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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1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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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본을 주연으로 한 마지막 영화가 나왔다. 본 얼티메이텀.

잘 만든 첫편을 두번째가 능가하는 걸 보기가 쉽지 않다. 대부 2편이 첫편보다 낫다고 말은 하지만, 난 1편이 더 나은 것 같다. 속편이 첫편 능가하기도 힘든데, 거기다 세번째 작품이 두번째를 능가하는 경우는 더 드물다.

본 아이덴티티는 명작이였다. 본 슈프리머시는 그보다 더 멋있었다. 이번 본 얼티메이텀은 최고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제이슨 본을 주인공으로 한 마지막 영화라고 한다. 원작자인 로버트 러들럼은 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아쉽게도 세편만 남겼다. 오직 기대할 거라곤, 영화의 성공 때문에 원작은 없지만 본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그만큼 제이슨 본은 멋진 캐릭터다.

제임스 본드를 비롯해서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은 무수히 많다. 24시의 잭 바우어, 미션 임파서블의 이든 헌트, 톰클랜시 소설의 잭라이언 (성격은 좀 틀리지만), 범위를 좀 확장하면 다이하드의 존 매클레인까지. 이외에 단발성으로 나왔던 캐릭터들까지 들면 무수히 많은 캐릭터들이 액션/스릴러 영화속에 등장했다.

그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가 바로 제이슨 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잭 바우어와 제이슨 본이다. 우열을 가르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본 얼티메이텀의 감격이 진하게 남아있기에 제이슨 본이 더 좋다 ^^;;;

기억 찾기? 자아 찾기!

본 아이덴티티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영화까지 제이슨의 여정은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것이다. 옴부쉬를 암살하러 가서 실패하면서 잃게된 기억을 되찾기 위한 것이 첫편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다 회복하지 못했던 기억을 하나 하나 찾아가는 것이 슈프리머시와 얼티메이텀의 내용이다. 본이 기억을 되찾는 것을 원치않는 세력과 싸워가면서.

하지만 기억으로 상징되는 잃어버린 것은 바로 제이슨의 잃어버린 자아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제이슨 본은 이미 죽었다"는 말부터 시작되는 제이슨의 자아찾기는 얼티메이텀의 마지막에 가서 완성된다. 그것은 그가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했던 일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있는 동료에게 "너는 지금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아는가?"라고 질문하는 본은 자신에게 나는 그 답을 찾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잃어버린 자아 찾기. 그건 본 영화가 꾸준히 추구해온 (어쩌면 유일한) 메시지였다.

삼천만불의 사나이

제이슨을 훈련시키는데 얼마나 들었을까? 일편에 보면 제이슨의 상사가 제이슨에게 "삼천만불의 쓸모없는 무기"라고 부른다. 그런걸 보면 제이슨 하나 키우는데 삼천만불(300억)만큼 들었나 보다. 물가 인상율 감안하면 육백만불의 사나이 정도 투자를 했다. 물론 제이슨의 경우는 기계값은 하나도 안들었다. ^^

아이덴티티에 보면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신기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카페에 들어서면서 "밖에 주차해있는 여섯대 자동차의 번호판을 외우고, 웨이트레스가 왼손잡이라는 것, 옆에 앉아 있는 사내의 몸무게도 1kg미만까지 알 수 있"는 자신을 보면서 신기해하는 모습. 그 장면은 이후 계속해서 보여주는 제이슨의 상황 파악및 추적 따돌리기의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런 그의 능력은 얼티메이텀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희안하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제이슨은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 얼티메이텀을 같이 보던 열한살 짜리 딸아이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제이슨 너무 똑똑하다". 제이슨을 돋보이는 게 이거 아닌가 싶다. 액션 뿐만 아닌, 실제 필요한 면에서 너무나 똑똑한, 스파이라면 저 정도 되어야지 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제이슨의 매력일 것이다.

핸드헬드 카메라의 매력 - 폴 그린그래스 감독

첫 편을 감독했던 더그 리만 감독은 2편과 3편에서는 제작만 맡았다. 개인적으로 그게 너무나 고맙다 ^^;; 슈프리머시와 얼티메이텀은 둘다 폴 그랜그래스 감독이 맡았다. 1편과 2, 3편이 여러 모양으로 다르지만, 그중 차이나는게 핸드헬드 카메라의 사용이 아닌가 싶다. 1편에서도 사용안한 것은 아니지만, 2편부터는 아주 작정하고 흔들어댄다 ^^;; 앞쪽 세줄까지는 앉지 말라고 할 정도로 2편과 3편의 화면은 움직임이 크다. 이를 통해 보여지는 추적신, 액션 장면들은 보는 사람의 숨을 막히게 할 정도로 긴박감을 준다.

슈프리머시의 모스크바 장면이 최고의 자동차 추격신이라면, 모로코의 장면은 최고의 육탄 추격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추격 당하면서 추격해야하는 그 긴박감이란! (더 이상은 스포일러라 그만 해야겠다). 보통 영화에서 한번만 느껴도 "그 영화 괜찮다" 할만큼의 긴장감을 이 영화는 세번이나 선사한다. 오히려 클라이막스여야 할 마지막 부분이 약해보일 정도로.

감독의 감각을 보여주는 한 장면. 슈프리머시안에 나왔던 똑 같은 장면이 얼티메이텀에도 등장한다. 근데 전편에서 생각했던 상황이랑 전혀 다르다. 그 장면 보면서 정말 "헉!" 소리가 나왔다. 이런 센스쟁이 감독 같으니. (감독 아니면 작가의 능력인가?)

제이슨! 한번만 더 나와주면 안되겠니?

원작도 세번으로 끝났고, 맷데이먼도 더 이상 본 시리즈를 안찍는다고 하는 걸 보면 정말 더 이상의 제이슨 본 영화는 없나 보다. 그게 너무 아쉽다. 맛있는 곳감을 다 빼어먹은 듯한 느낌.

그 래도 얼티메이텀에서 나온 작은 복선에 기대를 건다. 니키와의 대화에서 나온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과거 (이 정도는 스포일러가 아닐 거라 믿는다 ^^). 그런 비밀이 아직도 남아있으면 안된다. 속편 하나 더 만들려고 깔아놓은 대사라 생각하고 계속 기다릴 거다. 맷 데이먼 부탁한다. 한번만 딱 한번만 더 찍자! ^^

***

원작을 사다놓고 일편만 읽었기에 슈프리머시와 얼티메이텀이 얼마나 원작과 틀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덴티티만 봐도 원작과 많이 틀리다. 원작에서는 제이슨과 트래드스톤과의 싸움보다 제이슨이 암살하려다 실패한 카를로스와의 싸움이 더 비중이 크다. 속편이 더 이상 안나온다면, 아쉬움도 달랠 겸, 소설을 다시 꺼내서 읽어야겠다. 근데 로버트 러들럼 책 너무 어렵게 쓴다. 톰 클랜시 소설보다 두배는 어렵다 ㅡ.ㅡ;;;

***

영화평은 제가 잘 안 쓰는 글입니다. 다른 분들이 많이 쓰기 때문에... 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안 쓰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