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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선생 지식경영법'에 해당되는 글 4건
2014. 10. 19. 05:34

페이스북 친구이자 은사님의 아들이 "이 글에 대해 어떻게 쓰실지 매우 궁금"하다며 릴레이를 넘겼습니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표현이더군요. 그래서 전에 같은 릴레이를 했었지만 또 적어봅니다. 그때는 영어로 쓰여졌거나 번역된 책만을 대상으로 했었지요. 이번엔 한글로 쓰여진 책도 포함하니 책 선택이 달라지네요. 


이런 릴레이 안 좋아하는 분도 있지만, 전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책 선택을 보면 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거든요. 여기 소개하는 10권의 책이 지금 제 모습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아마도 10%는 되지 않을까 싶네요. 책별로 왜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 조금씩 적어봅니다. 순서는 (100% 정확하진 않겠지만) 읽었던 순서입니다. 


2007년에 썼던 나를 만든 다섯권의 책의 연장이기도 합니다. 


1. 삼국지 - 나관중 


중학교 시절 삼국지를 처음 읽었습니다. 정비석판이었죠. 다음에 박종화판을 읽었습니다. 잠시 식었던 애정을 되살린건 코에이의 삼국지 게임입니다. 오~랜 시간을 삼국지 인물들과 보냈죠. 이후에 이문열판을 여러번 읽고 요코하마 미츠테루의 삼국지도 두번 읽었습니다. 다음번엔 황석영판을 보고 싶네요. 


삼국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안에 사람 사는 원리들의 모든 예가 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을 보면 세상사의 모든 모습들이 다 보이는 듯 합니다. 의리가 있고, 정치가 있고, 무협이 있고, 권모술수와 지략이 넘쳐납니다. 중간 중간 사람 사이의 정과 사랑도 보이구요. 몇년에 한번씩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2. 끝없는 이야기 - 미카엘 엔데 


책을 좋아하지만 매력없는 왕따 바스티안은 서점에서 발견한 책을 몰래 가지고 와서 숨어 읽다가 환상계를 만납니다. 환상계 안의 아트레유의 모험을 따라가던 바스티안은 왕녀의 이름을 만들어 주면서 환상계의 위험을 구하고 스스로 환상계에 들어갑니다. 자신을 잃어버린 위험을 겪지만 결국 현실로 돌아오지요. 아트레유가 지어준 왕녀의 이름은 '어린 달님'입니다. 너무 예쁘지 않나요?  


제 상상력의 팔할은 미카엘 엔데에서 왔습니다. 모모부터 당시 한국에 소개된 미카엘 엔데 책을 열심히 찾아서 읽었죠. 고 2때 읽은 끝없는 이야기는 현실 부분과 환상 부분을 다른 색으로 인쇄했던 초판입니다. 무슨 이유엔지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초판처럼 다른 색으로 인쇄한게 나오지 않아 아쉽습니다. 


상상력이 없어진 현실의 각박함도 인간을 위협하지만, 땅을 디디지 않고 꿈 속에만 살면 자아를 잃어버리게 만듭니다. 끝없는 이야기는 이 메시지를 따듯한 은유로 풀어냅니다. 


3.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 고든 맥도날드 


여러번 소개한 고든 맥도날드의 책입니다. 외면적인 면이나 행동적인 면이 아닌 내면세계라 지칭한 영적인 부분을 다스리는 것을 강조하지요. 내면의 영역을 동기부여, 시간사용, 지혜와 지식, 영적인 힘, 회복(휴식)으로 나누어 각 영역에서 어떻게 질서를 유지하며 성장해나갈지 깊이 있는 가이드를 제시합니다. 


대학시절 활동한 IVF에서 이책은 필독도서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를 깨달은 건 30살 즈음이었습니다. 여러 문제로 참 힘든 시절을 보낼 때 이 책을 통해 다시 마음을 정돈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5년전에 개정판을 읽었고, 최근 시작한 북클럽을 통해 새로이 읽고 있습니다. 


4. 영혼의 자서전 - 니코스 카찬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카찬차키스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자신의 이야기에 약간의 환상을 섞어넣었죠. 원제는 "크레테인에게 보고"입니다. 크레테 사람인 자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군데에 머물지 않고 평생 모험을 했던 자신의 삶을 돌아봅니다. 책을 읽으며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게 하지요. 최고의 번역 하면 이 책이 거론될만큼 번역도 좋습니다. 


