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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 10. 04:43
'자아성형산업'이라는 말이 있다. '강신주 현상'에 대한 비판에 사용된 용어인데, 또한 자기계발이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 혹은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잘 표현하는 말이다. '자기계발'로 분류되는 책은 여전히 잘 팔린다. 하지만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책 좀 읽는다는 사람에게 자기계발서는 장사를 위해 찍어내는 정신적 마약쯤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한국에 자기계발이 알려진 건 스티븐 코비의 '일곱가지 습관'의 역할이 클 거다. 자기계발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전보다 더 나은 자신을 원하던 사람들을 위해 한권 두권 자기계발서가 소개 되었다. 그러다 이 시장은 IMF를 계기로 폭발적인 성장을 맞게 된다. 경쟁이야 항상 있었지만, 경제위기 이후 무한 경쟁이 새로운 표준이 되었고, 사람들 마음에 자기계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여겨지게 된다. 사람들은 조급한 마음을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달래고, 성공을 다짐했다.  

그런데 왜 지금 자기계발서는 비판을 받고 있을까? 세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쓰레기가 많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에는 여러 종류의 책이 포함된다. 리더십, 시간관리, 성품개발, 인간관계, 재테크, 목표관리 등. 그 모든 책이 '몸과 지식의 치열한 소통으로 생긴 지혜가 300페이지로 쓰여진' 것이라면 좋겠지만, 현실은 아니다. 그 중엔 오래 곁에 두고 삶의 교훈으로 삼을 좋은 책도 있지만, 불쏘시개로나 쓰일 책들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쓰레기인 '시크릿'이 2000년대 가장 많이 팔린 책이란 사실은 차라리 코미디다. 뉴에이지 사이비가 한국에서 자기계발로 포장되어 편하게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심을 간지르며 불티나게 팔렸다. '시크릿' 뿐 아니라 수많은 책이 별로 새롭지 않은 내용을 마켓팅만 달리하며 쏟아냈다. 일년에 열권 넘게 공장에서 제품 찍어내듯 하는 자칭 '천재작가'도 생겼으니 뭔 말을 하겠나.

이런 쓰레기가 자기계발이란 포장하에 아직도 잘 팔리는 건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도 있다. 한국 사람들 평균 독서량이 한달에 0.8권이란다. 그것도 가장 책을 많이 읽는 초중고 학생들을 포함한 수치다. 그러니 성인남자들은 얼마나 읽겠나. 일년에 한두권 읽다보니 쓰레기를 구별해내는 능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고, 팍팍한 현실에 성공의 비결이 있다고 하면 모두 달려드는 거다. 돈 벌기에 목매는 출판사는 거기에 호응하고. 

둘째,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는 가슴이 뛰고 자신이 생긴다. 어느 부분에서 부족했었는지 알 것 같고, 가르침을 따라하면 뭔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열심히 따라 해본다. 하지만 며칠 후에는 그대로다. 또 다른 책을 만나면 부푼 마음으로 '그래 새로운 내가 되는거야'하고 시작한다. 그리고 실망한다. 이런 과정을 몇번 반복하다보면 두가지 결론을 맺게 된다. '나는 안돼' 혹은 '자기계발서 다 그게 그거야.' 보통은 두가지 다 온다. 많은 자기계발서의 내용이 거기서 거기인 것도 사실이고, 자기계발서로 포장된 많은 불쏘시개들이 이런 현상을 부채질했다.  

셋째,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는 많은 자기계발서가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개인'이 노력하여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더 나은 인생을 살아야하기에, 그렇지 못한 것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거다. 실패한 이들을 동정할 이유는 없다. 그들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의 논점을 극한적으로 따라 가면 그렇게 적용된다. 자본의 논리는 이런 자기계발서의 편향된 가르침을 증폭시켜왔고, 국가와 회사는 그렇게 자신의 손을 씼어댔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다들 한번쯤 일 못하는 동료가 승진 못하는게 당연한거고, 노숙자를 보며 수치심도 없나 혀를 찼을 거다. 최소한 나는 저들과는 다르기에 같은 대접을 받는 건 불합리라 생각한다. 현대 사회의 특징이고 자기계발서라고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흐름을 선도해야 잘 팔린다. '남과 다르게' 대접받기를 바라는 숨어있는 욕망을 건드려주는 책에 끌리는 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효율성이 올라가서 적은 인원으로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평균 수명도 올라가서 나이 들어도 일할 힘은 있다. 자본의 편만 드는 정권에게 중소기업은 찬 밥이다. 그러니 새로 사회에 들어서는 청년들에겐 자리가 없고, 일찍 회사를 떠난 가장은 오랜 시간 가족 부양에 허덕인다. 이런 상황이 개인의 책임만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도 개인의 책임만 강조하는 자기계발서가 달갑지 않은 거다.  

이런 이유로 '자기계발서'는 비판받고 비난받고 있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사람은 그저 성공에 목말라하는 인문학적 교양이 없는 이로 치부되고, 스스로 참된 '지식인'이라 여기는 많은 이들은 앞다투어 이 대열에 합류한다.  

하지만, 왜 모든 답이 'OR'가 되어야할까? 'AND'가 될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