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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퍼오페라'에 해당되는 글 1건
2009. 3. 4. 19:26
드레스덴은 문화의 도시입니다. 특히 음악적 전통이 깊은 것으로 알고 왔습니다. 그래서 일요일 저녁에 음악회를 보러가기로 마음먹고 호텔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찾아보더니 셈퍼오페라의 공연이 있답니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입니다.

인정하건데 저는 바그너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사의 한획을 긋는 거장이면서 또한 혁명에 가담한 행동하는 지성인. 작곡뿐 아니라 가사까지 직접 작업한 문학가. 한 영역으로 규정할 수 없는 대단한 인물임에는 분명합니다. 맘에 안드는 점이 있다면 바람기가 있다는 건데, 뭐 이건 그 당시 음악가들이 다 그랬으니 그냥 넘어갑니다 ^^

바그너와 드레스덴, 그리고 셈퍼오페라는 연관이 있습니다. 바그너는 드레스덴에서 7년을 보냈습니다. 혁명에 가담해 추방당했던 곳이 이곳입니다. 그의 오페라중 탄호이저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이 셈퍼오페라를 통해 초연되었습니다. 게다가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쓰게된 계기라고 사람들이 믿는 바그너의 '로맨스' ^^ 가 시작된 곳이 드레스덴입니다.

그런 역사적 장소에서 인연 깊은 오페라 극단이 연주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보는 겁니다. Sounds Good! Why Not? :) 하지만 오페라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다가 독일어로 공연된다는 것에 부담이 많이 되었습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대력적인 내용은 알았지만, 그거 가지고는 안될 것 같더군요.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져서 자세한 줄거리를 찾아보며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


공연이 있는 셈퍼 오레라하우스입니다. 바로 왕궁 옆에 붙어 있습니다.


시간이 되어 사람들이 입장하고 있네요. 오후 다섯시에 입장했습니다.


극장 안입니다. 사진으로는 크게 보입니다만 실제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한 천명 들어갈까요?
예술의 전당 같은 곳과 비교한다면 정말 소극장입니다.


1막이 시작하고 오케스트라가 안보여서 어디 숨었나 궁금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이렇게 밑에 있더군요.


막과 막 사이에 충분히 휴식시간을 주더군요. 30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음료수도 제공하구요.


천정에 붙어있는 샹들리에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무대 구성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는 겁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1막은 배위에서 진행됩니다. 트리스탄은 키를 잡고 배를 운전하고 있고, 이졸데는 선실에서 '트리스탄 데려와'하며 땡깡을 부리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반쪽짜리 배위에 트리스탄이 키를 붙잡고 있고 이졸데는 예쁘게 꾸며진 방안에 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이 걷치고 나니 나무 상자 하나와 종이로 만든듯한 벽만 있었습니다. 그 벽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공간을 활용하더군요. 원래 이 작품이 그런건 아니고 누군가 현대적인 무대 구성을 도입한 듯 합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불륜드라마입니다 ^^ 전쟁에 지면서 정략결혼에 따라 마르케왕에게 시집가는 이졸데가 자신의 약혼자를 죽인, 그리고 마르케왕의 친척인 트리스탄과 바람을 피우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냥 불륜이라고 넘어가기에는 두 사람의 대화가 참 깊습니다. (물론 번역본을 찾아본 것이고 공연중에는 한마디도 못알아들었습니다 ㅡ.ㅡ) 밤의 세계에서만 합쳐질 수 있는 둘만의 사랑이 어떤 때는 무섭게 다가옵니다.

공연중에 사진을 찍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공연사진은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 몇장을 올립니다.



아쉽게도 제가 봤던  Alfons Eberz와 Evelyn Herlitzius콤비의 사진은 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졸데가 더 잘했으므로 상관없습니다 ^^ 사진 속의 붉은 머리 여인이 이졸데 역을 맡은 Evelyn Herlitzius입니다 . 찾아보니 이졸데 전문 배우더군요. 이졸데 뿐 아니라 여러편의 바그너 오페라에 출연하고 있었습니다.

이 오페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처음 시작할 때 이졸데가 정말 죽을려고 한다는 (죽고 싶은 정도로 힘든 것이 아니라) 것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배우 정말 그렇게 연기했습니다 ^^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본 후 느낀 몇가지 단상입니다.
  • 몸을 너무 피곤하게 만든 상태에서 공연을 봤기에 100%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즉 중간에 잠들었었다는 ㅡ.ㅡ)
  • 나중에 커튼콜 하는 것을 보니 트리스탄역보다 조수격인 쿠르베날이 더 박수를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더 잘했구요. 주인공이 기분 좀 상했을 겁니다 ^^
  • 무대가 작고 아래층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눈높이가 같다보니, 더 잘보이게 하기 위해 무대를 기울어놨습니다. 그런데 2막과 3막에서는 경사가 너무 커서 배우들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미끄러질까봐 집중을 못하겠더군요 ^^ 특히 마르케왕은 덩치가 커서 넘어지면 대박일 거라는.
  • 아주 즐거운 첫경험이었습니다만, 앞으로 제가 모르는 언어로 공연하는 오페라는 안볼렵니다. 대사를 이해못하니 재미가 크게 줄어듭니다. 또한 영화음악으로 영화를 즐겼다 할 수 없듯이, 음반만으로 오페라를 즐길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론은 공연 녹화한 자막달린 DVD가 최선의 선택이라는 ^^
  • 다섯시에 입장해서 공연장을 나온 시간이 열시반이었습니다. 중간에 휴식시간(합쳐서 한시간)을 감안해도 정말 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특히 (말을 못알아듣는 상황에서 들은) 2막에 나온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끝간데 없는 이중창은 좀 힘들었다는 ㅡ.ㅡ
  • 사람의 목소리가 그렇게 파워풀할 수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한번 공연하고 나면 2~3킬로는 빠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렇게 해서 바그너의 오페라 하나를 봤습니다. 탄력을 받아 그동안 동경하던 바그너리안의 삶을 시작해볼까 심각히 고민중입니다 ^^

참고로 ireth76님의 블로그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블로그 활동을 중단하신 것 같더군요. 어디 계신가요? 다시 시작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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