카찬차키스는 한 곳에 머무는 것은 퇴보라고 말합니다. 그 말에 마음이 동한 저는 십년마다 직업을 바꾸며 살겠다 결심했고, 아내와의 첫 만남에서 그 생각을 말했습니다. 참 철없어 보이는 그 말이 신선했다고 하네요. 저와의 만남을 이어간 한 원인이 되었구요. 결국 제 결혼은 이 책의 덕을 좀 본 셈입니다 ^^ 그러니 아직 짝을 못찾으신 분들은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5. 소명 - 오스 기니스 


부름 받았다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각자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기니스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하도록 부름받기 전에 먼저 어떤 존재가 되도록 부름받았다"고 이야기 합니다. 


대학원 시절, 공부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방황할 때, 신학교를 가야하나 고민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도피성입니다. 그 마음을 돌리는데 스승님으로 모시는 목사님의 충고와 이 책의 통찰이 결정적 영향을 주었습니다. 작년에 다시 한번 읽었는데 역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6.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 스티븐 코비 


자기계발서의 고전이지요. 이 책을 처음 접한게 94년이였습니다. 앞에서 말한 30살 즈음 참 어려운 시절을 보낼 때 맥도날드의 책과 함께 저를 붙잡아준 하나의 버팀목이 일곱가지 습관이었습니다. 


삶을 주도하라. 결과를 생각하고 행동하라.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상호 이익을 추구하라. 이해시키기전에 이해하라. 시너지를 만들어라. 삶의 각 영역을 단련하라. 이렇게 일곱개의 습관은 처음에는 추상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일곱가지 습관은 많은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실제적인 원리입니다. 이후에 나오는 자기계발서의 여러 주장들은 일곱가지 습관에 기반을 두고 있지요. 원칙 중심의 삶. 영향력의 원/관심의 원, 방향의 중요성, 감정은행 등등. 이책 하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궁무진합니다. 


개인적으로 "성공하는..."이라는 제목이 불만입니다. '성공'이라는 말이 편향된 생각을 하게 만들거든요. 원어 그대로 "효과적인..."이나 "성숙한..." 같은 제목이 더 맞는듯 합니다. 


7. Good to Great - 짐 콜린스 


번역판 제목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입니다. 원제의 의미를 상당히 축소시키는 제목이라 마음에 안듭니다. 일곱가지 습관이 개인에 대한 원칙이라면 Good to Great는 기업에 대한 원칙입니다. 하지만 꼭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을 직시하라 같은 원칙은 누구나 기억해야할 원칙이지요. 


이 책을 쓴 짐 콜린스는 방법론 정립에 뛰어난 사람입니다. 이 책의 대상 회사를 선택할 때, 15년간 주식 수익률이 시장 평균 혹은 이하였다가, 변화를 거친 이후 15년의 수익률이 평균보다 최소 세배이상 되는 회사들만 고른 후 성장하지 못한 다른 회사들과 비교를 합니다. 그리고 성장한 회사들의 원칙을 방향이나 아이디어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현실을 직면하라. 잘하는 일을 근본으로 삼아라. 원칙을 지키는 문화를 가져라. 기술에 끌려가지 말고, 목적에 맞는 기술을 선택하라. 처음에는 힘들지만, 변화에 속도가 붙으면 변화는 지속된다 등으로 표현합니다. 


미국에서 평범한 프로그래머로 살던 제게 이 책은 더 넓게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머물던 조직의 문제점을 깨닫게 되고, 문제를 개선해서 더 멋진 조직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도 생겼구요. 관리자로, 이후 변호사로 진로를 바꾸는 시초가 된 책입니다. 마음의 씨앗은 영혼의 자서전이 뿌렸구요. 


8. 순전한 기독교 - C.S. 루이스 


라디오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기독교를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기독교 최고의 지성 루이스는 기독교 안의 여러 교파들을 가로지르는 (카톨릭을 포함해서) 가장 근본적인 기독교의 진리가 무엇인지 이 책에서 정리하였습니다. 


