 예를 들어 '카라멜 마끼아또'와 일반 커피의 비용 차이는 $0.10에 불과해도 가격표에는 $1.50이 더 매기어져 있는 것과 같다. 여러 등급의 비행기 좌석, 나라마다 다른 약값 등이 가격표적화의 예이다. 표적화가 잘 적용될 때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고 최소한 한 사람에게 이득을 준다. 즉 더 효율적이 되는 것이고, (더 많이 판매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욕심이 (가난한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받게되는)공익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것이다.

#3. 경제학자가 꿈꾸는 세상, 완전시장
완전시장이란 생산비용, 구매욕구등의 모든 정보가 알려져 있고, 완전 경쟁이 이루어지며, 어떠한 제한규정도 없는 시장이다. 실제로 존재할 수 없음에도 완전시장을 생각하는 것은, 이를 통해 현재 상황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시장은 또 다른 고민거리를 제시한다. 효율성과 공정성이라는 문제다. 완전효율적인 시장이 곧 공정한 것은 아니다. 완전시장은 극단적인 부익부 빈익빈을 만들 것이다. 그렇기에 정부는 세금을 통한 세금의 재분배를 시도하는 것이다. 효율적이며 또한 공정한 시장을 바라는 이론 중에 케네스 애로우의 '유리한 출발 원리'가 있다. 타이거 우즈같이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많은 사람에게 한차례 큰 세금을 부과해 다른 사람과 같은 라인에서 출발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현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정책을 만들 생각의 단초를 제공한다.

#4. 출퇴근의 경제학
외부효과란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에 대해서 대가를 받지도 않고 비용을 지불하지도 않는 것을 말한다. 대기오염은 대표적인 부정적 외부효과이다. 운전자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대기오염에 대해 '바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운전하고 다닌다.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혼잡세를 제시한다. 이와 다르게 집 외부를 새로 칠하는 것 같은 '긍정적 외부효과'에 대해서는 지원해주기를 제안한다. 외부효과에 대한 세금(예: 오염세)이 GDP를 적게 한다는 비판이 있다. 그에 대한 하포드의 멘트가 흥미롭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GDP에 크게 인연하지 않는다. 경제학은 누가, 무엇을, 왜 얻느냐에 관한 것이다. ... 인생에는 숫자로 측정할 수 있는 것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다. 심지어 경제학자들도 이를 알고 있다."

#5. 좋은 중고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팔지 않는다
'정보의 비대칭'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방해한다. 중고차 딜러는 차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 그래서 좋은 차는 높은 값을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구매자는 그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평균적인 기대치에 따라 지불하기를 원한다. 결국 좋은 차는 안팔리고 문제있는 차만 판매되는 불합리가 생긴다. 같은 이유로 미국의 의료비는 갈수록 비싸진다.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정부가 강제적으로 저축하게 하면서도 개인에게 어디 쓸지 판단을 맡기는 싱가포르의 의료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것에서 한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6. 주식으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주식을 로또처럼 고르는 경향이 있다. 어떤 제품이 요즘 뜨니까, 주식값도 오를 것이다 이런 식이다. 하지만 하포드는 주식이란 기업 이익의 일부를 배분받는 권리이고, 주가는 미래의 기업이익을 반영하게 된다고 말한다. 어빙 피셔는 '영원히 허락하지 않을 고지'를 말하며 20년대말 주가 폭락을 예견했다. 여러가지를 조합하면 이해가 된다. 철도가 미국 역사에 미친 영향은 인터넷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개별 회사의 수익은 크지 않았다. 철도처럼 웹은 희소성을 떨어뜨린다. 결국 주식에 투자할 때는 희소성을 가지고 이를 지속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해야한다.

