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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20. 16:08
아이들이 클수록 의사 소통이 쉽지 않음을 느낍니다. 내 딴에는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어도 어떤 때는 그냥 훈계로 끝날 때가 많습니다. 고민하다가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미국에서 자란지라 어려운 한글은 못 읽습니다. 그래서 편지는 영어로 씁니다만 ㅡ.ㅡ  기록을 위해 한글 버전을 제 블로그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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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너희들을 보면서 아빠는 참 기쁘다. 어릴적 사진에 담긴 귀여운 모습으로 평생 내곁에 있을 것 같던 너희들이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는 것에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너희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은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느낀단다.

지금이 너희들에게는 중요한 시기야. 고등학교가 지나고 나면 너희들은 성인으로 취급될 거야. 스스로 판단하고 세상을 살아가야할 나이가 되는 거지. 그때는 엄마 아빠가 너희 삶에 간섭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을거야. 그때는 너희들을 놓아주어야겠지.

그렇기에 학생 때에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너희 때의 판단과 선택이 어쩌면 평생을 따라다닐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그래서 너희들이 무엇을 듣고 생각하는가가 정말 중요한거야.

그런데 세상에는 잘못된 메시지들이 넘쳐나고 있어. 너희들의 감정만 건드리고, 귀만 솔깃하게 하는 메시지들 말이야. 겉으로는 좋은 말 같지만 잘 못 받아들여지면, 혹은 깊이 파고들어가면 너희들을 잘 못 인도할 그런 말들. 미안하지만 그게 잘못된 메시지라는 것을 알기에는 너희들은 아직 어리단다. 그게 아빠는 걱정되는 거야. 어떻게 하면 너희들에게 올바른 메시지를 가르쳐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세상을 바로 분별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지.

하지만 아빠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할 수도 없어. 너희들이 로보트처럼 내 말을 따르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너희 스스로 판단하고 너희 스스로 일어서기를 바라지. 그래서 고민끝에 이 편지를 쓰기로 한거야. 편지를 통해 너희 성장에 도움이 될 중요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어. 앞으로 얼마나 이 편지를 쓰게 될지는 몰르지만,  이 편지가 너희에게 도움이 되는 한, 또 내가 너희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남아있는한 계속 쓰고자 한단다.

그럼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먼저 너희가 조심해서 들어야할 메시지 몇가지를 알려주고 싶어. 나이키의 유명한 광고문구 있지? "Just do it!" 이 문구를 볼 때 어떤 느낌이 드니? 가슴이 뛰지 않니? 내가 뭔가 할 수 있고, 나는 특별한 것 같고 그런 생각 들지 안하? 그리고 이 말은 어때? "너 자신이 되라"  이 말을 들으면 나는 다른 사람과는 달라. 남의 말은 들을 필요없어. 내 스스로가 되는 것이 중요해. 이런 생각이 들거야.

사실 이 메시지들은 중요한 거란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것, 그리고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있게 삶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중요한 메시지다. 하지만 이 메시지들을 잘못 받아들이면, 안 좋은 결과가 생긴단다. 무조건 해라. 너 스스로가 되어라. 이 말들에는 너의 본능을 따라라.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너가 너 스스로의 주인이다. 너가 하고 싶은 것이 옳은 것이다. 아무도 너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이런 생각을 들게 만들거든. 세상은, 특히 이런 메시지들을 좋아하는 상품의 광고들은 너희로 하여금 즉흥적이고 본능에 충실하게 만들려고 한단다. 그게 자기들에게 유리하니까.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나 삶의 중요한 가치등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당장 떠오르는 감정에 충실하게 만들려고 하는 거야.

감정에 충실하고 본능에 따라서만 움직인다면 사람은 동물과 다를 것이 없을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희는 알잖아. 사람으로 하여금 동물보다 훌륭하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는 자각(Selfawareness)야. 아빠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거야. 자각. 혹은 자기 인식.

한번 눈을 감아봐. 그리고 조금 기다리면서 마음을 조용하게 만들어봐. 쉽지는 않을 거야. 여러가지 생각도 날테고, 그런데 생각을 다 없앨 필요는 없어. 그냥 조용히 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한번 지켜봐. 마음을 둘로 나눈다고 생각해. 이것 저것 생각하는 너가 있고, 그런 너를 관찰하는 또 다른 너. 무슨 이야긴지 알겠니.

이렇게 스스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이 자기인식이야.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거지. 이게 없으면 세상의 규칙이나 도덕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지. 왜냐하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고 싶어 하거든. 당장 편한 것을 찾는게 본능이야. 하지만 그런 본능을 거부하고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가 해주는 일이야. 내 안에 있는 관찰자의 역할이지. 이게 없다면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은 커녕, 미래를 위한 준비 같은 것도 생각할 수 없을거야.

너희들이 학교 다니고, 공부하고 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 알아. 당장 놀고 싶기도 하고, 또 즐겁게 지내고 싶기도 하고.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지루한 책읽기보다 훨씬 더 재미있을 거야. 머시멜로우 이야기를 보면서 그대로 살고 싶었지만, 살다보면 항상 그렇게 열심히 사는게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렇기에 다시 한번 너희 스스로를 관찰하면서 살기를 바라는 거야. 감정에 충실한 것이 좋기는 하지만 거기서 끝나면 안돼. 너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왜 생각하는지 한걸음 더 나아가 관찰해보기를 바래. 그리고 너가 진정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하는 생각과 비교하는 거지.

이때 중요한 게 원칙이야. 감정을 원칙과 비교하는 거지. 너희들이 읽은 일곱가지 습관에서 강조하는 '원칙 중심의 삶'이 바로 이거야. 이에 대해서는 다음번 편지에서 자세히 이야기를 해보자.

처음 편지에서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한 것 같아 조금 걸리네? ^^ 어른들 아니 아빠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을 너희들한테 부탁하는 것도 미안하고. 그래도 너희들이 꼭 알기를 원하는 중요한 거니까 적는거야.

삶을 살아가는 것만 생각하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야. 그런데 즐겁게 사는 것은 좀 어려워. 되든데로 살면 십중팔구 즐겁게 못 살거든. 그런데 그보다 어려운게 뭔지 아니. 그건 '잘' 사는 거야. 바르게, 훌륭하게 사는 것. 나는 너희들이 '잘' 살기를 바래. 또 나도 너희에게 그런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원하고.

2009년 8월 20일
사랑하는 예한과 예지에게,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