2007년 초부터 2009년 중반까지 영적인 구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떤 결론이든 달게 받겠다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부정하고 출발한 그 시간. 무신론자들의 책을 찾아서 읽으며, 질문하고 답을 찾았습니다. 신앙을 떠날 수 있었던 그 시간을 정리해준 책이 순전한 기독교 입니다. 왜 기독교가 아름다운 종교인지, 왜 기독교가 확실한 답인지 이 책은 알려줍니다. 


9.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 정민 


이 책은 다산을 '지식경영인'이라 규정하며, 그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업적을 남길 수 있는가를 지식경영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합니다. 하지만 지식경영을 넘어 다산의 일생과 그의 저작, 그리고 당시 학자들까지 아우르며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재창조해서 보여줍니다. 이 책을 지은 정민은 다산의 지식경영방법을 사용해서 이 책을 지었다고 하더군요. 


이 책을 읽고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롤 모델이 아쉬운 세상이다. 한때는 정직함과 명석함으로 존경받던 사람들이 세월이 흐르며 변질되고 퇴보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이다. ,,, 하지만 여기 다산선생이 있다. 200년전 강진 땅의 유배 생활 속에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학문의 정열을 불태웠던 다산.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한, 그러면서도 가족과 제자들에 대한 정을 놓지 않았던 정말 멋진 사람. 그가 새로운 롤 모델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막 넘쳐납니다. 


10. 칼의 노래 - 김훈 


책을 적게 읽는 편이 아니었지만, 제 독서는 편향되어 있었습니다. 주로 종교, 경영, 인문이었고, 소설을 읽어도 장르소설만 읽었습니다. 추리소설과 판타지를 읽었죠. 이른바 세계명작을 싫어했습니다. 그랬던 제게 언어의 아름다움을 알려준 소설이 칼의 노래입니다. 한국문학에 '벼락같이 쏟아진 축복'이라는 이 책은 제게도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벼락같이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 이후 해마다 다섯권 이상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고뇌하는, 하지만 어떤 때는 감정이 전혀 없는듯한 이순신의 모습을 통해, 김훈은 세상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단어 하나를 고르려고 며칠 고민한다는 김훈의 문장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의 스타일을 따라 몇 편을 글을 쓰고 제 문장에도 그의 흔적이 남아있지요. 


마지막으로 이전에 한글 책을 제외하고 선택한 열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1. The Road Less Traveled - M. Scott Peck 

2. Mere Christianity - C.S. Lewis 

3. Ordering Your Private World - Gordon MacDonald 

4.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 - Stephen R. Covey 

5. Getting Things Done - David Allen 

6. 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 Luo Guanzhong 

7. Good to Great - Jim Collins 

8. Report to Greco - Nikos Kazantzakis 

9. The Never Ending Story - Michael Ende 

10. The Lord of the Rings - J.R.R. Tolkein




2007. 9. 19. 02:22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 10점
정민 지음/김영사

요즘 정조와 정조시대의 지식인에 대한 관심이 크다. 현재의 문제에 대한 답을 과거의 지혜로부터 찾는 것은 예로부터 해오던 일이다. 역사는 반복되었고, 과거의 지식인들도 상황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고민을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1762년에 광주에서 태어나 1836년에 세상을 떠났다. 75년의 생을 사는 동안 그는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던 정조의 선봉대였고, 백성들 삶의 부조리를 해결해주는 어진 관리였으며, 정권 싸움에서 밀려난 쇄락한 유배자였다. 그리고 492권의 저서를 남긴 저술가였고 당대의 학자들과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지식인이였다.

<논어고금주>등의 유교 경전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거부하고, 본질로 돌아가기를 촉구한 유학자였으며, 화성축성의 설계와 기중가, 배다리, 유형거등을 제작해낸 토목공학자이며, <아방강역고>를 펴낸 지리학자였고, <마괴회통>, <촌병흑치>등을 펴낸 의학자였다. <목민심서>를 펴낸 행정가였으며, <흠흠신서>를 저술한 법률가였고, <아학편>을 펴낸 교육학자였다. 또한 남겨둔 두 아들을 걱정하며 편지를 통해 끊임없이 때로는 격려하며, 때로는 타일렀던 지엄한 아비였다. 많은 제자들을 키워낸 선생이였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정원을 가꾸며 자연을 즐겼던 시인이기도 하다.

