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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22. 05:52
소심쟁이님 블로그에서 '그대 최선을 다했는가?'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사진과 함께 그녀의 노력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했던 순간에 대한 기억과 그렇지 못한 현재에 대한 반성을 적어두셨습니다.

저에게도 최선을 다했다 생각했던 시간과, 돌아보면 너무나 부끄러웠던 시간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가장 열심히 살았던 때는 고3 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점심시간전 쉬는 시간에 점심을 먹어치우고, 점심시간에는 바로 학교내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고, 방과후에 10시까지 공부, 집에 오자마자 독서실로 직행, 새벽 세네시에 잠들면 아침에 어머니가 와서 깨워주셨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가고. 부족한 잠을 책상에 엎드려 자는 쪽잠으로 버텼습니다. 앉아 있으면 졸리기에 거의 모든 수업을 서서 들었지요. 그렇게 일년을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목표도 뚜렷했습니다. 가난한 환경이 싫었고, 그 가난에서 벗어날려면 공부밖에 길이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교회 꼬박 꼬박 나가며 성가대도 하고, 친구들과도 알찬 시간을 보냈던, 제 일생 가장 충실하게 살았던 시기라고 기억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부끄러운 시간도 있었지요. 대학원을 아무 생각없이 갔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분야와는 상관없는 세부전공을 단지 다른 연구실은 이미 차있었다는 이유로 선택을 했습니다. 중간에 육개월방위를 하러가기 전에는 그래도 괜찮았지요. 하지만 그 다음은 정말 엉망이였습니다. 어려운 가정환경을 생각해서 교수님이 조교까지 맡겨주셨지만 어떤 때는 한달이상 학교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따로 한 것도 없었지요. 집에서 게임 열심히 했습니다. 만화방도 열심히 다녔구요. 논문도 검증되지 않은 것을 써서 어찌 어찌 졸업을 했습니다. 저는 졸업이라 안하고 방출이라고 말합니다. 교수님이 얼마나 저를 보기 싫어하셨을지, 15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하면 죄송스러운 생각 뿐입니다.

다행히 지금 저의 생활은 가장 바닥은 아니네요. 아직도 가끔 대학원 때의 게으름이 불쑥 불쑥 고개를 내밀지만,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말자고 다짐하며 게으름에서 벗어나곤 합니다. 정말 그렇지요. 누구보다도 저에게, 그리고 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말아야겠다는 것이 가장 큰 자극이 됩니다.

'그대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누가 한다면 자신 있게 그렇게 대답은 못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했다 생각되어지는 시기는 있습니다만, 지금은 그때만큼 노력하면서 살지는 않으니까요. '그대 최선을 다할 것인가?'라는 대답에도 '글쎄요'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오늘보다 내일 더 열심히 할 것인가?'라는 대답에 항상 자신있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기만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