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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5 13:12
올해 책을 많이 읽고자 일주일에 하나씩 서평을 쓰겠다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책을 보고 그에 대한 평을 쓰는 것은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내용을 되새김질하고 생각을 더하면서 읽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들수 있기도 합니다. Inuit님 말한 것처럼 사전을 읽고도 서평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

글을 쓰면서 어떤 단계를 거치나 어떤 패턴을 취하나 스스로 분석해본 적이 있습니다. 서평도 글쓰기의 하나인지라 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만, 나름대로 제가 사용하는 서평 쓰기의 원칙이 있는 듯 해서 한번 정리해봅니다.

1. 다 읽고 쓴다

당연한 원칙입니다. 그래도 여기에 적는 이유는 책을 다 읽지 않고도 서평은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업적 공간에 올려 있는 서평(이라기보다는 책소개라 불러야겠습니다만)중에는 정말 책을 다 읽긴 읽었나 의심가는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앞의 몇장만 읽고 썼다는 물증은 없지만 심증이 가는 글들이 많이 있지요. 물론 책에 따라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을 필요가 없는 책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서평이라면 책을 완전히 소화한 다음에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2. 책을 통해 글쓴이를 본다

김훈의 칼의 노래가 전환점이었을 겁니다. 언제부턴가 책을 통해 글쓴이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이 책을 왜 썼을까? 저자는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나? 그의 인생관은 어떤가? 외국 저자라면 위키를 참조하고 국내 저자라면 검색이라도 한번 해봅니다. 그리고 책이 아니라 글쓴이의 생각에 마음을 맞추고 서평을 씁니다.

3. 우뚝 솟은 나무를 중심으로 숲을 말한다

영화평에 비유한다면 제 서평은 스포일러 투성이입니다. 책의 내용을 너무 많이 소개하는듯 합니다. 그래도 처음에 서평을 쓸 때 순서대로 내용을 요약했던 것(예: 마지막 통찰)에 비해 요즘은 전체 내용을 간단히 흝고 중심이라 생각하는 내용에만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에서는 '진짜되기'가 중심이었고, '나는 학생이다'에서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평을 했습니다.

4. 책과 글쓴이가 어떻게 다가오는가를 적는다

책에서 그리고 글쓴이에게서 무엇을 보았는지를 적습니다. 그리고 글쓴이가 나와 세상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집어내려 노력합니다. '마시멜로 이야기'에서는 아이에게 성공지향주의의 이 책을 읽어주는게 옳은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고, '바리데기'에서는 작가의 무기력을 이야기했습니다. '남한산성'에서는 치욕스러운 과거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듯한 한국을 이야기했습니다. 무엇을 적을지는 그때 그때 다릅니다. 한마디로 느낀대로 적습니다 ^^ 글의 패턴도 무엇을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자연스레 달라집니다.

5. 서평을 쓰기전에는 서평을 읽지 않는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서평을 쓰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의 서평을 읽지 않습니다. 찬성을 하던 반대를 하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될수 있는 한 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자료조사가 아닌 이상 책에 대한 글은 안보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책 읽기 시작하기 전에 접했던 서평은 괜찮습니다. 책을 읽으며 다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ㅡ.ㅡ

6. 서평을 쓰고 나서는 다른 서평을 찾아 다닌다

서평을 쓰고 나서는 적극적으로 다른 분들의 글을 찾아다닙니다. 서평을 읽고, 댓글도 달고 트랙백도 남겨봅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썼을 때는 제 하나 몫의 지식을 쌓았습니다. 다른 분들 서평을 읽고 교류를 하면서 여러 사람분의 지혜를 얻습니다. 다양한 시각만큼 이해도 좋아집니다.

7. 인용을 하되 문장을 재구성한다

단순인용은 주로 안하는 편입니다. 인용을 하되 원래의미를 변경하지 않는 한도내에서 문장을 재구성,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합니다. 읽으며 밑줄을 많이 그었던 책인 경우 특히 인용을 하고 싶은 욕심이 많이 생기지요. 최근에 읽은 책중에서 '나는 학생이다'가 그런 책이었습니다.

8. 책이 아니라 나에 대해 쓴다

서평은 또 다른 글쓰기일 뿐입니다. 책에 대한 글이지만 책에 비추어 내 이야기를 담아내려 애씁니다. 어느 분이 그러더군요. 과거에 쓴 서평을 보면 책이 아니라 당시의 자신이 담겨 있다구요.



