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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에 해당되는 글 1건
2009. 7. 10. 06:48
경제가 안좋다 보니 계속 감원이 있습니다. 몇번을 솎아내고 나니 선택은 어려워집니다. 회사에 없어야 할 사람은 대부분 정리되었고 없어도 그만인 사람도 몇명 남지 않았습니다. 결국 판단의 기준은 '누가 더 필요한가?' 쪽으로 옮겨갑니다.

어제도 같이 일하던 두명이 통보를 받았습니다. 당장 나가는 것은 아니고 하던 일을 넘겨준 이후에 떠나는 것입니다. transition assignment 라고 불리더군요.

그들이 나가는 순간까지 충실하게 일을 하는 것이 저에게는 필요합니다. 그러기에 회사측의 결정을 말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일을 해달라 부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코 좋은 기분이 될 수 없지요 ㅡ.ㅡ) 한명이 이렇게 답하더군요. '이 회사에 더이상 무엇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 시간 내 일에 모든 것을 다 주었다'라구요. 두 사람 모두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입니다. 근무시간을 훨씬 넘겨가며 밤낮으로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고자 애써왔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니 상실감이 어떨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몇년전에 사회생활하면서 가르침을 많이 받았던 분에게 크게 혼이 난 적이 있었습니다. 대화중 '회사에 희생하지 마라. 조직과 개인은 같이 성장하는 거다'라고 후배에게 해주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화를 내시면서 저보고 정신상태가 글러먹었다 말하시더군요. (상당히 직설적인 분입니다 ^^)

'회사에 희생한다'라는 말은 근본적으로 성립이 안된다는 겁니다. 무엇을 하든 어떤 상황에 있든 일을 하면서 얻는 것이 있다. 어떤 때는 회사에서 충분한 보상을 해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얻는 것이 있으니 회사에 남아있는 거지, 희생하면서 누가 있느냐는 겁니다. 어떤 상황에든 직장을 성장의 단계로 봐야지 대우가 조금 좋고 나쁘고에 따라 희생이네 뭐네 말하는 것이 같잖다는 겁니다. 후배들이 그런 말을 하면 바르게 가르쳐야할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고 역정이 상당하셨습니다. 

막상 닥치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그 분의 말씀이 옳다는 것을 알고있었습니다. 회사와 개인의 관계에 희생이라 불릴만한 경우가 사실 극히 드뭅니다. 십년 넘게 열심히 일을 했는데 결과는 정리해고에 포함된 것인 그 두명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지금은 회사의 조치가 부당하다 느껴지겠지만, 자신의 희생이 의미 없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직업이라는 장을 통해 개인은 회사에게 또 회사는 개인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이해하라구요. '회사에 희생된다'는 생각보다 그저 거쳐가는 하나의 장으로 생각하라는 겁니다.

예외없는 법칙이 없듯이, 개중에는 일방적 헌신만 강요하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당연히 개선이 되어야할 경우입니다. 하지만 '회사에 희생당한다'라고 생각하며 시간낭비를 정당화하는 경우는 없나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희생당한다 생각하고 계속 남아있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 거지요. 내가 바뀌거나 회사와 이별하거나 (회사가 바뀌는 거의 없으니까요)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회사가 배반할 수는 있습니다. 회사가 착취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그대로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회사에 '희생'당할지 안할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얻을 수 있는 것을 얻고 앞으로 나가면 됩니다.

회사는 삶을 바치는 곳이 아닙니다. 나를 희생할 곳도 아닙니다.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그런 점에서 고마운) 곳일 뿐입니다. 이 정도가 적당합니다. 열심히 일해야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회사를 위해서 내가 가진 것을 희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나를 위한 것입니다. 이기적으로 들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회사에 대해 감정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래야 자유스러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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