한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을 남기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감정이 지나고 나면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게된다. 서양권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정약용이 있다고나 할까? 다산선생은 우리에게 그 정도로 자랑스런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다산을 '지식경영인'이라 규정하며, 그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업적을 남길 수 있는가를 지식경영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제목에 불만이 있다. 이 책은 아래에서 지적하겠지만, 지식경영보다 더 많은 점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정민교수는 다산의 일생과 다산의 저작, 그리고 당시 학자들의 저작까지 아우르며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재창조해서 보여준다. 그는 다산의 지식경영방법을 사용해서 이 책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다산의 지식경영법을 사용하여 정민이 재창조한 다산의 학문과 철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굳이 '재창조'를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정민교수는 탁월하게 다산의 업적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다산이라면 200년 가까운 훗날, 학문의 후배가 나와 자신의 학문과 철학을 이렇게 명쾌하고 방대하게 정리했다고 하면 너무나 기뻐했을 것이다. (같은 성씨라는 것은 보너스다 ^^) 그 정도로 이 책은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다룬 책이지만, 이전에 정민교수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은 10강 50목 200결로 되어 있다.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열가지 주제로 크게 분류한후 각 주제별로 다섯개의 소주제를 정하고 이를 다시 네가지의 작은 토막으로 나누어서 설명하였다. 다산이 그러했던 것처럼 모아서 나누고 분류하여 모았고(휘분류취), 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해서(선정문목), 종합하고 분석하여 꼼꼼히 정리하였다(종핵파즐). 이를 위해 그는 다산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하였을 것이고(수사차록), 단계별로 차곡차곡 판단하고 분석하였을 것이다(층체판석). 또한 유용한 정보들을 비교하고 대조하였을 것이고(피차비대), 목표를 정해놓고 그대로 실천하며(정과실천), 생각을 끊임없이 조직하고 단련하여을 것이다(포름부절). 또한 아름다운 경관 속에 성품을 기르라는(득승양성) 부분에서는 그 자신 멋들어진 글로 정취를 더하였다.

이렇게 나는 책속에 드러난 다산의 모습과, 다산의 글을 보며 오래전 선배의 모습을 탐구하던 정민교수를 동시에 본다. 그 즐거움이 참으로 커서 두분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그러면 이 책에 드러난 다산의 모습은 어떠한가? 책을 읽으며 흉내라도 내겠다 싶어 ^^;; 책의 내용을 새로이 모으고 나누어서 분류한다면(휘분류취)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다산의 학문에 대한 자세

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가져라(축기견초)는 권면속에 다산은 기초를 강조하였다. "길을 두고 뫼로 가랴 지름길을 찾아가라(당구첩경)"며 지혜롭게 학문하기를 촉구하면서도 결국 순서를 밟아서 공부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나는 다산을 실학자로 생각하여, 유교경전과는 거리가 멀고 실제 쓰이는 학문에만 신경을 쓴 학자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산의 492권의 저서중 유교경전에 대한 분석및 편집이 232권이나 된다다. 다산은 세상에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며, 경전과 같이 기초가 되는 것은 변하지 않는 기초라 생각했다. "바탕을 다지는 일은 동서남북을 배우는 일이다. 현실에 적용하고 실제에 응용하는 것은 상하좌우의 분별과 관련된다. 상하좌우만 알아서는 방향을 잃었을 때 집을 찾아갈 수 없지만, 동서남북을 알면 길을 읽고 헤매지 않는다 (51쪽)."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아가 쓸모를 따지고 실용에 바탕하라(강구실용)고 요구하며, 실제에 적용하여 의미를 밝히라고(채적명리)한다. 그의 학문에 대한 자세는 기초를 깊이 있게 다지고 그위에 세상을 경영할 수 있는 지식을 쌓는 것이다.

2. 다산의 지식 경영법

책 제목과 걸맞게 상당한 부분이 다산이 어떻게 지식을 장악하며 다루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민교수가 이 책을 쓰면서 사용했을 것이라 앞에서 추측한 방법들을 포함하여 다산은 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었으며(여박총피),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였다(촉류방통). 부분을 들어서 전체를 장악하였고(거일반심), 좋은 것을 가려뽑아 남김없이 검토하였다(변례창신). 자료를 참작하여 핵심을 뽑아내었고(참작득수), 좋은 것은 가리잖고 취해와서 배웠다(득당이취). 물고기를 잡은 그물에 기러기가 잡혔다고 버리지 않고, 동시에 몇가지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하였고(어망득홍), 단계별로 다듬어 최선을 이룩하였다(수정윤색).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되풀이해 검토하고 따져서 점검하며(반복참정), 그 안에 푹 빠져서 생각을 정돈하고 끊임없이 살펴보았다(잠심완색). 책을 지을 때는 조례를 먼저 정해 성격을 규정하고(조례최중), 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하였다(선정문목).

