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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7. 29. 15:12
환상의 커플을 보고... 2007년 1월 17일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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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와이프와 나와 열심히 본 드라마가 있다. 바로 환상의 커플이라는 드라마다. 원작 자체가 재미있고, 또 한예슬이라는 배역에 정말 적격인 배우의 몸사리지 않는 연기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난 기본적으로 그런 사랑 이야기에 언제나 관심이 있다. 사랑만으로 극복해나가는 장벽. 사랑의 힘. 그런것에 나는 아직도 감동을 받는다.

이 드라마를 보면 여자주인공인 나상실이 남자주인공을 부를 때 꼭 "장철수"라고 성과 이름을 붙여서 부른다. 하지만 이 나상실이라는 캐릭터가 다른 사람에게는 이름을 잘 부르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가 았다. 예를 들어 같이 사는 아이들에게는 "어린이들", 강아지한테는 "개", 경쟁은 전혀 안되자민 그래도 삼각관계의 한 축인 유경이는 "꽃다발"로만 불리운다. 이름을 부르는 대상은 굳이 따지자면 강자, 빌리 (원남편), 프린세스 (고양이) 정도라고 할까. 워낙에 등장인물이 적은지라 일반화시키기에는 좀 무리지만 자기와 정말 가깝지 않다면 이름을 잘 부르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 많은 사람들이 학창시절에 암송하던 시절이 있다. 그 시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그때야 별 생각없이 지난 대목이였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느끼게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름을 부르지 않았을 때는 나와 대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까지 할까?

미국에 와서 살다보면 더 그런 것을 느낀다. 서로 이름을 부르는 것에 익숙해 있지 않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름을 안불러주는 것이 무례하게까지 인식되는 미국 사회에 와서 처음에 그것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다. 어릴 때부터 훈련이 되어서인지 미국애들은 이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외운다. 한번 스쳐 지나간 사람이 다음번에 만났을 때 내 이름을 불러주는데, 나는 그 사람 이름이 뭔지 전혀 생각이 안날 때 참 당황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처음에는 그게 참 힘이 들어 뭘 그렇게 이름을 부르나 싶었는데 몇년 살다보니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 그것은 상대방을 인식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름을 부르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배후에 깔린 의식 -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존중한다는 것, 그것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옆집 아저씨라고 부를 때는 어디 가나 옆집에만 살면 옆집 아저씨가 되지만, 내가 그를 마이크라고 부를 때 그 사람은 바로 그 "마이크"가 되는 것이다. (이런 옆집 아저씨 이름이 또 생각이 안난다 ㅡ.ㅡ 마이크는 다른 골목 아저씨다.)

다시 환상의 커플로 돌아가면, 마지막 나상실이 조안나인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며 "어린이들"과 마지막 작별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리라고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정말 아이들 하나 하나 이름을 불러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은 그 아이들과 인간적인 개인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는 것이고, 또 교감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끔 한번씩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묻어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예한"이라고 큰 아이를 부르면 세례 요한을 닮은 삶을 살라고 기대했던 내 마음이 느껴지고, "예지"라고 작은 아이를 부르면 귀여운 얼굴의 생글거리는 미소가 눈앞에 보이는 듯 하다. "인숙"이라고 아내의 이름을 부르면 그녀와 십삼년 동안 쌓아온 세월 만큼의 그리움이 느껴진다 (뭐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

나상실은 장철수의 이름을 부르는 횟수만큼 그에게 가까워지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름을 부르면서, 상대방을 불특정 다수의 하나로가 아니라, 그 이름을 가진 개인으로 존중할 때 상대방에 대한 감정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는 더 강해지는 것일 거다.

내가 좋아하는 성경구절이 있다. "너는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이사야 43:1)" 하나님은 개개인의 이름을 사용하여 불렀다는 것이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생을 살다가 마쳤으며,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태어날런지. 우리 주위에 스쳐간 몇백 몇천의 이름들도 다 외우지 못하는 유한한 인간에 비해, 하나님은 모든 이들의 이름을 아신다는 것이다. 또 그렇게 나는 믿고 있다.

또 다른 구절에 "...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나를 알지 못하였을찌라도 나는 네게 칭호를 주었노라 (이사야 45:4)" 라는 말씀도 하신다. 내가 알지 못하더라도 누군가 힘세신 분이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나의 이름을 정해주시고 나를 위한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는 것을 아는 것이 얼마나 기분좋게 하는 일인지 경험해보지 못하면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름을 안다는 것. 그리고 그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그 생각을 할 때마다 얼마나 정다운지. 그것은 그 개인에 대해 안다는 것이고 단순히 여러명 중의 하나가 아니라 개개인을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이제 이름을 부를 때 좀더 생각하고 불러야겠다. 아니 잠깐 잠깐 이름을 생각하며, 또 그 사람 하나 하나를 생각하며 잠시 멈추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 이제는 좀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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