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564)
책 그리고 글 (87)
미래 빚어가기 (79)
시간/행동 관리 (44)
조직을 말한다 (16)
마케팅 노트 (14)
짧은 생각들 (33)
사랑을 말한다 (27)
세상/사람 바라보기 (40)
그밖에... (83)
일기 혹은 독백 (85)
신앙 이야기 (24)
음악 이야기 (19)
법과 특허 이야기 (13)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08. 2. 18. 09:30
환상계는 그 존재를 상실해가고 있었다. 어디에서 시작한지 모르는 '무()'가 그 세계를 먹어가고 있는 것이다. 환상계의 근원은 인간의 상상력인데, 더 이상 인간들이 상상을 믿지 않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이제 그 '무'는 환상계의 마지막 보호자인 어린 여왕에게까지 다가왔다. 그녀마저 '무'에게 먹히고 나면 환상계는 영영 사라지고 만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자신들을 보고 있는 한 소년에게 구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나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해. 그것만이 환상계를 위기에서 구출할 수 있어" 책 속의 세상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느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다가설 수 없는 바스티안. 하지만 왕녀의 슬픈 호소에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 바스티안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만다. "어린 달님" 그리고 그는 환상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미카엘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1부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지금은 책을 잃어버려 정확한 문장은 알 수 없지만, 장면 하나 하나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아트레유의 환상계를 구하기 위한 여행, 신비스런 고서점의 주인 코레안서, 인간계로 돌아가기 위해 기억의 파편을 붙잡던 바스티안. 바스티안에 의해 이름이 붙여지고, 운명이 달라진 환상계의 많은 존재들. 무엇보다 너무나 예쁜 이름이라 생각했던 '어린달님'

인간은 꿈을 꾸어야 하지만, 꿈만 꾸고 있어서는 안되는 존재임을 이 환타지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 줄짜리 메시지로 정리하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안남는 거겠지요. 환타지를 만들고 환타지를 읽는 이유는 꿈을 꾸고 싶어하는 것이지, 한줄 메시지를 얻기 위한 것은 아니니까요.

제가 봤던 책은 바스티안의 현실세계와 아트레유의 환상세계, 각각을 다른 색으로 인쇄했던 책이였습니다. 그 정성스러움에 감동했었지요. 요즘은 어떻게 인쇄하나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요즘은 꿈꾸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현실감 하나 없어도 되는 상상의 세계. 그것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할 때가 많지요. 그래도 가끔은 '모모'나 '어린 달님'이 생각납니다. 책 속에서 사람들이 상상을 하지 않으면 환상계가 없어지고, 결국 사람들은 상상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상상력. 쓰지 않으면 없어진다고 미카엘 엔데는 말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창조적인 생각이 아니라, 어린 아이와 같은 아무 목적없는 상상, 그런 상상이 그리워집니다.

'끝없는 이야기'는 제목의 약속을 저버리고 한권으로 끝이 나버렸습니다. 중간 중간 나왔던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고 다른 기회에 이야기되어야 할 것이다"라는 문구는 그 이야기를 작가가 해주기를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이어지는 작품을 미카엘 엔데가 썼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결국 '끝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독자가 상상을 해서 뒷 이야기를 이어가라는 의미겠지요.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겁니다.

미카엘 엔데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랄프 이자우라는 후배에게 '끝없는 이야기'의 전이야기를 쓰게 허락했다고 하더군요. 고서점 주인 코레안서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어린달님'만큼 예쁜 이름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 바짝 말라버린 제 상상의 나래를 조금은 움직여 보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