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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25. 23:32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 10점
옥성호 지음/부흥과개혁사

한국 개신교에서 옥한흠 목사가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하다. 강남역 바로 옆 "황금"의 땅에 위치한, 교인수 5만에 육박하는, 사랑의 교회는 그를 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제자훈련과 평신도운동을 통해 현재의 성장을 이루어냈고, 예상보다 빨리 후배 목사에게 교회를 넘겨주고 은퇴를 했다. 개신교 간판스타 세명처럼 세습이니 불륜이니 하는 스캔들도 없었던 목회적 성공과 개인적 명예를 동시에 얻은 드문 경우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다른 목사들의 잘못을 두둔하고, 사회 불의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는 한계점이 있지만, 그래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몇 안되는 분 중 하나이다.

옥한흠 목사의 아들이라면 어렸을 때부터 자유스럽지는 않았을 거다. 지켜보는 눈이 많으니 맘대로 행동할 수도 없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버지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성실한' 크리스찬으로 행동해야 했을게 분명하다.

그런 그가 한국교회를 비판하는 책을 썼다. 뿐만 아니라 "20대 후반 어느 시점에 '기독교는 코미디'라는 결론을 내리고 기독교에 대해 관심 자체를 끊었다. 그러나 가정적 환경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교회출석은 빠지지 않았으며 겉으로는 기독교인으로 행세했"다고 고백한다. 마틴 로이드 존스의 책을 통해 신앙을 회복하였다 말하며, 스승이라 여기는 다섯명에 아버지의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다. 아니 '스펄전과 로이드 존스의 근처에도 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한국'이라며 어렸을 적부터 자신을 이뻐해 주었을 아버지 친구들이 들으면 '꽤씸하다'며 분개할 발언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그게 아버지에 대한 반항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객기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보니 그것은 '진리에 대한 그의 열정'이었다.

그는 부족한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한국교회를 변질시키고 있는 심리학, 마케팅, 엔터테인먼트의 문제점에 대해지적한다. 이 책은 그 시리즈의 첫권이다. 책은 심리학은 (객관적인) 과학이라기 보다는 종교의 속성이 강하다고 지적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심리학이 기독교의 진리를 대치하거나 보완한다는 것이 왜 문제인가를 지적한다. 인간 중심인 심리학이 신 중심인 종교와 섞일 수는 없다. 모든 문제를 무의식의 책임으로 돌리는 (프로이트류의) 심리학과 자신이 죄됨을 인정하고 회개함으로 구원을 얻는 기독교는 출발점이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성공의 한가지 방법으로 심리학에 의존하고 있다. 처음 지적되는 문제점은 '자기사랑'에 대한 강조다. 자존감의 회복이나 내적치유가 유행한 것은 꽤 되었다. 성경을 사실대로 믿는다면 하나님이 모든 것의 답이 되어야할텐데, 구원을 받았음에도 불완전하고 심리학의 도움을 받아야 완전해지는 것처럼 생각하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몇년전 목사가 내적 치유랍시고 '이년 저년'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잘못되었다고 느꼈던 그 부분이다. '쓴 뿌리'가 남아 있다고 구원 못받는 것은 아닌 것이다.

다음 문제점은 '긍정적 사고'에 대한 지극한 애정이다. '긍정의 힘'과 같은 복음과는 상관없는 (최동석님 표현대로) 연설집이 유행하고 있다. 조엘 오스틴처럼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나쁘다 말할 수는 없지만, 설교자가 그것만 말한다면 분명히 잘 못되었다. '죄인됨'을 말하지 않는 설교는 립서비스다. '십자가의 피로 구원 받음'을 말하지 않는다면 기독교가 아니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잘못된 '성공의 법칙'에 열광하는 기독교를 비판한다. 의식에 얽매였던 한국 개신교에 꿈이니 비전이니 하는 것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적이 있었다. 비전이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누구'를 위한 비전인지, 어떻게 그것을 이루는가 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주문처럼 외우고 멋진 비전을 꿈꾼다고 해서 이루어 진다면 그건 기독교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설교가 유행인게 현실이다. (강남같이 부유한 지역의 교회에서는) 아주 넘쳐난다.

심리학이 대상이었지만 근본으로 들어가면 '인간은 신이 될 수 있는가'라는 뉴에이지의 질문이 깔려있다. 기독교밖 사람들에게는 사과를 먹었느니 안먹었느니 하는 별 시덥잖은 이야기로 생각될 선악과에는 '먹어. 먹으면 너가 하나님이 돼'라고 하는 유혹이 담겨있다. '신은 필요없다. 인간은 인간을 책임질 수 있다'라는 인본주의와 '신은 존재한다. 인간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라는 신본주의는 인간이 의식을 가지기 시작할 때부터 대립해왔었다.

나의 존재를 사랑하고, 긍정적인 비전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인본주의다. 신이 존재할 자리는 없다. 심각한 것은 교회가 똑같은 메시지를 성경적이라며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이 나쁜 학문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류의 노력에 의해 발전되어온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 중심으로 출발한 심리학이 기독교의 진리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없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동감한다. 기독교가 진리라고 믿는다면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교회의 성공을 위해 '말씀'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심리학, 마케팅, 엔터테인먼트에 의존하는 한국 교회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신학도 심리학도 아마추어인 저자로서 이만한 책을 쓴다는 것이 놀랍다. 표현이 직설적인 경우가 많아 교계 주류 ^^ 에게 비난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아쉬움이 있다면 몇번의 경우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넘어갔다는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때문일까?

나는 한국교회안에 더 많은 비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진리에 대한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 "C.S 루이스는 하나님의 말씀을 현대적(modern)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과 모더니즘(modernism)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기독교에 위기가 닥쳐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마찬가지로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과 "세상 풍조를 좇아 진리를 변질시키는것'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세상이 변해도 진리는 진리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말씀보존학회같은 식은 곤란하다. 이 단체에 대해서는 나중에 포스팅할 생각이다.)

진리에 대한 옥성호 형제(이렇게 부르는 것이 훨씬 편하다 ^^)의 열심이 고맙다. 다음에 읽을 "마케팅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가 기대된다.


사족: 들리는 말로 저자는 책을 내기전 원고를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아버지는 아들을 지지해주었다고 한다. 그가 한국교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한국 교회에 이만한 어른이 많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