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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5. 6. 21:57
"나는 가수다"를 처음 봤을 때 떠오른 단어는 '진검승부'다. 그 세계의 상위 1% 아니 0.1%에도 들어 갈 수 있는 실력자들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청중들 앞에서 실력을 겨루고 순위가 바로 매겨진다. 한차례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자신의 이름을 건 제대로 된 승부다. 어설픈 퍼포먼스는 허점을 만들 뿐이고, 추락으로 이어지는 매순간 긴장해야 하는 피가 마르는 대결이다.   

사람들이 "나는 가수다"에 주목하는 심리엔 예전 목숨 걸고 싸우는 검투사를 지켜보던 로마인들의 마음이 없지는 않을 거다. 자존심이 목숨을 대치했을 뿐. 어떤 이에게는 목숨만큼 소중한 '이름'을 걸고 치루는 승부이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자리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떨림과 긴장 속에 살짝 기쁨이 느껴진다.

방송 내내 반복되는 "떨린다" 혹은 "잠을 못잤다"라는 말이 과장처럼 들린다. 하지만 어쩌면 보여지는 것보다 그들은 더 긴장할지도 모른다. 속이 바짝 바짝 마르겠지. 어떤이는 이를 보고 측은하다 한다. 그래도 가수로 성취를 이룬 그들이 왜 구경거리에 나오느냐는 거다. 맞는 말일지도. 하지만 다른 가수의 비판은 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자리에 설 수 없는, 스스로 경쟁이 안되는 것을 아는 이들의 변명처럼 들리는 거다. 

이소라의 "잘 하는 사람이 더 잘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말은 '나는 가수다'를 한마디로 정리해준다. 최선을 다 해본 사람은 땀이 주는 만족감을 안다. 인정 받았기에 어쩌면 안주하고 있었을 그들이 경쟁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회는 차라리 축복이다. 출연한 가수들도 그 때문에 행복해 하지 않을까. 물론 따라오는 대중적 인기와 경제적 수익도 즐거움을 주겠지만 ^^

출연한 가수들이 다른 이의 공연을 보면서 보이는 반응을 지켜보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서로 인정하며 즐기며 비추어 스스로를 돌아보는듯한 모습은 나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저렇게 치열하게 살아본게 얼마나 되었는지. 좀더 긴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즐겨 봤던 것이 '위대한 탄생'이다. 나가수가 성공한 이들이 '이름'을 걸고 하는 승부라면 위탄은 그 '이름'을 얻고자 하는 이들의 승부다. 고수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고의 자리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정신없이 휘두르는 또 하나의 '진검승부'여야 하는 자리다. 매주 멘토들의 가르침에 따라 성장해가는 멘티들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생방송을 시작하면서 그 매력을 잃어버렸다. 시합에 나간 선수들은 아직 최선을 다해 승부를 하는데 심판들이 영 아니다. "너는 얼굴도 잘 생겼고 집안도 좋잖아. 그데 쟤를 봐. 어디 가서 내세울게 있겠어. 그러니 너가 양보 좀 해." "너 이사범 제자라며. 걘 뭐가 잘났다고 맨날 비판을 하는 거야. 김사범 봐. 말마다 힘이 되잖아. 사람이 좀 그래야지." 선수들은 진검으로 승부를 하는데 심판은 노래 말고 다른 것으로 평가를 한다. 실력은 둘째다. 드라마를 원하지 노래 잘하는 가수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은 찌질하게 살더라도 외인구단 세명만큼은 성공했으면 하는 대리만족을 원하는 것 같다. 

어디를 가든 완벽하게 정당한 평가는 없다. 사람의 모든 것을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그렇다면 다른 무엇보다 실력이 제대로 인정받는 것을 보고 싶다. 노래로 평가하겠다는 프로그램들 아닌가. 잘 하는 사람들은 서로 자극하며 더 발전하는, 배워야할 사람들은 앞선 이를 보며 성장해가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비록 방송이지만 '잘 하는 사람들이 더 잘 하는" 것을 보고 싶은 거다. 실력있는 사람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한계를 극복할 때, 그때야 발전이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 ... '나는 가수다'는 고맙고 '위대한 탄생'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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