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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2. 6. 09:33
며칠전 일이다. 큰 아이가 몇년간 써오던 Xbox와 게임들을 팔기로 했다. 기타히어로라는 게임을 해보고 쏙 빠져서 Xbox와 게임을 팔아 기타히어로를 사고, SAT 700점을 넘겨서 Wii를 사겠다는 작전이다. 꿈은 좋다 ^^;;; 어쨋든 게임기랑 게임이랑 바리 바리 싸들고 GameStop으로 갔다. 이곳에서는 쓰던 게임기와 게임을 사준다. 소위 트레이드인(trade-in)이다. 들인 돈은 몇백불이건만, 받은것은 90불이 채 안된다. 억울하지만 할 수 없다.

그런데 그곳에서 놀라운 ^^ 소식을 들었다. Wii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Wii 사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아마 그날 오후에 들어왔나보다. 직원중 한명은 아예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을 보면. 그때 시간은 오후 5시. 내가 받을 돈이 얼마인가 계산하는 10분동안... 네명의 손님이 왔다. Wii 살려고 ㅡ.ㅡ 나도 마음이 급해졌다. 빨리 계산하고 나도 하나 챙겼다 ^^;;;

집에 와서 이베이를 봤다. 포장 뜯지 않은 Wii는 정가인 250불에 5~60불 더 붙인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다. 순간 유혹이 생겼다. 이걸 팔고 다시 하나 사? 근데 언제 살 수 있을지 모른다. 와이프에게 주문을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몰이 열리자마자 하나 더 사오라고. 일단 하나 확보해놓고 또 하나 사다 팔아 게임 하나 살 돈이나 장만하려고 말이다.

허나 아예 꿈도 못 꿀일이였다. 아침에 혹시나 하여 출근하며 전화를 했더니 전날 밤에 다 팔렸단다. 몇대가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반나절이 안걸렸다. 다 팔리기까지 ㅡ.ㅡ

Wii가 미국시장에 소개된게 2006년 11월 19일이다. 벌써 일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건만, 아직도 이 모양이다. 백만개로 예상했던 월생산량을 백팔십만개로 올렸음에도 전세계적으로 Wii는 없어서 못판다. 오죽하면 닌텐도가 일부러 품귀현상을 만든다는 말까지 돌까? 하지만 일년이 넘게 없어서 못파는 것이 결코 회사가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건 왠만한 경제상식만 있어도 당연한 거다. 정말로 엄청난 사람들이 Wii를 사려고 기다리고 있다. 도데체 Wii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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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i... 너 도데체 뭔데 이렇게 고자세냐?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을 만들었을 때, 게임기 시장은 삼파전이였다. 닌텐도, 세가, 그리고 소니. 제일 먼저 떨어져나간 것은 세가였다. Xbox의 등장이 먼저였는지, 세가의 퇴장이 먼저였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모두들 그 다음 차례는 닌텐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이 두 고래의 사움에 닌텐도란 새우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이 안갔던 거다.

내가 봐도 닌텐도는 겨우 생명을 유지하는 것 같았다. 게임큐브와 게임보이 둘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으로 어찌 어찌 유지를 했다. 소니와 MS의 후속 모델이 나오면 결국 무대위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그랬던 닌텐도가 지금은 게임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2006년 11월에 판매시작한 Wii는 작년말 현재 전세계적으로 2000만대를 팔았다. 그럼에도 Wii의 품귀는 2009년까지 갈 거라는  예상이다. 얼마나 팔릴까? 5000만대?

게다가 게임기를 손해보며 팔고 게임타이틀로 남기는 소니나 MS와는 달리 Wii는 팔수록 남는다. 일본에서 팔면 13불,  미국 49불, 유럽에서는 대당 79불까지 남긴다고 하니, 소니나 MS 입장에서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배아파 할 일이다. 평균 30불만 쳐도 게임기에서 벌써 6억불 (6000천억) 정도를 남겼다는 것 아닌가.

Wii만큼 없어서 못파는 거는 아니지만, DS도 만만치 않다. 2004년 1월에 소개된 DS는 후속 모델인 DS Lite를 포함 지금까지 6500만대를 팔았다. 월별 최다 판매기록이 작년 11월에 깨졌다고 하니 DS Lite의 인기도 앞으로 몇년은 갈 것이 분명하다. 소니의 PSP가 나올 때 "이제는 휴대용 게임기도 소니야"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면 지금 닌텐도의 성공은 정말 극적인 역전드라마다.

닌텐도는 어떻게 해서 이런 역전을 가지고 올 수 있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게임은 게임콘트롤러(버튼과 스틱으로 조종하는)로 한다는 닌텐도 스스로 만들었던 원칙을 깨뜨린 것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Wii의 조종기에는 센서가 달려있어 움직임을 감지한다. 따라서 버튼만 누르던 기존 방식과 달리 조종기를 흔드는 것만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단순한 생각인데 그 효과는... 바로 밑의 비디오처럼 된다 ^^ 참고로 이들이 하는 게임은 권투다.



그래도 이정도면 얌전한 거라 할 수 있다. 골프나 테니스를 하다 조종기를 놓쳐 LCD TV를 박살냈다는 소리가 초기에는 꽤 들렸다. 닌텐도가 사람들의 열심을 과소평가해 손목에 묶는 스트랩을 약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 정도로 열광할 줄 짐작했겠는가? ^^

발상의 전환은 DS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기존 휴대용게임기의 컨셉을 그대로 가져가서 극한으로 발전시킨 것이 소니의 PSP라면, DS는 여기서도 스스로 만든 컨셉을 파괴한다. 바로 터치스크린과 마이크로폰의 적용이다.

