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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에 해당되는 글 3건
2008. 12. 24. 14:25
산나님Inuit님이 올해 읽은 책을 정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연말이 되어 올해를 돌아보는 의미로 게다가 포스팅 거리도 떨어지다 보니 저도 동참을 합니다. 생각해 보니 최근 몇년간 올해만큼 책을 적게 읽은 해가 없는 듯 합니다. 학습에 책만큼 중요한 것이 없는데 무엇하느라 책읽기를 게을리 했는지... 많이 반성이 됩니다. 내년에는 매주 한권을 위해 열심히 뛰어야 겠습니다 ^^;; 어쨋거나 얼마 안되는 책중에서 추려낸 ㅡ.ㅡ 2008년 베스트 5입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 - 10점
정민 지음/태학사

2007년에 다산 선생을 만났다면, 2008년에는 연암을 엿보고자 시도했던 해입니다. 그래봐야 책 두권 (비슷한 것은 가짜다, 열하일기) 읽은 게 다였지만, 그래도 연암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민 선생의 정성스런 해석과 해박한 주석은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조선시대 지식인의 삶과 사상은 아직도 큰 관심으로 남아있습니다. 2009년에는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나는 학생이다 - 10점
왕멍 지음, 임국웅 옮김/들녘(코기토)

아직도 읽고 있는 책이지만 올해가 가기전에 끝낼 것이므로, 그리고 당연히 올해 베스트 5에 들어갈만 하므로 여기에 선택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혁명에 가담, 정권의 부침을 경험한 노작가가 후배들에게 권하는 글은 문장마다 힘이 실려 있습니다. 그의 인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다 하더라도, '나는 학생'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정체성에 대한 고백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 10점
고든 맥도날드 지음, 홍화옥 옮김/IVP(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십여년만에 다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세번째 읽은 것이고 개정판으로는 처음입니다. 기독교인으로서 단순히 종교적인 열심만이 아닌 가치있고 정돈된 삶을 살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봐야할 책입니다. 실패의 경험만큼 그리고 지속적인 성찰과 단련만큼 깊어진 고든 맥도날드의 교훈은 나도 그러한 질서 정연한 삶을 살고 싶다는 긍정적 욕심을 갖게 만듭니다.



2008년 제 블로그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GTD였습니다. 프랭클린 시스템의 Top Down과는 다른 Bottom Up 방식의 시간/행동 관리 방식으로 저에게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공병호 번역의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번역판은 절판이고 또 번역상 문제가 있다는 평이 있어 원서를 추천합니다.


칼의 노래 - 10점
김훈 지음/생각의나무

평소 경영/자기계발/리더십 관련된 책만 보던 저에게 문학에 대한 재미를 일깨워준 책입니다. 더불어 좋은 문장을 쓴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김훈의 모든 책을 구해서 읽고 싶었지만 올해는 칼의 노래남한산성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내년에도 꾸준히 김훈의 책은 읽어야할 책 목록에서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2008. 12. 22. 11:51

