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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29. 01:41
2005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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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하니 옛날 일들이 생각이 납니다.

전 가끔 가다 생각하면 제 아내를 좀 유별나게 아껴주는 것 같습니다.
먼저 화내는 일도 없고, 제가 잘못하지 않은 상황에도 화해를 시도하는 것도 저고...
"내가 사랑한 100명의 여인" 같은 특별한 프로젝트도 하고... ^^;;;

하지만 그녀를 나와는 다른 세상으로 보낼뻔한 일을 생각하면
바보 같단 느낌이 들더라도... 계속 아끼며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할 뻔 경험이 있으셨던 분이라면...
왠만한 일 가지고는 갈라놓기가 쉽지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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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4월 23일날 저는 결혼을 했었지요.

신혼 여행 다음주부터 시작한 주말 부부 생활은 너무 힘든 일이였고...
그 프로젝트가 끝나고 다음 출장지가 거제도로 결정난 때... ㅡ.ㅡ;;;
전 바로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다음 회사로 옮겼습니다.

그 다음 회사는 전 회사처럼 장기 출장은 안가지만...
조건이 하나 있었지요. 바로 2개월 해외 출장... ㅜ.ㅜ;;

큰 아이를 가진 후 배가 불러오는 아내는 저희 부모님을 모시고 있었죠
울산이 처가인 덕에 자주 가지도 못하고... 많이 외로움을 타는 것을 아는데
저 혼자 말도 안통하던 미국에 와서 생활하는 것은 여러모로 힘들었습니다.

하루에 두시간 넘도록 전화 통화를 하고...
일주일에 두세통씩 편지를 주고 받아도...
떨어져 있다는 것의 아쉬움을 달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가까와 오던 18일...
아내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계단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돌계단에 부딪혔습니다.
그때 저희 집이 이층이였는데...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좁은 돌계단이였지요.

실신해 있는 아내를 저희 아버님이 다행히 발견 119를 불러 병원에 싫고 갔답니다.
그때 저는 미국에 있었고... 연락을 받고... 비행기 일정 바꾸고... 갑자기 짐싸고...
한국에 들어올 때까지 약 48시간이 걸렸지요.

공중에 떠 있기에 어떤 연락도 할 수 없었던 그때...
한국에 돌아가면 제 아내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그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이대로 끝난다면 너무한 것 아닌가...
처음 만나 제 사랑임을 확인한지 채 일년이 조금 넘었을 때였습니다.

(망할 놈의 노스웨스트... 그 와중에 비행기 하나를 취소했습니다 ㅠ.ㅠ
덕분에 뉴욕에서 열시간을 기다려야했지요. 그것도 대기자 명단에 올린 채로... )

아내의 머리 뼈에 금이 가고... 안에 출혈도 있고...
애를 포기하냐 산모를 포기하냐 하는 상황이였습니다...
하지만 다행이도 제가 도착했을 때는 둘 다 위기는 넘긴 상황이였습니다.

응급실에 누워있는 아내를 만났을 때...
저를 보며 힘없이... 하지만 반가운 표정으로 웃으며 제 손을 잡던 아내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해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저희 아내는 아직 중환자 실에 있었습니다.
병원측이 편의를 봐주어 다행히 중환자실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아
저는 하루 종일 아내 옆에서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병실에 있었지만...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는 저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였습니다.
어쩌면 볼 수 없었던 사람...
어쩌면 나혼자 보내야 했었을 크리스마스를
지금까지 열한번이 넘게 같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러니... 어떻게 그녀를 사랑하고 아껴주지 않겠어요 ^^;;;
커플분들... 모두들 있을 때 잘 하시기 바랍니다.

뒷이야기)
저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아내 옆에서 같이 있어주었지만...
제 아내는 그게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고 합니다.
응급실의 그 애타는 만남도... 중환자실에서 제가 옆을 지켜준것도... ㅡ.ㅡ
제가 보기에는 멀쩡했었는데... 괜히 억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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