BlogIcon 맑은독백 | 2009.02.05 14:5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역시 깔끔하게 정리해주셨네요..
전 아직 이런 원칙들이 정리되지 않은 듯합니다.
그냥 읽고, 감흥을 적을때도 있고, 단순 요약일 때도 있고, 한마디로 대중없습니다.
언제고 시간내서 저 나름대로 정리해봐야겠습니다. ^^
BlogIcon 쉐아르 | 2009.02.06 10:17 신고 | PERMALINK | EDIT/DEL
사실 결과물만 놓고 보면 천차만별입니다. 원칙이 있다고 보기도 힘들지요. 하지만 서평을 쓰시는 과정을 생각해보신다면 분명히 사용하는 원칙이 있으실 겁니다 ^^

맑은독백님의 원칙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BlogIcon 한방블르스 | 2009.02.05 16:1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구구절절 옳은 말입니다. 잘 되지않아서 문제이지만요...
1번 다 읽고 쓴다에서 책소개는 출판사보도자료를 요약해서 쓴 글이 많아 짜증스럽습니다. 서평담당기자가 없는 우리현실에선 어쩔 수 없다고 보이지만 독자를 우롱하는 처사로 느껴집니다.

저는 올해부터는 하나를 더 추가해서 책을 읽기전에 느낌을 간략히 적고자합니다. 읽기 전과 읽은 후의 감흥이 항상 같을 수 없기때문입니다.

마지막 7번은 너무 좋은 말씀입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2.06 11:11 신고 | PERMALINK | EDIT/DEL
그래도 명색이 언론인데 조금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굳이 비교하는게 뭐하지만, 미국 언론에서 책을 소개할 때의 정성에 비하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 사회전체적으로 책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겠지만요.

한방블루스님은 이미 8번을 하고 계시짆아요 ^^
BlogIcon Inuit | 2009.02.05 23:4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처럼 대충 쓰는 서평이나 '사전 운운' 하면서 호기를 부리죠.
쉐아르님의 공들인 서평과 비교가 될까요. ^^

전 책 고를 때도 다른 사람 서평을 자세히 안봅니다. 영화 스포일러처럼 뭐 그런 생각에서죠.
그냥 좋다, 나쁘다 그 정도만 봅니다. 제가 게으른 탓에 제일 못하는게 글쓰고 남의 리뷰 보는거에요.
그때 돌아다니면서 비교측면의 글읽기를 하면 더 풍부할텐데, 글쓰고나면 힘이 쪽 빠지니 그냥 로그아웃합니다. ^^;;
BlogIcon 쉐아르 | 2009.02.06 11:34 신고 | PERMALINK | EDIT/DEL
대충 쓰신다니요? 정제된 문장을 만들어내기위해 애쓰시는 Inuit님의 노력이 쓰시는 서평에서 느껴지는데요 ^^

저도 책보기 전에는 내용을 미리 알지 않고 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서평을 읽다가도 자세한 내용이 나오면 건너뛰려고 하지요. 글쓰고 나면 저도 기운 빠져서 그냥 쉽니다 ^^ 나중에 찾아보는 거죠.
BlogIcon 돌이아빠 | 2009.02.06 09:11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헛 갑자기 부끄러움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서평이라는거에 대한 막연한 폄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글 하나로 이리 깨뜨려주시네요.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서평과 리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물론 리뷰라는게 영어이긴 하지만 어느정도 일상화 되어버린 용어라도 감히 질문드립니다.

서평을 쓰는게 갈수록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역시 그런거군요. 뭔가를 하면 할수록 어려워진다는건 그만큼 그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합니다.

항상 좋은 글로 저의 가슴에 일침을 가해주시는 쉐아르님 감사합니다^_^
행복한 하루 되세요~
BlogIcon 쉐아르 | 2009.02.06 11:37 신고 | PERMALINK | EDIT/DEL
아이고... 제 글이 돌이아빠님을 부끄럽게까지 하다니요.

리뷰나 서평이나 같은 것 아닐까요? 저는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글을 썼습니다.그냥 영어보다 한글로 쓰자하는 의미로 서평을 사용한 겁니다 ^^

서평만큼 꾸준하게 쓰는 글이 없다보니 쓸데 없이 심각해 진 것 같습니다. 좀 즐기면서 해야할텐데요 ^^
BlogIcon Tasha | 2009.02.06 13:26 | PERMALINK | EDIT/DEL | REPLY
헉~!
따끔한 일침을 가하시는군요!
제가 기록한 허접한 리뷰에 대해 질책을 하시는가 봅니다.
사실 리뷰라고 부를 가치조차 없는 글을 실었었거든요._ _;;;;
주로 저자가 요약한 줄거리,서두 등을 기록해둔 정도였으니...단순한 책소개에 지나지 않았죠.
이후론, 깊이 반성하고 양심적인 글을 써 볼께요~!
근데,뭐 별로 아는 지식두 없구.....하악하악~!공부하러갑니다~휘리릭==333
BlogIcon 쉐아르 | 2009.02.10 17:05 신고 | PERMALINK | EDIT/DEL
타샤님... 뭐 일침까지 될러나요. 그냥 포장을 잘 해서 그렇지요. 편안한 소개가 어떤 때는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BlogIcon mariner | 2009.02.07 10:17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멋진 원칙이신데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저도 원칙을 정리해서 적어보아야겠어요.
저는 제가 쓰는게 서평이라기 보다는 독후감인것 같아요. 그래서 그 책을 다시 읽으면 "아차"하거나 부끄러운 부분이 많지요. 특히 밑줄 그은 책은 부끄러워 빌려주기로 않지요.
하지만 서평을 쓰고 나서는 다른 서평을 찾아 다니는것은 정말 재미있는것 같아요.
BlogIcon 쉐아르 | 2009.02.10 17:06 신고 | PERMALINK | EDIT/DEL
원칙 자체보다 제 생각을 스스로 점검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은근히 포장한 감도 있구요 ^^