3. 논객 다산의 모습

이에 대해서는 이책의 4강(토론하고 논쟁하라)과 5강(설득력을 강화하라)에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다산이 요즘 세상에 태어나셨다면 아마 대단한 논객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 같다. 18년의 귀양기간 동안에는 평생 학문적 동지였던 둘째형 적약전과 토론하고 논쟁하였으며, 서울로 복귀한 후에는 당색을 가리지 않고 당대의 학자들과 학문을 논하였다.

다산은 질문하고 대답하며 논의를 수렴하였고(질정수렴), 생각을 일깨워서 각성을 유도하였으며(제시경발), 근거에 바탕하여 논거를 확립하였다(무징불신). 선입견을 배제하고 주장을 펼쳤으며(공심공안), 갈래를 나눠서 논의를 전개하였다(속사비사).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유용한 정보들을 비교하고 대조하였고(피차비대), 다른 것에 비추어 시비를 판별하였다(대조변백). 선배학자들의 결과물에서 한발자욱도 더 나아가지 않으려는 당세 학자들에 비해 권위를 극복하여 주체를 확립하였고(불포견발), 논쟁이 시작되면 끝까지 논란하여 시비를 판별하였고(대부상송), 단호하고 굳세게 잘못을 지적하였다(절시마탁).

4. 실천적 지식인 다산

다산은 책방안에 갇혀진 고지식하기만 한 지식인이 아니였다. 그는 화성축성의 설계를 담당하며 기존 돌성과 달리 가운데가 움푹한 방식으로 성을 지어 견고함을 더했다. 이를 위해 좋은 것은 가리잖고 취해와서 배웠다(득당이취). 예를 들어 서양인 테렌츠가 중국황실을 위해 쓴 <기기도설>의 여러 기중가를 참조하여 현실에 맞는 기중가를 만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기중가는 그가 참조했다는 어느 기중가와도 닮지 않았다. 기존 기중가의 원리를 파악하여 전례를 참조해서 새 것을 만든 것이다.(변례창신).

환곡의 폐해를 논하며 해결책을 제시하였고, 좀먹은 군기를 고발하였으며, 쓸모없는 학문을 비판하였다. 언제든지 실제에 적용하여 의미를 밝혔고(채적명리), 언제나 백성을 위하는 것이 근본이라 말하며 위국애민의 마음을 한시도 놓지 않았다(비민보세). 언제나 그는 쓸모를 따지고 실용에 바탕하였고(강구실용), 사실을 추구하고 실용을 지향하였다(실사구시).

5. 매력적인 인간 다산

위와 같은 학문적인 성과에도 다산은 결코 삶의 정취를 잊지 않았다. 귀양가서 머무는 곳에도 정원을 가꿀 정도로 나날의 일상 속에 운치를 깃들였다(일상득취). 자연이 준 가을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이 의무라 생각하며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아름다운 경관 속에서 성품을 길렀다(득승양성).

또한 다산은 일상의 대화나 주고받는 글 속에서도 번쩍이는 깨달음이 드러나 있었다(담화시기). 그의 글에는 그 속에 뼈가 있었으며, 한마디 말로 정곡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모습이 있었다. 또한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속에 운치를 깃들이라고(속중득운) 말한다. 닭을 친다는 아들에게는 닭에 대한 책을 엮으라고 충고하며, <윤혜관을 위해 준 말>에는 생계를 위해 과일과 채소를 기르되, 종류별로 씨뿌리고 모종을 하고나서는 짧은 시 수십편을 지어 옛사람의 풍취를 본뜨라고 할 정도로 멋을 아는 사람이였다. 어떤 일을 하던지, 단순히 입과 배를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려는 마음가짐을 늘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537쪽).

끝으로 정민교수는 다산이 좌절과 역경에도 근본을 잊지않고(간난불최), 그만이 할 수 있는 작업에 몰두하며(오득천조), '지금 여기'의 가치를 다른 것에 우선하는(조선중화) 멋진 지식인이였음을 강조한다.