수퍼마리오 팩에 있는 미니게임을 플레이했을 때의 놀라움을 나는 잊지 못한다. 풍선을 불어서 하늘로 올려야하는데, 실제로 터치스크린을 향해서 입으로 후~ 하고 불어야한다. 마이크로폰으로 소리를 듣고 분석해 적당한 세기가 되어야 풍선이 하늘로 올라가는 거다. 그 기발함에 정말 감탄을 했다.

터치스크린과 휴대용의 장점이 조합이 되어 DS Lite는 남자 청.소년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게임을 여자와 어른들까지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뿐인가? 게임가능 연령을 아예 확 낮추기까지 했다 ^^



학부 수업 중 하나인 인간공학에서 하이터치에 대해 배운 기억이 난다. 하이터치란 하이테크와는 다른 개념으로 기술 자체를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기술을 어떻게 응용하는가에 대한 것이였다. 'W'이론으로도 유명한 이면우 교수님은 하이터치의 예로 라디오의 가장 최근 방송 1분을 기억하는 칩이라던가, 사람마다 손실된 청력 범위를 강화해준 오디오등의 예를 들었다. 상대적으로 자본이 적은 한국에서는 하이테크도 중요하지만 하이터치는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닌텐도가 보여준 발상의 전환은 하이터치의 가장 멋드러진 예라 할 수 있다. 소니는 PS3를 위해 몇천억을 셀프로세서 개발에 투입했다. MS가 온라인 게임시장을 위해 쓴 돈도 거의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닌텐도가 한 일은? 하나당 5불짜리 센서를 단 것뿐이다. 휴대용 DS에는 터치스크린을 달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니다.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 터치스크린 둘 다 십여년전부터 존재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발상의 전환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존재하는 게임기 컨셉의 대부분을 만든 회사가 바로 닌텐도다. 발상의 전환은 그들이 만든 전통적 개념을 스스로 깨야했다.

하지만 이런 발상의 전환을 하면서도 닌텐도가 놓지 않은 것이 있다. 난 그것이 획기적인 게임시스템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닌텐도는 자기 색깔을 바꾸지 않았다. 소니나 MS가 만들어놓은 "게임기 성능 전쟁"이라는 싸움에 끼여들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만든 싸움 - "즐기는 게임"에 상대방을 끌어들였다.

닌텐도는 항상 아이들을 위한 게임기라는 인식을 주어왔다. 닌텐도 하면 생각나는 게임이 뭔가? 나 같은 경우 수퍼 마리오와 젤다의 전설이다. 그 밖에도 닌텐도에서만 돌아가는 타이틀들은 대부분 아이들을 위한 게임이다. 혹은 가족들이 둘러앉아 같이 해도 무리가 없는 게임들이다. 반면에 다른 게임기들의 경우 온가족을 위한 타이틀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소니의 Grand Trisumo (자동차 경주) 정도나 가능할까? 온가족이 모여서 운전하던 할머니를 끄집어내고 차를 뺐는 (플스의 GTA 시리즈) 장면, 혹은 서로 총을 쏴대는 (Xbox의 Halo등 다수) 장면을 상상하면 닌텐도의 게임들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있다.

이는 닌텐도의 처음 게임기의 이름이 '패미콤'인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른바 "가족들을 위한 컴퓨터"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게임을 즐기는 모습. 그것이 닌텐도가 처음부터 바래왔던 모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Revolution(변혁)이라는 개발중에 사용했던 코드네임을 버리고 Wii('We' - 우리)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닌텐도는 가족을 위한 게임이라는 자신들의 가치를 버리는 대신, 그것을 아예 확대시켜버렸다. 그리고 소니와 MS에게 멋지게 반격을 한 것이다.

짐콜린스의 Good to Great에 보면 평범하던 회사가 뛰어난 회사로 성장하면서 보여준 특징 중의 하나로 고슴도치 컨셉을 이야기 한다. 여우와 고슴도치라는 우화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간단하게 말해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라는 것이다. 복잡한 세상을 중심가치를 기준으로 파악하고 그외의 것은 무시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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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콜린스는 중심 가치를 찾는 패러다임으로 세가지를 제시한다. 어디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 최고로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속적으로 돈을 버는 방법 (economic engine)은 무엇인가?  여우가 똑똑한듯해도 집중을 못하고 여기저기 좇아다니며 실속이 없는데 반해 고슴도치컨셉을 가진 회사들은 착실하게 성장을 해간다. 닌텐도는 게임, 특히 가족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게임기를 만드는데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게임기를 저렴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주요 고객이 파워풀한 게임기를 찾는 하드코어 게이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보다 어린이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적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돈을 벌어준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들이 정말 이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이건 다 내 해석이다 ㅡ.ㅡ 어쨋든 요즘 닌텐도가 보여주는 모습은 고슴도치컨셉의 모범사례다 ^^;;)

자신의 색을 확실하게 지키는 동시에 발상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영역의 창출. 참 멋진 일이다. 돌아보면 나는 나의 중심가치를 버려두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물론 안주하는 것은 나쁜 일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나의 본거지를 버려두고 상대방이 만들어놓은 게임에 무작정 뛰어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내 색을 지키면서 한단계 업그레이들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나는 자신의 색을 지키는, 그러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회사를 좋아한다. 닌텐도도 그 중 하나다. 얼마전 360이나 PS3처럼 DVD를 플레이할 수 있는 Wii를 만든다는 발표가 있었다. 혹시 Wii의 성공에 취해 MS와 소니가 만들어놓은 싸움에 뛰어들겠다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게 기우이길 바란다. 그리고 다음에는 어떤 발상의 전환이 이 회사를 통해 나타날지, 2월 14일에 설치할 Wii를 플레이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다 ^^;;; (왜 2월 14일까지 기다리는지는 이 글을 읽으시면 알 수 있다)