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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13. 14:24
오늘 한 아이 장례식에 다녀왔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Wake'의식이었습니다. 장례식 전날 관을 놓고 사람들이 와서 애도를 표한후 가족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죽은 이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보여주지 않더군요.

죽은 아이는 열살이었습니다. 미국 회사로 옮겼을 때 같은 회사에 있던 여직원의 딸입니다. 그 직원에게 여러 도움도 받고 또 언제든 활달하게 열심히 일하는 멋진 여자라 꼭 슬픔을 같이 하고 싶었습니다.

세상에 슬프지 않은 장례식이 있겠냐만 오늘은 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아이가 엄마가 몰던 차에 치어 죽었거든요. 집앞 도로에서 아이가 바닥에 앉아 노는 것을 엄마가 집에 도착할 때 못 봤던듯 합니다. 

아이를 나아 길러본 사람은 압니다. 아이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는 상상만으로 끔찍한데 내 잘못으로 아이가 죽다니요. 내가 몰던 차로 사랑하는 딸을 죽게 만들었다는 것. 평생 스스로를 용서하기 힘든 일일 겁니다. 

도데체 그녀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하나. 장례식장에 나와있기는 할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도착했는데, 의외로 그녀는 담담히 있더군요. 오히려 큰 딸이 더 많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마음에 담을 친 거겠지요. 일종의 보호막이랄까. 그렇지 않고는 살 수가 없을 테니. '내 잘못 아니야' 혹은 '이미 벌어진 일 지금은 내가 맘을 단단히 먹어야지' 같은 마음이리라 짐작해봅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그 보호막은 허물어질테고 그때마다 몰아칠 슬픔에 몸서리치겠지요.

누구보다도 아파할 그녀를 보며 기도했습니다. 제발 이길 힘을 주시라고요. 죄의식 속에 빠져 자신과 남은 가족까지 파괴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게 해달라고요. 다행히 주위에 많은 신앙의 동료들이 있는듯 합니다. 그녀와 그녀 가족이 힘들 때 그들이 옆에서 힘이 되어주길 바래야지요. 

왜 열심히 선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아픔이 생길까? 제가 그 상황에 처한다면 원망 많이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섭리를 믿는 것. 감사를 하는 것. 정말 정말 쉽지않은 일이죠.

그래도 전 그녀와 그 가족이 슬픔을 극복하기를 원합니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인정하지 못하더라도 섭리를 믿고 사랑을 믿기를 바랍니다. 세상을 떠난 그 아이도 그러길 원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