***

다산은 말한다. "무릇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한 사람을 목표로 정해 반드시 그와 나란해지기를 기약한 뒤에 그만두어야 하니, 이것이 용의 덕이 하는바다" 목표를 정해 그와 꼭 같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 몰두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했다(383쪽).

롤 모델이 아쉬운 세상이다. 한때는 정직함과 명석함으로 존경받던 사람들이 세월이 흐르며 변질되고 퇴보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여기 다산선생이 있다. 200년전 강진 땅의 유배 생활 속에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학문의 정열을 불태웠던 다산.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한, 그러면서도 가족과 제자들에 대한 정을 놓지 않았던 정말 멋진 사람. 그가 새로운 롤 모델로 다가왔다. 이런 위대한 스승을 오늘에 되살려 보여준 정민 교수에게 다시 한번 더불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이 책의 내용이 너무나 방대하고, 그러면서도 어디 한군데 버릴 곳이 없기에 여기서 내용을 다 정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시간되는데로 주제별 정리를 해서 두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논쟁과 설득법에 대한 주제는 재미있을 듯하다. ^^;;;


2007. 9. 9. 21:05
다산선생 지식 경영법을 다 읽었습니다. 적지않은 분량(600쪽)에 쉽게 읽고 넘길 책이 아닌지라 시간이 좀 걸렸네요. 하지만 정말 한줄 한줄이 주는 교훈이 너무나 큰지라 다시 한번 읽고 싶습니다.

다산선생 정말 거대한 분이시네요. 기량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어 압도당하는 느낌입니다. 기본(경전)에 충실함을 기반으로 각 분야의 지성을 쌓고, 그를 현실에서 실천하며 가족을 비롯 백성을 감싸안는 애정까지 보이시는, 평생 존경하고 따를만한 롤모델이 되시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분을 책을 통해서 알게된 것이 기쁘고, 또 이제야 알게된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또한 이 책을 쓴 정민교수님도 참 멋지신 분이십니다. 다산선생의 텍스트를 사용하셨지만, 어쩌면 다산선생은 정민교수님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분의 책을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또한 가끔 등장하는 정조도 제가 가지고 있었던 조선시대의 왕에 대한 선입견과는 너무나 다르네요. 왜 요즘 들어 정조와 이시대의 학자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지 이해가 됩니다.

시간을 내어 이 책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야겠습니다. 그래야 흩어지지 않고 제게 남는 지식이 될 것 같아서요. 내용이 방대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이 책 누구에게든지 추천합니다. 정말 멋집니다 ^^


2007. 8. 28. 11:02
최근에 읽은 책들입니다.

"The Secret"은 론다번이 쓴 책으로 요즘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팔리는 책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그 생각의 파장이 우주에 작용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주장을 담고 있지요. 그 근거에는 과학적으로 뒷받침이 된다고 주장하는 "끌어당김의 원리"가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처음부터 비판을 위한 것이였으므로 별 느낌은 없네요. 다만 세상 살기가 이렇게 쉽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잠깐 생각은 했었지요. "The Secret 비판적 읽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쓰기의 전략"은 정희모교수가 쓴 책입니다. 글을 제대로 써봤으면 하는 생각에서 읽었지요. 서두를 쓰는 방법, 본문을 연결하는 여러가지 형식들, 마무리 짓는 방법등. 저도 무의식중에 사용하던 원칙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원칙들을 규정화해서 글 밖으로 끄집어내어 체계적으로 정리한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려있는 예문들과 한국어 바로쓰기에 대한 글들도 참 좋았습니다. 나중을 위해 이 책의 내용을 마인드맵으로 정리할 계획입니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정민교수가 쓴 책입니다. 18년 유배기간동안 500권의 책을, 그것도 정치, 경제, 공학, 의학, 지리, 교육, 그리고 문학까지 정말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남기신 정약용 선생의 지식경영법을 다룬 책입니다. 다빈치의 방대함도 다산선생을 못 좇아 갈것 같네. 다산 선생이 남기신 작업만큼 이 책도 내용이 많아 다 읽을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의 몇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벌써 많은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 이 책도 좋은 책이지만, 언제 시간을 내어서 다산선생의 인생과 남기신 저작을 집중해서 좇아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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