일전에 소개 스티븐 킹의 창작론 글을 쓰기 위한 "어떻게"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하는 이를 위한 실천적인 가르침 담겨있지요. 그렇다면 글이란 어때야 할까요? 흔히들 마음을 담백하게 들어내는 글이 좋은 글이라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 가끔 이 말은 위로와 격려를 위해 쓰이기도 합니다 ^^ 내용을 떠나 잘 쓰여진 문장이 있고, 평범하게 쓰여진 문장이 있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잘 쓰여진 문장이 갖추어야할 조건은 무엇일까요?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연 박지원은 당대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문장가였습니다. 기존 틀을 벗어난 그의 글은 당송의 일부 문장만 최고로 치던 시대에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런 대문장가인 연암이 생각했던 좋은 문장이란 어떤 것일까요? 정민 선생의 '비슷한 것은 가짜다'에 소개된 연암의 <종북소선자서鍾北小選自序>에서 연암은 좋은 문장의 조건으로 성색정경聲色情境을 강조합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라는 말에서 강조하듯 연암은 다른 이들을 흉내내기보다 자신의 것을 만들기를 원했습니다. 남을 닮지 않는 나만의 것, 즉 정체성 닮겨있는 글을 중요시했습니다. 그렇다고 다름 자체가 최고의 선은 아닙니다. 다르되 법도를 갖추어야합니다. 좀 까다롭죠? 법도가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聲色情境이 그 법도중의 하나가 아닐까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聲色情境은 연암의 말이고 이에 대한 해석은 정민 선생의 '비슷한 것은 가짜다'에 기반했으되, 제 표현으로 풀어썼음을, 그리고 제 생각대로 가감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장에는 소리(聲)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과거 어떤 이의 말이 지금 옆에서 들리듯 생생해야 한다는 것일 수도 있고, 문장이 마 대화를 나누듯 부드러워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울림이라 생각합니다. 소리는 울림이 있어 전달이 됩니다. 울림이 크기 위해서는 파장이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반대로 어떤 경우는 울림이 상쇄되어 아무리 큰 소리라도 종래 잦아들어갈 수 있습니다. 문장도 마찬가지 입니다. 글안에 담겨있는 글자 하나 하나가 읽는 이의 마음을 때림으로 울림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감이 필요합니다. 읽는 이가 공감할 수 없는 글은 소리가 안 납니다. 난다 하더라도 잡음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문장에는 색(色)이 있어야 합니다. 색에는 화려한 색도 있고 은은한 색도 있습니다. 화려함은 은은함이 받추어 줄 때 더 빛을 발하고, 화려함에 대한 실증을 잠재워 줄 수 있는 것은 은은함의 끈기입니다. 문장에도 색이 있습니다. 화려한 문장의 기교로 말하고자 함을 강조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평이한 문장으로 전달함으로서 오히려 더 강한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강조하고자 맘껏 드러낼 수도 있고, 강조하고자 살짝 감추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 둘 사이의 미묘한 저울질을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장의 색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 그 능력이 필요합니다.

문장에는 정(情)이 있어야 합니다. 굳이 외롭다 구구 절절 표현하지 않아도 가을 하늘 날아가는 외기러기의 울음 하나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한달째 입고 다니는 셔츠 소매끝의 때자욱으로 곤궁함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뚜벅 뚜벅' 말아먹는 비빔밥 한 사발로 슬픔과 의지를 동시에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자연과 사물은 그대로지만, 그 위에 '내'가 비추어짐으로 내 마음을 대신 말해줍니다. 열마디 말보다 더 진하게 감정을 나타내주는 그것. 문장 안에 그것을 담을 줄 알아야 합니다.

문장에는 경(境)이 있어야 합니다. 멀리 있는 사람의 얼굴에는 눈코입을 그리지 않는 법입니다. 하지만 초상화에는 눈썹, 입술, 얼굴의 표정까지 자세히 그립니다. 눈앞의 광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고 좋은 그림이 될 수는 없습니다. 미묘한 저울질. 생략할 것은 생략하고 강조할 것은 강조함으로 사물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문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햇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다채로운 빛깔로 나타나듯이, 사물은 작가의 눈을 통하여 제각금의 빛깔을 드러내야 합니다. 수십가지의 이야기들이 작가의 마음을 통하여 생략과 강조를 거쳐 하나의 경치로 나타나야 합니다. 할 말을 다해 버리면 경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아픈 사랑의 이별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시를 쓰지 말라는, 다소 상투적인, 표현을 연암도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는 아픔을 아프다고 쓰지말라고 말합니다. "사랑을 말하되 그 사랑을 담담히 감정의 체로 걸러 사물에 얹어낼 수 있어야" 한다 말합니다. 정신의 귀와 마음의 눈을 통해 농축된 정밀한 표현. 그것이 연암이 말하는 좋은 문장의 조건입니다.





2008. 3. 17. 12:51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8점
고미숙 지음/그린비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의 서설에서 정민교수는 "연암은 높고 크고 다산은 넓고 깊다. 연암은 읽고 나면 오리무중의 안개 속으로 숨는데, 다산은 읽고 나면 미운을 걷어내 푸른 하늘을 보여준다"며 연암과 다산에 대해 논한다. "연암과 다산을 만나 내 학문이 풍요로워지고, 공부의 안목이 넓어지고, 삶의 눈길이 깊어진 것이 참 기쁘다"라고, 성향은 많이 다르지만 "누가 낫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닌" 두 사람의 거인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표현하고 있다.