서평이나 독후감이나 같은 것 아닐까요? ^^
BlogIcon 소중한시간 | 2009.02.07 12:17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자신만의 기준과 원칙을 가진다는것은 정말 멋진일 같습니다.
그에 다르는 실천력을 키우는 방법도 한번 소개해 주세요 ^^
멋쥉이 쉐아르님!
BlogIcon 쉐아르 | 2009.02.10 17:08 신고 | PERMALINK | EDIT/DEL
감사합니다 ^^ 원칙은 있지만 실천력은 또 다른 것 같습니다 ㅡ.ㅡ

소중한시간님도 멋지십니다. 특히 연애를 멋지게 하셨잖아요 ^^
BlogIcon 격물치지 | 2009.02.08 17:2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격물치지의 원칙
최대한 미루다가 쓴다 ^^;

농담입니다. 그런데 정말 서평에 시간이 많이 드니까 꾀가 나는 건 사실입니다. ^^
BlogIcon 쉐아르 | 2009.02.10 17:08 신고 | PERMALINK | EDIT/DEL
맞아요. 서평 제대로 쓸려면 시간이 꽤 걸립니다.

좋아서 하니까 이정도지 이것도 숙제라 생각하면 도저히 못할 겁니다 ^^
BlogIcon 키노 | 2009.02.09 23:0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정말 좋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책에 대해서 어떻게 글을 쓸지 고민을 하는데, 쉐아르 님의 정리가 팍팍 가슴에 와 닿습니다. 특히 3번, 4번은 백번 옳으신 말씀입니다. 5번의 경우, 저는 다른 분과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 슬쩍 훔쳐보는 편인데, 아무래도 영향을 받게 되니 쉐아르 님 말씀도 옳다고 생각합니다. ^^
BlogIcon 쉐아르 | 2009.02.10 17:12 신고 | PERMALINK | EDIT/DEL
워낙에 뛰어난 서평을 쓰시는 키노님이 칭찬을 해주시니 기분이 으쓱해집니다. 말씀하신 3번과 4번이 제일 신경쓰이는 부분이긴 합니다.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 책을 읽고 내용을 소화하는 행위 자체가 3번과 4번이니까요.
BlogIcon 로처 | 2009.02.09 23:37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멋져요. 저도 나름 정리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기네요.

5번 원칙을 저도 잠깐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요.
정말 잠깐만 생각해 보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결과는?

대충 훑어본다입니다. ㅡ.ㅡ;;; 이런 어중간한........
저도 정리해봐야겠어요.
BlogIcon 쉐아르 | 2009.02.10 17:14 신고 | PERMALINK | EDIT/DEL
ㅎㅎ 어중간하실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저는 로처의 사랑방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요 ^^

위에서도 말했지만 내용보다도 제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가 스스로 평가해보는게 재미있었습니다. 한번 정리해보시면 좋으실겁니다 ^^
BlogIcon CeeKay | 2009.02.11 13:27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쉐아르님 서평을 읽으면 그 책의 저자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2번, 4번 원칙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저도 이 원칙들 중 몇가지를 스스로 적용해 가면서 책을 읽어야겠네요. 서평도 좀 더 많이 쓰는 연습도 해봐야겠고요. ^^
BlogIcon 쉐아르 | 2009.02.12 10:01 신고 | PERMALINK | EDIT/DEL
그렇게 좋은 결과가 항상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원칙을 의식해서 책을 읽으면 기본적으로 얻는 것이 있기에 좋을 것 같지만 또 너무 오래 지속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자연스러운게 좋은 거겠죠 ^^
BlogIcon 에젤 | 2009.02.11 13:4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전 원칙같은건 없는데..자세히 보니..저도 비슷하게 써가는것 같아요.
내가 느낀점과 그 속에 내자신을 닮아내려 하니까요.^^
BlogIcon 쉐아르 | 2009.02.12 10:04 신고 | PERMALINK | EDIT/DEL
에젤님이 쓰시는 서평은 참 솔직하고 마음이 담뿍 담겨있어서 좋더군요. 어찌 보면 저는 글에 너무 멋을 부리는듯 합니다 ㅡ.ㅡ
BlogIcon 동네 아저씨 | 2009.02.15 22:33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잘 읽었습니다. 서평 잘 쓰고 싶어서 항상 고민인데, 정리가 잘 되어있네요.^^
BlogIcon 쉐아르 | 2009.02.19 16:09 신고 | PERMALINK | EDIT/DEL
블로그에 가보니 서평을 많이 쓰시더군요 ^^ 이미 멋진 서평을 쓰시고 계시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셨다면 저도 또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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