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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24. 02:53
부의 미래 - 10점
앨빈 토플러 지음, 김중웅 옮김/청림출판

앨빈 토플러를 처음 만났던 것은 <권력이동(Powershift)>이었다. 첫 직장의 교육 과정중에 이 책을 읽고 서평(당시에는 독후감이라 했던 것 같다)을 써내는 숙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 충격>이나 <제3의 물결>등의 저서로 잘 알려져 있던 작가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권력이동>에서 보여준 그의 통찰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그리고 지식사회로의 전환이라는 단순한 명제를 사용, 세상의 흐름을 일관성 있게 설명하는 그의 내공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십여년이 지났다. "웹이 뭐야?" 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세상은 너무나 달라졌다. 토플러가 예견한 "지식으로의 힘의 기반 이동"은 이미 이루어졌다. 그 흐름 안에 있었기에 느끼지 못했지만 세상은 그가 예측했던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새 책이 나왔을 때, 사실 반신반의했다. 미래는 새로운 세대의 몫이라는 선입견 때문일까? 여든 가까운 할아버지의 예측이 얼마나 가치가 있나, 과거의 멋진 통찰력을 아직도 가지고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하지만 역시 절정고수는 달랐다. 복잡한 세상을 세가지의 팩터로 설명해버린다.

<부의 미래>는 지금까지 해온 그의 작업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은 아직 제3의 물결안에 있다. 다른 점이라면 이전 책이 새로운 물결이 어떠할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면, 이번에는 그 결과가 어떠한가를 보여준다고 할까? 토플러는 현재진행형인 변화들을 커다란 흐름속에서 바라보며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부'를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변화라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무엇'이 변화를 만들어내는가를 이야기한다. '심층기반'이라 부르는 변화의 동인은 시간, 장소, 그리고 지식이다. 시간은 재정렬된다. 변화는 갈수록 빨라지며 동시에 속도가 다른 영역간에 충돌이 생긴다. 비개인적인 시간에서 개인적인 시간으로 옮겨간다. 장소는 확장된다.  세계화가 진행됨과 동시에 세계화를 막는 요소가 발생한다. 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지역이 바뀌는 동시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역도 달라진다. 지식의 양은 급속히 늘어나지만, 무용지물이 되는 지식(Obsoledge)이 되는 속도는 빨라지고,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는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심층기반이 움직임에 따라 여러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자신의 필요를 스스로 생산하는 것으로 만족시키는 프로슈머 경제는 갈수록 중요해지지만, 기존 경제학으로는 프로슈머의 영향력을 계산해낼 수 없다. 기존 질서의 권위는 무시되며, 이는 종종 사회적 퇴폐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도 존재한다. 자본주의 그리고 화폐는 새로운 흐름 속에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계속 존재할지는 의문이다. 늘어난 지식과 확장된 공간을 통해 아직도 제1의 물결에 남아있는 절대빈곤 지역을 구제해 낼 가능성이 생겼다.

심층기반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적 변화는 세계 곳곳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다. 중국, 일본, 한국, 유럽, 그리고 미국은 내부와 외부의 문제를 직면하며 발전 혹은 고전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내내 토플러가 바라보는 세상, 그리고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생각했다. 변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어떻게 변하고 있고, 또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는 예측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후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예를 들어 미래의 경제체계는 지금의 자본주의와는 다를 것이다. 화폐가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세상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토플러는 그것까지 제시하지는 못한다. 여기서 미래학이 예언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학은 볼 수 있는데까지만 말한다. 그 이상 말하는 것은 상상이거나 점치는 것이다.
 
앞으로 세상은 더 빨리 변할 것이다.  지식이 쌓이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그 축적된 지식이 어떤 새로운 세상을 만들지 누구도 분명히 예측할 수는 없다. 버스로 30분 거리가 세계의 끝이였던 어린 아이가 30년 후 미국에 집을 두고 인도에 출장와서 한국 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는 정도? 30년 또 60년 후에는 어떤 세상이 기다릴까? 사람들은 무엇을 바라며 살아갈까? 이전에 비해 빈곤은 줄어들고 일하는 환경도 더 인간다워지는 것을 보면 최소한 미래는 더 좋아질 거라고 토플러는 말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그 말에 희망을 가져볼까?
 
분명한 것은 "다른 요인들이 중간에 끼어들어" 훼방을 하더라도, "혁명적 부는 전세계에 걸쳐 전진을 계속할 것"이라는 거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변화의 물결.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나에게, 세상에게 좋은 변화일지 나쁜 변화일지 모르지만,  "모든 사항을 고려했을 때, 이것도 한번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환상적인 순간"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21세기의 끝이 어떤 세상일지 이 책은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과는 분명히 다른 세상일 것이다. 그 세상에 대한 힌트를 조금이라도 얻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