#7. 인생도 세상도 게임이다
포커판 뿐만 아니라 실제 경제생활에도 게임은 존재한다. 포커든 경매든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베팅을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 하포드는 예상 수익의 1% 밖에 얻지 못한 미국의 2차 주파수 대역폭 경매와 30억 파운드 예상에 225억 파운드를 달성한 영국의 주파수 대역 경매를 비교한다. 그 차이는 게임의 설계방식에서 온 것이다. 비밀리에 입찰가만 제시하는 경매가 아니라, 상대방의 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 환경에서 입찰자들은 면허의 가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더 많은 금액을 베팅하게 된 것이다.

#8. 정부가 도둑인 나라
하포드의 관심은 갑자기 카메룬이라는 못사는 나라로 선회한다. 보통 국가 경제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도로 등의 인프라, 인적자원, 그리고 기술자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세가지가 다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발전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카메룬 같은 나라는 너무나 뒤쳐져 있기에 조금만 투자를 해도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가난한 상태로 남아있다. 그것은 제도의 문제이다. 20년간 독재를 하는 비야 대통령과 그 밑에 계속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자 비야의 집권연장을 선호하는 부정부패가 카메룬을 계속 가난하게 남게 만든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가 도둑인 것이다.

#9. 다 함께 잘 사는 방법
한편 작은 나라라 하더라도 세계에 문을 열고 개방하면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이 교환의 마법이다. 어느 나라든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것을 생산하고 다른 것은 교환으로 충당할 때 전체적으로 성장한다. 여러가지 이유로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보호무역은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 하포드의 주장이다. 개발도상국가에서 열악한 근무환경을 통해 노동력을 착취하는 다국적기업(예: 나이키)에 대한 비판이 크지만, 그래도 현지 환경보다는 좋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을 받아들임으로 부자가 된 나라의 예로 한국을 들고있다. 전태일 평전을 읽으며 젊은 시절을 보낸 나로서 반발심이 없는 것은 아니나, 하포드의 말에도 일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개방을 할 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10. 중국, 무엇이든 기회가 되는 곳
마지막으로 하포드는 중국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국은 20세기 대부분의 기간을 카메룬보다도 가난하게 살았지만, 지금은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나라다. 1976년까지 중국은 마오쩌둥의 불합리한 계획경제와 문화 대혁명으로 인해 수천만명이 기근으로 죽었고, 대학 시스템이 붕괴되어 있었다. 하지만 마오의 뒤를 이은 덩샤오핑은 계획경제를 유지하면서도 그 한계이상은 시장시스템에 맡기는 실험을 통해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개방 이전에 강조되었던 교육에 대한 투자와 세계와 통하는 홍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중국에게 행운이였다. 아직도 중국의 근로환경은 끔찍하지만, 경제성장은 중국인들에게 이전에 갖지 못했던 '어디에서 일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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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경제학을 해석의 학문이라 생각했다. 경제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 하지만 경제학은 또한 대안을 제시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떻게 하면 실패를 하는지 답을 발견할 수 있는 학문이다. 경제학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그보다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경제'는 2008년 한국의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만이천불이였던 일인당 국민소득이 5년사이에 이만불이 넘었음에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경제가 엉망이라며 정부 욕을 한다. '무능한 이상주의'를 거부하고 비윤리적이긴 하지만 '효과적인 현실주의'를 선택하겠다는 것이 50% 가까운 국민들의 선택이였다. '잘 먹고 잘 살자'가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된 것이다. 뭐가 문제일까? 수치만 보면 국민들이 5년전보다 60%이상 잘 살아야 하는데 왜 청년실업은 늘어나고, 가난한 사람은 더 죽겠다고 하는 걸까? 언론의 호도만으로 이런 현상이 벌어질 수 있을까?

정치적인 견해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경제라는 것이 쉽게 답을 낼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돈'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한국의 풍조가 한탄스럽지만 그럼에도 다만 바라기는 (하포드의 말처럼)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하고 모든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이명박 밑에 한두명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사족) 책을 번역했다고 하면서도 마치 첫장만 읽고 쓴 것 같은 '옮긴이의 글'이 참 거슬린다. 번역은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역자가 단 글이 줄거리 다 적어놓고 '누구누구를 본받아야겠다'라고 하는 초등학교 시절 독후감을 보는 듯해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