정민교수를 통해 만난 다산이 너무나 거대하였기에, 더불어 연암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호질, 허생전, 열하일기등의 작품명과 함게 고등학교 국어시간의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연암 박지원'. 그가 어떤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대단한 평을 받는 것일까? 이는 최근에 생긴 조선후기 지식인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연암에 대해 알고 싶은 욕망으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장자 - 소통의 철학이라는 글을 통해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를 소개해주신 buckshot님의 글이 생각나, 이 책을 연암에 대한 첫 책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열하일기는 연암이 건륭제의 70세 생일 축하사절로 떠나는 삼종형 박명원을 따라 중국을 다녀온 여정을 기록한 작품이다. 1780년 5월에 길을 떠나 10월에 돌아온 긴 여행이였는데, 연암은 열하일기에서 여행의 구체적 기록 뿐 아니라, 만난 사람들, 보았던 사물들, 나눈 대화들, 티베트 불교에 대한 소개등 다양한 주제를 기록하였다. 한권의 책이 아니라 여행에 관련된 소책자들의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열하일기의 '다름'에 저자는 주목을 한다. 새로운 문물에 대한 신기함을 논하는가 싶으면, 세상사물의 다양함에 대한 자세를 이야기하고, 불어난 강물을 넘는 고난을 이야기하는 중에, 위험의 상대성을 지적한다. 주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주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이런 연암의 문체(연암체)를 저자 고미숙은 들뢰즈/가타리의 표현을 들어 '리좀'이라 평을 한다. "뿌리라는 중심이 없을뿐 아니라 목적도, 방향도 없이 접속하는 대상에 따라 자유롭게 변이하는 특성을 지닌다(p135)"는 것이다. 중구난방의 부정적 모습이 아니라, 목적하는 대상에 접목하여 바로 뿌리를 내리는 긍정적인 유연성. 이런 연암의 특징을 저자는 '유목'을 들어 설명한다.

책은 체계적으로 잘 쓰여져 있다. 연암 개인의 마이너한 성품에서부터 시작하여, 친구들의 모습. 당시의 정세와 연암과 문체반정등의 관계등이 1장과 2장을 거쳐 다각적으로 다루어진다. 이렇게 연암에 대해 어느 정도 안 연후에야, 열하일기의 텍스트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후 3장, 4장, 5장은 열하일기를 통해 보여준 연암의 해학과 철학을 이야기한다. 넓은 벌판을 만나 '한판 울어볼만하다'고 말하는 연암의 모습(호곡장론), 당시 조선의 지배가치였던 소중화주의와는 영판 다른 실용주의적인 시각, 중국의 선비들과 만나 필담을 통해 나눈 사상의 교환, 조선땅에서 볼 수 없었던 동물과 마술을 보고 난 연암의 평, 이단이라 여겨지는 티베트의 판첸라마와의 만남을 통해 바라본 이국의 모습등. 열하일기의 다양한 모습들이 저자의 눈을 통해 재배치된다. <야출고북구기>, <일야구도하기>, <상기>등의 명문에 대한 설명도 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구성이 돋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에 대해 불만이 있다. 첫째, 저자의 억양은 시종일관 하이톤이다. 따옴표와 느낌표가 난무하고, 강조를 위한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현학적인 수사까지 곁들여져, 나는 아직 준비를 못했음에도 책 속에서는 몇번의 흥분이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린다면, "끊임없이 나타나는 감정의 격렬한 표출에, 어디가 중요한지, 어디에 감정을 고조시켜야하는지 알 수 없는 이 지독한 패러독스!"

또한 연암에 대한 진솔한 소개라기보다 '연암의 삶에 투영된 들뢰즈/가타리의 철학'이라고 할만큼 저자의 관점을 시종일관 적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아직 연암에 대해 아는 것이 적기에 판단을 내리기는 조심스럽다.

단점을 이야기하였으나, 이 책의 미덕은 앞에 말한 단점을 덮기에 충분하다. 열하일기라는 텍스트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열정. 그리고 이를 통해 알게된 '유목'에 대한 새로운 시각. 열하일기가 시대에 미친 영향과 조선후기 지식인의 흐름까지 이 책은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이 책을 통해 연암을 조금 엿본듯 하다. 아직 그의 뒤통수만 살짝 본듯한 형국이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 그의 여정을 따라가 본 시간은 즐거운 경헙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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